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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리더의 소통은 권력이 아니라 실력이다

  • 기사입력 2020.01.28 09:27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2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현명한 리더라면 부하직원과의 소통 기회를 늘려야 한다. 리더의 소통은 선택이기도 하지만 노력이기도 하고 실력이기도 하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세상의 변화는 리더십의 변화를 가져왔다. 조직이 리더에게 부여한 직급은 권한이고 권한은 곧 권력이었다. 그래서 직급이 높아지면 리더 노릇도 할 만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직급이 높은 리더일수록 경험도 많을 공산이 커 조직에서 반복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을 멋지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존경과 권한을 받았다. 리더는 ‘성과’로 살고 부하직원은 ‘성장’으로 살며 조직은 ‘성공’으로 살았던 좋은 시절의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변화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먼저 곁에 다가 와 있다. 2020년 10대 그룹 CEO들이 발표한 신년사 내용을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미래, 조직문화, 혁신, 고객, 소통 등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모두가 절박한 단어들이다. 굳이 키워드를 연결해보면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만 가는 현실에서 내부 직원들의 결속과 몰입을 창출하는 조직문화는 허약해졌고 추가비용 투입 없이도 고성과를 창출하는 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전방위 소통이 강하게 요구된다’고 정리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너무 부정적이란 비난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님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리더의 권력은 요즘도 안전할까? 지금 조직은 피라미드 조직 구조에서 변형돼 원통형 혹은 역삼각형 구조로 변한 지 오래다. 승진은 포기해도 생존은 포기 못 하는 불안의 연속, 연상부하 연하상사는 흔해졌고, 나이와 권력서열은 상관관계가 없어졌다. 임원 승진 연령은 물론 조직을 떠나는 연령도 점차 낮아졌다. 최근에는 임원은커녕 팀장도 하기 싫다는 조직원도 볼 수 있다. 책임만 있는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리더는 고독하다. 더 높은 상사에게 바칠 답을 찾아야 하고, 그들을 궁금하지 않게 해야 하며, 책임지는 자세를 유지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자의 반 타의 반 믿고 있는 처절함이 슬프도록 힘겨운 것이 리더의 현주소가 아닐까?

리더에게 권력이란 어떤 의미일까? 리더의 권력은 조직으로부터 빌려온 권한이며 부하직원들의 추종에 대한 대가이다. 즉 리더의 권력은 조직에 성과를 제공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추종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힘을 잃게 된다. 어쩌면 아노미에 가까운 혼란과 복잡함이 조직을 흔들어 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리더는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리더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의 확보를 강요하고 있다. 리더의 경험과 경력이 보장해주던 화려했던 칭송은 사라졌다. 경험은 경력이 아니고 경력은 실력이 아니다. 가속화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변화는 이미 리더가 따라잡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변화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은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대학에는 그 답이 없다. 상사의 자문은 왕년의 추억일 뿐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하수는 과거가 절실하고 선수는 현재가 절실하며 고수는 미래가 절실한 법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혼자 공부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도 없고 의욕도 없다. 마음만 불안하다. 요즘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청년은 기회가 없고 중년은 미래가 없고 노년은 돈이 없다고들 한다. 답답한 상황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리더가 살아남는 방법은 ‘몸값’이 아니라 ‘밥값’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성과를 내야 한다.

리더의 성과는 성공적인 의사결정에서 비롯된다. 성공적인 의사결정은 신속하고 정확하며 충분한 정보와 지식에서 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와 지식은 어디서 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할까? 바로 부하직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선배에게 배우고 변하는 것은 후배한테 배우라고 했다. 이젠 밑천이 바닥난 것을 더는 감추면 안 된다. 모르는 것을 들키지 않는 것보다 감추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다행히 리더에게 남은 강력한 무기는 ‘판단력’이다. 부하직원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을 일단 접수하고 나면 그 정보와 지식이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리더는 리더이므로 한 칼은 있다. 문제는 부하들로부터 많은 정보와 지식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리더가 더욱 안전해진다. 결국 부하직원과의 소통은 리더가 베푸는 배부른 배려가 아니라 리더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소통은 리더에게 권력이 아니라 실력이어야 한다.

리더의 소통이 실력인 이유는 더 있다. 부하직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요구하면 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선뜻 그들의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요즘 직원들은 영리해졌다. 그들은 절대로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똑똑한 부하가 얄미운 리더를 골탕먹이는 방법의 하나는 고급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일이다. 즉 부하직원의 의도적인 침묵은 리더의 실패와 깊은 관련성을 가진다. 꼴 보기 싫은 리더에게 기꺼이 고급정보를 제공할 만큼 오지랖 넓은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진정성 있게 제공해주는 성장의 기회와 학습 그리고 배려는 부하직원이 보답하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추종의 대가라는 점에서 소통은 일련의 거래인 셈이다. 거래를 잘하는 사람은 실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실력이 곧 소통의 조건이고 다시 소통이 리더의 성공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선순환 거래의 구조를 갖는다.

보통 리더가 소통에 관한 교육을 받을 때 ‘소통이란 권력 있는 리더가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인 부하직원을 배려하는 리더십 행위의 하나’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오산이다. 리더의 소통은 조직을 관통하는 리더의 실력으로 정의되고 학습되어야 한다. 이렇게 고마운 소통이 반복되면 소통의 근원적 장점인 상호간의 신뢰와 배려의 마음은 저절로 생성될 수 있다.

또한 요즘은 리더가 부하직원과의 소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요즘 부하직원들은 자기 일에만 집중하지 자신의 리더와 불편한 소통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이후로는 더욱 소통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리더만 고립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어쩌면 이제는 리더가 부하직원을 찾아다니면서 물어보고 배우고 고마워하는 모습이 흔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약 이처럼 리더가 먼저 다가가는 행위를 거부한다면 그만큼 리더는 고독하고 위험한 의사결정의 당사자가 되고 말 것이다. 힘든 시절이다. 힘들다고 소통을 거부하면 더 힘들어진다.

하수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선수는 필요할 때만 사람을 요령 있게 찾지만 고수는 늘 정보제공자가 주변에 머문다는 점에서 리더십의 차이는 극명해진다. 따라서 현명한 리더라면 부하직원과의 소통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부하직원들도 자신의 도움을 진정성 있게 갈망하는 리더를 냉정히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리더의 소통은 리더의 선택이고 노력이며 실력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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