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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대로 꼬인 IBK기업은행장 사태

  • 기사입력 2020.01.23 16:58
  • 최종수정 2020.01.23 17:07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낙하산 은행장은 거부하겠다'는 IBK기업은행 노조 반발이 거세다. 4월 총선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하산 인사 근절 공약을 지키라는 노조와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는 청와대가 강대강으로 맞부딪히면서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만 곤혹스럽게 됐다.◀

지난 1월 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입구에서 노동조합원이 첫 출근길에 오른 윤종원 신임 행장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입구에서 노동조합원이 첫 출근길에 오른 윤종원 신임 행장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Fortune Korea] 금융노조의 윤종원 신임 IIBK기업은행장 본점 집무실 출근 저지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3일 첫 출근 시도에 나선 윤 행장은 같은 달 17일 ‘금융권 신임 대표 출근 실패 역대 최장 기록(14일)’을 깬 이래 매일 매일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대로라면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의 위협처럼 4월 총선까지도 본점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윤 행장은 현재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 무너진 장밋빛 전망

1월 셋째 주, 구체적으로는 13일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일이 꼬일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1월 둘째 주 들어 당정청 안팎에서 ‘노조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그 주 주말을 전후해 청와대가 금융노조와 물밑접촉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장밋빛 기대가 부풀었다. 노조로서도 신임 행장 출근 저지 역대 최장 기록을 쓰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기에 금융권은 곧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IBK기업은행 노조가 1만 명 조합원과 대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이런 기대는 더 커졌다. 노조가 구성원으로부터 수렴한 우려와 건의 내용을 윤종원 신임 은행장한테 전달하고, 윤 행장이 이를 일부 혹은 대폭 수용해 노조가 윤 행장을 받아들이는 그림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청와대의 면을 살리면서도 노조는 실리를 취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은행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윤 행장을)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못 박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IBK기업은행장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어느 모로 봐도 금융권에서 기대했던 화해 메시지와는 거리가 먼 답변이었다.

IBK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말한다. “13일 대토론회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습니다. 17일 이전에 해피한 모습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14일 대통령 말씀은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13일 대토론회 직후 일이 틀어져 대통령께서 저렇게 말씀하셨는지, 아니면 14일 대통령 말씀 때문에 일이 틀어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금융권 여론도 악화

16일 윤종원 신임 은행장의 세 번째 본사 출근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노조 입장을 확고히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의 이날 시도는 7일에 이어 9일 만에 이뤄진 것이었으나 노조는 변함없이 강경한 모습이었다. 이튿날인 17일, 2013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보유하고 있던 14일 본사 출근 실패 기록을 깨면서는 아예 장기전으로 들어선 모습이다.

1월 넷째 주 접어들면서는 금융권 내 여론도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권에는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문재인 정부 잘못’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피로는 느끼는 모습이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명분이 흐려지는 것 같다”며 “이제는 IBK기업은행 노조가 뭘 얼마나 얻으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내부에서도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IBK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일이 복잡하게 꼬인 것 같습니다. 저희 노조만 하는 게 아니라 상급 단체가 같이 끼니까 일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만 해도 대단한 강경파로 통하는데 최근 위원장 선거가 끝난 한국노동자조합총연맹도 (신임 지도부의 존재감 과시를 위해) 본격 참전하는 모습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급이 다른 낙하산

은행권 관계자 상당수는 이번 일이 이렇게 크게 번질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내정했던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현재 윤종원 은행장으로 교체한 만큼, 또 현재도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해서 물밑접촉을 시도 중인 만큼 청와대가 ‘노조 의견을 존중한다’는 신호를 충분히 보였다는 평가다.

금융노조가 이번 사태 초기에 강하게 제기했던 ‘윤 행장이 IBK기업은행장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금융권 내에서 반박되는 것도 노조에겐 악재이다. 금융권 내에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장’으로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IMF 상임이사, OECD 대사,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등을 두루 거친 윤 행장이야말로 적임자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말한다. “윤 행장 경력이 대단하잖아요. 낙하산이라고는 하지만 급이 되는 어마어마한 낙하산이죠. 옆에서 보기에 정말 잘 왔다 싶을 정도로요. 게다가 이분이 OECD 대사로 활동하면서 OECD의 포용적 성장정책을 충실히 잘 실천한 게 이번 정권이랑 맞아떨어져 경제수석까지 지낸 거잖아요. 포용적 성장은 IBK기업은행 본연의 업무와도 깊은 연관이 있고요. 이렇게 보면 금융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거 하나밖에 안 남습니다. 궁색하지 않습니까? 지분 절반 이상을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데.”

IBK기업은행 내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많다. IBK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말한다. “혼동하면 안 되는 게 저희가 대립하는 대상이 윤 행장님이 아니라 청와대랑 여당(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예요. 대선 정책협약 때 낙하산 인사 내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어긴 거잖아요. 윤 행장님 개인에 대해선 역량이 충분하다고 인정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윤 행장님이 (외부 출신이라도) 은행 편에 서줄 수만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상당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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