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포춘US]미래가 불투명한 페이스북과 리브라

2020년대를 형성할 20가지 아이디어(20 IDEAS THAT WILL SHAPE THE 2020s)

  • 기사입력 2020.02.05 17:05
  • 기자명 ROBERT HACKETT 기자

선구적 디지털 화폐의 좌절과 향후 부상 가능성에서 얻은 교훈. BY ROBERT HACKETT

미국 캘리포니아 주 멘로 파크의 페이스북 캠퍼스 사무실 내부 장식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미완성’ 정도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머리 위로는 철제 대들보가 지나간다. 배관 및 통풍관은 합판 벽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조명과 화재 경보기, 지지 구조물이 모두 한눈에 띌 정도로, 천장에 매달려 있다.

이런 불완전 상태는 자금이 부족해서 나타난 게 아니다. 갖가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가장 최근 분기에 61억 달러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오히려 이처럼 어설픈 품질은 회사의 설립자 겸 ‘독재자’ 마크 저커버그의 디자인 철학을 의도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이 1%만 완성됐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그 공간은 영구히 건설 중인 것처럼 보인다.

특히 52번 건물에서는 기본적인 뼈대만 갖춘 모습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페이스북의 대담한 디지털 결제 프로젝트 리브라 Libra를 탄생시킨 사무실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불완전함은 회사가 공사를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그냥 문을 닫을지 확실치 않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작년 여름과 가을 동안 리브라가 잔혹한 ‘환영식’을 치른 후, 페이스북이 문을 닫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장소를 아예 파괴한다고 해도 쉽게 비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여전히 리브라 출시에 전념하고 있다. 그래서 이 곳에서 엔지니어들은 팀을 이뤄 계속 노력 중이다.

페이스북과 회사가 모집한 파트너사들은 새로운 종류의 화폐—미국 달러와 유로, 일본 엔화 같은 국제통화 바스켓으로 담보를 제공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다—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법정통화의 지원으로 리브라는 ‘스테이블코인 stablecoin’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즉, 기존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고, 글로벌 교환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 아이디어를 낸 후, 20개 이상의 다른 회사들을 (기술적으로 독립된) ‘리브라 협회’에 가입시켰다. 회사가 강조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협회 회원들은 ‘은행 계좌가 없는’ 전 세계 17억 명의 소외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자 상거래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반적으로 화폐의 전 세계 유통을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드는 초국가적 통화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단, 동참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리브라의 비판론자들은 기회보다 위협이 훨씬 더 크다고 지적한다. 이 프로젝트는 특이하게도 제대로 선을 보이기도 전에 국제적인 논쟁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결제 프로세서 페이유 PayU의 법률고문이자 리브라 협회 이사 중 한 명인 패트릭 엘리스 Patrick Ellis는 “아마도 리브라는 제품이 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유명해진 스타트업일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조짐은 일찍 나타났다. 이 프로젝트가 공식으로 선보이기 훨씬 전인 작년 봄의 일이다. 현재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 노력을 이끌고 있는 전 페이팔 사장 데이비드 마커스 David Marcus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자신의 비전을 제시했다. 마커스가 초기 디자인을 자세히 설명하자, 므누신은 자신의 ‘평결’을 전했다. 이들의 대화에 정통한 한 사람의 전언에 따르면, 므누신은 “리브라의 모든 점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잘라 말했다.

작년 6월 리브라 프로젝트가 발표됐을 때, 공개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개인 정보, 돈세탁, 소비자보호, 금융안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리브라는 안정적인 지위와 신뢰도를 거의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의 고위 경제관료들도 성공 가능성을 일축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루노 르 마이어 Bruno Le Maire 는 리브라가 “국가 주권에 대한 위협”이라며 유럽연합(EU)에서의 금지에 앞장섰다. 10월 중순까지, 결제업계 거물들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등 리브라 협회의 최대 예비 참가업체 중 7곳이 적대적인 규제 감시의 두려움 속에서 탈퇴 선언을 했다.

규제 당국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페이스북은 그 우려 중 많은 부분에 대처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발목을 잡는 주요 의문은 ‘리브라가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확인 절차 및 돈세탁 방지법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가?’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자체 미디어 플랫폼 감시를 거부한데다 무능함까지 보여줬다. 그런데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화폐를 제대로 감시할 것이라 믿을 수 있겠는가?

보안 전문가들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네트워크 설계를 고려하면 리브라를 통해 자산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회의론자들은 확신하지 않는다. 브래드 셔먼 Brad Sherman 캘리포니아 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골드 러시를 좇아) 서부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결과적으로 악당을 응원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하원 자본시장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리브라는 테러와 마약 거래, 인신매매, 특히 탈세를 용이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론자들은 또한 리브라를 전 세계 금융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페이스북의 사용자 28억 명에게 배포된 리브라 코인은 미국 달러화 및 기타 명목 통화의 입지는 물론, 세계 중앙은행의 주권을 감소시키는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비난한 점은 그 협회가 민간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리브라를 담보하는 통화 바스켓 구성을 변경할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안돌파토 David Andolfatto는 “잠재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진 글로벌 컨소시엄의 개념은 터무니 없다”라며 “예수를 뽑아서 그 협회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역시 비판적인 미 의회는 작년 10월 23일 하원에서 열린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저커버그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급기야 그는 “실제로 리브라가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인정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사업부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프로젝트가 떠들썩한 실패를 딛고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포춘US
페이스북의 리브라 사업부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프로젝트가 떠들썩한 실패를 딛고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포춘US

그럼에도 페이스북과 파트너들은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리브라 협회는 여전히 21개 기업,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업체, NGO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스포티파이, 통신 다국적 기업 보다폰,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업체 코인베이스 Coinbase가 계속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협회는 여전히 “올해 리브라를 출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저커버그의 의회 증언 이틀 후 가진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 디지털 지갑 자회사 칼리브라 Calibra를 이끄는 마커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유명 코미디언 빌 머리 Bill Murray의 출연작에서 이름을 딴 칼리브라 회의실 중 한 곳(방 이름이 ‘밥, 당신은 어때요?’이다)에서, 팔을 의자 뒤에 걸친 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잔이 반쯤 차 있다’고 보는 남자”라고 낙관적으로 말했다. “모두들 지금 전 세계 디지털 통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면, 디지털 화폐에 대한 올바른 체계를 제대로 갖추기까지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역풍을 맞은 이후, 전 세계적인 전자화폐 경쟁은 더욱 가열되기만 했다. 은행과 다른 기술회사들은 물론 국가 정부들—특히 중국이 가장 주목된다(박스 기사 참조)—까지 디지털 통화 시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리브라의 좌절은 후발주자들을 위해 좀 더 완화된 경로를 제공하거나, 최소한 규제 당국에 무엇을 허용할지를 명확히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리브라도 (종종 신랄했던) 피드백에 근거해 진로를 수정할 것이라 약속하고 있다.

리브라나 다른 모든 새로운 통화는 어떻게 글로벌 규제 당국을 만족시킬 것인가? 그것의 최종 형태는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리브라가 전 세계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가격 안정성이 뛰어난 전자현금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리브라 협회를 앞지를 것인가? 포춘은 이번 호에서 이런 질문들의 답을 구하기 위해, 금융 및 디지털 세계를 집중 취재했다.

1. 페이스북에 리브라가 필요한 이유

기술 섹터에는 ‘플랫폼 리스크’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다른 회사나 보다 최신 흐름의 기술 혁신이 기존 사용자들을 잠식함으로써, 자사 비즈니스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이다.

현재 암호화폐 투자회사 비트와이즈 Bitwise를 운영하는 전 페이스북 제품 매니저 헌터 호슬리 Hunter Horsley는 “저커버그가 리브라에서 봤던 잠재력을 이해하고 싶다면, 페이스북이 2014년 20억 달러에 오큘러스 Oculus를 인수한 사실을 고려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당시, 오큘러스와 VR은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그들이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페이스북에 실존적 위협을 가했다. 전 세계가 VR을 통해 수다를 떨고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하면, 페이스북의 지배력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대세’가 될 수 있는 플랫폼 리더를 왜 손에 넣지 않겠는가? 호슬리는 “역사적으로 기업들은 항상 새로운 패러다임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며 도태됐다”라고 말한다.

지난 2017년 페이스북 경영진에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디지털 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데이터베이스 혁신이다—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다가왔다. 당시 비트코인과 다른 알트코인들은 몇 달간 정말 미친 듯이 폭등했다. 회사 리더들은 암호화폐나 유사 가상화폐가 자사의 금융 서비스 진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당시 페이스북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분야였다.

페이스북의 모든 임직원은 중국의 디지털 신생기업들—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에서 분사한 알리페이—이 전통 금융시스템을 추월하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밀착함으로써 어떻게 거인이 됐는지 지켜봤다(2018년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는 38조 달러가 거래됐다). 어쩌면 페이스북도 ‘암호화폐의 시대적 흐름(crypto-zeitgeist)’을 활용함으로써, 비슷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기업개발 부서에서 하급직원으로 일했던 모건 벨러 Morgan Beller는 2017년까지 줄곧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을 조사하고 만났다. 그녀는 페이스북 고위 임원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된 메모 하나를 작성했다. ‘페이스북은 그 동안 업계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혁신을 당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벨러는 결국 저커버그의 최측근 임원이자, 실리콘밸리의 비트코인 초기 추종자 중 한 명인 마커스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저커버그와 마커스는 2017년 연말 휴가 시즌에 암호화폐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마커스는 둘 모두 당시 금융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고 회고한다. “무엇보다 국제 결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 번거롭다. 결제가 완전히 정산되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다른 시스템끼리는 서로 결제가 안 된다. 그리고 가난할수록 더 많은 결제비용이 든다.”

그러나 블록체인에서 영감을 얻은 방식은 페이스북이 성가신 중개업체들을 차단, 결제카드 발행 은행 및 송금업체와 관련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페이스북은 마커스의 전 고용주 페이팔이 굴복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각 시장의 단계에서 비용과 지연이 잇따라 발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경 없는 순수 인터넷 화폐의 자유주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마커스는 2018년 5월경 블록체인 팀을 전담하고 있었다. 저커버그도 새해 각오로 개인정보 보호와 분산 시스템, 암호화 방식—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의 기초 원리—연구를 다짐했다. 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난 2019년 3월, 저커버그는 개인정보 보호를 주제로 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왓츠앱과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 다수의 페이스북 서비스에서 강력한 암호화를 채택하기로 한 결정을 설명했다.

대중들은 이 선언이 소비자들에게 갖는 의미에 집중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다른 점에 주목했다. 바로 기술업계의 가장 강력한 리더 중 한 명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끌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상화폐 스타트업 서클의 CEO 제러미 알레어 Jeremy Allaire는 “저커버그가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한 디지털 화폐에 그치지 않고, 정보교환 방식을 구성하는 기초 인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이 올라타지 않을 수 없는 플랫폼이었다.

2. 매출 계획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방식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현재 매출의 거의 전부를 광고에서 올리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인들의 금융 데이터를 앞세운 광고판매 통로로서 리브라는 매력적이다. 페이스북을 비판하는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 조셉 루빈 Joseph Lubin은 “그들이 사용자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것과 [리브라] 정보를 연결시킬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자사의 디지털 지갑 칼리브라를 지탱하는 시스템이 회사의 대규모 정보 수집 방식과 별도로 운영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즉, 리브라 사용자의 구매 이력은 최소한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의 마케팅 엔진 ‘원료’로 쓰이지 않는다는 얘기다(하지만 당신이 허락하면, 그 데이터는 그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또한 수수료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 마커스는 “디지털 통화라는 맥락에서 보면, 결제 제공업체들이 부과하는 비용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가격처럼 사실상 0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어떻게 리브라로 돈을 벌 계획일까? 우선, 리브라 협회 회원사들은 배당금 형태로 자신들의 적립금에 대한 이자를 받을 계획이다. 통화바스켓의 유보금 규모가 충분히 커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서 부가적으로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페이스북이 돈을 벌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광고주들을 상대로, 자사가 운영하는 시장들(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가치를 더욱 크게 높이는 것이다. 리브라 세계에서, 페이스북 앱을 통해 구매 대금을 지불한다는 이론은 흠잡을 데가 없다.

작년 10월 하원에서 열린 리브라 청문회 당시 마크 저커버그의 빈 자리. 의원들은 저커버그가 극복하기 힘든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사진=포춘US
작년 10월 하원에서 열린 리브라 청문회 당시 마크 저커버그의 빈 자리. 의원들은 저커버그가 극복하기 힘든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사진=포춘US

가령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눌렀던 드레스를 사고 싶다고? ‘리브라로 구매’를 클릭하고, 겁나는 ‘신용 카드 정보 입력’ 페이지는 외면한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아비바 리탄 Avivah Litan은 “중단한 거래가 적다는 것은 구매 ‘전환’ 비율(광고가 직접 매출로 연결된 횟수)의 상승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마케팅 담당자들이 광고비 지출을 더 늘리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 앱들을 통해 손쉬운 송금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리브라는 또한 전 세계인의 삶에 자신과 페이스북을 엮을 수 있다. 비싼 요금 걱정 없이 해외거래를 하고 싶은가? 리브라를 사용하라. (리브라에 참여한) 모든 디지털 지갑을 통해 즉석 결제를 원하는가? 리브라가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로 노래를 듣거나, 우버와 리프트를 할인된 가격에 타고 싶은가? 역시 리브라가 있다.

가장 큰 잠재력은 유망한 신흥국 경제에서 발휘할 수 있다. 신흥 시장에서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키바 Kiva의 최고전략책임자이자, 리브라 이사회 멤버인 매슈 데이비 Matthew Davie는 “리브라는 단지 고급 블루 보틀 Blue Bottle 커피를 좀 더 싸게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휴대폰을 살 수 있는 사람, 즉 점차 모든 사람들이 세계 금융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는 미래를 구상한다. 이런 비전은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넓혀줄 것이다. 페이스북의 칼리브라 사업부는 언젠가 금융서비스의 주요 수익 동력인 대출을 제공할 수도 있다.

3. 뒤늦게 깨달은 교훈

그러나 다음과 같은 현실은 피할 수 없었다. 페이스북은 완벽한 준비를 마치기 전에, 대중에게 리브라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마커스는 "리브라 출시를 둘러싸고 우리가 받았던 주요 비판은 ‘모든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더 얻을 때까지, 왜 이 문제를 더 오랫동안 비밀에 부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마커스의 설명에 따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팀은 잠재적인 파트너들—결제 처리업체, 기술 회사, 은행, 규제 기관—과 만나기 시작했고, 그 프로젝트에 대한 뉴스는 언론에 ‘대거’ 유출됐다. 페이스북은 이미 리브라에 대한 피드백과 조언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뉴스를 대중에게 알리고 어쩌면 그 이야기(narrative)를 다시 통제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렀다.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데이터 침해, 그리고 가짜 뉴스로 인해, 대중들은 리브라에 반감을 갖게 됐다. 마커스는 단지 한 가지를 후회한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아마도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리브라의 진정한 정체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브라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과잉 비난을 받았다.”

특히 결제 처리업체들의 리브라 협회 탈퇴가 프로젝트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리브라를 결제 시스템으로 재규정하는 조치가 프로젝트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페이팔은 작년 10월 4일, 부분적으로 규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10월 8일에는 상원의원 두 명이 리브라와 관련된 일부 대기업들—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에 서한을 보내 “모든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부터 더 명확한 답변을 얻을 때까지 참여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약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시 이 회사들이 10월 14일 리브라 협회 창립총회가 열릴 예정인 제네바 호텔에 방을 잡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들은 10월 11일 험악한 규제 분위기를 이유로 그룹에서 탈퇴했다.

마커스는 “그들이 받은 엄청난 압박감을 고려하면, 탈퇴는 주주와 이해당사자들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리브라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된다면, 이들 결제업체들이나 다른 탈퇴 기업들—이베이와 여행 사이트 운영업체 부킹 홀딩스, 아르헨티나 핀테크 업체 메르카도 리브레 Mercado Libre—은 당연히 그들의 네트워크에 리브라를 결제 옵션으로 추가하거나, 협회에 재가입할 것이다. 마커스는 "탈퇴한 기업들은 모든 선택권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페이팔의 최고경영자 댄 슐먼 Dan Schulman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나중에 다시 (리브라 협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 리브라 전에 칼리브라에 집중

페이스북과 그 파트너사들이 리브라 통화의 결함을 해결하는 동안, 페이스북은 여전히 칼리브라 사업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결제 사업을 구축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멜템 뎀 데미로스 Meltem Dem Demirors 최고투자책임자는 “페이스북이 이런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기회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비트와이즈의 호슬리는 칼리브라가 페이팔, 비자, 또는 스트라이프 같은 전통적인 결제서비스 제공업체들과 통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칼리브라가 ‘임무 완수’ 깃발을 휘날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포춘이 인터뷰한 대다수 암호화폐 전문가와 기업가들은 “칼리브라가 추가적으로 기존 디지털 스테이블코인과도 통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의 파트너십이 곧 출범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코인베이스, 서클과 조용한 논의를 해왔다. 센트리 Centre라는 업계 콘소시엄—미국 달러화 가치에 고정된 디지털 화폐 USD 코인을 만든다—에 가입하는 문제다. 칼리브라는 또한 제미니 Gemini, 팍소스 Paxos,, 트러스트토큰 TrustToken 같은 스타트업들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과도 협력할 수 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거의 암호화폐 거래에서만 사용된다. 투자자들은 이 코인을 현금과 같은 수단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지지자들은 “뛰어난 안정성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은 향후 디지털 결제에 사용될 유망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암호화폐 지갑 스타트업 아브라 Abra의 최고경영자 빌 바히드 Bill Barhydt는“스테이블코인은 단 하나의 통화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규제 준수 관점에서 매우 분명한 경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기본적으로 많은 주권 문제를 해소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5. 향후 통화 경쟁은 어떻게 펼쳐질까?

리브라가 통화 출범 승인을 얻으려면, 민간 분야가 기존 법정화폐의 권위를 강탈하기 위해 벌인 쿠데타가 아니라는 점을 규제 당국에 설득시켜야 한다. 또한 리브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리브라 협회가 스스로를 입증하려는 한 가지 방법은 ‘100% 보장되는’ 준비금을 약속하는 것이다. 즉, 동등한 가치를 지닌 저위험 자산(다양한 통화로 구성된다)으로, 유통되는 모든 리브라 코인을 담보하는 방식이다. 미 재무부 단기 국채도 대표적인 저위험 자산이다(리브라 협회 회원사들은 출자금 형식으로 최소 1,000만 달러 규모의 초기 자산을 예치하게 된다).

‘100프로 보장되는’ 준비금은 이론적으로 리브라가 패닉 상태에 빠질 위험을 줄여줄 것이다.  마커스는 “오늘날 사람들이 사용하는 ‘돈’—수표와 신용카드, 멤버십 포인트—의 상당 부분이 훨씬 적은 실제 준비금에 의해 보장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배스킨 로빈스 상품권은 리브라보다 더 많은 통화를 창출한다.”

미국 밖의 감독 기관들은 곧 리브라의 장점을 따져볼 예정이다. 리브라 협회는 조만간 스위스 금융규제기관 핀마 FINMA에 결제시스템 면허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요하게는 오는 4월, 스위스 바젤에 소재한 국제기구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의 태스크포스가 예비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리브라 같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에 제기하는 위험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미 재무부와 유럽연합도 비슷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 기관 중 어느 하나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리브라가 승인을 받는다면, 전 세계를 정복할 듯한 떠들썩한 공개보다는 특정 국가에서 소규모 출시로 진행할 전망이다. 협회는 시범 테스트를 위해 우호적인 지역들에 기대할 공산이 크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신흥 경제국들이 후보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의회가 발언권을 가질 전망이며, 일반적으로 빅테크에 회의적인 일부 비판론자들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셔먼 의원에게 “리브라 파트너들이 당신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폭소를 터뜨리더니 “악마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천국에만 들어가면 끝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실험에 좀 더 개방적이다. 셔먼과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패트릭 맥헨리 Patrick McHenry 하원의원(노스 캐롤라이나)은 동료들의 주권에 대한 두려움을 “과민 반응”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리브라가 출시될 것 같다”며 “의회가 입법화를 통해, 한 사업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일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협회는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조직을 이끌 대표를 구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사를 100개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마커스는 올해 출시를 희망하지만 “정말 이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The ball is not really in our court)”라고 인정했다.

리브라가 좌절된다면, 다른 누군가가 재빨리 그 자리를 파고 들 것이다. 페이팔의 계획에 정통한 한 인사는 “리브라 협회를 탈퇴한 페이팔이 디지털 통화 파트너십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퀘어와 로빈후드, 소피 등 금융서비스 스타트업들은 비트코인처럼 좀 더 분권화한 암호화폐를 지지해왔다. JP모건 체이스와 웰스 파고 같은 은행들은 미 달러 가치에 고정된 디지털 화폐 버전을 시험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외부 전문가들은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다른 기술 대기업들도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를 추진하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제까지 이 공룡들은 자신들의 관심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 그 동안 민간 기업들은 리브라가 어떻게 기존 질서를 재편할지 지켜보며 조용히 기다렸을 것이다. 반면 중앙은행들은 충격을 받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 발행 계획을 곧 실행에 옮길 전망이다.

프랑스 중앙은행도 올 1분기에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통화를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유럽 중앙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 등이 구성한 태스크포스들도 연구개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그리고 작년 여름, 퇴임 예정인 영국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 Mark Carney는 “복합 지배 통화(synthetic hegemonic currency)의 창설”을 촉구했다. 리브라처럼 국제통화 바스켓이 담보하지만, 운영은 중앙은행들이 하는 방식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민간과 공공의 이해 당사자들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전자화폐 e-크로나의 실현 가능성을 탐구해 온 스웨덴 릭스뱅크 Riks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브리엘 소더버그 Gabriel Soderberg는 “리브라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게 돌아가는지를 시사한다”며 “아울러 중앙은행들이 가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모든 재계 리더들이 잘 알듯, 시간은 돈이다.

▲블록체인에 올라탄 중국

마크 저커버그는 작년 10월 리브라를 방어하기 위해, 하원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세상은 기다리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경제 라이벌인 중국은 국가 전자화폐를 시행하는 첫 주요 국가가 될 준비를 마쳤다. 중국 금융주간지 카이징 Caijing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PBOC)은 자국 국민들이 2019년 내에 위안화의 디지털 버전—디지털화폐 전자결제(DCEP)로 불린다—을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이 중앙은행은 선전과 쑤저우에서 시작할 소규모 시범사업을 국책은행 및 통신업체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PBOC는 포춘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암호화폐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부분적으로 의존할 것이다. 이 가상화폐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위챗 페이 및 알리페이 결제 앱과 호환될 전망이다. 카이징은 ‘사람들이 교통, 교육, 의료, 소매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DCEP를 사용할 수 있고, 정부는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큰 관심을 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 통화 구상을 적극 연구해왔다. 하지만 작년 6월 리브라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그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은행은 왜 열정을 쏟는 걸까? 디지털 화폐는 중국이 자금 공급을 더 면밀하게 감시하고, 자본 유출을 단속하고, 디지털 결제 수요가 많은 신흥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감독과 통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하원 증언에서 “리브라가 중국의 권위주의적 목표에 대한 민주적 균형추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리브라를 지지하는 명분으로 작용한 이 같은 논리를 반대해 왔다. 금융규제를 주로 연구하는 코넬대 로스쿨의 소울 오마로바 Saule Omarova 교수는 “민간기업의 영향력은 과도한 정부 권력만큼 무서운 괴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