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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골드만 삭스의 관습 철폐하기

RIPPING UP THE RULES AT GOLDMAN SACHS

  • 기사입력 2020.02.04 09:15
  • 기자명 JEN WIECZNER 기자

CEO 취임 1년을 맞은 데이비드 솔로몬 David Solomon은 월가의 가장 유명한 은행에서 오랜 관행들—전설적인 급여와 특전에서부터 35페이지에 달하는 복장 규정에 이르기까지-을 강력하게 혁신하고 있다. 이번 개편이 골드만의 재도약에 도움이 될까? BY JEN WIECZNER

그를 보기에 앞서 색종이 조각들을 먼저 보게 됐다. 그의 등장을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지자, 무도장 위로 색종이 조각들이 휘날렸다.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들은 ‘디 솔 D SOL’이라고 쓰인 광고판과 돈 훌리오 Don Julio라는 야광색 양주병을 들고 다녔다. 밤 12시 30분이 되자, 마이애미 퐁텐블로 Fontainebleau 호텔 지하에 있는 LIV 나이트클럽에 골드만 삭스의 최고 경영자가 나타났다. 그는 두툼한 흰색 헤드폰을 들더니, 턴테이블 뒤로 걸어가 이내 디제이로 변신했다.

때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다.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에서 핼러윈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클럽은 황량한 ‘51 구역 (Area 51)’ /*역주: 미국 네바다 주에 위치한 공군 비밀기지로 UFO 연구설이 나돌았던 곳이다/을 본떠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악마의 뿔, 토끼 귀, 드라큘라 망토에 외계인 의상을 착용하고 등장했다(필자는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데이비드 솔로몬의 이름을 댔다. 그러자 문을 열어 주는 관계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디 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출입을 막고 있던 벨벳 로프를 열어줬다). 이마에 주름이 잡힌 솔로몬은 검은색 티셔츠에 흰색 바지, 발목까지 오는 핑크색의 컨버스 척 테일러스 Chuck Taylors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술기운은 없어 보였다. DJ 부스에 있던 솔로몬 뒤로, 두 명의 여성들이 화장지 롤과 배관 청소 도구로 장식한 ‘대변 모양의 이모지 Poo Emoji’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솔로몬은 간혹 주먹을 휘두르며, 건즈 앤 로지스 Guns N’ Roses와 화이트 스트라입스 White Stripes의 록 기타 연주를 1990년대 힙합과 댄스 비트와 믹싱하며, 한 시간 동안 파티 참가자들의 흥을 돋웠다. 늑골을 통해 전해지는 베이스의 묵직한 중저음 사운드를 느끼는 동안, 인공 안개와 현란한 레이저 섬광들이 음악에 맞춰 간간히 발사되고 있었다. 솔로몬은 DJ 기기를 빠르게 조작하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곧 이어, 그는 빙고 플레이어스 Bingo Players의 ‘에브리보디 Everybody’를 틀었다(이 노래에는 "모든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무관심 한지 알고 싶어한다”는 도발적인 가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 노래 가사는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골드만 삭스의 나머지 이사회 멤버들이 아마 잠을 자는 동안, 그런 곳에서 노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품는 누군가를 겨냥한 ‘익살스러운 응답’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거의 새벽 3시까지 클럽에서 데킬라를 홀짝였다. 2017년 뉴욕 타임스가 DJ 디-솔의 정체를 폭로했다. 당시 그는 여전히 회사에서 ‘최고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두 명의 공동 사장 중 한 명이었다. 또한 사무실에선 잡담도 하지 않을 만큼, 최고의 프로의식을 가진 열정적인 관리자였다. (정체가 드러난 이상) 솔로몬은 사람들이 더 이상 그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는 걱정을 했다. 그들은 그의 ‘부업’ 활동을 일종의 중년 위기와 동일시하는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고문들은 그에게 그 활동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솔로몬은 "나는 잠시 동안 ‘내가 이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솔로몬은 그의 DJ 활동과 스포티파이 음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금을 마약 중독 관련 자선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그는 자신이 모금한 총액이 수억 원은 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런 의구심들은 곧 사라졌다. 당시 솔로몬의 상사이자 최고경영자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Lloyd Blankfein과 다른 사람들이 그의 활동을 지지한 뒤엔 특히 그랬다. 오늘날 솔로몬은 "그게 나의 본 모습이다. 아무도 내게 골프를 치지 말라고 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내가 CEO이기 때문에, DJ활동을 하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한다.

기존 관행에 대한 솔로몬의 불신(심지어 경멸)은 역시 그를 골드만 삭스라는 유서 깊은 기업의 정상에 오를 수 있게 한 결정적인 요소였다. 물론, 은행의 고참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거나, 편이 갈리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작년 10월 그가 CEO로 취임하고 얼마 후, 은행은 15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설립 때와 동일한 사명을 여전히 쓰는 대형 월가 은행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관이 된 것이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뉴욕에서 억만장자들이 모인 칵테일 파티가 열렸다. 솔로몬은 이 자리에서 시선을 의식한 듯 "오늘날까지 올바른 상황에 항상 올바른 경영자들이 있었다”며 자신을 낮추는 대신 회사의 전통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임기는 ‘역사적 대전환’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월가가 전례 없는 기술 혁명을 겪고 있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관점에서 볼 때 골드만은 다른 어떤 대형 은행들보다 더 큰 변화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임기는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끝은 미약했던’ 블랭크페인의 12년간 집권이 끝나는 시점에 시작됐다. 금융위기 발생 전 몇 년 동안, 골드만 삭스는 고위험 거래에 힘입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그 후 일부 고위험 거래를 다른 은행들보다 더 빨리 청산하며, 월가 전체에 미친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2008년 흑자로 돌아선 골드만은 이듬 해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렸다. 우수한 실적 덕분에, 경영자들은 어느 정도 주주환원정책을 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들이 수익을 주는 한, 투자자들은 그들의 불투명한 재무 공시, 그리고 급여와 특전에 대해 아낌없는 지출을 용인했다. 웰스 파고의 은행 분석가 마이크 메이오 Mike Mayo는 "그들은 정말로 월가를 주름잡았다. 매우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10년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금융 규제와 온라인 거래의 증가로 수익이 줄었다. 한때 골드만의 주 수입원이었던 채권과 상품과 같은 자산 부문에서, 주로 자동화 때문에 시장 조성 능력이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실제로 2009년 회사 순 매출에서 72%를 차지했던 시장 조성 비중이 2018년에는 37%로 급감했다(골드만이 현재 이 부문에서 차지하는 트레이딩 점유율은 더 높아졌지만, 오히려 매출은 감소했다). 아울러 골드만의 오래된 업무 방식이 장기간 잘 작동했기 때문에, 은행은 경기침체 이후 경쟁사들이 했던 ‘자기 반성’에 소홀했다. 메이오는 "골드만 삭스는 성공에 취해 개혁에 실패했다"라며, "그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경쟁사들 같은 진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골드만 자신이 ‘열등생’ 신세가 됐다. 인수합병과 IPO시장에서 여전히 1위지만, 2010년 이후 매출은 6% 감소했다. 그 결과 2018년 366억 달러에 그쳤다. 2019년에는 더 줄었을 것이다. 주가는 지난 5년간 금융 섹터와 S&P 500 대비 뒤처졌다. 실제로 미국 주요 은행들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설사가상으로 ‘대마불사’의 구제 금융에 대한 대중의 비판을 받으며, 최대의 평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뱀파이어 오징어(Vampire Squid)’ 캐리커처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골드만 삭스 출신의 전직 임원 두 명은 ‘1MDB’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투자 기금 중 수십억 달러의 자금 유용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합의금으로 골드만은 최대 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비드 솔로몬이 등장했다. 신장이 거의 190cm에 이르는 그가 블랭크페인이 앉았던 같은 집무실에 있는 모습을 보면, 전임자보다 말 그대로 머리 하나가 더 크다. 넓은 어깨와 당당한 모습의 솔로몬은 공격적이고 때론 전투적인 스타일을 보인다. 그에게선 블랭크페인 특유의 유머 감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매우 직설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아울러 블랭크페인이 좀처럼 건드리지 못했던 골드만의 관습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 앞에 놓인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이런 자질들이 필요할 것이다. 솔로몬은 회사가 과거 간과했던 신규 사업—대규모 퀀트 트레이딩과 회사의 지출 관리에서부터 덜 부유한 일반 고객들을 응대하고 중소기업들과 거래하는 것까지—을 통해, 골드만의 매출 신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은행의 효율성을 좀 더 밀어붙일 필요도 있다. 즉, 직원들은 (골드만 임원들을 매우 부유하게 만든) 급여를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젊고 영리한 투자자들을 기업의 인재풀로 유인해야 한다. 한때 골드만 삭스의 최고 경영자를 역임했고, 지금은 사모펀드 스톤 포인트 캐피털 Stone Point Capital 회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프리드먼 Steve Friedman은 "그가 ‘현상 유지’ 유형의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에서 파트너로 영입된 솔로몬은 ‘굴러들어온 돌’이었다. 그가 CEO로 선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사진=포춘US
다른 회사에서 파트너로 영입된 솔로몬은 ‘굴러들어온 돌’이었다. 그가 CEO로 선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사진=포춘US

솔로몬이 CEO에 올랐을 때, 프리드먼은 그에게 “기업의 일부 핵심적인 가치는 보존하되,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을 변화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솔로몬은 그 신조에 따라 회사를 이끌었다. 작년 3월 그는 양복, 넥타이, 신발 색깔 등 낡은 조항들을 담은 35페이지짜리 복장 규정을 파기했다. 이어 여름에는 직원 신원 조회에서, 약물검사 규정을 조용히 삭제했다. 한때 보안 요원들이 집행했던 ‘사무실 내 사진 촬영에 관한 전면 금지’ 조항도 사라졌다. 솔로몬은 이제 이런 사진들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주 올린다(하지만 그는 약물이나 사진 정책 변경에 대해 칭찬을 듣지 못하고 있다). 솔로몬은 "조직 내의 관료주의가 뿌리 깊다. 나는 그런 것들을 단순화하고 싶다”며 "우리가 시기와 두려움은 줄이고, 존경심은 더 받을만한 몇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관습 철폐 외에도, 솔로몬은 현실과 동떨어진 골드만의 명성을 타파하려고 노력 중이다. 은행이   비밀스럽고 위계적인 문화를 통해 구축해온 구시대 유물이다. 그는 마호가니 나무 바닥의 집무실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동료들이 대기실에 앉아 기다려야 하는 관행을 보고 무척 분노했다. 그는 그들이 두 단계의 접견실을 건너뛰고, 집무실 문을 직접 두드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직접 커피를 타 마시고, 부서별 회의에 예고 없이 나타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준비된 연설 내용을 거절한다. 비서실장 존 F.W. 로저스 John F.W. Rogers는 "그는 로마시대 근위병을 떠올리는 어떤 생각이나 이름도 싫어한다"고 말한다. 지난 수십 년간 회사는 3만 8,000여 명의 직원들과 주로 대량 음성메일을 통해 소통해왔다. 반면, 솔로몬은 참모들에게 “본사 11층 ‘하늘 로비’(엘리베이터와 카페 사이에 위치해 있다)에서, 전 세계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타운 홀 미팅을 소집할 방법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전 세계 73개 지점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따르는 노력과 비용이 과도하다고 판단, 그 아이디어를 포기했다.

지난 2018년 연봉 2,300만 달러를 받은 솔로몬이 늘 뉴욕 시를 지하철로 돌아 다닌다는 사실에 일부 이사회 멤버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는 "왜 지하철을 타지 않는가? 아니, 진짜로 왜 안 타는가?"라며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교통 수단이다. 뉴욕 시장이 지하철을 탈 수 있는데, 골드만 삭스 CEO는 왜 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한다.

한때 개인간의 파트너십 조직으로 운영됐던 골드만 삭스는 20년간 상장사를 유지해 왔다. 솔로몬은 “드디어 회사를 더욱 상장사답게 경영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블랭크페인이 분기별 콘퍼런스 콜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반면, 솔로몬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할 계획이다. 골드만 삭스는 1월 29일 맨해튼 본사에서 ‘투자자 데이’를 열고 300여 명의 주주, 애널리스트, 규제 당국 관계자들을 처음으로 초대할 예정이다. 솔로몬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혁신, 즉 3~5개년 전략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사는 시장이 너무 예측 불가능하다고 믿고, (장기 계획이 아닌) 1년짜리 예산만 세워왔다. 솔로몬은 "우리가 투자한 방법은 ‘열심히 불을 피우고 그 불씨를 다른 곳으로 조금씩 옮기는 방식’이었다"고 토로한다. 다시 말해, 골드만 직원들은 지난 해보다 올해 더 많은 돈을 벌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반면 미래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더 장기적인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계획은 전부 배제됐다. 투자 집중도를 강화하고 있는 존 월드론 John Waldron 최고운영책임자는 "우리가 골드만 삭스라고 해서,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어오르고, 더 많은 이익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간이 지나며 계속 성장하는 곳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모든 상황으로 인해, 골드만 삭스는 중요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 솔로몬은 회사가 다시 선도기업으로 변할지, 아니면 존재감 없는 평범한 기업으로 남을지 결정해야 한다. DJ 디-솔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그는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강력한 역할에 따르는 집중 스포트라이트에 여전히 적응 중이다. 솔로몬은 작년 가을 인터뷰에서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라고 개인적인 노력을 묘사했다. 동료들은 그런 식의 실용적이고, 꾸밈없는 사고방식이 현재 골드만에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솔로몬이 근무한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골드만 삭스의 고객이었던 델 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클 델 Michael Dell은 "그는 골드만이 21세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발전하도록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며, "초대형 유조선들이 항로를 변경하는 것이 힘든 것처럼, 대형 은행들의 변화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델의 형이 설립한 스타트업 클래리티 머니 Clarity Money는 재작년 골드만에 인수됐다).

2018년 10월 솔로몬이 CEO에 올랐을 때, 회사뿐만 아니라 그의 사생활도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는 최근 이혼을 마무리했다. CEO가 된 지 2주째에는, 솔로몬의 수집품에서 120만 달러어치의 와인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전 비서가 맨해튼 호텔에서 투신 자살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뉴욕에서 일요일 저녁 식사 데이트를 함께 했던 20대 두 딸 모두 그 해 여름, 정반대 지역으로 이사했다. 2년 전에는 아버지가 70대의 나이에 사망했다. 해밀턴대학 재학 시절부터 솔로몬을 알고 지낸 한 친구는 "그는 부모가 생전에 자신이 골드만 삭스 CEO가 되는 모습을 보기 원했다"며, "그에게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올해 58세인 솔로몬은 스스로 경력의 정점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자신이 싱글이고, 골드만 삭스 경영이라는 ‘사소한’ 일을 제외하면 더 이상 예전처럼 많은 책임들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며, "그리고 성격상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그것을 하겠다고 결정하면 그것을 할 것이다.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그것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집중력을 DJ와 수상보드 스포츠인 카이트서핑과 같은 취미에 쏟아 부었다. 일부 동료들은 그를 “밀레니얼 세대로 다시 태어난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이 항상 탁월한 성과를 냈던 골드만 삭스에서도 그런 집중력을 발휘했다. 2016년 말 그는 하비 슈워츠 Harvey Schwartz와 공동 사장으로 지명됐다. 그때부터 최고 경영자 자리를 두고 슈워츠와 경쟁하던 솔로몬은 승리할 확률이 적은 ‘약자(Underdog)’로 간주됐다. 솔로몬은 IB 업무가 전공이었던 반면, 라이벌인 슈워츠와 상사였던 블랭크페인은 모두 주식 트레이딩이 전문 분야였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굴러들어온 돌’ 취급을 받았다. 그가 1999년 베어 스턴스 Bear Stearns에서 파트너로 영입 됐기 때문이다. 내부 승진을 통해 그 자리까지 올라간 케이스가 아니었던 셈이다.

솔로몬은 DJ 활동 덕분에 사람들이 자신을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초기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사진=포춘US
솔로몬은 DJ 활동 덕분에 사람들이 자신을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초기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사진=포춘US

무엇보다도 솔로몬은 동료애가 끈끈한 회사 분위기에서 ‘미운 오리새끼’ 같은 존재였다(그는 한 때 맥도널드에서 일한 적이 있고, 골드만에 처음 두 번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또 다른 영입 인사는 “당신이 월가의 다른 회사 출신이라면, 골드만 사람들은 마치 당신을 TV속 흑백 세상(Pleasantville) /*역주: TV 시트콤 ‘플레전트빌’을 보던 주인공들이 이 흑백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으로 들어온 이방인처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회사가 합의 중심의 문화였다면, 솔로몬은 의지와 자기 주장이 강한 의사 결정자였다. 그는 직원들 면전에서 “당신은 올해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대놓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25명의 외부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동료들의 생각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적도 있다. 솔로몬이 과거 맡았던 IB 부문의 현 공동대표 그레그 렘카우 Gregg Lemkau는 "처음 몇 차례 대화를 가져보면, 그는 좀 잔인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사람들이 그걸 감사하게 여긴다. 허튼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렘카우는 한 동료에게 “당신이 잘했다고 칭찬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말해 줄 누군가를 돈 주고 고용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그럼에도 솔로몬은 사내 정치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목소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충분한 감성 지능을 가졌다. 아울러 그는 아랫사람들을 육성하고 다듬는 능력으로, 윗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솔로몬의 절친인 힐턴 CEO 크리스 나세타 Chris Nassetta는 "괜히 이런 말을 해서 그가 내게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데이비드가 ‘만인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더욱 단호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견지하기 위해, 솔로몬은 그런 ‘연인’의 이미지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골드만 삭스에 도입하는 그의 전략을 지탱하는 것은 실적 평가에 대한 더욱 엄격한 잣대다. IB 부서를 10년간 이끌면서 시험한 ‘지표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는 전통적인 (예를 들어, 각 행원이 거둬들인 수수료) 그리고 개인적인 (주니어 애널리스트를 토요일마다 근무하지 못하게 한 그의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 주요 평가요소들을 반영한 통계 보고서를 받곤 했다. 그는 연말 평가에서 일부 직원들에게 “세부적인 평가 결과에 대해 해명해보라”고 요구하며, 그들을 놀라게 했다. 엄격한 ‘재정 원칙주의자’인 그는 급여가 갑자기 급증한 일부 매니저들을 해고하고, 값싼 사람들로 대체했다. 퇴사한 직원들은 “해고 말고도, 보너스 시즌에 상여금을 받지 못하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했다. 일례로, 골드만과 고용 계약이 끝나기 전에 다른 일자리를 수락한 사실이 적발된 젊은 애널리스트들을 해고하기도 했다. 솔로몬은 그런 행위를 ‘이해 충돌’이라고 느꼈다. 그는 자신의 철학에 대해 “규율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신중한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한다.

골드만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는 방식에서, 솔로몬의 경영 철학이 가장 잘 나타난다. 그는 이 문제가 아래에서부터 시작됐다고 결론짓고, IB 직원들에게 2017년을 기점으로 신입 애널리스트의 50%를 여성으로 채울 것을 지시했다. 곧 이어 모든 신규 채용자들로 확대 적용됐다. 한편, IB 직원들이 여성 비율을 대략 40%에서 49%까지 확대했지만, 보너스 점수를 받지 못했다. 렘카우는 "예를 들어, 그에게 어느 정도 잘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며 "그것이 데이비드의 진짜 모습"이라고 회상한다. 작년에 채용된 IB 부서의 애널리스트들은 회사에서 최초로 남녀 평등을 달성한 주인공들이다. 골드만은 회사 전체적으로 2020년 채용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을 더 많이 뽑을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의 파트너이자 전 백악관 고문인 디나 파월 Dina Powell은 작년 10월 열린 포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상회의에서 "그는 정말로 유리 천장을 깨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몇몇 동료들은 솔로몬의 접근 방식을 묘사하기 위해 ‘유리 깨기(Breaking Glass)’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마치 할머니의 골동품들을 뒤지면서 무엇을 저당 잡힐지, 그리고 무엇을 내다버릴지 결정하는 것처럼, 골드만의 오래된 관습을 기습 공격하는 사람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는 CEO로 부임한 첫날, 회사 조직에 뿌리 깊은 ‘부서 이기주의’ 타파를 목표로 메모 하나를 발표했다 솔로몬은 당시 “하나의 골드만 삭스만 있을 뿐이다(One Goldman Sachs)”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어느 부서에 속해 있든, 사내에서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를 창출할 경우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앨리슨 매스 Alison Mass IB 사업부 회장은 “그 메모 메일이 받은 편지함에 도착한지 몇 분만에, 나는 회사에서 모르는 직원들로부터 50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중에는, 내 고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지원 부서 직원들도 있었다”며 “말 그대로 솔로몬은 열쇠를 돌려 문을 열어, 모든 직원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했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솔로몬은 골드만의 IB 전략 수정에 나섰다. 수많은 고객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것처럼, 자체적으로 전면적인 사업 검토에 착수했다.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90분간의 회의 동안 무려 40개의 질문을 던지며, 골드만의 사업을 ‘뼛속까지’ 해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티븐 셰어 Stephen Scherr 최고재무책임자는 "그는 형식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솔로몬은 "성소(Sacred Cow) /*역주: 지나치게 신성시되어 비판과 의심이 허용되지 않는 관습 및 제도/는 없다"고 선포했다. 여기에는 트레이더 출신의 블랭크페인이 변화를 저항했던 증권 부서도 포함됐다. 지금까지 솔로몬은 더욱 자동화한 트레이딩과 후방지원 업무의 통합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일부 일자리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또한 골드만의 고액 자산가를 대하는 PB 업무와 소매 업무를 단일화했다. 두 고객층을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과거 베어 스턴스에서 솔로몬의 상사로 일했고, 현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상임 회장을 맡고 있는 앨런 슈워츠 Alan Schwartz는 "금융업계에서 매우 꼼꼼하면서 동시에 전략적인 리더는 거의 없다"며, "데이비드는 둘 다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한다

성소의 희생(관습 철폐)은 골드만의 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것이다. 아울러 IT 인프라 확충에 따른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소매업 부문의 IT 구축에만 13억 달러가 투입됐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직원들이 누렸던 호화로운 특전의 축소를 의미한다. 일부 고위 간부들은 과거 호시절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던 출장 관행이 이제는 이코노미석으로 바뀐 사실에 한탄한다. 또한 오늘날 골드만에서는 파트너급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뉴욕 본사 밖에서 대기하는 검은색 의전 차량을 타고 회의장에 갈 수 없다. 대신 우버 이용을 권유 받는다. 솔로몬은 “회사 경비에 관한 정책결정은 너무 사소한 사안이어서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경비와 생산성에 대한 기준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 스테퍼니 코헨 Stephanie Cohen은 "우리가 ‘운영의 효율성’을 말할 때, 데이비드가 생각하는 방식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비용이다. 당신도 비용이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골드만 삭스가 지난 여름 애플과 첫 제휴 신용카드를 출시한 이후, 솔로몬은 새로운 장기를 선보여왔다. 그는 우선 "전화기를 꺼내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 2분간 화면을 몇 번 넘긴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사회보장번호의 마지막 네 자리 숫자를 요구한다. 솔로몬이 사실상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을 위해 애플 카드 계정을 개설했던 것이다. 그는 "이건 꽤 쉽지. 그렇지? 완벽하지는 않지만"이라고 말한다.

애플 카드—아이폰의 모바일 지갑을 위해 맞춤 제작됐으며, 카드 번호가 없는 티타늄 재질의 실물 카드다—는 골드만 삭스가 2016년 출범한 신생 소매업 은행 마커스 Marcus가 애플과 협력해 만든 결과물이었다. 은행 내부에서 이 카드는 ‘프로젝트 쿠키 Project Cookie’라는 코드명으로, 애플은 ‘토성(Saturn)’으로 각각 불렸다. 애플의 다양한 파트너사들 가운데 하나인 골드만이 애플의 궤도를 도는 수 많은 위성 중 하나처럼 간주됐기 때문일 것이다. 골드만의 로고는 결국 마스터카드와 함께, 화이트 메탈 재질의 직사각형 뒷면에 붙게 됐다(모바일 버전에서는 아예 볼 수도 없다).

이 신용카드의 개발은 골드만 삭스에 대한 우화처럼 회자되고 있다. 즉, 150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사업을 알아보던 골드만이 드디어 신용카드를 개발했다. 그런데 때때로 사업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다. 골드만은 최근까지 스스로도 소매업 은행이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금융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고 증권사에서 일반 은행으로 ‘신분’이 바뀐 뒤에도 그랬다 /*역주: 2008년 금융 위기 책임을 지고, 증권사에서 전통적인 은행으로 변경하겠다는 요청을 했고, 연준이 이를 받아들였다/. 렘카우는 "우리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매출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골드만은 올해 말까지 신규 사업에서 연 50억 달러의 매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커스는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솔로몬과 골드만 모두 스스로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는 IT를 접목한 소매업 은행만큼은 적어도 샌프란시스코 차고를 가득 채운 창업자들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출범 3년 차인 마커스는 동일한 기존 기업 문화를 유지한 채,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려다 보니 많은 문제에 부딪혔다. 우선, 인수한 여러 기업들—최근 20년간 최대 규모인 7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해 지난해 인수한 자산관리회사 유나이티드 캐피털 United Capital도 포함된다—이 있다. 여기에다 빅4 컨설팅 회사 중 3곳에 동시에 아웃소싱 된 엔지니어들과 사내 엔지니어들도 있다. 전 마커스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바벨 Babel /*역주: 고대 바빌론에서 하늘까지 닿도록 탑을 쌓으려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서 언어의 혼란이 일어났다/ 같은 혼란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묘사한다. 엔지니어들은 골드만 컴퓨터가 기능을 제한하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Compliance System의 실행을 요구하는 방식에 화가 났다. 그래서 이들은 그것을 “쿠슈너 Kushners”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맥 컴퓨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작동시키면서 유명해진 방식을 언급한 것이다. 골드만은 신용을 평가할 자체 고객 정보가 없다 보니, 마커스가 실행한 대출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큰 손실이 발생했다. 애플 카드 출시도 문제가 많다. 뉴욕 금융 당국은 골드만의 신용한도 알고리즘이 성차별적 편견을 가졌는지 조사를 시작했다(은행은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커스는 여전히 모바일 앱조차 없다(은행과 가까운 소식통이 “곧 출시될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회사의 최대 강점은 ‘규모의 경제’다. 현재 550억 달러의 예금과 50억 달러의 대출이 있다. 대부분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솔로몬은 "자칫 위험을 무릅쓰면 실수를 하고 손해도 본다. 결국 일이 잘못된다"며, "(스타트업과의) 유일한 차이는 우리는 거기에 서서 확성기로 공개적으로 ‘빨리 가서, 혁신해’라고 몰아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골드만 이사회에서 물러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빌 조지 Bill George는 “’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에 대한 솔로몬의 날카로운 예측 능력 덕분에 그가 CEO로 선택됐다. 당신은 프로농구 선수들이 뒤통수에 눈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그런 말초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모두가 원하는 파트너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을 묘사하는 문구가 골드만 삭스 내에 오랫동안 존재했다. 바로 ‘실적 킬러(Economic Killer)’라는 표현이다. 한 전직 이사는 "그것이 유일하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곤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킬러들은 정상으로 가는 길에, 정말 ‘죽이게’ 달성한 결실을 맛봤다. 보너스는 사실상 전적으로, 그들이 그 해에 회사를 위해 벌어들인 수익에 따라 지급됐다.

솔로몬이 회사 내 협업을 더욱 촉진하고자 하며, 그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은 골드만의 보수체계를 재평가하고 있다. 인건비는 작년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가장 큰 지출 항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적 킬러’가 누구인지에 대한 재정의를 의미한다. 보상 논의가 시작된 지난 연말 무렵, 새로운 지침은 보너스를 회사의 새로운 우선 순위들과 더욱 연계하도록 했다. 일례로, 3년간의 목표와 다양한 채용, ‘하나의 골드만 삭스’ 정신의 참여 정도, 회사의 전반적인 수익 등을 고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변경으로 직원들의 보상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잠재적으로 위험에 처할 것이다. 특히 일부 사람들이 주식 강세장이 곧 끝날 조짐을 보인다고 확신함에 따라 더욱 그렇다. 최근 회사를 떠난 한 파트너는 “현실적으로 볼 때, 향후 시장이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솔로몬과 그의 임원진 모두 자신들의 급여를 삭감할 의도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2019년 첫 9개월간 배정한 보상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나 감소했다. 매출이 7% 줄어든 것보다 훨씬 더 급감한 수치다. 직원들은 이 수치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전직 이사는 "100만 달러의 보수는 이제는 300만 달러와 같은 무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파트너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소위 이사(Managing DirectorㆍMD)급의 작년 보수 기준은 보너스를 포함해 75만 달러 근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경향은 최근 파트너들이 이탈한 원인이나 결과일 수 있다(혹은 둘 다일 수 있다). 그들 중 약 10%가 솔로몬이 경영을 맡은 이후 퇴사를 발표했다. 그리고 작년 말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났을 것이다. 최고운영책임자 월드론의 표현처럼 “솎아내기(Thinning Out)” 전략 덕분에, 회사는 더 젊고 미래 지향적인 임원들을 적극적으로 승진시키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솔로몬은 “내 유일한 의도는 젊은 직원들이 승진하고, 반면 여기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들은 이른 시일 내에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결과, 솔로몬은 현재 골드만 삭스 직원의 75%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솔로몬 자체가 은행이 기다려온 변화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동시에, 그는 골드만 삭스에서 경력의 정점(파트너십)에 훨씬 어렵게 오르도록 만드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약 440명인 파트너 수를 400명으로 더욱 줄이고자 한다. 블랭크페인 재임 동안, 정체된 매출에도 파트너 수가 약 63%나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이런 조치는 설득력이 있다. 파트너십은 여전히 회사의 ‘성배’로 남아있다. 하위직 직원들이 오랫동안 다른 월가 회사들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소위 ‘골드만 디스카운트 Goldman Discount’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유가 바로 파트너십 때문이다. 즉, 훨씬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기회를 택하는 것이다. 솔로몬은 “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기서 정말 성공해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면, 정말 출세하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반대급부를 따져 보면, 대부분 사람들에게 골드만 삭스는 엘리트를 위한 안식처로서 ‘과시적인 특전’이 별로 없는 직장일 수 있다. 솔로몬은 "나는 골드만 삭스를 더 폐쇄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사실 그 반대”라며 "더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한, 그리고 더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일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쨌든 많은 젊은 골드만 종사자들은 호황 시절도, 구제 금융 시절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디-솔과 함께 클럽에서 셀카를 찍는 것만큼 은행을 상징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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