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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마리화나 업계의 ‘해결사’

WHERE THERE’S SMOKE

  • 기사입력 2020.01.30 13:38
  • 기자명 Richard Morgan 기자

마리화나를 둘러싼 일련의 법망을 피해가는 일만으로도 대마초 사업가들은 골치가 아프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필로 Fyllo가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By Richard Morgan

성대한 만찬 음식들이 더 체이스 The Chase—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된 토론토 시내의 루프톱 레스토랑—의 긴 테이블 위 2곳에 차려졌다. 식사를 마친 후, 시카고에 소재한 마리화나 광고 IT 스타트업 필로의 경영진은 술과 마리화나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레스토랑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

필로의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촉 Michael Chock은 마리화나 잎을 넣은 전자담배를 매우 힘껏 빨아들인 후,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오늘 정말 좋은 날이죠?"라고 물었다. 활짝 웃고 있는 그의 얼굴 전체로 연기가 퍼져나갔다. 필자도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경영진은 저명한 국제 마리화나 비즈니스 콘퍼런스인 엠제이비즈콘 MJBIZCON에 참가 중이다. 이곳에서 필로는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다. JW 애셋 매니지먼트와 K2 벤처 캐피털 같은 대형 투자사들로부터 1,600만 달러에 이르는 시드머니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가로 200만 달러를 투자 받을 예정이다. 그들의 행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소위 마리화나의 대부들 중 한 명인 힐 & 거트너 캐피털의 론 거트너 Lorne Gertner가 이사회에 합류한 것이다. 게다가 의료용 대마초 판매사 쿠럴리프 Curaleaf와 마리화나 품종 육성업체 팬시 위드 Fancy Weed, 마리화나 제품 평가사 어 프로퍼 하이 A Proper High—촉은 “마리화나 업계의 배니티 페어 Vanity Fair 잡지”라고 불렀다—가 업무 제휴를 요청했다. 이들은 지금 필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경영진은 또 이날 오후 트위터—이 회사의 글로벌 브랜드 대표 케이티 포드 Katie Ford는 이미 필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와도 미팅을 가졌다. 한마디로 마리화나 투자서클에서 토론토의 ‘금융 큰손(Bay Street Mafia)’으로 알려진 유력인사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목요일에 올린 성과로는 나쁘지 않았다.

필로의 가장 큰 장점은 온라인 플랫폼 칸나브레인 CannaBrain이다. 이 플랫폼은 제 각각이던 미국의 마리화나 관련법을 지역별로 세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이로써 자동적인 법률 준수 (Automated Compliance) /*역주: 인공 지능 기술 등을 이용해 법률 준수 절차를 간소화하는 기능/와 광고가 가능해졌다. 마리화나 합법화와 투자, 제품 개발, 판매와 관련된 거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필로는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회사는 광고, 유통, 성장, 라벨링, 허가, 마케팅, 그리고 마리화나 사업과 관련된 기타 세부사항 등 골치 아픈 절차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필로를 마리화나 업계의 초창기 더블 클릭 DoubleClick이나 페이팔 PayPal 같은 기업으로 생각하면 된다. 회사는 초기 IT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처럼 ‘선 플랫폼 제공, 후 이익 환수’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곧 업계 표준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희망한다.

필로의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촉이 시카고 본사 밖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포춘US
필로의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촉이 시카고 본사 밖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포춘US

최근 집계에 따르면, 필로는 의료용 마리화나 공급업체부터 워싱턴 주에 있는 식용 부티크 매장에 이르기까지 총 15곳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필로는 오는 3월까지 3,000만 달러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매출을 상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촉은 “회사가 2020년 2분기에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로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우량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을 따라, ‘직접 성공을 만들기보다 외부수혈하는’ 전략을 활용하려 한다. 이 스타트업은 또한 입소문과 물리적인 광고판, 원시적인 이메일 리스트 등에 의존하는 마리화나 업체들(대부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의 성향을 이용하길 희망한다.

포드는 "필로는 구글이 아니다. 정말 다행이다. 소규모 업체들은 가장 적합한 사업모델과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말 힘든 작업이다. 거기에다 대규모로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한다”며 “업체들이 처리하기 쉬운 모든 작업을 마치면, 필로는 (제품 및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는) 마무리 작업을 한다. 아울러 고객사들의 사업위험도 줄여준다. 그들은 2020년 시행되는 캘리포니아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법을 50개 버전으로 만들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문화적ㆍ법적 격변 속에서, 마리화나 사업은 좋게 보면 ‘열기가 달아오른’ 상태고, 나쁘게 보면 ‘혼란스러운’ 상태다. 은행들은 마리화나 산업의 호황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자칫 연방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리화나를 엑스터시, 헤로인, LSD, 페요테 Peyote처럼 ‘법률로 소지와 사용을 규제하는 마약’인 스케줄 I Schedule I로 간주하고 있다(마약단속국은 코카인, 필로폰, 옥시 콘틴 OxyContin, 스케줄 II 약물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한편, 오늘날 중요한 직책을 맡은 관계자들이 마약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FBI가 ‘3년간 마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는 정부 요건을 충족하는 해커와 프로그래머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아울러, 마리화나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엄청난 실수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회사 주가에 대해 420차례나 농담을 올렸다는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4,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그리고 개인 전용기에서 마리화나를 피운 것으로 알려진 전 위워크 CEO 애덤 뉴만 Adam Newmann은 ‘고삐 풀린 리더’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장의 질서를 잡아주는 곳이 필로다. 캐나다 금융 서비스업체 파운틴 애셋의 앤드루 파크스 Andrew Parks 최고경영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CEO를 해임해도, 은행은 잘 굴러간다. 하지만 마리화나 산업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필로 경영진은 회사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평가한다(그 자신도 투자자로서 루프톱 파티에 참가했다).

필로의 CEO 채드 브론스타인 Chad Bronstein이 경영진 사이에서 사실상의 보스 역할을 한다. 회사를 공동 설립한 다른 동료들이 그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도록 하기 때문이다. 한편, 회장 브렌트 스코다 Brent Skoda—그의 부친이 설립한 회계법인이 바로 스코다 미노티 Skoda Minotti다—는 5학년 때부터 주식 데이 트레이딩을 시작하며 연마해온 사업 감각을 회사에 불어넣었다(그는 불과 15세 때, 메릴린치의 개인고객 그룹에서 기업인수를 실행하는 역할을 했다).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아리스톨 루미스 Aristotle Loumis는 미국 안경 스타트업 와비 파커의 그리스판 회사(엘리슨 아이웨어)를 창업한 후, 마르커스 레모니스 Marcus Lemonis라는 사업가에게 매각했다. 콘래드 리스코 Conrad Lisco 최고마케팅책임자는 ‘함께 살고, 함께 죽자!’라는 구호 하에서, 모든 직원들을 단결시키고 있다. 그리고 촉은 무리 가운데 자기관리에 가장 철저한 인물이다. 스스로를 (로마신화의 불과 대장장이를 상징하는) “벌컨 Vulcan“이라 부르는 그는 개인 트레이너에게 식단 사진을 문자로 보낼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최고 데이터 및 감사책임자 니콜 코스비 Nicole Cosby의 멋진 여성스러움이 남자 형제들(Bro-y) /*역주: brother와 boy의 합성어/의 허세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글로벌 광고회사 퍼블리시스 Publicis에서 미디어 기술 표준 및 파트너십 수석부사장을 역임한 그녀는 더 체이스 레스토랑 연회의 벤처 테이블 끝에서,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다. 코스비는 “‘시험해보고(기고), 실행해보고(걷고),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뛰는) 것은 언제나 스마트한 방식”이라며, "하지만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있는 마리화나 산업에는 더욱 완벽한 방식이다. 우리는 최초로 업계 표준을 세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마리화나 판매업자와 이들이 집에서 바삭하게 말린 마리화나 잎의 명성은 그 동안 업계 표준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양말 없이 구찌 간편화만 신고 회의에 참석한 촉은 사람들과 정신 없이 악수를 나눴다. 캐나다 최초의 여성 전 총리 킴 캠벨 Kim Campbell도 왔다는 소식을 들은 한 참석자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래, 그래… 안녕”. (캠벨의 성을 착각한) 그 남성은 촉을 향해서도 고객을 끄덕이며 “그런데 이 남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죠"라고 물었다.

 

▲필로에 대한 팩트 체크

-천재 플랫폼
칸나브레인은 1만 7,625건의 미국 및 캐나다 판매처 재고, 현지 관련법, 운영 시간, 개업 허가, 가격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 휴대폰 위치 서비스로 확인한 방문객 수, 고객 구매 기록, 그리고 오라클 데이터 클라우드로부터 얻은 온라인 구매 행위 정보를 포함한 20개의 데이터 목록도 통합하고 있다.

-공동 노력
필로는 작년 5월 이스라엘 하이파에 사무실을 개설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엔지니어 4명이 이미지 인식, 자연 언어 처리, 머신 러닝, 인공 지능, 그리고 풀 스택 /*역주: 데이터베이스, 웹서버, 서버 사이드 코드, 브라우저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운영 체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 개발을 하고 있다. 

-사세 확장
필로 측은 상위 3개 마리화나 전문 POS 업체들을 포함한 파트너십을 통해, 합법적인 미국 시장의 80%를 커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사들이 광고비 대비 4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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