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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리더의 발목을 잡는 ‘후견지명’을 경계하라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리더의 발목을 잡는 ‘후견지명’을 경계하라
  • 신제구 교수
  • 승인 2019.12.2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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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리더의 선견지명은 리더를 존경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히지만, 후견지명은 리더를 의심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리더의 후견지명을 강화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경계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해본다. / 신제구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리더가 존경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이 하기 힘들어하거나 피하고 싶은 일을 기꺼이 감당해내야 리더로서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닐까? 리더는 반드시 탁월할 필요는 없지만 비겁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고, 일 또한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솔선수범은 오랫동안 중요한 리더십 덕목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아 왔다. 솔선수범이란 ‘구성원의 자발적 추종에 대한 리더의 용기 있는 선제적 실행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를 점검하여 미래 지향적인 리더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대표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리더가 선견지명이 아닌 ‘후견지명(後見之明; Hindsight Bias)’ 행위를 선택한다면 리더는 원망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후견지명이란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후 마치 처음부터 그 일의 결과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라고 정의한다. 마땅히 리더가 먼저 나서고 먼저 의사결정 해주며 먼저 책임감 있는 지원을 해줘야 하지만 그러한 기능이 정지된 상태에 있는 리더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어떤 업무를 추진할 때 리더가 책임지기 싫어서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거나 의사결정을 회피하며 구성원을 앞장세워 업무를 추진한 후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을 경우에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책임을 구성원 탓으로 전가하는 품위 없는 리더의 대표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서 구성원이 자신의 리더를 추종하는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본인보다 더 뛰어난 실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구성원들의 성공을 지원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리더가 먼저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를 과장하며 미래를 회피한다면 그 리더를 따를 구성원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구성원들에게도 이기심과 판단력은 있다. 억울한 책임을 무작정 떠안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실력도 없고 비겁하기까지 한 자신의 리더에게 무한 애정을 쏟는 정신 나간 구성원은 없다.

따라서 리더의 후견지명은 구성원들에게 쉽게 들키는 리더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후견지명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리더도 있겠지만 의사결정의 순간이 많은 리더에게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후견지명으로 오해를 받는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리더는 평소 자기 일을 대하는 태도와 의사결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리더의 진심은 부하의 해석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리더의 생각과 구성원의 생각이 늘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 사라진 표현이 바로 ‘우리 직원들은 내 마음을 알겠지?’이다. 전혀 모른다.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바쁘고 자신을 보호한다.

리더의 완벽주의 또한 후견지명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행동은 종종 실수와 실패에 대한 공포감을 유발해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강력한 욕구를 갖게 하다. 이러한 욕구는 선견지명을 위험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후견지명은 생존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런 리더의 후견지명은 구성원들의 눈을 속이기 어렵고 그들의 의심을 피할 수 없게끔 쉽게 노출된다. 본래 리더는 베푼 일을 먼저 생각하고 추종자는 섭섭함을 먼저 생각하는 법이다. 구성원의 눈은 더 무서워졌다. 리더의 선견지명은 리더를 존경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었고 후견지명은 리더를 의심하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리더의 후견지명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습관화’된다는 점이다. 후견지명을 반복하다 보면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내성이 생기면 흔한 일이 되어 죄책감도 사라지고 만다. 이 정도 되면 후견지명은 일종의 정신착란 수준으로 변질된다. 아울러 후견지명에는 구성원에 대한 무관심과 비양심적 이기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불안감은 높아지고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책임지는 일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후견지명을 불가피하게 선택하여 구성원의 희생을 거침없이 초래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리더가 후견지명을 선택한다면 오히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수 있다. 즉 바다 위를 표류하는 사람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위험한 행위다. 일시적인 위험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더 큰 불행을 야기할 수 있다. 후견지명의 위험을 파악하려면 먼저 리더의 후견지명을 경험한 구성원의 반응을 살펴보면 간단하다.

첫째, 리더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 리더의 어떤 말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둘째, 리더의 약점을 파악하고 확보하여 리더의 후견지명에 대한 반격을 준비한다. 셋째, 리더의 후견지명을 나쁜 인간성으로 포장하여 주변에 은밀히 홍보하며 동지들을 확보한다. 넷째, 리더의 모든 행위를 나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믿어버린다.

따라서 리더의 후견지명은 단순히 특정한 업무의 책임을 전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간성 자체를 강하게 의심받는 꼴이 될 수 있다. 갈수록 사람들의 예민함은 높아졌고 인내심은 낮아졌다. ‘다모 클래스의 칼’처럼 리더가 누리는 권력은 조직으로부터 빌려온 것이고 빌려온 권력을 사유화 순간부터 리더는 위험에 빠지고 만다.

또한 리더가 반드시 해야 할 의사결정 행위를 지연시키거나 그 결과에 대한 의도적인 회피는 리더의 종말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후견지명은 한번 행해지면 반복될 위험이 있다는 점과 반복된 후견지명은 리더의 실력과 됨됨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거나 그 결과의 신상필벌을 따질 때 많은 경각심이 요구된다.

물론 후견지명을 완벽하게 극복하기는 어렵다. 조직에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정치적 행위를 해야만 할 때도 있고, 자신의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반복을 피하는 동시에 평소 구성원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후견지명의 위험을 완화시켜야 한다. 불가피한 후견지명으로 구성원들의 불만을 살 수는 있지만, 설득을 통한다면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구성원과의 신뢰가 없다면 리더의 후견지명은 자신의 리더에 대한 저항을 정당화시켜주는 명확한 계기가 되고 증거가 된다. 리더의 잘못에 대해 실제보다 더 가혹하게 평가를 받기 때문에, 후견지명은 리더의 불행을 초래하는 확실한 예측 변인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리더가 이를 반드시 알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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