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포춘코리아] 강소기업 CEO를 찾아서 | 남명수 제일테크 회장

국내 환기시스템 분야의 히든 챔피언
기술 투자로 업계 선두 확실히 굳힌다

  • 기사입력 2020.01.02 09:39
  • 최종수정 2020.01.02 10:41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제일테크는 환기시스템 분야 강소기업이다. 1988년 창사 이래 오직 환기시스템 사업 외길을 걷고 있다. 남명수 제일테크 회장을 만나 제일테크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에어덕트 제조 공장 안에서 포즈를 취한 남명수 제일테크 회장. 사진 차병선 기자.
에어덕트 제조 공장 안에서 포즈를 취한 남명수 제일테크 회장. 사진 차병선 기자.

남명수 제일테크 회장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양주시로 향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걸려 제일테크 본사에 도착했다. 사무동 건물은 단출했다. 반면 그 옆에 자리 잡은 공장은 큰 규모를 자랑했다. 공장 입구엔 굵고 긴 파이프들이 이동식 작업대 위에 가지런히 서 있었다. 
활짝 열려 있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 봤다. 기계 앞에 선 작업자들이 내식성이 우수한 갈바륨(알루미늄∙아연 도금 강판)으로 파이프를 만들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작업자들이 이 파이프에 작은 관을 용접해 연결하고 있었다. 주방과 화장실 환기시설에 필요한 에어덕트용 파이프 제작 현장이다.
공장 옆에 따로 마련된 연구동에서 남명수 회장을 만났다. 단단해 보이는 얼굴에서 눈빛이 반짝였다. 제일테크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그는 아주 전문적이고 정리된 생각을 전달했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쾌적한 실내 공기질 유지하는 ‘세대 환기시스템’
제일테크는 환기시스템을 제작∙설치 시공하는 기업이다. 남명수 회장은 환기시설에 대한 법규나 기술 정보조차 없었던 시절, 열정 하나로 국내 최고 환기시스템 전문 업체를 일궈냈다. 현재 우리가 공동주택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주방∙욕실 환기시스템은 제일테크가 2003년 특허를 내고 생산한 제품이 원형이다. 특허를 보장받았던 지난 15년 동안은 제일테크가 이 시장을 독차지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타 업체에서 내놓는 주방∙욕실 환기시스템 제품도 제일테크 설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제일테크는 같은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20개 기업 중 선두주자다. LH공사가 발주하는 환기시스템 물량의 절반을, 민영 건설사 발주 물량의 30%를 납품하고 있다. 제일테크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210억 원이다. 임직원 수는 200여명에 달한다. 제품 생산 부문에 50여명, 현장 설치팀에 150여명이 근무한다. 
현재 제일테크가 주력해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세대 환기시스템’이다. 공동주택 등의 밀폐된 실내공간에 갇힌 공기를 자동으로 바깥 공기와 순환시키는 장치다. 
남명수 회장은 ‘쾌적한 삶을 위해선 깨끗한 공기가 필수’라며 입을 열었다. “요즘 창호 시스템 기밀 성능이 좋아졌어요. 특히 겨울철에는 창을 열고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내 공기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요즘엔 사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창을 열지 않고 공기청정기만 사용해요. 이건 잘못된 생활 습관입니다. 이렇게 하면 먼지는 걸러지지만 밀폐된 실내 공기 속 산소 포화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올라가요. 건강에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세대 환기시스템입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 대기환경은 물론 주거 환경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실내 공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430만명으로 실외 공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명수 회장은 연구소에 있는 세대 환기시스템 제품을 직접 보여주며 쉽고 조리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환기시스템과 공기청정기의 장점을 통합한 기기입니다. 미세먼지 등에 오염된 외부 공기는 제품에 장착되어 있는 헤파필터를 거쳐 깨끗한 상태로 실내로 들어옵니다. 실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청정기능으로 다시 정화합니다. 실내에서 산소 농도가 떨어진 공기는 환기를 통해 외부로 내보냅니다. 또한 제품 내에 열교환기를 장착해 겨울철 환기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실내 공기질을 항상 깨끗하게 관리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세대 환기시스템은 실내 환기 필요성 증가에 따라 설치가 법제화되었다. 국토교통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06년 이후 지어진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은 환기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06년 환기장치 설치가 의무화되자 제일테크는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일테크는 2019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급•배기겸용 축열회수 환기시스템’이다. 열교환율이 우수한 알루미나 세라믹 축열소자를 적용해 열교환율을 20% 이상 향상시켰다. 또한 급기와 배기를 교대로 실행할 수 있게 만들어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배관을 하나만 사용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단일배관을 적용한 덕분에 시공 설치비를 기존 제품 대비 36% 절감할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중댐퍼를 적용해 기존 환기시스템 내부에 생겼던 결로 현상을 원천적으로 방지했다. 미세먼지를 96% 이상 거를 수 있는 헤파필터도 당연히 채택하고 있다. 배관 내부를 청소할 수 있는 기능도 적용했다. 
남 회장은 연구소에 있는 신제품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다. “실내 환기를 위해 설치된 파이프 길이가 보통 30미터에 이릅니다. 그런데 필터에서 걸러지지 못한 초미세 먼지는 배관 안에 쌓이게 되요. 그래서 저희 신제품은 배기모드 시 강하게 바람을 뿜어내 자동으로 파이프 내부를 청소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깨끗한 배관 상태를 유지해 깨끗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 제품에 설치된 ‘환기용 급배기 장치’는 특허를 받았다. 환경부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LH공사가 공모한 사업에서 우수신기술 제품으로도 선정됐다. 

새로운 세대 환기시스템 구조를 설명하는 남명수 회장. 사진 차병선 기자.

지식재산권만 97건 보유한 기술 기업
남명수 회장은 유통업을 하면서 사업에 첫 발을 디뎠다. 그는 1976년 부산에서 슈퍼마켓 가맹 사업을 시작했다. 남 회장이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31세때였다. 남 회장이 말한다. “슈퍼마켓 가맹사업체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던 친구에게 사업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친구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사업 시작 1년만에 부산과 경남 지역에 슈퍼마켓 체인점을 220개까지 늘렸죠.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사업 시작 1년만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당시 동네마다 있었던 작은 생필품 판매점들이 슈퍼마켓 체인점을 도매상처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슈퍼마켓에서 싸게 파는 주류 제품을 많이 사갔다. 차익을 남기려던 생필품 판매점들의 행태는 유통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로 간주됐다. 결국 당시 정부는 6개월동안 슈퍼마켓의 주류 판매를 금지시켰다. 
남 회장은 말한다. “타격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주류 판매 수익이 워낙 좋았으니까요. 1년동안 벌었던 돈이 그 6개월 동안 거의 사라졌습니다.”
결국 남 회장은 당시 롯데그룹 계열사였던 유통체인 ‘농심가’에 사업을 넘겼다. 남 회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그때가 최고였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때 추억에 지금도 가맹 사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하하.”
이후 그는 다른 사업거리를 모색했다. 마침 엔지니어였던 친인척이 환기설비 사업을 제안해 1988년 제일공조산업을 창업했다. 당시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시작한 회사는 1994년 법인으로 전환하며 법인명을 제일테크로 변경했다. 1988년 창업 이후 제일공조산업(제일테크)은 대우그룹에서 나오는 환기∙배관 시스템 물량을 대량으로 수주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제일테크는 대우그룹의 운명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 사태를 직격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남 회장이 말한다. “바로 부도 어음이 돌아왔어요. 당시 임직원이 50명 정도였는데 이들을 불러 모아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이라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현금이 돌지 않으니 직원들 월급을 줄 수가 없었다. 남 회장은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때 직원들이 남 회장에게 제안을 했다. “6개월 동안 월급 절반만 받고 일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직원들 얼굴을 보니 차마 문을 닫을 수 없었습니다.”
남 회장과 직원들은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일에 매달렸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일하던 그는 생각보다 빨리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남 회장이 말한다. “외환위기 초기 경쟁업체들이 부도나면서 환기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 수가 확 줄어든게 저희한테 기회로 돌아온 겁니다. 원래 타 업체에서 가져갔던 수주 물량을 제일테크가 다 소화하기 시작한 거였죠. 그러면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3개월만에 직원 월급을 100% 줄 수 있었어요.” 
이후 제일테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있다. 제일테크는 끊임 없이 기술 투자에 매달렸다. 제일테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일했던 전문 인력들을 스카우트해 연구소 인력으로 투입하고 있다. 특허 34건, 실용신안 27건, 디자인 36건 등 제일테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은 97건에 달한다. 제일테크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1인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기존 아파트 벽면에 설치할 수 있는 벽부형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국토부는 환기설비 설치대상을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으로 확대하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2020년부터는 임대주택에도 세대 환기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한 마디로 제일테크가 영위하는 사업이 아주 유망한 업종이라는 뜻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남명수 회장이 말한다.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언제나 기술 우위를 가지고 선두를 지켜야 합니다. 남이 하는 정도에 그치면 겨우 인건비 건지는 수준밖에 되지 않아요. 제일테크가 강소기업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남명수 회장은 “중소기업이 살 길은 기술력을 키우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차병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