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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브렉시트 기업들, 네덜란드로 탈출하다

BREXIT GOES DUTCH

  • 기사입력 2020.01.03 08:59
  • 기자명 Vivienne Walt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혼란으로 기업들이 런던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몇몇 기업들은 암스테르담에 정착하고 있다. 런던 크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도시가 어떻게 예상치 못한 유럽 금융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By Vivienne Walt

2016년 6월 24일 금요일의 런던은 들뜨고, 쾌활한 분위기의 화창한 여름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아침, 불안감과 걱정이 무거운 납처럼 도시를 짓눌렀다. 전날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었다. 1,700만 명 이상의 영국인, 투표자의 약 52%가 유럽연합 탈퇴에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단일 시장에 소속된 지 43년 만의 일이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증권거래 플랫폼 마켓액세스 MarketAxess의 변호사 라이언 레이븐스크로프트 Rhian Ravenscroft에겐 다음 행보를 숙고할 시간이 충분했다. 당시 임신 7개월이던 그녀는 매우 상심한 채로, 교외 집에서 한 시간을 달려 런던 바비칸 Barbican 지구에 위치한 유럽 본사까지 갔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다. 영국인인 레이븐스크로프트는 “내가 처음으로 기업 이전을 요청한 직원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9년 10월, 필자는 날씨가 좋고 화창한 오전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암스테르담의 수백 년 된 운하 근처 사무실에서였다. 이곳은 마켓액세스의 새로운 유럽 본사다. 지금 창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런던의 교통체증이 아니다. 활강하듯 운행하는 리버보트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다. 지금 그녀는 회사 선임 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예전에 런던에서 통근하면서 왕복 열차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32달러였다. 그러나 오늘은 세 살배기 딸 세렌 Seren을 자전거로 근처 유아원에 맡기고, 사무실 밖에 자전거와 유모차를 같이 세워뒀다. 총 통근시간은 5분, 쓴 돈은 없었다. 레이븐스크로프트(36)는 아직까지 이 변화에 놀라운 듯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하루 3시간의 통근시간이 사라지자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일러스트=포춘US
일러스트=포춘US

브렉시트로 인해 삶이 완전히 바뀐 사람은 그녀만이 아니다. EU 탈퇴 여부나 시기의 불확실성으로, 영국의 경제 및 정치기관들의 업무는 차질을 빚었다. 12월 12일 영국 총선과 1월 31일 브렉시트 협상 마감일의 결과는 이 길었던 드라마의 반전 요소가 될 수도, 영국의 EU 탈퇴를 확정 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그 결말을 보기까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2016년 투표 이후 수백 개의 기업들이 영국에서 영업활동을 완전히 철수하거나, 주요 부서를 다른 27개 EU 국가로 옮겼다. 이에 따라 수천 명의 직원들도 유럽연합의 규정위반을 피하기 위해,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궁극적으로 어느 정도의 혼란이 일어날지 계산하기는 힘들다. 또한 전체적인 변화의 규모가 명백해지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작지만 질서정연한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브렉시트 이후의 유럽이 어떤 모습일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미 이 곳에서 그 모습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경제부 산하의 투자진흥청(NFIA)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에서 활동하는 100여 개 기업들이 네덜란드에 사무실을 열었다. 그 중 약 65개 기업들은 인구 80만명의 암스테르담에 위치해 있다. 900만 인구의 런던과 비교되는 작은 도시다. 시 공무원들은 이 같은 유입으로 인해, 향후 3년 간 3,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 홍수처럼 밀려올 유입에 비하면, 작은 물줄기에 불과할 것이다. NFIA 청장 예룬 닐랜드 Jeroen Nijland는 현재 청이 현재 약 350개 기업들(2019년 1월만 해도 80개 기업에 그쳤다)과 이전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미디어 기업과 대형 생명과학 기업들은 암스테르담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금융서비스 산업이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금융 서비스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겨우 1평방마일(약 2.59㎢)밖에 안 되는, 작지만 유서 깊은 금융지구인 시티오브런던에 집중돼 있었다. 마치 다른 도시는 존재하지 않는 듯 이곳을 ‘시티’라 줄여 부르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이 산업은 유럽 대륙 전역으로 쪼개지고 있다. 이 변화의 파장은 매우 크고,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암스테르담에 이런 기업 이동이 ‘횡재’였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의 많은 이들은 새로운 기업의 유입을 축하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느끼고 있다. 네덜란드로의 유입 인구가 늘면서 적정 가격의 주택공급이 부족한 시장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곳 국민들이 브렉시트로 인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지는 확실치 않다. 약 22만 5,000개의 네덜란드 일자리가 영국과의 교역과 관련이 있다. 수출만 일년에 255억 유로(283억 달러) 규모로, 경제의 주요 동맥이 위험에 처한 상태다. 암스테르담의 경제부문 부시장 시몬 쿠켄하임 Simone Kukenheim은 “기업 활동의 새로운 허브가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다. 하지만 이 도시가 일부러 추구해 온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어 “브렉시트에 대한 반응은 우리가 그것에서 무언가를 얻어낼 의도가 없다는 점이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슬픔이 크다”고 부연한다. 물론 지금으로선 이러한 심적 고통은 이론적일 뿐이고, 혜택은 실질적이다.

네덜란드는 오래 전부터 외국 기업들을 환영했다. NFIA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약 4,000개의 외국 기업들이 네덜란드에 자리잡았고, 그 중 절반은 미국 기업이었다. 암스테르담의 넓은 국제공항은 런던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글로벌 허브다. 영어를 널리 사용하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공급한지도 꽤 됐다. 그리고 영국이나 아일랜드보다 높은 25%의 기업 소득세를 부과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같은 대륙 국가들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네덜란드의 이런 장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브렉시트 문제를 상품교역, 프랑스 와인과 독일 차에 부과되는 관세 혹은 국경에서 10마일 떨어진 곳의 통관수속 등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이 직면한 장애물은 그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는 순간, 영국에 있는 모든 기업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EU국 내에서 사업 허가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EU국 고객들과도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이런 현실이 다가오자 금융 산업도 초기 브렉소더스 Brexodus/*역주: 브렉시트와 대탈출(exodus)의 합성어/에 합류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뉴 파이낸셜 New Financial에 따르면, 지금까지 332개의 금융 기업들이 핵심 부서를 영국 밖으로 이전했다. 이런 수치는 궁극적으로 영국을 떠나게 될 주요 기업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회계법인 EY의 브렉시트 트래커 Brexit Tracker는 ‘가까운 미래에 런던에서 약 7,000개의 금융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1조 파운드(1조 2,900억 달러) 가량의 금융 자산이 영국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미 시티은행과 JP모건체이스는 각 1억 달러 이상을 투자, 회사의 EU 본부를 런던 밖으로 옮겼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약 125명의 직원들을 더블린에 위치한 새로운 EU 본부로 발령냈으며, 파리에는 추가로 400명이 옮겨갈 예정이다. 런던을 떠난 EU 금융규제당국이 옮겨간 도시들이다.  

암스테르담은 ‘다각화 금융’ 기업들이 몰려드는 도시가 됐다. 금융 데이터 기업, 주식중개업체, 거래제공업체 및 기타 트레이딩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뉴 파이낸셜에 따르면, 이런 다각화 금융회사들은 암스테르담 금융 본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을 떠난 이 기업들이 그 어떤 EU 도시보다 암스테르담으로 몰린 결과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런던은 그만큼 타격을 입을 것이다. NFIA의 닐랜드는 “유럽의 신규 투자자들이 영국을 최종 투자처로 고려할 가능성은 더 적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 내 사업체를 다른 곳으로 옮긴 기업들은 브렉시트 논의와 관련, 오래 전부터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닉 차터리스 블랙 Nick Charteris-Black은 “어떤 기업도 정치인들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뉴저지 올드윅 Oldwick에 본부를 둔 보험전문 신용평가사 AM 베스트의 시장개발담당 이사다. AM 베스트는 2018년 EU 본부를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옮겼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의 남쪽 끝에 위치한 자위다스 Zuidas 금융센터 고층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스히폴 Schiphol 공항으로부터는 전철로 10분 거리다. 암스테르담 본부에서 근무하는 매니저 앤절라 요 Angela Yeo는 “런던에서 우리 사업의 3분의 1 정도를 옮겨왔다”고 말한다. 그녀는 새 사무실이 있는 최첨단 노마 하우스 NoMA House의 로비 카페에서 향이 풍부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요는 노마를 “브렉시트 난민들”의 허브라고 말한다. 노마 하우스에 입주한 유명 기업 중에는 크라프트 하인츠 Kraft Heinz도 있다. 이 기업은 2018년 450명의 직원들로 구성된 ‘전문가 센터(center of excellence)’를 열었다.

영국을 완전히 떠난 금융 기업들은 몇 안 된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의 유럽 담당 직원들이 영국에 남아 있다. 마켓액세스는 암스테르담에 10명, 런던엔 12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AM 베스트 역시 70명은 런던에 두고, 10여 명의 직원들만 암스테르담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공식화하면 많은 영업 활동이 암스테르담에서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직원 비율도 변할 것이다. 산업의 중심 역시 이동할 전망이다. 

AM 베스트의 앤절라 요Angela Yeo가 암스테르담의 노마 하우스 로비 카페에 앉아 있다. 소위 ‘브렉시트 난민들’의 허브가 된 오피스 빌딩이다. 사진=포춘US
AM 베스트의 앤절라 요Angela Yeo가 암스테르담의 노마 하우스 로비 카페에 앉아 있다. 소위 ‘브렉시트 난민들’의 허브가 된 오피스 빌딩이다. 사진=포춘US

암스테르담 옹호자들은 이 도시가 기업 유치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한다.  네덜란드는 관심 있는 기업들을 위해 법률이나 세법을 고치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은행들이 네덜란드를 경유해 파리, 더블린,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이유 중 하나는 네덜란드 법률이 은행가의 상여금을 연 기본 연봉의 2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은 이 비율이 200%이고 다른 EU 국가에서는 100%다. 투자진흥청 암스테르담 인비즈니스 Amsterdam inbusiness에서 해외 투자 선임 매니저로 일하는 휴고 니젠 Hugo Niezen은 “프랑크푸르트와 파리가 런던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들에게 대규모의 도시 홍보 캠페인을 펼치는 데 반해, 암스테르담 지도자들은 이를 부적절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경쟁 도시들을 깎아 내릴수록 우리 역시 나쁘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나 네덜란드도 적극 구애 작전을 펼친 기관이 하나 있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다음 날   노엘 와티온 Noel Wathion은 그 누구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일어났다. 그는 미국의 식품의약청(FDA)과 유사한 유럽의약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의 사무차장이다. EMA는 그 본부가 1995년부터 런던에 소재했지만 사기업이 아닌 EU 기구이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완전히 영국을 떠나야 했다. 런던에서 20년을 산 벨기에인 와티온은 “영국에 오랫동안 살았던 직원들이 크게 좌절했다. 삶의 근거지가 영국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브렉시트 표결로 사실상 EMA는 본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단일 기구로는 가장 큰 규모의 일자리 이동을 촉발했다(또한 EMA는 런던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6억 5,000만 달러의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EMA는 적극적으로 유치 노력을 기울일 만한 기구였다.  900명 이상의 고소득자들이 EMA를 유치한 도시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약품 승인을 위해 EMA와 긴밀한 업무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제약 및 생명기술 기업들도 다수 유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EMA 유치를 위한 전면전에 적극 참여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위다스에 EMA의 필요에 맞춰 지은 3억 3,000만 달러짜리 본부를 제공했다. 또한 암스테르담은 관광객 친화적이며, EMA를 방문하는 전문가들이 지낼 수 있는 호텔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네덜란드 아동들이 완벽한 영어로 환영 인사를 건네는 영상을 제작했고, 이 영상에서 내레이터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EMA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결국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매우 멋진 여왕이 있고 피시 앤드 칩스를 즐긴다.” 2017년 EU 외무장관들의 최종 투표 결과 암스테르담과 밀라노가 동수를 얻었다. 결국 재투표에서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이 선정됐고,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분노했다.   

EMA는 2019년 3월 공식적으로 암스테르담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EMA의 이전은 벌써 네덜란드에 이익이 되고 있다. 도시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생명공학 기업 라쿠텐 메디컬 Rakuten Medical을 포함한 8개의 헬스케어 혹은 생명과학 기업들이 2018년 암스테르담에 사무실을 열었다. 또한 EMA 근처에 위치한 이 기업들과 함께 수백 개의 일자리가 들어올 전망이다. 한편, 듀폰 DuPont, 영국 의료기술기업 아파리토 Aparito와 남아프리카 기반의 시넥사 라이프 사이언스 Synexa Life Sciences는 모두 전철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레이던 Leiden 지역에 유럽 본사를 마련했다. 

암스테르담 주변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면, ‘브렉시트 난민들’이 이 곳을 안식처로 삼은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시의 차분한 분위기는 다른 유럽 도시들, 특히 런던과 상당히 비교된다. 밤에 자전거를 타고 교외 지역을 지나다 보면, 어두워진 뒤에도 공원에서 축구를 하며 노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시카고 옵션거래소(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 CBOE)의 유럽본부장 애덤 이즈 Adam Eades는 본부를 어느 도시로 이전할 지 결정하는 책임자였다. 그는 암스테르담이 프랑크푸르트, 더블린, 파리와 마드리드를 모두 압도했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런던에 살고 있고, 이즈는 주말마다 런던과 새로운 EU 본부 사이를 왕복한다. 현재 EU 본부 사무실은 AM 베스트와 같은 자위다스 건물에 입주해 있다. 그는 “이곳이 훨씬 덜 혼잡하다”고 말했다.   

이즈에겐 한 가지 기준이 더 있었다. 바로 합리적 가격의 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훨씬 찾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위트레흐트에 위치한 주택투자자문사 캐피털 밸류 Capital Value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부동산 가격은 브렉시트 이후 약 36%나 치솟았다. 800 평방피트(약 22평) 아파트 임대료가 한 달에 약 1,800유로(2,000달러), 매입가는 약 50만 유로(55만 달러)다. 그것도 찾을 수 있을 때 얘기다. 많은 매물들이 임대료 규제 대상인 탓에, 월세가 저렴한 집을 구하려면 13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AM 베스트의 요는 “치솟는 집세 때문에 신규 직원 급여를 상향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최근 UBS 보고서에 따르면, 시대 변화를 반영하듯 런던 집값은 폭락한 반면 암스테르담 집값은 버블 위험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이사 전문 익스팻 헬프 Expat Help의 주택 매니저 이그 드 비어 Eeg De Veer는 “우리 회사가 700명 이상의 EMA 직원들의 재정착을 도왔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은 암스테르담에 집을 빌리고, 런던 집은 그대로 두고 있다. 런던 집을 팔고 재투자를 하기 전까지 영국 파운드 가치가 회복하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이들이 현재 진공상태에 있다”며 “브렉시트와 함께 어떤 양상이 나타날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위다스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만 더 가면, 바깥 풍경이 오피스 건물에서 점점 낮은 층의 창고들로 바뀐다. 이 창고들은 물결이 거센 수로를 따라 서 있고, 북해 쪽으로 흐르는 물결을 따라가면 그 끝에 암스테르담 항구가 나온다. 수백 년 전, 이 곳에서 상인들은 네덜란드를 상업대국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실크로드를 열었고 사실상 국제 무역을 처음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대형 창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이 항구는 세계 최대의 코코아 열매 처리장이다. 필자가 방문한 날에도 강한 초콜릿 향이 터미널을 맴돌고 있었다.

암스테르담과 규모가 더 크고 번잡한 로테르담 항만당국은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몇 달간 브렉시트에 대비해 왔다.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모든 영국 수입품과 수출품은 세관신고를 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존재하지 않았던 제도다. 네덜란드는 브렉시트로 인해 2030년까지 GDP가 1.2%, 즉 100억 유로(약 111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부분 추정치에 따르면 영국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손실을 볼 전망이다).  

TMA 로지스틱스의 총괄 매니저 마이클 반 톨레도 Michael van Toledo는 “분명 수출업자와 수입업자들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TMA는 매주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 여섯 차례의 컨테이너선 운항을 관장한다. 영국으로 향하는 선박은 식품과 다른 재화들을 싣고 있다(네덜란드는 다량의 생선, 자른 감자, 마요네즈와 피시 앤드 칩스를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를 보낸다. 영국이 거의 자체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배는, 문자 그대로 대부분 쓰레기를 담고 있다. 반 톨레도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런던 가정의 쓰레기를 소각해 암스테르담 4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런던의 쓰레기가 과거 그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쓸 전기가 된다고 생각하니 흥미롭다. 이들의 런던에서의 삶도 마치 쓰레기처럼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브렉시트 논쟁이 계속되면서, 네덜란드에 이제 막 들어온 사람들은 전에 상상하지도 못했을 미래를 고려하고 있다. 바로 네덜란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마켓액세스의 네덜란드 사업부장 조프루아 밴더 린든 Geoffroy Vender Linden은 12년 간의 런던 생활을 마치고, 현재 암스테르담에서 살고 있다. 이번 호 기사를 마감하는 시점에, 그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날 첫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동료 라이언 레이븐스크로프트는 자신의 딸이 이제 네덜란드어에 유창하다며 “심지어 처음으로 자전거 경주에 나가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라이언의 남편 토안 Toan(35)도 곧 런던에서 올 것이다.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EU 본부를 여는 M&C 사치 스포츠 앤드 엔터테인먼트 Saatchi Sports and Entertainment의 경영 파트너를 맡을 예정이다. 이 부부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라이언은 브렉시트가 어떻게 전개되든 “이 곳은 가정을 꾸리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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