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에 집중했던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사들도 관련 상품·서비스 출시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포춘코리아가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삼성증권 여의도WM지점에서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Fortune Korea]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채권 매수금액이 53조 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 한 해 해외투자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해외투자 규모가 70조 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무난히 40% 이상 성장률을 이어나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침체와 규제 강화 영향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등에 업고 해외 투자상품 개발과 서비스 확대에 여념이 없다.
삼성증권 역시 마찬가지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해외투자 2.0’ 슬로건을 내걸고 주요 해외주식시장 최소 수수료 폐지와 서비스 지역 확대, 투자 정보 제공 강화, 상품 라인업 보강 등 작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관련 수익 역시 크게 늘어 지난 11월 발표된 3분기 호실적의 배경이 됐다. 지난 3분기 삼성증권 해외주식 거래대금과 고객 수, 자산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 69%, 24% 신장했고, 해외 금융상품 판매수익 역시 91% 급증했다.
◆ 해외투자 활성화 이유
삼성증권은 최근 해외투자 급증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말한다. “다른 곳에서는 국내시장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많이 평가하는데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습니다. 국내시장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몹시 나쁜 것도 아니거든요. 경상수지 흑자가 꼬박꼬박 나오는 데다가 과거와 같이 외풍에 심하게 흔들리지도 않잖아요. 저는 다른 두 가지 원인에 더 주목합니다. 금융사들의 상품 공급 확대가 고객들의 잠재수요를 자극한 것과, 정보비용이나 거래비용 같은 투자비용이 줄면서 해외투자 허들이 크게 낮아진 것이 그것입니다.”
확실히 국내시장 매력도가 떨어진 것 정도로는 최근 40%가 넘는 해외투자 증가률을 이해하는 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김 팀장은 왜 과거엔 해외투자가 활성화하지 못했는지를 살펴보는 게 최근 현상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말한다. “이전까진 해외투자 규모가 워낙 작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높은 성장률이 가능한 거죠. 과거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정말 해외투자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실 그래도 되는 환경이었죠. 가령 2005년에서 2007년까진 국내증시가 세계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800대부터 2070까지 쭈욱 날아갔으니까요. 원·달러 환율도 900원대까지 떨어졌고요. 이런 상황에서 해외투자가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하지만 이후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금융위기도 터지고 국내시장도 자주 조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를 보니 상대적으로 덜 부진하다든가 아니면 디커플링으로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었거든요. 투자자들이 ‘아, 계속 국내에만 머물다 보니 이런 기회를 놓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해외투자가 아주 쉬운 편은 아니지만 과거엔 더 어려웠다. 해외주식 혹은 해외채권, 통화, 부동산 등을 직접투자할 수 있는 건 아주 일부였는 데다가 그마저도 거래비용이 커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졌다. 게다가 정보비용 역시 높았다. 국내시장 관련 뉴스나 보고서 등은 조금의 수고로움과 아주 적은 비용을 들이면 금방 구할 수 있지만, 해외시장 관련 정보는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말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국내 투자가 여러모로 편합니다. 수익까지 좋으면 더 훌륭하죠. 그런데 자산 배분 관점에서 보면 국내에만 집중하는 게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MSCI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2% 수준인데 여기에만 투자하는 거니까요. 분산투자가 안 되는 거죠. 고객분들도 2007년 이후 경험을 통해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지만, 거래비용과 정보비용이 과도하게 높아 해외시장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잠재수요를 파악한 금융사들이 해외투자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비용을 다운시켜 길을 열었습니다.”
◆ 주식·채권 거래 많아
개인투자자들은 해외투자에서도 주식과 채권 위주 거래를 많이 한다. 주식의 경우 국내에서도 해외투자가 비교적 쉬운 편이고,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기업 정보 역시 노출이 많이 돼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 금융사 상품을 통해 많이 거래하는 편이지만, 최근 우리나라 금리가 많이 낮아지면서 달러 채권 등을 직접 거래하는 일도 늘고 있다. 비과세 이슈가 있는 브라질 채권 역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김 팀장은 말한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순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최근 이들 자산 투자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건 환 오픈입니다. 저희가 연초 ‘해외투자 2.0’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그 핵심도 환 헤지하지 말고 오픈하고 투자하라는 거였어요.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환 헤지를 하는 것보다 오픈을 하는 게 더 유리한 상황이 됐거든요. 자국 금리가 더 높을 땐 환 헤지를 해 금리 차이만큼의 수익을 보전받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자국 금리가 더 낮을 때 환 헤지를 하면 오히려 수익을 까먹게 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환 헤지 달러 상품을 들고 있는 건 반쪽짜리 투자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저금리 기조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올해만 총 세 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해 현재 1.50~1.75%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이보다 더 낮은 1.25%로 역대 최저 금리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0% 기준금리를 유지 중인 EU는 이보다 더 낮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실질금리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명목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곳도 나타나 눈길을 끈다. 김 팀장은 말한다. “최근 덴마크 위스케은행에서 10년 만기 모기지 대출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끊으면서 이슈가 됐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죠. 그렇다 보니 세계적으로 일드자산이 많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드자산이란 건 매도하지 않아도 이자나 배당 같은 소득이 발생해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거든요. 최근 리츠상품 인기가 불붙은 것도 리츠가 일드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고배당주나 수익형부동산도 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가파른 증가세 이어질 듯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앞으로도 수년 동안은 해외투자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자산 비중이 20~30%가 되는 순간까지는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말한다. “홈 바이어스 Home Bias라는 게 있습니다. 투자자가 자국 자산에 좀 더 큰 애착이나 미련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전 세계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미국 투자자들도 투자자산의 60%는 자국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홈 바이어스 비율은 연구에 따라 제각각이긴 한데 보통 70% 정도로 생각합니다. 자국 연기금이나 은행에 투자했는데, 이들 주체가 해외투자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50%라 보기도 하고요. 삼성증권 고객들의 해외투자 비율을 대강 15% 정도로 예상하니까 아직 한참 더 성장할 여지가 남은 거죠.”
김 팀장은 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투자 시 선진국 자산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선진국 중에서도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낮은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을 선호하고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에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신흥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이들 국가가 환율 변동 위험이 크고 주주권리 보호 등 투자시장 환경에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 해외투자 시 유의점
해외투자에서도 상품 혹은 투자지역 간 포트폴리오 황금비율이 있을까? 김 팀장은 개인 성향과 자금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 일괄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투자자라도 다음과 같은 점은 미리 고려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말한다. “정보비용이 예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뒤처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기엔 한계가 있는 데다가 우리와 시간 차이가 크게 나는 지역은 개별 종목 이슈가 생겼을 때 즉각 대응이 어려운 면도 있죠. 따라서 디폴트급 이슈가 아니면 웬만한 내용은 무시하고 장기적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또 주식 같은 경우 중소형주까지 매매하는 분들도 계신데 정보를 얻기 힘든 종목 투자는 될 수 있으면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또 상품 선택에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투자업계에는 굉장히 심플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고수익 고위험’이죠.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PB가 5% 이상 수익 상품을 제안한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합니다. 꼬치꼬치 물어보고 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한 다음 결정을 내려야 하죠. 그건 고객의 권리이기도 하니까 미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PB가 추천해주면서도 리스크 질문에는 답변을 못 하거나 어버버한다면 거래하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이하 박스기사>
◇ 과거 경험에서 교훈 얻은 삼성증권
최근 금융권은 투자상품 관련 잦은 사건·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이들 이슈에서 한 발짝 벗어난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삼성증권이 준법 컴플라이언스를 강력히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한다. “한동안은 리스크 관리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상품 기획단계에서 거의 다 잘라버리니까요. 겨우 허가가 떨어져도 판매 제한을 엄청나게 많이 걸어놓고요. 다른 곳에서는 다 파는 상품인데 우리는 이런 것도 못 하게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죠. 하지만 요즘 금융권 상황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와중에도 저희는 독야청청하거든요. 과거 잘못된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체질 개선을 한 게 최근 크게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 환율 변동의 위험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신흥국 투자의 가장 기본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이야기했다. “해외투자라는 건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을 깔고 갑니다. 그래서 환율 리스크가 큰 신흥국 투자는 특히 조심해야해요. 투자로 수익을 얻었는데 환율 변동으로 다 까먹는 사례도 종종 있거든요.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 상승률 1위였던 베네수엘라 투자가 좋은 예입니다. 몇만 %가 올랐어요.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환율에서 몇백만 %가 깨졌는데. 개인투자자들은 환율 리스크가 큰 지역 투자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