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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고도화 역풍…아마존 넘어 쿠팡, 롯데, 신세계에도 영향

  • 기사입력 2019.11.26 14:51
  • 최종수정 2019.12.24 15:31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아마존이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일일배송 확대로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배송 고도화는 우리나라 유통업체들 역시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 아마존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업체들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지난 10월 24일 유통업계에 꽤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3분기 어닝쇼크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었다. 아마존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21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8억 8,000만 달러 대비 26% 급감한 모습을 보였다. 2년 만에 처음 있는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감소였다. 아마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9%까지 밀리며 시장의 충격을 반영했다.

미국 시장 관계자들은 아마존 수익 급감의 배경으로 일일 배송 서비스 확대를 꼽았다.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임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이 프라임 배송 기간(미국 한정)을 기존 2일에서 1일로 단축하면서 관련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 지적했다. 아마존의 3분기 배송 비용은 96억 달러로 1년 전 65억 달러 대비 46%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존발 충격에 국내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아마존과 유사한 서비스로 국내 이커머스 왕좌를 틀어쥔 쿠팡과 이런 쿠팡을 모방하며 2진, 3진을 이룬 유사 온라인 유통업체들, 그리고 최근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공룡들까지 모두 아마존의 ‘넥스트 스텝’에 주목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3분기 어닝쇼크에도 “장기적으로 보면 고객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었다며 앞으로도 배송 고도화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 배송 전성시대 도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아마존, 알리바바 등은 물론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배송 고도화에 집중해왔다. 아마존은 2013년 예측배송 특허와 드론 배송 상용화 계획을, 알리바바는 2016년 국내 24시간, 해외 72시간 배송 목표를 밝히고 과감히 실행에 나섰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상당 부분 현실화했다.

국내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신성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축이 돼 2015년부터 2시간 배송, 110분 배송 등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도 옴니채널 목표에 따라 새벽배송이나 3시간, 30분 배송 등의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야흐로 배송 전성시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이커머스는 태생적으로 배송이 필요한 업종입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소비자한테 인도하기까지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배송은 이커머스 업체들 경쟁력의 한 축이기도 합니다. 과거엔 가격과 상품 경쟁력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배송 경쟁력으로 포커스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좋은 배송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거든요.”

재밌는 건 배송 경쟁이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는 물론 옴니채널 연관성이 떨어지는 편의점에서도 배달앱을 통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즉시성이 강점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조차 배송 서비스가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즉시성 & 편의성 Up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각각의 장점이 분명하다. 온라인은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오프라인은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위세가 대단한 온라인에 대항하기 위해 오프라인 채널이 내세울 수 있는 전략은 명확하다. 바로 즉시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즉시성은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이긴 하지만 업태별 편차가 크다. 즉시성 정도를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소비자와의 거리인데, 이 거리가 매장 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국에 운영 중인 점포 수는 백화점이 100개 미만, 대형마트가 450여 개, 편의점이 4만여 개이다. 편의점이 즉시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이런 숫자를 고려치 않더라도 주변에 가장 많이 보이는 편의점이 즉시성 또한 가장 좋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잘 알고 있다. 길을 가다가 문득 시원한 콜라가 마시고 싶을 때 편의점 대신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는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더더욱 없다.

편의점은 즉시성을 극대화한 오프라인 채널답게 이커머스 위세가 대단한 현재에도 백화점·마트 대비 상당히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는 편의점보다 상품·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으나 이들 우위가 이커머스에 비해선 한참 낮은 편이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오프라인 매장을 아무리 넓게 짓는다고 한들 온라인만큼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선보일 수 없고, 가격 경쟁력 역시 최저가 검색이 쉬운 온라인을 넘어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서울 금천점 매장. QR코드 기반 장보기 시스템으로 3시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롯데쇼핑
롯데마트 서울 금천점 매장. QR코드 기반 장보기 시스템으로 3시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롯데쇼핑

◆ 배송 고도화의 이유

오프라인 채널 입장에서 보면 위 내용은 즉시성 우위를 극대화해야 하는 당위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상품 다양성이나 가격 경쟁력은 이커머스 대항 카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새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즉, 앞서 말한 즉시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은 쉽게 표현하면 ‘이길 수 있거나 극복 가능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채널이 즉시성과 편의성 모두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송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픽업한 소비자가 결제한 물건을 집까지 들고가는 수고로움을 배송이 대체할 수 있다. 편의성의 증대이다. 소비자 근처에 매장을 세우는 대신 옴니채널을 활용해 가장 가까운 매장을 이용, 30분 만에 배송을 완료할 수도 있다. 효율화한 즉시성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입니다. 현실 세계의 제약인 매장과 소비자 간 거리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죠. 그런데 거리 요소가 커지면 즉시성은 매우 훼손됩니다. 오프라인의 장점이 사라지는 거예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배송을 고도화하는 겁니다. 옴니채널을 활용해 30분 만에 소비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갖다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30분이라는 시간이 즉시성을 -10 정도 갉아먹을지는 몰라도 효율에서 늘어난 메리트, 이커머스와 동급 수준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20이 추가돼 결과적으론 +10이 되는 겁니다.”

◆ 유통 경쟁, 본질은 같아

온라인 유통채널 역시 배송 고도화에 뛰어든 건 마찬가지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태생적 특수성 때문에 배송 고도화에 더 먼저 관심을 가졌다. 이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업체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전국구 일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며 순식간에 이커머스 톱티어로 올라섰고,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개념을 창안하며 새로운 배송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고도화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전매특허 강점인 즉시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최종 진화형은 ‘즉시성을 갖추는 것’으로 수렴하는데, 태생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 방법이 배송 고도화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송은 과거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 핵심 키워드였으나, 최근 유통업체 간 경쟁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그 영향력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가령 내일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를 근처 CU편의점에서 구매할지 아니면 마켓컬리에서 구매할지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출점 경쟁과 이커머스 업체 간 배송 경쟁을 크게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서로 같은 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시공간적으로 고객과 상품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거죠. 매장이 가까울수록, 배송 속도가 빠를수록 경쟁력이 커지는 상황을 이제는 두 채널이 바꿔서 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는 물류센터 출점 경쟁으로, 오프라인은 배달 경쟁으로 나아가는 중이죠. 결국 유통업체 모두가 배송 고도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 쿠팡의 특별함?

문제는 배송 고도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수익성 문제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국내 유통업체들이다 보니 이런 우려는 더 커진다. 기사 서두의 아마존은 대규모 흑자 기조 속에서 순이익이 감소한 것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적자 기조 가운데 그 손실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이어서 충격의 질적인 수준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은 쿠팡이다. 아마존과 유사한 시스템이면서도 수익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올해도 1조 원대 적자가 확실시되지만, 최근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대형 거점 물류센터 구축을 시작하는 등 배송 고도화를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불안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유통업계에선 의외의 해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배송 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인데, 쿠팡은 직접 고용을 하다 보니 이게 고정비로 잡혀요. 이 시스템에선 배송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건당 배송 비용이 낮아집니다. 그러니까 배송 고도화는 쿠팡한테 절대 불리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쿠팡 배송 고도화는 계속 커지는 이커머스 시장의 신규 수요를 쿠팡이 더 많이 흡수케 할 겁니다. 매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건당 배송 비용 하락으로 흑자전환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과거 아마존과 정확히 같은 방식입니다.”

이 관계자는 쿠팡의 흑자전환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쿠팡을 두고 당장 수익이 안 난다고, 불안하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지난해 빼고는 쿠팡 영업이익률이 급격히 좋아졌어요. 이제 진짜 덩치 문제입니다. 쿠팡이 이커머스 관련 모든 지표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이커머스 시장 신규 수요가 쿠팡에 더 많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쿠팡 시스템과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쿠팡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됐어요. 다만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쿠팡이 흑자전환할 정도로 커질 수 있느냐는 문제로 남습니다.”

◆ 앞으로도 ‘흐림’

쿠팡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통업체는 배송 고도화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배송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업체들이 그렇다. 이틀배송이 일일배송으로, 새벽배송으로, 시간배송으로 배송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배송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배송 물량이 늘어나면 손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여서 부담이 더 커지는 특징이 있다.

배송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는 업체들은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다. 배송 시간 단축에 비례해 올라가는 배송 단가를 물량 확대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배달원 10명을 고용한 업체는 하루 배송 건수가 100건이든 120건이든 배송 시스템 운영 비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배달원 1명이 10건을 배송하든 12건을 배송하든 인건비는 그대로인 덕분이다. 대신 업체가 부담하는 배송 1건당 비용은 더 낮아져(앞 사례에서는 17%가 낮아진다) 배송 시간 단축으로 올라간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이들 업체도 배송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업체 대비 낫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배송 고도화로 늘어난 비용을 상쇄할 만큼 수요를 더 끌어모아 ‘플러스알파ʼ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근거리 배송을 하는 마트나 슈퍼 등 업체들이 직접고용 형태로 배송 시스템을 운영 중임에도 실적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늘어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스케일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국내 유통업계는 앞으로도 흐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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