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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라더니…코리아세일페스타는 올해도 ‘흐림’

  • 기사입력 2019.11.26 13:04
  • 최종수정 2019.11.26 13:05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지난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됐다. 올해 코세페는 행사가 민간으로 이양된 첫해라든가 역대급 규모 같은 등 이슈로 초기에 많은 화제가 됐지만, 막상 행사가 끝나고 보니 정작 소비자들의 주목은 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화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세 번째), 홍보모델 강호동 등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명동거리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연화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세 번째), 홍보모델 강호동 등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명동거리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Fortune Korea]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올해 코세페 행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상대는 소소한 세일도 다 챙기며 스스로 스마트 컨슈머라 자처하는 30대 직장인 이 모 씨. 그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설명해준 다음에야 코세페를 이해했다. 왜 관심이 없느냐는 추가 질문에 그는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특별히 다를 게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약 3주간 이어졌던 코세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조용히’ 마무리됐다. 민간 주도로 진행된 첫 행사였다거나 역대 최대 규모인 7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는 등의 의의가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주목은 받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직전년보다 절반 넘게 늘어난 동참 기업들 덕분에 전체 매출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기업 평균 매출은 하락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2015년부터 시작해 벌써 다섯 번째를 맞은 코세페가 이렇게까지 존재감 없이 지나간 이유는 무엇일까?

◆ 구별되지 않는 이벤트

기자는 지난 11월 2일, 20일, 2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잇는 서울 남대문로 현장 취재 과정에서 ‘코세페가 존재감 없는 주요 이유’일 것으로 예상되는 재밌는 현상 한 가지를 발견했다. 바로 유통업체 세일 이벤트와 코세페 이벤트가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소비자는 백화점 세일 이벤트를 이용해 쇼핑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 중 코세페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매우 드물었다. 심지어 코세페 현수막 바로 아래서 만난 이들조차도 코세페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기자가 코세페에 대해 설명하고 지금 할인받아 구입한 물건이 코세페 이벤트를 이용한 것 아니냐고 묻자 예상외의 답변이 날아왔다.

20대 직장인 안 모 씨는 말한다. “백화점 정기세일로 할인을 받았는데 이것도 코세페 이벤트라고 할 수 있나요? 방금 코세페가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다셨는데 백화점 정기세일은 12월(정확히는 12월 1일)까지 진행되는데요? 똑같은 백화점 정기세일이라도 22일까지 할인을 받는 건 코세페 이벤트인 거고 이후엔 아닌 건가요?”

◆ 각개전투식 이벤트

유통업체들은 코세페 기간 각종 할인 행사를 벌였다. 롯데쇼핑이나 신세계 같은 오프라인 기반 거대 유통업체들은 물론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업체들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들 이벤트가 큰 틀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각개전투 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들 이벤트는 기간은 물론 명칭도 제각각이었다. 롯데쇼핑 산하 유통채널들이 전사적으로 벌인 ‘롯데 블랙 페스타’가 11월 1일부터 7일까지였고 신세계 ‘쓱데이’는 11월 2일 하루, G마켓·옥션 등 이베이코리아 산하 온라인 업체들의 ‘빅스마일데이’는 11월 1일부터 12일까지였다. 롯데와 신세계그룹 백화점 채널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그룹사 차원의 코세페 이벤트 외에 11월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정기세일도 함께 진행해 일부 기간이 겹치는 일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받은 할인 혜택을 각 업체 이벤트하고만 연결지을 뿐, 코세페는 그 이름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할인 주체가 유통업체 혹은 유통업체 공간을 임대한 제조업체들이다 보니 코세페보다 자사 이벤트 이름을 더 적극적으로 내세웠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애초에 이런 조직적이지 못한 대규모 리테일 행사에 코세페 이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지=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캡처

◆ 바가지 페스타 오명도

정부가 코세페 이벤트를 통해 전 국가적인 소비 붐을 조성하려는 시도에 대해 유통업계와 소비자 평가는 대단히 후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를 단순 벤치마킹하다 보니 ‘시장 상황’이 달라 정부가 기대한 효과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었다.

기사 서두에 언급된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말한다. “미국처럼 절반 가격 이하로 터뜨리면 코세페가 아니라 다른 뭐라도 흥행할 겁니다. 과거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한창 이슈몰이를 할 때에 정말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그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할인 폭은 얼마 되지 않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유통시장 환경(직매입 비중이 낮고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음)이 달라서 미국 같은 대폭 할인이 어렵다고 하길래 이후부턴 아예 관심을 끊었습니다. 평소 유통업체에서 하는 이벤트 수준인데 누가 코세페에 관심을 두겠어요. ”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할인율이 가장 큰 불만인 것처럼 보였다. 코세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소비자 불만 대부분도 낮은 할인율에 근거했다. 게시글 중에는 오히려 평소 할인 폭이 더 컸다며 코세페를 ‘바가지 페스타’라고 폄훼하는 이도 심심찮게 보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통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할인율을 더 키우는 방안도 언급되지만, 골목상권을 역차별할 수 있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현실화는 어려워 보인다.

◆ 활성화, 불가능은 아냐

그렇다면 코세페 활성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국내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제일 중요한 건 브랜드화라고 봅니다. 11월 11일 중국 광군제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죠. 독신을 뜻하는 숫자 1이 네 번 겹쳤으니 싱글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스스로를 위로하자는 스토리 하나 입혔을 뿐인데 지금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를 넘어서는 세계 쇼핑 축제의 장이 됐잖아요. 물론 미국이나 중국 유통시장 환경이 우리와 다르니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걸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적어도 ‘소비 진작’ 의도에 부합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수준의 이벤트로는 만들 수 있거든요.”

그는 우리나라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미 우리는 매월 무슨 날, 무슨 날 하면서 스토리를 덧입히고 이벤트 날을 만드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까. 짜장데이에 짜장면이 싸서 많이 팔리고 화이트데이에 사탕 할인 폭이 커서 많이 팔리나요? 마찬가지로 할인율이 미국이나 중국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쇼핑을 하는 의미’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죠. 게다가 11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여서 우리 유통기업들이 원래부터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를 많이 준비하는 달이잖아요. 없는 걸 만들라는 것도 아닌 만큼 업체들 저항도 적다는 말이죠. 이만큼 환경이 갖춰져 있으면,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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