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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업계 선도하려는 브롱스의 야심

[인터뷰] 정현성·정효성·황복동 브롱스 공동대표

  • 기사입력 2019.12.13 14:59
  • 최종수정 2019.12.17 09:47
  • 기자명 김병주 기자

창업 5년차의 수제맥주 브랜드 브롱스는 점점 커져가고 있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남다른 맛과 공격적인 프랜차이즈 전략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의 리더로 급부상 중인 브롱스의 공동 창업가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브롱스 시청시그니처점'에서 만난 브롱스의 정효성, 황복동, 정현성 공동대표(왼쪽부터)가 브롱스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브롱스 시청시그니처점'에서 만난 브롱스의 정효성, 황복동, 정현성 공동대표(왼쪽부터)가 브롱스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무렵 부터다. 기존 메이저 주류사의 라거 브랜드가 사실상 독점해온 맥주시장에 소위 ‘4캔에 1만 원을 앞세운 편의점 수입맥주가 등장하면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국내 맥주시장은 수입맥주와 대형 주류사의 경쟁으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공고했던 맥주시장에 약간의 균열이 발생하면서,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신생 브랜드의 등장이 정체됐던 맥주시장에 새로운 활력으로 이어졌다. '크래프트비어(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맥주)’를 의미하는 소위 수제맥주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 부터였다.

이후 수제맥주 시장은 계속 규모가 커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전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1%대를 돌파했다. 극히 미미한 점유율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워낙 기성 브랜드의 점유율이 공고한 시장이었기에 1%라는 수치도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시장 규모 역시 630억 원(2018년 수제맥주협회 기준)을 돌파했다.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다양한 브랜드가 수제맥주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의 수는 130여 개에 이른다. 물론 수제맥주 브랜드 또는 수제맥주 전문 매장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제맥주 브랜드 브롱스(Bronx)’ 역시 수제맥주 바람을 타고 탄생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브롱스는 차별화된 맛과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기반으로 단숨에 업계 1(매장 수 기준)으로 우뚝섰다. 지난 11월 중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 있는 브롱스 시청시그니처점에서 만난 정현성, 정효성, 황복동 브롱스 공동대표는 이 같은 성장세의 비결로 다양성을 언급했다. 황복동 대표는 말한다. “저희가 선보이고 있는 수제맥주 종류는 총 12가지입니다. 각각의 맛과 향이 모두 다르죠. 물론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지는 않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수제맥주의 성공 제 1원칙은 모든 사람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맛의 맥주거든요. 누구나 거부감없이 맛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제맥주의 등장은 곧 수제맥주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다양한 맥주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공동 대표 3인의 관계는 조금 특별하다. 우선 모두 1986년생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지낸 절친이자 가족 같은 관계다. 공통된 취미도 있다. 학생 시절부터 축구를 함께 했고, 성인이 되고 나선 로 하나가 됐다. 서로간에 비슷한 취향과 성격, 그리고 취미까지 같은 세 명은 어느덧 사업까지 함께하는 친구이자 동반자, 동업자가 돼있었다.

여기서 TMI 하나. 앞서 소개한 3인 중 2명은 실제 가족이기도 하다. 쌍둥이 형제인 정현성 대표와 정효성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얼굴 생김새, 수염 모양, 심지어 목소리와 덩치까지 똑같았다.

이들이 사업을 처음 얘기했던 것 역시 자주 가졌던 술자리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세사람은 군 제대 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인 사업 구상에 돌입했다.

정현성 대표는 말한다. “사실 무슨 사업을 해야 할지는 몰랐습니다. 꽃이 이뻐 보이면 꽃장사, 맛있는 과자를 먹으면 과자장사를 얘기했었죠. 중요한건 셋이 함께 반드시 사업을 하자는 의지와 결심이 단 한번도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학교 졸업 후,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중 우연히 방문한 이태원의 한 수제맥주집이 저희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날 세 사람은 처음 맛보는 수제맥주에 매료됐다. 톡 쏘는 탄산의 시원한 맛에 길들여져 있던 세 사람에게 이색적인 향과 맛, 그리

고 차별화된 목넘김을 선사하는 수제맥주는 신세계와 다름없었다. 워낙 술을 좋아하던 세 사람에게 수제맥주는 그야말로 숙명과도 같은 사업 아이템으로 다가왔다.

망설일 것이 없었다. 일단 허름한 옥탑방에 사무실부터 마련했다. 그리고 수개월간 동고동락하며 수제맥주 시장과 관련된 사전조사에 돌입했다. 당시만 해도 수제맥주 시장은 몇몇 상권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수준의 개별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는 세 사람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우선 만들고자 하는 수제맥주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남들과 똑같아서는 성장과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여기서 세 사람은 당시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었던 이디야(ediya)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디야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사업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브롱스 시청시그니처 매장 내부.
[사진=차병선 기자] 브롱스 시청시그니처 매장 내부.

정효성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이디야는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프레이스 등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 가운데서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전략 중 하나가 바로 가격 경쟁력이었죠. 창업 초기부터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을 앞세운 이른바 가성비 전략으로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저희는 이디야의 성공 전략에 주목했어요. 당시 저희는 수제맥주의 대중화가 앞당겨지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비싼 가격을 꼽았습니다. 기존 생맥주 500cc보다 양은 적으면서 많게는 2~3배까지 비싼 가격에 판매돼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수제맥주를 선보이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사업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브롱스 매장에서 판매하는 수제 맥주의 기본 가격은 3,900원 이다. 이는 여타 수제맥주 가게에서 판매하는 동일 용량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프리미엄급 라인업의 가격은 조금 더 비싸다).

가격 못지않게 수제맥주 시장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역시 차별화된 맛이다. 지금도 수많은 수제맥주 브랜드에서 보다 특색있는 맛의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롱스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브롱스는 12가지의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라인업은 주기적으로 계속 업데이트 된다.

이같은 다양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세 명의 젊은 창업가들은 본의아니게 몇 달, 아니 몇 년 간 맥주 술독에 빠져 살 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그들이 직접적인 양조 기술이나 수제맥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맛있는 맥주, 독특한 맥주를 많이 맛보고 분석하는 것이 세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물론 오래전부터 술자리라면 가리지 않고 참석했던 세 사람의 술사랑역시 이러한 노력의 숨은(?) 배경이기도 했다.

황복동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기억나네요. 한창 맥주 맛을 분석한다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자주 갖던 시기였어요. 우연히 동네에 있는 호프집에서 아주 흔하디 흔한 국산 브랜드의 맥주를 마셨죠. 그런데 그날 따라 맛이 좀 독특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 뿐 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동일한 의견을 내놓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마셨습니다. 그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가게 주인분이 저희에게 오시더니 더 이상 줄 맥주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저희가 가게 냉장고에 보관돼있던 특정 브랜드의 맥주를 모두 마신 겁니다. 다소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지금와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 중 하나로 저희에게 남아 있어요.”

세 사람은 지난 2014년 브롱스라는 이름의 수제맥주 기업을 창업했다. 브롱스라는 이름은 세 명의 공동창업가들이 수제맥주의 본거지 미국 뉴욕에서 방문했던 유명 수제맥주 브루어리인 브롱스 에일 하우스영감을 얻은 결과물이다. 정현성 대표는 브롱스 에일 하우스는 뉴욕 브롱스 지역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뉴욕 대표 브루어리로 성장한 케이스라며 저희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 문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을 담아 브롱스라고 이름을 지었다라고 말했다.

브롱스는 창업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보다 더 많은 고객들에게 브롱스라는 브랜드와 높은 가성비의 맥주를 소개하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전략이었다.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듯 했다. 수제맥주 붐이 막 일어나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소위 맥주 덕후들을 중심으로 색다른 맛과 향이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롱스는 특별한 홍보마케팅없이 입소문 만으로 수제맥주 시장에 이름을 알려나갔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하나둘 씩 장애물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관리였다. 시장이 커지고 브롱스의 인지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가맹점 문의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토대로 가맹점을 오픈했고 어느덧 수도권을 중심으로 70여개의 매장이 꾸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관리였다. 가맹점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이들을 관리할 여력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더구나 당시 브롱스는 기존 수제맥주 브랜드와 매장들이 그러하듯, 외부 브루어리를 활용해 수제맥주를 납품받아 가맹점과 직영점에 공급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맥주 맛과 관리에 대한 매장 점주들의 컴플레인을 컨트롤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자 세 명의 공동대표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자체 양조장과 콜드체인 시스템을 마련해 직접 제품 개발·제조부터 유통까지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비용적 부담은 컸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가맹점주들의 성장이 곧 브롱스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황복동 대표는 말한다. “현재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중 자체 양조장을 통해 직접 맥주를 생산하고, 모든 가맹점에 직접 배송하는 브랜드는 저희 브롱스가 유일합니다. 이는 매우 큰 차별점이죠. 외주 브루어리에서 받은 수제맥주로 구색만 맞추고 나머지는 기성 맥주로 메뉴를 채우는 브랜드가 상당수거든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매장에 항상 동일한 맛의 맥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관된 맛을 고객에게 선보이다는 것이 주류 업계에서는 꽤 중요한 미션이거든요.”

[사진=차병선 기자] 세 명의 공동대표는 브롱스를 '단단하고 오래가는 수제맥주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세 명의 공동대표는 브롱스를 '단단하고 오래가는 수제맥주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브롱스는 자체 양조장을 마련하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을 영입, 맥주 양조의 전 과정을 일임했다. 소위 마스터라 불리는 30년 경력의 맥주 장인들은 지금도 일반 라거(Lager)부터 IPA, 스타우트, 페일, 에일 등 브롱스의 다양한 제품들을 직접 개발·생산하고 있다.

이미 브롱스의 맥주는 고객들과 마니아들, 나아가 업계에서도 그 맛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0.5% 미만 수준인 불량률은 동종 업계에서도 믿기 힘든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자체 양조장 운영 이후, 맥주 납품가를 낮췄고 창업을 준비중인 예비 가맹점주들을 위해서는 상권 분석부터 인테리어까지 매장 오픈에 필요한 전 과정을 본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브롱스와 세명의 공동 대표에게 올 한해는 매우 뜻 깊은 해로 기억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 자체 양조장을 오픈했고, 매장도 어느덧 92개에 이르렀다. 지난해 7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도 올해는 100억 원 돌파(2019년 예상 매출 120억 원)가 확실시 된다.

공동 대표들 역시 올해의 성장세를 발판삼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효성 대표는 말한다. “우선 브롱스의 내년 목표는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구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는 것입니다. 현재 82 수준인 수도권과 지방의 매장 비율을 64, 나아가 55까지 맞출 수 있도록 지방 가맹점 오픈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브롱스가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단단하고 오래가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브롱스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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