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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패션 대기업 올드 네이비의 험난한 여정
[포춘US]패션 대기업 올드 네이비의 험난한 여정
  • Phil Wahba 기자
  • 승인 2019.11.2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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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POWERFUL WOMEN / SETTING SAIL IN A STORM

패션 대기업 올드 네이비 Old Navy가 내년 모기업 갭에서 분사하면, 독립 사업체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기술에 정통한 CEO 소니아 신갈 Sonia Syngal과 이 브랜드는 모두 험난한 미래에 직면할 수 있다. By Phil Wahba

최근 어느 월요일, 올드 네이비 직원들이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출근하고 있었다. 그들은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고객들의 직설적이고 솔직 담백한 피드백을 마주했다. 한 쇼핑객은 "줄이 너무 길고, 고객 서비스 직원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고객은 "유튜브에서 올드 네이비 광고를 좀 더 늘렸으면..."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불만 사항들은 올드 네이비의 소셜 미디어 댓글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생생한 피드백은 정문 안내 데스크 뒤에 설치된 LED 스크린에, 선명한 빨간색 자막으로 직원들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이 자막 시설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미션 베이 Mission Bay 지역에 위치한 저비용 패션 체인점의 거대 본사에 설치됐다. 올드 네이비의 수장 소니아 신갈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전자 자막은 종종 비난보다 칭찬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입어본 최고의 청바지다”, “#록스타 청바지를 알기 전까지 나는 청바지를 싫어했다" 등이다(칭찬일 경우, 파란색 자막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모든 비난과 칭찬을 담은 ‘전자 쇼’의 취지는 쇼핑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는 데 있다. 신갈과 직원들은 그런 끊임없는 현실 점검이 내년에 특히 시급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연 매출 80억 달러에 육박하는 올드 네이비는 내년 상반기쯤, 모기업 갭에서 분사해 독립적인 상장사로서 새 삶을 시작할 계획이다(갭 주주들은 1주당 올드 네이비 1주를 받게 된다). 25년 역사상 처음으로, 올드 네이비가 모회사를 떠나 자신만의 힘으로 성공하거나 망하게 될 것이다. 모회사의 최고 브랜드인 갭과 바나나 리퍼블릭 Banana Republic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있다. 패션업계의 무자비한 경쟁 구도 속에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보여준다. 한편, 신갈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제 올드 네이비와 고객을 위해 일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만약 이런 초점이 흔들린다면, 출근할 때마다 머리 위 LED 화면을 올려다보면 된다.

수년 동안 올드 네이비는 갭을 지탱하는 엔진 역할을 해왔다. 반바지와 (패딩 같은) 기능성 의류처럼 트렌디하지만 가성비 좋은 기본 제품(Basics)을 파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활기가 넘치는 매장에 기발할 아이디어를 가미한 것도 도움이 됐다. 이 브랜드는 갭 매출의 거의 절반과 이익의 대부분을 기여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올드 네이비는 미국 내에서 나이키에 간발의 차이로 뒤진 2위 패션 브랜드이다. 2011년 이후 전 세계 매출은 35%(20억 달러)나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갭의 모든 매출 증가분을 홀로 책임진 것이다. 그 성공의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베테랑인 신갈의 공이 컸다. 물류에 대한 그녀의 해박한 지식 덕분에, 올드 네이비는 시장이 원하는 신제품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출시하는 독보적인 능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독립 CEO로서 신갈의 취임 항해는 험난한 파고에 직면해 있다. 월가의 표현에 따르면, 올드 네이비의 분사는 고전하는 ‘형제 회사’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가치를 펼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 올드 네이비 스스로도 슬럼프에 빠져있다. 이 브랜드의 전년 대비 동일 매장 매출(신규 매장이나 최근 폐점한 매장은 제외)은 지지부진했던 연말 휴가 시즌 이후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과 회사는 이런 부진의 원인을 고객들에게서 찾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올드 네이비 제품이 “늘 똑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위협 요소들도 나타나고 있다. 타깃(지난해 미국 자체상표 의류에서 5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이 부문 3위에 올랐다)과 월마트, TJ 맥스, 유럽 할인점 프리마크 Primark 등 저가 경쟁업체들이 올드 네이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발목을 잡고 있다. 어떻게 보면 투자자들이 분사를 탐탁지 않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갭 주가는 지난 2월 분사 조치가 발표된 직후, 29.51달러에서 30%나 하락해 19.5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신갈과 그녀의 상사이자 곧 경쟁자가 될 갭의 CEO 아트 펙 Art Peck이 옳다면, 올드 네이비의 슬럼프는 경기순환상 단기 침체로 그칠 것이다. 신갈은 ‘홀로서기’가 그런 실적 우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실제로 그녀는 연 매출 목표는 25% 더 늘린 100억 달러로, 기존 매장 수는 거의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목표치에 대한 확실한 시간표를 내놓지는 않았다. 그녀는 올드 네이비를 집을 떠날 준비가 된 ‘당돌한 10대’에 비유하고 있다. 신갈은 "우리는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올드 네이비의 CEO 소니아 신갈이 올드 네이비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올드 네이비의 CEO 소니아 신갈이 올드 네이비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올드 네이비의 기원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식회사 갭의 최고경영자였던 미키 드렉슬러 Micki Drexler는 값싼 옷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실적이 부진한 48개의 갭 매장을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했다. 갭과 경쟁사들보다 더 저렴하지만, 할인점보다는 더 좋은 품질과 더 나은 환경에서 옷을 판매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회사 내에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드렉슬러는 파리 여행 중에 어느 술집 간판에 새겨진 ‘올드 네이비’라는 단어를 봤고, 신개념의 사업을 위해 그 이름을 채택했다. 그리고 1994년 최초의 올드 네이비 매장이 문을 열었다.

’쇼핑몰’ 급의 좋은 옷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승리 방정식으로 입증됐다. 당시 올드 네이비 스웨터는 면 50%였다. 갭에서 구입 가능한 스웨터가 면 85%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덜 ‘천연적인’ 제품이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월마트의 동등한 면 제품보다는 더 ‘천연적인’ 제품이었다. ‘기이한’ 광고 캠페인도 이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데 일조했다. 패션 에디터 캐리 도노반 Carrie Donovan과 그녀의 대형 안경, 여배우 모건 페어차일드 Morgan Fairchild, 그리고 TV 드라마에 등장했던 유명한 개(Magic the Dog)가 출연,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주부들과 패셔니스타들은 제품이 싸다고 해서 개성이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매료됐다. SW 리테일 어드바이저스 SW Retail Advisors의 스테이시 위드리츠 Stacey Widlitz 사장은 올드 네이비에 대해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해 왔다"고 평가한다. 이 체인 브랜드는 즉시 J.C. 페니, 타깃, 그리고 시어스 같은 경쟁 소매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설립 4년째가 되던 때, 올드 네이비는 매출 10억 달러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 정도의 매출을 그렇게 빨리 달성한 의류 체인점은 올드 네이비가 최초였다.

오늘날 올드 네이비의 미적 경쟁력은 ‘대중(Middlebrow) 패션’에서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명품가방과 함께, 9달러짜리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으로 보인다. 이 브랜드의 1달러 샌들 연례 할인행사와 독립기념일에 맞춰 판매하는 5달러 미국 국기 티셔츠는 미국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올드 네이비는 유일한 주요 해외 시장인 캐나다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토론토에서 여린 2016년 동성애 퍼레이드(LGBT Pride Parade)에서 올드 네이비의 분홍색 리넨 셔츠를 입은 것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프로스퍼 인사이트 앤드 애널리틱스 Prosper Insight & Analytics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올드 네이비 쇼핑객의 나이는 39세이며, 가구당 수입은 7만 5,000 달러이다. 타깃과 갭의 구매자들에 비해 올드 네이비 고객들은 소득 수준이 약간 떨어진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그들이 더 젊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제품 구성은 이런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비결이다. 올드 네이비는 기본 품목을 구매하기 위해 자주 들리는 매장(go-to-store)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신속하게 출시하는 능력이다. 이윤이 적은 의류 산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득템(Treasure Hunt)’이라는 새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올드 네이비는 지난 연말 휴가 시즌(득템 제품이 없었더라면 저조한 분기 실적에 그쳤을 것이다)에 눈사람이나 펭귄처럼 귀여운 계절 캐릭터가 들어간 수면양말 1,000만 켤레를 팔았다. 셸리 코한스 Shelley Kohans 뉴욕패션기술대학 조교수는 “그들이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면, 고객들은 횡재상품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계속 몰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꾸준한 신제품 출시 및 지속적인 고객 유입이라는 선순환을 유지하려면, 탁월한 운영 능력이 필수적이다. 소니아 신갈이 최고경영자에 오른 주 요인이다.

캐나다에서 자란 신갈(49)은 사춘기 때부터 기술과 패션에 대한 관심이 컸다. 10대 때 팔다리가 길었던 그녀는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맘에 들지 않거나,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갈은 “옷을 입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그녀는 옷 대부분을 직접 디자인했고, 친구들과 가족들의 옷도 만들어 줬다. 신갈은 당시 10대에 불과했지만 도시에서 유행하는 패션 문화에 영감을 받아, 스타일 몬트리올 Style Montreal이라는 작은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그녀는 의류 제작 및 유통과 관련된 물류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공계로 진로를 정했다. 그녀는 케터링대학(Kettering University)에 입학했다. 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 교육인 STEM에 중점을 둔 이 대학은 미시간 주 플린트에 위치한 제너럴 모터스와 오랫동안 산학협력을 지속해 왔다. 따라서 그녀는 포드 타우루스 Taurus 세단 공장에서 실습을 하며, 주경야독을 해야만 했다. 신갈은 “스물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여성으로선 드물게 현장에서 일했다. 심지어 50대 남성 직원들을 감독까지 했다. 매우 힘들었지만, 직업에 대해 일찍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남성 동료들과 농담을 나누며, 어느 정도 (남성 중심의) 환경을 극복했다. 신갈은 이후 스탠퍼드대학에서 생산 시스템 석사과정을 밟으며, 남편을 만났다. 그리고 거의 10년간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Sun Microsystems 생산 팀에서 일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매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신갈은 "패션에 대한 나의 사랑과 ‘옷은 착용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순수한 아이디어가 우뇌를 자극했다"고 말한다. 공급망을 구축하고 운영한다는 아이디어는 그녀의 좌뇌 욕구를 충족했다. 신갈은 “소매업이 IT분야보다 더욱 여성친화적이며, 이사회와 경영진의 여성 비율도 더 높은 곳이라는 사실도 한 몫 했다”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통상 소매업에서는 여성들도 비슷한 급여를 받는다. 사실 ‘동일 임금’은 갭이 1969년 창립된 이래 유지해 온 전통이자 규칙이다. 당시 도리스 Doris와 도널드 피셔 Donald Fisher 부부는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각각 2만 1,000달러를 투자했다. 바로 그 기업에서, 신갈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2004년 소싱 전략 부사장으로 소매업무를 맡게 됐다.

그녀가 갭에서 승승장구한 시점은 업계에서 사고의 전환이 이뤄진 시기와 일치했다. 패션 브랜드는 수년 동안 소위 ‘남녀 거상(merchant princes and princessesㆍ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사는지 직감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 경영자를 찾아왔다. 하지만 갭의 최고경영자 펙은 “오늘날 전문적인 운영 능력은 특히 많은 제품을 취급하는 체인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올드 네이비는 제품 하나를 평균 9.2달러에 팔아 총 매출 80억 달러를 올린다”고 설명한다. 회사는 매년 7억 개의 의류 품목을 판매하고 있고, 4,000개의 신제품이나 변형 제품들을 선보인다. 이를 고려할 때, 물류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바로 기업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창업자의 아들로, 갭의 비상임회장을 맡고 있는 로버트 피셔 Robert Fisher는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를 어떻게 계획할지, 매장은 어떤 제품들로 채울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금융위기 당시와 그 이전에, 올드 네이비는 H&M이나 자라처럼 싸지만 트렌디한 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브랜드들은 새 유행을 간파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는데 특화돼 있었다. 한편, 올드 네이비의 매출은 2006년과 2008년 사이에 1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당시 CEO였던 스테판 라르손 Stefan Larsson은 몇 년 후 마치 ‘옷을 무게로 파는(Clothes by the Pound)’식의 저가 대량 판매 방식을 중단했다. 대신 더 많은 유행 상품을, 더 빨리 매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더 빠르고, 재정비한 공급망 구축’을 의미했다. 이런 점에서, 결국 신갈의 강점이 잘 부각됐다. 그녀는 올드 네이비의 해외 사업부를 잠시 맡은 후, 2013년 갭의 전체 공급망과 제품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물류 시스템의 성공적인 구축은 2016년 라르손이 랠프 로런 CEO로 옮긴 후, 신갈이 그의 후계자가 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갭의 모든 브랜드는 전문적인 공급망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더 빠른 패션(Faster Fashion)’이라는 업계 관행은 갭의 다른 브랜드들보다 특히 올드 네이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 문화가 더 실험적이고, 도전을 즐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신갈의 지휘 하에서 올드 네이비가 시도한 최고의 관행(그 이후 갭과 바나나 리퍼블릭도 뒤를 따랐다)은 일단 사전에 엄청난 양의 천을 구입하고, 뒤에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예상치 못한 트렌드에 대처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아울러 올드 네이비는 16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온라인 사업을 구축했다. 신갈 시대에 추진한 또 다른 혁신이 동력을 제공했다. 바로, 온라인 주문을 신속하게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초고속 패션(Fashion in a Flash)’ 플랫폼이다.

가을 의상들이 올드 네이비의 샌프란시스코 플래그십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 이 브랜드는 트렌디한 값싼 의류를 판매하고 경쟁 할인점들보다 더 활기찬 매장 분위기를 앞세워 1990년대에 출범했다. 사진=포춘US
가을 의상들이 올드 네이비의 샌프란시스코 플래그십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 이 브랜드는 트렌디한 값싼 의류를 판매하고 경쟁 할인점들보다 더 활기찬 매장 분위기를 앞세워 1990년대에 출범했다. 사진=포춘US

의류 제조업체의 전략적 선택에서 ‘분석’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에 정통한 신갈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올드 네이비가 지난 수년 간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신갈은 몇 년 전 판매하려 했던 금색 라메천 수영복을 떠올리면 정신이 아찔하다. 하지만 다른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올드 네이비의 확실한 분석 결과에 따라 만든 (헐렁한) 남성용 카고 반바지에 대해선 변명하지 않는다. (많은 미국 여성들의 분노를 샀지만) 다시 인기를 누리는 옷이 되었기 때문이다. 신갈은 “아쉽게도 카고 반바지에는 지갑을 넣을 수 없다”라고 재치 있게 말한다/*역주: 남성들 입장에서는 카고 반바지를 입으면 지갑을 넣을 수 없으니 여성들에게 돈을 쓸 필요가 없고, 따라서 많은 여성들이 화를 냈다는 의미/. 그럼에도 오늘날 주머니가 많은 반바지는 덜 헐렁한 경향이 있어 지갑을 넣을 수 있다. 게다가 신갈이 확보한 데이터는 남성들이 주머니가 많은 반바지를 원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녀는 다양한 제품들을 앞세워, 브랜드를 매우 성공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붙은) 여성용 점프수트 Jumpsuit가 유행이다. 따라서 올드 네이비도 그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신갈은 "미국인은 2년 뒤에 무엇을 입을까?"라고 반문한 뒤 “그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올드 네이비는 지난 몇 년간 형제 브랜드들보다 그런 시장 예측을 더 잘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몰락을 막는데 일조했다. 회사와 브랜드 이름이 같은 갭은 한때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 출연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만큼, 상당한 문화적 영향력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북미에 있는 수백 개의 점포를 폐쇄하고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도 패션의 새 환경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갭 경영진은 오래 전부터 올드 네이비를 분사하라는 월가의 요구를 일축해왔다. 이들은 하나로 뭉쳐야 각 브랜드가 협력업체들에 집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원을 공동활용하고, 서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아트 펙은 “브랜드들의 사업 분야와 고객들이 서로 너무 다르다. 올드 네이비는 홀로서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 분사는 일종의 ‘해방’”이라고 설명한다. 올드 네이비 없이 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펙은 여성 스포츠웨어 브랜드 애슬레타 Athleta의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브랜드는 캐나다 스포츠웨어 룰루레몬 Lululemon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갭은 힐 시티 Hill City(현재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남성용 운동복)와 재니 앤드 잭 Janie & Jack(짐보리가 파산 신청한 후 올드 네이비가 인수한 아동 브랜드)에도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피셔 회장은 “올드 네이비를 주변에 두지 않음으로써, 갭 브랜드는 더 많은 자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분명 절실해질 것이다. 사업에서 절실함은 좋은 친구"라고 강조한다.

올드 네이비의 ‘가성비 정신’은 지난 몇 년간 오히려 갭의 매출을 갉아먹었다. 그리고 펙은 갭 브랜드들이 서로에게 친구이자 적이 될 수도 있다고 농담한다. 그는 분사를 논의하기 위해 월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프레젠테이션에서, 신갈에게 "이제 안아볼까?"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하지만 펙은 “사실상 회사들끼리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셔 가문과 다른 모든 주요 갭 주주들처럼, 그는 분사 과정에서 발행되는 주식 때문에 올드 네이비의 성장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게 될 것이다. 펙은 "나는 올드 네이비의 주요 투자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성공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선의와는 별도로, 분사에 따른 과제들은 남아 있다. 갭 브랜드들의 후방업무 운영(IT 및 공급망 관리와 같은 기능들)은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다. 컨설팅 회사 A.T 커니의 글로벌 소비자 및 소매업 경영 부문의 애드히어 바훌카 Adheer Bahulkar 파트너는 "조만간 올드 네이비는 자체적으로 일부 후방업무를 구축해야 한다. 경영에는 방해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분사의 대가는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올드 네이비는 향후 2년간 새로운 유통센터 구축, 관련 IT 및 물류 시스템 개선에 무려 8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신갈은 보금자리를 탈출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현재 쇼핑몰 방문객이 줄면서, 모든 형태의 소매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드 네이비 매장들은 주로 ‘탈 쇼핑몰(Off Mall)’ 형태로 운영된다. 신갈은 “직장 내 평상복과 활동복 착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광범위한 사회적 트렌드로 인해, 올드 네이비는 장기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이어 “더욱이 올드 네이비는 갭이 협력업체들에 갖는 동일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다”고 부연한다.

올드 네이비의 더 큰 문제는 ‘너무 돌다리를 두드린다’는 인식일 것이다. 모든 소매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올드 네이비는 고객들이 관심을 갖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과 고객들이 외면해서 안 팔리는 제품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느라 애쓰고 있다. 펙과 신갈은 “지난 몇 분기 동안, 올드 네이비의 문제는 부분적으로 그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발생했다”고 인정한다. 특히 여성복 고객들에게 다양한 신규 제품을 제공하지 않고, 과거에 성공했던 품목들에 너무 많이 의존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아온 최고경영자에게는 뼈아픈 지적이다. 분사 발표 이후 신갈이 처음으로 채용한 주요 인사는 사업의 더욱 창의적인 ‘기술’을 강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낸시 그린 Nancy Green을 올드 네이비의 사장 겸 최고창작책임자로 영입했다(그린은 최근 성장하고 있는 애슬레타 브랜드의 사장이자, 10년 전 올드 네이비의 유아사업 구축을 도왔던 임원이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올드 네이비의 건전성은 매장을 활기차게 만드는 데 달려 있을지 모른다.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리트 Market Street에 위치한 3만 평방피트(약 840평) 크기의 플래그십 매장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신갈은 체인점이 사랑 받는 비결을 설명했다. 그녀는 물방울 무늬들, 눈길을 끄는 벽에 길게 늘어뜨린 청바지, 바닥에 그려진 땅따먹기 그림, 어린이를 포함해 일반들이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테이블 같은 특징들을 가리켰다. ‘뜨겁게 쇼핑하라(Shop It Like It's Hot)’와 ‘안녕, 이쁜이(Hi, Beautiful)’ 같은 자극적인 문구들이 거울에 적혀있었다.

올드 네이비는 1,100여 개 매장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비교적 저렴한 리모델링을 통해 창고형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례로, 낡은 매장의 어두운 나무를 더 밝은 색깔로 다시 칠하고, 조명을 추가하고, 탈의실을 다시 정비하는 식이다(올드 네이비의 최대 라이벌 중 한 곳인 타깃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갈은 “오프라인 매장이 최전방에서 올드 네이비의 성장 전략을 지탱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내 매장 거래의 약 14%가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사업이 완전히 온라인화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다. 회사는 또한 소규모 틈새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갈은 "고객들로부터 많이 듣는 얘기는 '당신네 매장이 우리 마을에는 없다. 올드 네이비에 가려면 45분을 운전해야 한다' 등이다"라고 전한다. 일반적으로, 이 브랜드의 ‘상권(Trade Area)’은 점포당 20만 명을 커버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으로 매장을 확장할 가능성이 낮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신갈은 올드 네이비가 그런 곳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녀는 시어스, 메이시스, 짐보리, 케이마트 또는 J.C. 페니가 최근 문을 닫은 지역사회에서 자사 매장은 증가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실제로 올드 네이비는 지난 2년간 100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아울러 800곳의 신규 오픈을 추진 중이다

물론, 매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적절한 상품 배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 쇼핑몰이나 백화점과 달리, 올드 네이비는 과감하게 엉뚱한 제품도 선정한다. 예를 들어, 현금 등록기에 옆에 헤어 밴드를 잔뜩 쌓아 놓는 식이다. 이 제품이 한물간 품목으로 치부됐지만, 현재 다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신갈은 카고 반바지처럼 이 상품에 대해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신갈은 또한 올드 네이비가 블록버스터 아이템을 발굴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매출 10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체인점은 2011년 이후 맨땅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활동복 사업을 일궈냈다. 청바지 부문도 엄청난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인기 있는 여성용 록스타 청바지 브랜드는 하루에 4만개씩 팔린다. 판매가격이 약 35달러인 이 청바지는 신축성이 뛰어나, 무릎이 나오지 않는 의류(4Way)를 찾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와 비슷한 기능성 의류는 갭이나 애버크롬비 & 피치 Abercrombie & Fitch에서 두 배나 비싼 7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핵심은 올드 네이비가 이런 최적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패션 트렌드를 너무 앞서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멋지고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어려운 과제다. 신갈은 올드 네이비가 이런 제품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한, 독립 사업체로서 번창할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전문적인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 과학으로 실패 위험을 줄인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그녀는 “미국 가정 3분의 1이 우리 옷을 입는다. 절반이나 4분의 3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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