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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미국 소비자들을 해부하다

ANATOMY OF AN AMERICAL SPENDER

  • 기사입력 2019.11.28 09:28
  • 기자명 Geoff Colvin 기자

미국 소비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그 후로도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과연 이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
By Geoff Colvin

당신 왼쪽과 오른쪽을 확인한 후 다음 질문에 답하라: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모든 사람들의 직업, 수입, 퇴직금, 주택,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을 위해, 분위기가 낙관적이기를 바란다. 소비자들의 희망적인 성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미국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이런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를 보면, 그들은 다가오는 불경기의 최근 징후들을 매일 경고하는 기사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전혀 동요 없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1인당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그렇다). 소비자들의 지출은 오랫동안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근간이었다. 실제로 소비는 지난 몇 년간 미국 GDP에서 67~69%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은 지난 5년간 미국 GDP 성장의 85%에 기여하며, 자신들의 기록을 경신해 왔다. 미국 모기지 금융회사 패니 메이 Fannie Mae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소비자 지출은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확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쇼핑객들은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기록적인 경기 팽창의 ‘영웅’들이다.

10여 년 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소름이 끼칠지도 모른다. 소비 열풍은 2003~2007년에도 활기찬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70년 만에 닥친 최악의 불경기로 붕괴됐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자들은 빚잔치를 벌였던 당시의 쇼핑 열풍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반대다. 이들은 재정적으로 모범 시민에 가깝다.

지난 경기침체 이전에는 가계 부채가 GDP의 99%까지 증가했는데, 오늘날에는 76%에 불과하다. 2006~2007년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개인 저축률은 기이하게도 0까지 떨어졌다. 오늘날에는 8.1%로 매우 건전한 수준이다. 비영리 조사기구 콘퍼런스 보드의 소비자 신뢰 조사를 총괄하는 린 프랑코 Lynn Franco는 “혹독했던 지난 번 경기침체가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시켰다”며 “그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가계는 풍족함을 누리고,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실질 임금은 상승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편안하게 경이로운 GDP 성장세를 무한정 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사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미국과 세계 경제가 직면한 최대 문제는 과연 미국인들의 소비 의욕이 꺾일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그들을 주춤거리게 만들 것인 가이다.

일러스트=포춘US
일러스트=포춘US

무엇보다 고용 악화가 1순위 후보다. 현재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조차 느끼는 두려움이다. 버렌버그 캐피털 마켓츠 Berenberg Capital Markets의 경제학자로, 몇몇 연방준비은행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미키 레비 Mickey Levy는 “실제로 고용 수치가 좋지 않을 경우 소비 의욕과 지출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조되는 무역전쟁 또한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최근 콘퍼런스 보드와 미시간대학의 공동 설문조사—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밝히기 전 실시됐다—는 응답자들에게 가장 우려되는 문제를 자유롭게 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관세와 무역전쟁이었다. 미시간 주 소비자심리 조사기구의 리처드 커틴 Richard Curti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가장 취약한 점은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이 매장에 가서 직접 많은 제품들—장난감이나 의류, 가전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이미 동요하기 시작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레크리에이션 차량(RV)의 판매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RV는 소비자들이 미래가 불안하면 구매를 미루기 쉬운 값비싼 비필수품이기 때문이다. RV 판매량은 지난해 약간 감소했고, 올해는 급격히 떨어졌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일년 내내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맨해튼의 아파트 가격은 고소득자들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더글러스 엘리먼 Douglas Elliman 부동산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더 많은 구매자들이 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보통 고소득 주택 구매자들은 절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이 경제 동향을 더 명확하게 파악한다면 가장 먼저 지갑을 닫을 수 있다.

훨씬 더 명확한 시각을 가진 CEO 그룹은 최근 거의 낙담하고 있다. 콘퍼런스 보드가 지난 9월 조사한 CEO 신뢰지수는 마지막으로 경기 침체가 가장 심했던 2009년 초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CEO들은 대부분 경제 상황이 6개월 전보다 나아졌고,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대부분 상황이 더 나쁘고,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자 집단이 매일 내리는 결정이 경제를 좌우한다—의 관점도 현재는 어두워지고 있을지 모르다. 콘퍼런스 보드의 9월 조사결과는 소비자 신뢰가 8월보다 급격히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포춘이 같은 달 1만 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응답자들에게 ‘향후 12개월 내에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3분의 2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는 경기 침체의 믿을 수 없는 예측 변수다. 이 지수는 항상 경기가 하강하기 전에 하락한다(물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때때로 소비자 신뢰는 호황이 한창일 때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한다. 이 모든 지표는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서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Robert Shiller 교수는 ‘잃어버린 요소’를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사람들은 내러티브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 비단 신뢰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는 예를 들어, 지난 번 호황 때 “모든 사람들이 작년 내내 누군가는 집을 팔아 자신이 일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한다.

그의 신간 '이야기 경제학(Narrative Economics)'은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부채질하며 회자되는 많은 이야기의 사례들을 보여 준다. 그는 “지금 특히 걱정되는 건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다. 기술이 거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이 내러티브가 소셜 미디어에 의해 증폭되고 실제 고용 감소와 결합된다면, 소비자들의 분위기를 긍정적에서 비관적으로 전환시켜 결국 성장 동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모든 불황은 자기예언적 하향곡선을 그린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는 한, 하향세가 더욱 가팔라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소비자 신뢰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현재 듣고 있는 이야기의 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희망적인 분위기를 퍼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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