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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마지막 남은 ‘금녀 구역’

MOST POWERFUL WOMEN / THE LAST BOYS’ CLUB

  • 기사입력 2019.11.04 09:10
  • 기자명 CLAIRE ZILLMAN 기자

10년 전, 일부 여성들이 월가 은행의 첫 CEO에 오를 것처럼 보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뭘까? 더 중요한 건 앞으로 그런 일어날 지 여부이다. BY CLAIRE ZILLMAN

텍사스 주 민주당 하원의원 앨 그린 Al Green에게는 적절한 상황으로 보이지 않았다. 

미 하원 금융위원회(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에서 미국 최대은행 7곳의 CEO들을 3시간 동안 심문한 지난 4월의 일이었다. 이 청문회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은행들의 책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휴스턴의 일부 지역을 대표하는 8선 의원 그린은 준비한 질문 대신 완전히 다른 방향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건너편에 나란히 앉아 있는 시티그룹의 마이클 코뱃 Michael Corbat,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모건 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James Gorman,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Brian Moynihan, 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프의 로널드 오핸리 Ronald O’Hanley, 뉴욕 멜런 은행의 찰스 샤프 Charles Scharf, 골드만 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David Solomon 등 7명의 CEO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린은 마이크 위로 몸을 구부리며 “여러분 7명이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 것 같다. 일단 모두 백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러분 모두 다양성에 대해 설교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을 이어갔다. “당신들의 후계자가 여자나 유색인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손을 들어보라.” 물리적인 집계를 하는 것은 그린에게는 흔한 일이다. 그는 수치를 실제로 확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사실, 패널들은 버릇없이 굴다가 들킨 남학생들처럼 약간 움찔했다. 그린은 “때로는 공식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는 걸 안다. 하지만 분명히 기록을 해야 한다. 여러분 모두 백인 남성이고, 그 누구도 후계자가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 같다”고 몰아붙였다.

다양성 프로그램과 미투 운동이 업계와 직장 전반에 걸쳐 사내권력의 역학을 재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월가는 최고위직에 오르려는 여성들에게 여전히 ‘미개척지(terra incognita)’로 남아있다. 엘레베스트의 공동 창업자 겸 CEO 샐리 크로체크 Sallie Krawcheck는 “이론적으로 월가는 분석적인 업계다. 이 곳에서는 원래 실적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야 한다”라며 “그러나 가장 분석적인 산업에서 여전히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한때 월가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여성 중 한 명이었다.

JP모건 체이스와 시티에서 근무한 후, 현재 피어몬트 은행 CEO를 맡고 있는 웬디 케이-리 Wendy Cai-Lee는 왜 여성이 월가 은행을 운영해본 적이 없을까에 대한 질문은 “새로운 게 아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009년 방위산업에서 BAE 시스템스의 린다 허드슨(다른 많은 여성들이 그 뒤를 이었다), 2014년 자동차업계에서 GM의 메리 배라, 2016년 석유산업에서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비키 홀럽, 2017년 제약업계에서 글락소스미스 클라인의 에마 웜즐리 등 산업별로 잇따라 여성 CEO들이 등장한 사실을 고려하면, 월가의 상황은 특히 눈길을 끈다. 물론 해외에서는 여성들이 은행 최고위직에 올랐다. 실제로 아나 보틴은 현재 방코 산탄데르의 회장을 맡고 있다(127페이지 기사 참조). 포춘은 지난 1998년부터 포춘 500대 기업—총 매출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의 여성 CEO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두 명의 여성 은행장만이 순위에 올랐다. 첫 번째 여성은 골든 웨스트 파이낸셜의 고 매리언 샌들러 Marion Sandler였다. 그녀는 생전에 남편과 함께 공동 설립한 이 은행을 2006년 와코비아에 매각했다. 두 번째 인물은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지역은행 키코프의 베스 무니 Beth Mooney CEO다. 이 은행은 올해 포춘 500 순위에서 413위에 올랐다.

모두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 전, 여성 혐오자들이 주를 이뤘던 남성 트레이더들의 거래 공간에서 벌어지던 노골적인 성희롱은 많이 사라졌다. 경영진은 포용적인 사내 문화의 필요성을 공언했고,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채용 방식을 변경했다. 하지만 좀 더 작고 미묘한 장애물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가령, ‘미묘한 성희롱(microaggressions)’부터 큰 효과 없는 ‘과잉 멘토링(over-mentoring)’과 ‘미흡한 커리어 지원(undersponsoring)’이 대표적인 장벽들이다. 포춘은 이번 기사를 위해, 은행 및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10여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일부는 이전 고용주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자신들의 실명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남성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하는 문화적 공통 요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여성들은 최고 경영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평가 받는다. 이사회와 주주들은 다양한 리더십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일단 최고위직이 공석이 되면 적당한 후보를 찾을 수 없다고 한 발 뺀다. 말 그대로 월가는 고립된 딴 세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특별한 유리 천장은 10여 년 전에는 곧 깨질 것처럼 보였다. 2000년대 중반, 모건 스탠리의 공동 사장 조 크루스 Zoe Cruz는 CEO 존 맥의 후계자로 인식됐다. 에린 캘런 Erin Callan은 2007년 말 당시, 41세에 리먼 브라더스의 CFO에 올랐다. 그리고 크로체크는 시티그룹 CFO에 오르기 전 포춘 1면을 장식하는 등 작은 기업들에서 잇따라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크로체크는 “샐리, 조, 에린 3인방이 1세대 선두주자였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세 여성 모두의 진로를 뒤바꿔 놓았다. 크루스는 모건 스탠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된 손실을 처리한 직후, 2007년 11월 회사를 떠났다. 캘런은 리먼이 28억 달러의 분기 손실을 낸 후, 2008년 6월 사임했다. 회사는 3개월 후 파산 신청을 했다. 한편, 크로체크는 2008년 CEO와의 의견차로 시티를 떠났다. 그녀는 이듬 해에 메릴린치의 글로벌 자산관리 사업부 운영을 맡았지만, 2년 뒤 그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그녀는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재편으로 인해, ‘백인의 중년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 업계가 경영진의 인적 구성을 재고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말한다. 대신 크로체크는 “월가의 백인 중년 남성 집중도가 더 심화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금융위기 자체가 특히 남성 호르몬 중심의 위험 감수 및 의사결정에 의해 촉발된 것 같다’는 사실을 일부 사람들만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Christine Lagarde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와 관련된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리먼 브라더스가 “리먼 시스터스”였다면, 경제 위기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띠었을 것”이다.

실제로 월가의 최고위층에 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2018년 IMF 연구는 (적어도 이사회 수준에서는) 전 세계 은행들이 보유한 여성 리더십의 이점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여성 이사들이 많이 포진한 기관들은 자본 완충비율이 더 높고, 부실 채권 비율은 낮으며, 위기에 대한 저항력이 더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규제위원회에 여성 이사들이 포함된 은행들도 비슷하게 안정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연구진은 “우리가 관측한 높은 안정성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관점의 유익한 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 차별적인 고용관행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에 진입하는 여성들은 남성 동료들보다 “자격이나 경험이 더 훌륭한”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금융업계 고위직에서 성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분히 타당하다는 것이다.

월가 최대 은행의 CEO들이 지난 4월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월가 최대 은행의 CEO들이 지난 4월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춘US

대형은행의 현 최고 경영자들은 이런 주장을 공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는 최소한 그렇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CEO 7명 모두 은행의 다양성 노력에 대해 준비된 발언을 했고, 일부는 아직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모이니핸은 “다양성은 책임 있는 성장을 이끄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뉴욕 멜런 은행의 샤프 CEO는 근로인력의 대표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임 집행위원과 채용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에 대해 이제까지 가장 정곡을 찌른 발언을 한 주인공은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의 CEO 오핸리다. 그는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기업 리더십의 집단사고 위험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다양성 노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들이 잘 알듯이, 한 조직 내에서 수십 년간에 걸친 경력은 거창한 선언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수천 개의 작은 상호작용과 결정의 결과물이다. 이 중에는 여성들이 선택한 것도 일부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일부 있다. 즉 어떤 업무는 받지 못하고, 어떤 칵테일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고, 또 어떤 출장은 가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점을 잘 안다. 여성들은 대학 졸업 후, 적어도 통계상으로는 월가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출발한다(포춘은 이 기사를 위해, 성평등의 문제를 살펴봤다. 우리 취재원은 인종과 경제적 배경, 성 정체성 등 다른 종류의 다양성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킨지가 39개 금융 서비스 회사의 직원 1만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은행 및 소비자 금융 분야의 여성 비율은 51%다. 하지만 최고위직의 비율은 20%로 크게 떨어진다.

마이클 코뱃 시티 CEO는 지난 6월 포춘 행사에서 “여성들과 소수자들을 영입하는 정책은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인재들을 빠르게 스카우트하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그들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산업 전반의 일부 데이터는 이와 상충된다. 매킨지 연구의 공동저자 마리 클로드 나데우 Marie-Claude Nadeau는 “종종 사람들은 모든 직급에서 여성들을 잃는 이유가 집에서 맡은 역할이나, 파트타임 일을 위해 그들이 떠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송유관에서 석유가 샌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 직원들이 은행과 소비자 금융 분야를 떠나는 비율은 남성 직원들보다 낮다. 예를 들어, 남성 하위직원의 자연 감소율은 18%인 반면, 같은 직급의 여성 감소율은 16%로 나타났다. 수석 부사장 직급에서도, 남성이 10%인데 비해 여성은 9%다.

흥미롭게도, 금융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과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척도 중 하나가 뮤추얼 펀드 실적이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가 15년 이상 데이터를 조사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여성들이 운영하는 확정금리형 뮤추얼 펀드는 2003년 이후 남성들이 운영하는 펀드를 능가했다. 모닝스타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통해 ‘실적 때문에 금융업계의 여성 비율이 더 낮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수익률을 백분율로 정량화할 수 없는 업계의 다른 곳에서는 실적 판단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필자가 인터뷰한 많은 여성들은 “(남성 동료만큼) 경험과 확실한 지원을 제공 받지 못하고, 그 결과 최고위직에 오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많은 여성들은 첫 승진에서부터 장애물에 직면하기 시작한다. 매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초창기 하위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8%가 승진하는 반면, 남성은 10%가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또 다른 공동저자 알렉시스 크리브코비치 Alexis Krivkovich는 “초기에는 여성들이 전체 고용의 절반을 차지한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들이 최고위직에 오를 때쯤이면, 그 중 5분의 1은 “기능적인’ 역할(인사 책임자나 법률 자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신 중요한 사업상 업무(보통은 CEO 후보명단에 반영된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다. 

매킨지는 일부 하위직 여성들이 고위직 승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몇 가지 이유를 발견했다. 즉, 업무 자체에 대한 열정 부족, 워라밸의 어려움, ‘잘 알려진’ 고위직의 스트레스, 그리고 사내에서 작동하는 정치 등을 꼽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들은 높은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종종 정상에 오르는 데 필요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 회사 고위직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낮다는 것은 남성에 비해 롤 모델의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크리브코비치는 “첫 번째 승진의 격차는 정말 결정적이다. 리더들을 뽑는 여성 인재 풀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승진을 하는 여성들도 곧 다른 요인에 맞닥뜨린다. 즉, 중간 관리직 여성들은 종종 이너 서클 주변을 맴돈다. 반면, 남성 동료들은 중요한 정보를 더 쉽게 축적할 수 있다. 그것은 결국 누가 다음 해에 가장 좋은 평가나 업무를 받을지 결정한다. 그 대상은 보통 제인(여성)이 아니라 조(남성)다. 월가에서 20년 근무한 한 베테랑은 “현재로선 아무도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그룹에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조가 제인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의 글로벌 고객사업부 수장 도나 밀로드 Donna Milrod는 “여성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그 작은 미시적인 문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조된다”고 지적한다. 과거 도이체 방크에서 20년을 근무한 그녀는 직장에서 비슷한 역학관계를 목격했다. “여성에 대한 ‘미묘한 성희롱(microaggressions)’은 지나치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대신 ‘미세한 결정(microdecisions)’이라고 부른다. 남자들끼리 술 마시러 나가거나, 함께 출장을 가는 것 같은 사소한 일 말이다.”

그리고 확실히 금융업계에는 여전히 다양한 성차별이 만연해 있다. 즉, 미묘한 행태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문제들이 상존하는 것이다. 지난 9월 초, 한 여성 은행원은 BNP 파리바를 상대로 제기한 성차별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녀는 다른 동료들이 쓰던 “지금은 안돼, 스테이시”라는 표현을 상사가 자주 사용하며, 자신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누군가가 ‘마녀 모자’를 자신의 책상 위에 두고 간 일을 한 사례로 들었다.

포춘과 인터뷰한 한 월가 베테랑 여성은 “다국적 기업 CEO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가 ‘이 회의를 주재하는 남성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회의는 내가 주재한다. 당신 회사의 기업공개를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나를 마치 화성에서 온 사람처럼 쳐다 봤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또 출산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남성 직장 동료들이 놀라는 모습을 봤다. 당시 그는 따뜻하고 어머니 같은 그녀의 평소 분위기를 고려하면, 집에서 애를 돌볼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다시 ‘엄마’의 역할이 등장한다.

필자가 인터뷰한 거의 모든 여성들은 ‘여성들이 집에서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논리에 반발했다. 너무나 단순한 설명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그 이유는 미적분만큼 복잡하다. 월가 베테랑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그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그들이 아이가 있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는 게 아니라, 일보다 육아가 상대적인 이점이 더 크기 때문에 집에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를 가진 여자가 ‘너는 스타고, 공평하게 보상받고, 회사의 미래고, 최고경영자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집에 아이가 있어도 떠날 리가 없다. 요점은 여자들은 전혀 그런 말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신 그들은 ‘나보다 먼저 승진한 세 명의 다른 남자들이 있고, 꽤 괜찮은 보수를 받지만 최고 수준은 아니다. 그럭저럭 회사생활은 하지만 총애 받는 직원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실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먼 Oliver Wyman이 2016년 전 세계 금융 서비스 회사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뒷받침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이 분야의 여성들에게 문제가 되는 ‘경력 중간 시기의 갈등’을 지적한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같은 야망을 갖고 출발한다. 그들은 첫 몇 년 동안 그 야망을 간직하고 있으며, 경력 후반기에도 계속 비슷한 꿈을 품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왕성하게 일하는 중간 시기이다.

이 보고서는 노동 시장의 자료를 근거로, 그 단계에서 여성들이 ‘퇴사로 의사를 표현한다(vote with their feet)’고 지적한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중간직 여성들은 남성 동료들보다 금융업계에서 더 많이 떠난다.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보다도 20~30% 정도 더 많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향은 30~50세의 여성들이 직업을 위해, 사생활을 희생할 의지가 덜한 상황에서 나타난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정도로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 태도 변화다.

과거 월가 기업에서 투자금융을 총괄했던 한 여성은 “기업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여성’—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맡은 바 임무를 정말 훌륭하게 완수한다—을 고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이어 “이 여성들의 경력이 발전함에 따라, 결혼과 육아 등에 따른 ‘자연적인 퇴사의 법칙’은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들은 생애 처음으로 나쁜 평가(C 등급)를 받게 된다”며 “동반자가 생기거나 배우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대가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여성들은 결국 금융업계에서 다른 업계로 자리를 옮긴다. 반면 계속 경력 사다리를 올라가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오늘날 금융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수 많은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능적 업무와 달리 경영상 경험이 특히 중요하다. 임원 헤드헌팅업체 DHR 인터내셔널의 진 브랜토버 Jeanne Branthover 글로벌 금융서비스 대표는 “실적 책임을 지고 대표나 사장 또는 CEO로 한 사업부를 운영한다는 것은 조직 전체를 이끌고 책임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중요하다”며 “종종 리더들은 먼저 조직의 내부 시스템을 직접 익히기 위해, 다양한 도시와 국가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몇몇 여성들은 그런 ‘능력개발 과제(stretch assignments)’, 즉 재배치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골적인 차별은 아닐지 모르지만, 특히 가족이 있는 여성들은 대형 프로젝트를 맡거나, 말하자면 샌프란시스코로의 이주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업계에서 그런대로 버티면서 힘든 업무를 수행하고, 이너 서클에 접근하는 여성들에게 이 퍼즐의 중요한 마지막 조각은 멘토링이다.

흥미롭게도 여성들은 실제로 남성들보다 멘토를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인시아드 Insead 경영대학원과 여성 임원 헤드헌팅업체 캐털리스트 Catalyst의 연구원들은 “모든 멘토링이 평등한 것은 아니다”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한다.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영향력이 미미한 멘토들과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 멘토들이 다음 단계를 목표로 하는 여성들을 후원하거나, 도울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는 ‘여성들에게는 정말 불리한 점이다. 멘토가 영향력이 막강한 고위직일수록, 멘티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매킨지 연구는 구체적으로 여성 네트워크의 성별 구성을 언급하면서, 이런 사실을 강조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분야의 하위직급 여성 81%가 주로 여성으로 구성되거나, 남성과 여성 비율이 동일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고위 경영진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그들이 더 위로 올라갈수록, 네트워크 내에서 후원자 역할을 해줄 여성들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남성들은 대부분 남성인 네트워크를 훨씬 더 많이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다.

투자금융을 총괄했던 여성 전직 대표는 “주요 [대표와 파트너] 승진과 관련해 계속 목격한 사실이 있다. 다음 자리에 올라갈 능력이 뛰어난 여성과 남성이 있다면, 여성 후보를 강력하게 밀어줄 멘토가 없는 한 그들은 ‘그녀는 1년을 더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여성이 보통 회사에 더 충성하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이는 그녀를 만족시켜야 할 충분한 유인(誘因)이 없다라는 의미”라며 “은행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경영위원회에 임명된 골드먼 삭스의 글로벌 회계책임자 베스 햄맥 Beth Hammack에게는 두 명의 주요 멘토가 있다. 바로 데이비드 솔로몬 David Solomon CEO와 스티븐 셰어 Stephen Scherr CFO다. 그녀는 회사가 "여성이 다른 여성을 밀어주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남성들이 먼저 자신을 “찾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 모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여성 중 한 명이 있다. 바로 키코프 은행의 베스 무니다. 70년대 말부터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뱅크원, 시티코프 리얼 에스테이트, 홀 파이낸셜 그룹, 리퍼블릭 뱅크 오브 텍사스/퍼스트 리퍼블릭, 앨라배마주 소재 암사우스 뱅코퍼레이션 등에서 근무한 후 현 회사에 합류했다. 무니는 “내게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았다. 그 동안 내게 기회를 주고,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도록 허락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 말은 그녀가 16년간 9번이나 이사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녀는 독신 여성이라는 자신의 유연성을 적극 활용, 재배치를 자원한다. 하지만 무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걸을 순 없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어떤 여성이 첫 주요 미국 은행장에 오를 것인가?”

올해 초에는 위기에 처한 웰스 파고가 유력한 후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이 은행은 2016년 유령계좌 사건이 밝혀진 후, 현재 세 번째 임시 CEO가 이끌고 있다. 더 최근에는 은행이 여성 대신 퇴직 CEO(보통 남성으로 정의되는 그룹이다)를 수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해서 잡음이 일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의 경우, 여성들이 남성들과 같은 비율로 조직 내 사다리를 ‘올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에 따라 은행은 직원(특히 여성)이 사내에서 새 기회를 추구하는 걸 가로막는 일부 장벽을 낮췄다. 내부 공석에 지원할 수 있는 까다로운 자격 요건이 대표적인 장애물이었다. 이 조치는 중요하다. 남녀를 차별하는 ‘경직성’이 월가를 분열시키는 요소로 계속 작용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그 역사가 오래됐다. 특히 몇몇 여성들은 업계 내의 계급과 승진 제도를 언급했다. 이런 기존 시스템이 일부 여성들이 추구할 수 있는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은행에 종사하는 다른 여성들은 “월가가 시대 흐름에 적응하는데 더디다”고 지적했다. 주요 고객인 기업 CEO들이 대체로 남성이라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을 중요 부서에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관행 또한 변하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은 2017년부터 경영진의 실적 평가와 보상에 다양성 성과를 포함했다. 캐시 호건 Kathy Horgan 인사담당 최고책임자는 “결과를 측정해야만 집중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골드먼 삭스도 간부들이 풍부한 경험을 요하는 각 직종에 대해, 자격을 갖춘 ‘다양성’ 후보를 최소한 2명은 인터뷰하도록 한다.

이 기사를 위해 인터뷰한 사람들은 “JP모건 체이스가 제이미 다이먼의 리더십 하에, 여성이 (적어도 기회상으로는) 은행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여성 임원 신(新) 3인방이 잠재적인 CEO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이전 페이지 박스 기사 참조).

JP모건은 지난 4월 의회 청문회 이틀 후 실적을 발표했고, 다이먼은 자신의 증언과 후임자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후계 구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건 이사회 차원의 문제”라며 “[우리에겐] 탁월한 여성 임원들이 있다. 내 후계자는 여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 상황은 이 이정표를 한참 전에 세워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코뱃, 제이미 다이먼, 제임스 고먼, 브라이언 모이니핸, 로널드 오핸리, 찰스 샤프, 데이비드 솔로몬 중에 이번에는 누가 가장 먼저 손을 들까(여성을 은행장으로 발탁할까)?

▲JP모건에서 주목해야 할 여성 3인방

올해 포춘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회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JP모건 체이스다. 이 은행은 올해 3명을 리스트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소비자대출 CEO 메리앤 레이크 Marianne Lake(21위ㆍ왼쪽), CFO 제니퍼 핍스잭 Jennifer Piepszak(26위ㆍ가운데), 자산운용 CEO 메리 어도스 Mary Erdoes(30위ㆍ오른쪽)가 그 주인공들이다. JP모건 체이스는 지난해 제이미 다이먼이 5년간 더 은행장 자리를 지킬 것이라 밝혔지만, 이미 세 사람 모두 잠재적인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은행이 지난 5월 경영진 재편을 통해 레이크와 핍스잭에게 현 역할을 부여한 이후, 이런 추측이 더욱 가열됐다.

이들은 각각 CFO와 은행 카드서비스 사업부 CEO를 역임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두 여성 모두 CEO 경쟁자에겐 중요한 신사업을 맡게 됐다. 이 은행의 성별 다양성은 이 3인방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JP모건 체이스는 경영위원회의 남녀 비율이 6:6으로 같은 유일한 거대 은행이다. 또한 전도유망한 여성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다(‘차기 후보군’ 기사 참조). 그 기사에서 체이스 컨슈머 뱅킹의 CEO 사순다 더켓 Thasunda Duckett과 함께, 다시 한번 은행 이름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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