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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스타벅스는 어떻게 활기를 되찾았을까?

MOST POWERFUL WOMEN / HOW STARBUCKS GOT ITS BUZZ BACK

  • 기사입력 2019.11.01 13:52
  • 기자명 BETH KOWITT 기자

이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은 놀라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상징적인 인물이던 창업자의 퇴진도 잘 헤쳐나갔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부흥을 이끈 ‘비밀 무기’는 무엇일까? 바로 소매업 분야의 거물 로즈 브루어다. BY BETH KOWITT

스타벅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로즈 브루어 Roz Brewer는 본래 커피 전문가가 아니었다. 사실 2년 전 합류했을 때, 그녀가 마시던 카페인 음료는 차였다(시원한 녹차 한잔 주세요!). 일각에서는 자바 커피에 대한 그녀의 무관심이 세계 최대 커피 유통업체의 신임 2인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커피 마시는 소리가 시애틀 본사 전체에서 일상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 경영진은 코스타리카에 있는 자사 커피 농장에서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직책을 맡은 이후 브루어는 커피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했다. 우선, 그녀는 모든 커피 마니아들의 적인 큐리그 Keurig 커피메이커를 전부 버리고, 전문적인 커피용품들로 부엌을 다시 채웠다. 그리고 카페에서 스타벅스의 녹색 앞치마를 두르고, 에스프레소(Flat White)에 미세한 우유 거품을 제대로 만드는 연습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커피 내리기(Pour-Over)를 완벽하게 해내는 일에 도전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원뿔 모양의 필터를 통해 물을 천천히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브루어는 "그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거의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스타벅스는 브루어가 그 커피 드립 기술을 숙달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회사가 에스프레소에 대한 전문성 때문에 그녀를 고용한 것은 아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이 거대 기업은 이미 많은 커피 전문가들을 보유 중이다. 월마트 임원을 지낸 브루어가 스타벅스에 불어 넣은 것은 커피 내리기 수준의 확고한 집중력이다. 당시 회사는 그런 역량을 절실히 필요로 했다.

브루어는 2017년 10월 COO 겸 미주 사업—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지역이다—총괄 사장을 맡았다. 제이피모건 애널리스트 존 이반코 John Ivankoe가 “스타벅스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몇 달”이라고 평했던 시기에 진입하던 때였다. 5년 넘게 전례 없는 매출 및 매장 성장을 이룬 후, 회사는 매장 방문자수(Store Traffic)가 정체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2018년 4월에는 한 매장 관리자가 필라델피아 매장에서 두 명의 흑인 남자를 경찰에 신고한 후, 인종 차별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압권은 하워드 슐츠 Howard Schultz 스타벅스 회장이 회사를 떠날 거라는 발표였다(그는 30년 이상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자이자 스타벅스 브랜드를 구현한 인물이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브루어가 합류했다. 그녀는 자신의 소매 전문지식을 활용해 매장을 정리하고, 전매특허인 사내 규율을 바로 잡는 역할을 수행했다. 펩시코의 전 CEO 인드라 누이 Indra Nooyi는 "로즈는 자신감이 넘치는 당찬 여성”이라며 "그녀는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 든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녀는 맡은 바 임무를 훌륭히 해낸다"고 치켜세웠다(인드라 누이는 브루어가 월마트에서 재직할 당시, 그녀와 협업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함께 아마존 이사회에서 활동 중이다).

그러나 브루어가 회사에 도입하려는 ‘운영 체계(Structure)’ 및 ‘선택과 집중(Focus)’은 단순히 매장 운영을 제대로 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케빈 존슨 Kevin Johnson CEO가 가진 비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가 슐츠 시대 이후에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슨이 말하는 스타벅스는 성장성 높은 기업보다는 ‘지속 가능한 기업’에 더 가깝다. 기존 기업 문화에 ‘규율’과 ‘지속성’을 추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기업의 얼굴 역할을 하는 33만 명 이상의 매장 직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보장한다는 것을 뜻한다. 브루어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이자 세계 최대 기업에서 10년간 근무했다. 그녀는 그 곳에서 글로벌 경영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익혔다. 그녀는 "일부 경영자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기회를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하지만 나는 그것을 월마트에서 배웠다"고 강조한다.

브루어의 임명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샀다. 그들은 처음에 그녀의 대형 할인마트 경험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브랜드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업이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 시작하자, 그런 의문들은 조금씩 사라졌다. 금융업체 베어드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타란티노 David Tarantino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한다.

존슨으로부터 COO직 제안 전화를 받았을 때, 브루어는 기업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사업 이야기를 할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나파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다음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머리를 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루어는 월마트에서 10년간 근무했다. 퇴사 전 마지막 5년간은 회사의 창고형 회원제 할인매장 샘스 클럽 Sam’s Club의 CEO를 맡았다. 그녀는 월마트의 스타 플레이어로 승승장구했다. 조지아 지역 부사장에서 동남아지역 총괄사장, 그리고 샘스 클럽을 맡기 전에 월마트의 동부 전 지역 사장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2016년 월마트가 33억 달러에 온라인 소매업체 제트닷컴 Jet.com를 인수하자, 브루어는 불길한 예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샘스 클럽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물론 월마트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을 것이다. 브루어는 샘스 클럽의 최장수 CEO였다. 하지만 그녀가 경영하는 동안, 실적은 평범한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규모가 더 큰 라이벌업체 코스트코 Costco를 따라잡으려는 시도도 실패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야브로 Brian Yarbrough는 "샘스 클럽은 그럭저럭 잘 운영됐다. 하지만 큰 임팩트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브루어는 슐츠를 월마트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직원들 앞에서 더그 맥밀런 Dough McMillon CEO를 인터뷰하기 위해 월마트 본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맥밀런이 개인 사정으로 마지막 순간에 그 인터뷰를 취소해야 했다. 그래서 브루어가 대신 나오게 됐다.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았다. 슐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이사회 자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록히드 마틴의 이사를 맡고 있던 브루어는 처음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월마트를 떠난 후, 그녀는 재고했다. 스타벅스는 2017년 초 브루어가 이사회에 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녀는 이사회 초창기 시절에 회의를 마친 후, 간절히 바랐던 휴가를 위해 나파행 비행기에 올랐다. 캘리포니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스타벅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마음이 불편했다. 신경 쓸 일이 많은 이사회 자리를 수락했는데 (휴가를 왔다는 사실 때문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존슨은 대신 그녀에게 “COO직 논의를 위해 시애틀로 돌아오라”고 요청했다.

브루어는 스타벅스 입장에서 ‘확신에 찬 선택’은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면접을 봤다면, 채용될 가능성이 희박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동료 이사들은 그녀가 이사회 미팅에서 어떻게 핵심을 파고들려 하는지 이미 경험을 했다. 아리엘 인베스트먼트 Ariel Investments의 공동 CEO이자 스타벅스 이사회 부의장인 멜로디 홉슨 Mellody Hobson은 "그녀는 관점과 비전을 가진 경영자다. 뿐만 아니라 실행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존슨이 필요했던 것이 바로 이런 역량들이었다. 그가 CEO로서 취한 첫 번째 결단은 스타벅스의 초점을 좁혀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비핵심 사업을 제거했다. 일례로, 타조 Tazo 차 사업부를 매각하고 티바나 Teavana 매장들을 폐쇄했다. 그는 경영자로서 회사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체 매장을 대상으로 동일한 역할을 할 인재가 필요했다. 그는 "그녀는 규율을 바탕으로 대기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안다"고 설명한다. 브루어는 월마트에서 한때, 동부 지역 총괄 사장으로서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을 맡고 있었다. 스타벅스 총 매출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브루어는 시애틀에서 주말 동안 존슨과 상의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 제안의 시점이 매우 좋지 못했다. 그녀와 가족은 애틀랜타에 집 짓기를 막 끝냈다. 아칸소 주 벤턴빌 Bentonville에 있는 월마트 본사에서 이사한 것이었다. 그녀는 또 당시 사모펀드 CEO 자리를 제안 받았다. 브루어는 그 자리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숨긴 적이 없는 그녀는 스타벅스처럼 상징적인 회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그 CEO 자리를 거절하고, 존슨의 2인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브루어가 월마트 퇴사 후 ‘편안한 삶’을 추구했다면, 스타벅스는 적절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녀를 기다리던 ‘환영 선물’은 정체된 매장 방문자수와 주춤해진 동일 매장의 매출 성장세—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였다. 그녀는 처음 90일간 커피 사업에 대한 공부만 했다. 브루어는 “회사가 문제에 빠졌다는 점을 바로 알아챘다. 그래서 '상황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에 곧바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라고 회상한다. 그녀는 신속하게 이 문제를 진단했다. (번창하던) 카페 사업 이면에서 회사는 골병이 들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주문과 결제 부문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고객들은 가게에 도착하기 전에 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었지만, 회사는 밀려드는 주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다음 장면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손님들이 스타벅스가 '픽업 카운터’라고 부르는 곳에서 음료수를 가져 가려고 서로 아우성치고 있다. 이에 당황한 바리스타들은 라떼와 프라푸치노의 엄청난 주문량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타벅스 최고운영책임자 로즈 브루어. 사진=포춘US
스타벅스 최고운영책임자 로즈 브루어. 사진=포춘US

슐츠가 이끌던 스타벅스는 종종 직관과 본능에 의존했다. 하지만 IT 배경을 가진 존슨과 화학자출신인 브루어는 ‘데이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브루어는 매장 주문 과정을 지켜본 후, 관련 조사 결과를 확보했다. 그녀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40%를 고객과 관련 없는 잡무에 낭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하루에 세 번 우유병을 세거나, 불필요하게 컵을 바닥부터 쌓아 올리고 있었다. 스타벅스 미국 소매 총괄 책임자인 로잔 윌리엄스 Rossann Williams가 이 광경을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이라고 농담 삼아 부를 정도다.

브루어와 그녀의 팀은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단순화하거나 자동화하는 일에 착수했다. 대신 그 시간을 고객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주문이 가장 많이 밀려드는 매장들은 바리스타들이 주문 음료를 만드는 데만 전념하도록 했다. 청소는 낮 시간 대신 마감 이후에 하도록 했다.

과중한 업무는 매장 직원들만 겪는 고충이 아니었다. 브루어는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 3분의 2를 중단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음료 혁신, 매장 경험, 그리고 디지털 사업 등 세 가지 우선 순위를 설정했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세워놓고 ‘지금 하는 일이 이 우선 순위에 맞지 않으면, 그 일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그녀는 일단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고수하는 방식으로 명성을 쌓았다. 하나의 사례는 2017년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6개 시장 1,500개 매장에서 시작한 신선식품 사업 메르카토 Mercato를 중단한 것이었다. 브루어는 직속 팀원들에게 메르카토의 장단점을 정리한 6페이지짜리 백서를 만들게 했다. 그녀가 회사의 가장 큰 문제와 기회를 모두 고려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명확했다. 회사의 우선 순위에 맞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중단시켰다.

스타벅스 제품개발팀은 브루어의 감독 아래서 무지개 색 유니콘 프라푸치노처럼 일시적인 바이럴 히트상품을 추구하는 것보다 다양한 맛과 조리법으로 지속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스타벅스 제품개발팀은 브루어의 감독 아래서 무지개 색 유니콘 프라푸치노처럼 일시적인 바이럴 히트상품을 추구하는 것보다 다양한 맛과 조리법으로 지속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스타벅스는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세를 탄 유니콘 프라푸치노 Unicorn Frappuccino처럼 드물게 인기를 끈 일회성 ‘한정 제품’들을 대폭 줄였다. 그들은 일시적인 유행을 만들었다. 하지만 커피 사업의 성장에 필수적인 ‘지속적인 구매’로 연결되지 않았다. R&D 팀은 유니콘과 같은 독립 제품보다, 니트로 커피 Nitro Coffee나 콜드 폼 Cold Foam처럼 다양한 맛과 버전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품 개발자들은 이미 매장에 있는 재료들로 연구를 했다. 바리스타들의 일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한 목적이었다. 단백질 콜드브루 쉐이크 제품은 이론상 훌륭했다. 그러나 거기에 사용되는 다섯 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는 일은 너무 복잡해 실행하기 힘들었다.

회사의 매장 방문자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오후 영업’이었다. 브루어는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데이터로 눈을 돌렸다. 스타벅스의 모든 매출 성장은 회원제 프로그램인 ‘마이 스타벅스 리워즈 My Starbucks Rewards’에 가입한 고객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1,720만 명의 충성 고객들은 회사의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은 매출 4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비율로 보면, 매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약 25%에 불과하다. 한 달에 평균 1~5회 매장을 간헐적으로 찾는 고객들이 오후 방문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오후 2시 이후에 매장을 찾는 손님들과 가끔 방문하는 손님들은 또한 차가운 음료를 선호한다. 이 제품은 현재 음료 판매량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브루어 직속 팀은 ‘오후 시간대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제품의 연구개발은 차가운 음료에 초점을 맞췄다. 보통 아침에 일하는 더 경험이 많은 바리스타들은 오후 근무로 재배치됐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IT 지원팀이 한낮의 고객들을 마이 스타벅스 회원으로 전환시키는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와이파이 사용자들에게는 이메일 주소를 물었다. 그런 다음, 그들이 회원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지난 분기에 오후 2시 이후 영업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같은 기간 사상 최고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브루어는 ‘데이터 마니아’일 수 있지만, 직원과 직접 소통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여러 매장을 방문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단지 드라이브 스루 주문이나 바리스타가 얼마나 많은 주문량을 해결하는지를 측정하는 목적이 아니다. 대신 그녀가 보고 싶은 것은 자신을 알아보는 직원들이 눈을 똑바로 쳐다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브루어는 "직원들이 고개를 떨군다면 매장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나는 시간의 99%를 바로 그런 부분을 확인하는데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8년 4월, 두 명의 흑인이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체포됐다. 그들은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장 관리자는 그들에게 매장을 나갈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경찰을 불렀다. 현장에 있던 구경꾼들이 설전과 이어진 체포 장면을 SNS에서 올렸고, 스타벅스의 인종차별 행태는 전국적인 비난을 샀다. 일부는 불매운동을 벌였다.

스타벅스에서 민감하게 불리는 이 ‘필라델피아 사건’은 브루어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녀의 아들은 매장에서 쫓겨난 두 남자와 거의 동갑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그녀가 흑인 아들을 키우면서 항상 품고 있던 소위 (자신의 자녀도 어디선가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어머니로서의 두려움’을 떠올리게 했다. 모교 스펠먼 칼리지 Spelman College에서 행한 2018년 졸업식 연설에서, 그녀는 "(인종 차별에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 싸워야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리고 내가 정말 존경하는 회사를 방어해야 하는 점에도 화가 났다. 무엇보다 내가 매우 사랑하는 흑인 사회에 대항해 회사를 방어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브루어와 존슨은 두 사람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녀는 직원 17만 5,000명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방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브루어는 인종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특히 비즈니스에 종사하면서, 이중 차별을 받는 소수집단 중 하나인 ‘흑인 여성’들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그녀는 때로는 재치 있게, 때로는 힘겹게 그 이야기를 꺼낸다. 일례로, 그녀는 어느 CEO 회의(Confab)/*역주: Confab은 사적인 미팅이나 회의를 의미한다/에서 기조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녀는 당시 자신을 샘스 클럽 CEO가 아니라 마케터나 상품기획자 정도로 생각한 다른 경영진의 얼굴에서 ‘이제는 그녀를 인정한다’는 모습을 봤던 사실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녀는 스펠먼 칼리지 졸업식 연설 도중 목이 메였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다양성에 대해 의견을 밝힌 직후, 그녀와 가족이 받았던 살해 위협과 사임 요구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부루어는 어린 시절을 디트로이트에서 보냈다. 당시 그녀는 스스로 지금의 진로를 상상한 적이 없었다. 이웃에 사는 흑인 전문직 종사자들은 의사와 변호사였다. 그래서 자신도 미래에 비슷한 직업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둘 다 중졸 출신으로 제너럴 모터스에서 일했던 그녀의 부모는 다섯 명의 자녀들이 모두 대학에 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어느 순간, 아버지는 모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스리 잡’을 가져야 했다. 그녀는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았다"고 회고한다.

브루어는 스펠먼을 졸업한 지 열흘 만에, 킴벌리 클라크 Kimberly-Clark에 화학 연구자로 입사했다. 그것은 외로운 일이었다. 그녀는 “연구소는 거의 대화가 없는 답답한 곳이었다”고 회상한다(그녀는 스스로를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특허를 평가하기 위해 M&A 실사팀에 합류한 이후, 브루어는 경영 분야로 진로를 틀었다. 처음으로 1억 달러 규모의 비누 사업 운영을 맡게 된 것이다. 15년 후, 그녀는 글로벌 총괄 사장으로 회사의 모든 제조 부문을 책임지게 됐다. 이후 월마트가 스카우트 제안을 했을 때, 전직하기로 결정했다. 평생 한 회사에서만 일한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브루어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샘스 클럽에서는 최초의 흑인 여성 CEO에 올랐다. 스타벅스에서도 COO라는 고위 임원에 오른 첫 흑인 여성이 됐다. 이런 업적은 그녀에게 부담이기 보다는 자부심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구속하기도 했다. 그녀는 "내가 망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항상 내 맘대로 편하게 살 수 없다”고 토로한다. 필라델피아 사건 이후, 브루어는 분명 성공의 개념—그리고 성장하는 회사를 경영한다는 의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그녀는 "우린 바빴다. 기업 회생이 한참 진행 중에 있었다"며 "하지만 아마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현실을 직시하고,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바로 잡는 것이다. 회사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도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내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는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올해 초 그녀는 미국 소매부문 총괄 사장 윌리엄스에게 과제를 던졌다. ‘만약 스타벅스가 업계 최고의 일자리를 만든다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항상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지만, 그 질문은 스타벅스가 지난 9월 강화된 정신건강 복지를 포함한 새로운 직원 혜택을 발표하도록 이끌었다. 윌리엄스는 “회사가 앞으로 단지 생존이 아니라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매장 일을 정말 의미 있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것은 직원에게도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경영철학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행복하면 고객들도 기분이 좋고, 결국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다.

회사는 필라델피아 사건을 통해, 스타벅스가 가진 사회적 의미에 대해 더욱 집중하게 됐다. 브루어는 “현재 소매업의 현실은 매장들이 본질적으로 도서관 같은 공공 공간이 됐고, 직원과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역설한다. 어떤 매장에서는, 심지어 관리자들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화장실에 (마약 사용자들의 주사기를 폐기할 수 있도록) 바늘 상자를 설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녀는 바리스타들이 에스프레소나 커피 내리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또한 그들이 마주할 가장 힘든 ‘사회적 상황’에 대처하는 법도 훈련 받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고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소속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역할은 커피 한잔을 파는 것과 무관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매우 중요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브루어에게 그것은 아마도, 회사가 여전히 가진 가장 크고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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