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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직상장을 갈망하는 벤처 캐피털 업계

VCs CAN’T GET ENOUGH OF DIRECT LISTINGS

  • 기사입력 2019.10.31 17:05
  • 기자명 Michal Lev-Ram 기자

벤처 자본가들이 신생기업들의 상장을 위해 좀 더 바람직한 IPO 대안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By Michal Lev-Ram

벤처 캐피털리스트 빌 걸리 BILL GURLEY는 그가 인쇄한 뉴스 기사에서 ‘바보 같은’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기 위해, 두꺼운 검은 펜을 사용했다. 이 최신 기사는 스타트업들이 상장할 때 활용하는 전통적인 과정(IPO)를 비판한 것이다. 기사는 IPO—아마존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대형 기술회사들이 월가에서 부를 거머쥐는 경로다—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투자은행 업계가 발전할 수 없는 이런 상황 자체가 정말 ‘바보 같다’고 주장했다.

이 특별한 에피소드에서, 그토록 강한 형용사를 사용한 사람은 걸리가 아니었다. 기사에서 그 단어를 쓴 사람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최고재무책임자 배리 매카시 Barry McCarthy였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 기업 벤치마크 Benchmark의 유명한 기술 투자자 걸리도 그 단어를 내뱉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전체 기사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그가 소위 ‘직상장’—실리콘밸리에서 탄력을 받고 있는 IPO의 대안이다—을 가장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IPO 방식에서, 투자은행들은 주식을 사려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진용을 짜는데 몇 주를 보낸다(그리고 엄청난 주관 수수료를 챙긴다). 신생 공개기업은 화려한 출발을 하며 유명세를 타고, 성장의 밑거름이 될 막대한 현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신생기업들은 이미 사모자금으로 지갑이 두둑하다. 더 이상 현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들은 주로 초기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반면, 직상장에서는 기업이 신규 주식을 전혀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다. 대신, 주주들은 기존 주식을 일반인들에게 직접 매도한다. 투자은행들은 그 과정에서, 단지 자문 역할을 할 뿐 주관은 하지 않는다.

벤처 투자자가 얻는 이익은 명백하다. 직상장 하는 회사들은 투자은행에 수천만 달러의 주관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대신 훨씬 적은 자문료만 내면 된다.

게다가 추가 주식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우려도 적다. 하지만 전통적인 IPO에서는 ‘파이’가 더 커진다. 벤처 캐피털 같은 초기 주주들이 결국 전체 회사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더욱이 IPO와 달리 ‘보호예수 기간’이 없기 때문에, 내부자들은 직상장 후 몇 달 내에 자유롭게 주식을 팔 수 있다.

걸리 같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직상장의 또 다른 장점을 제시한다: 바로 현상을 혁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낡은 방식을 고수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통 산업을 뒤흔든 신생기업 중에서도 우버와 부동산 사이트 질로 Zillow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일러스트=포춘US
일러스트=포춘US

지금까지 미국 주식 시장에서 눈에 띄는 직상장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스포티파이는 작년 4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직상장을 했다. 올 6월에는 업무용 메시지 서비스업체 슬랙이 그 뒤를 이었다. 월가에서 증권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걸리 같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더 많은 회사들이 선례를 따르기를 원한다.

벤처 캐피털 회사 클라이너 퍼킨스의 파트너 마문 해미드 Mamoon Hamid는 “그는 이 모든 일의 대부나 다름 없다”라며 “빌은 전직 은행가로서, 벤처 캐피털과 공개 시장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는 투자은행업계를 혁신하는 일을 일종의 소명으로 생각하는 듯하다”고 설명한다.

키가 2미터가 넘는 걸리가 투자업계의 대부라면, 주머니가 두둑한 그의 지인 중에는 하미드뿐만 아니라 세쿼이아, 앤드리슨 호로비츠, 그레이록 같은 일류 벤처 캐피털 회사의 투자자들도 있다. 슬랙이 6월 직상장을 하고 몇 주 후, 소수의 최고 벤처 투자자들이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있는 클라이너 퍼킨스의 멋진 샌드 힐 사무실에 모여 직상장을 논의했다.

걸리는 경쟁이 치열한 벤처 캐피털 업계가 어떻게 직상장을 놓고 뭉쳤는지에 대해 “내 관점에서 볼 때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캠페인이 계획하는 다음 단계는 올 가을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의 정상회담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 Stripe를 설립한 아일랜드 기업가 존-패트릭 콜리슨 John and Patrick Collison 형제도 직상장에 관심이 있다.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아사나 Asana의 CEO 더스틴 모스코비츠 Dustin Moskovitz도 마찬가지다(두 회사 모두 언급을 회피했다). 에어비앤비 역시 이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차대조표에 8억 달러 이상을 보유했던 슬랙처럼 자본이 탄탄한 기업들은 상장할 때, 자금 조달을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직상장에 대해 큰 열정이 없는 투자은행들은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IPO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한다.

포춘은 네 명의 투자 은행가들과 직상장에 대해 대화를 나눴지만, 그들은 이 주제에 대한 민감성을 보여주듯 익명으로만 얘기하려 했다. 물론 공통된 의견은 있었다. 투자 은행들도 직상장을 선호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모든 회사들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은행가는 상장 방식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2가지 방법에 비유한다. 그는 “자연분만을 할 수도 있고, 제왕절개를 할 수도 있지만, 오늘날 내 아이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 정말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투자 은행가들은 여전히 직상장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보호예수 기간의 미적용 같은 몇 가지 혜택이 그들에게도 있다), 벤처 자본가들만큼 열성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직상장에 관여하는 은행들은 많지 않고, 그 중 운이 좋은 소수의 은행들만 그나마 적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직상장이 실제로 더 많은 기업들을 공개하거나, 더 빨리 공개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는 벤처 캐피털과 창업주, 투자 은행가, 다른 주주 등 모든 이해 관련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다음은 뉴욕 증권거래소의 존 터틀 John Tuttle 부회장 겸 최고거래책임자의 말이다. “사모 자금이 넘쳐나고 사람들이 기업공개의 혜택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 세상에서, 직상장은 회사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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