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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예의 없는 엘리트가 감투를 쓰면 안 되는 이유

  • 기사입력 2019.10.25 14:43
  • 최종수정 2019.11.26 15:49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1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능력 없는 사람이 리더 감투를 쓰는 것보다 능력은 있지만 예의가 없는 사람이 리더 감투를 쓰는 게 더 위험하다. 왜 그럴까?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다모 클레스의 칼’이란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서 표현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디오니시우스 왕이 자신을 부러워하는 신하 다모 클레스에게 왕의 자리를 며칠간 앉도록 배려를 했다. 신이 나서 며칠간 왕 노릇을 하던 다모 클레스에게 어느 날 디오니시우스 왕이 찾아와 그에게 천장을 바라보게 했다.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이 자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을 본 다모 클레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때 디오니시우스 왕은 다모 클레스에게 겉으로 보기에는 왕의 자리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머리 위에 늘 칼끝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자리임을 설명했다고 한다. 리더의 자리는 그만큼 힘겹고 어려운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누구나 감투를 쓰게 되면 소위 완장효과의 위험에 노출되곤 한다.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교훈이 새삼스러운 이유다.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 이유는 리더는 ‘일을 올바르게(to do rightly)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옳은 일(to do right thing)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리더라면 자기를 위한 욕망을 초월하여 다수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라면 자기가 수행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리더십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제공하여 그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주는 행위를 해야 한다. 그 기본이 되는 품성이 ‘예의(禮儀)’라고 생각한다. 예의는 ‘사회생활이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 예로서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즉 예의가 있는 리더가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종종 능력은 있지만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권력을 남발하는 불행한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리더 감투를 쓰는 것보다 능력은 있지만 예의가 없는 사람이 감투를 쓰는 게 더 위험하다. 왜 그럴까? 자기 조직의 기득권을 유지 혹은 강화하기 위해 비록 옳지 않은 일이라고 남들이 비난을 하더라도 조직을 위해 헌신하려는 사람이 감투를 쓰면 안 되는 걸까? 고생한 리더가 자기를 위해 한번쯤 주어진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걸까? 정답은 당연히 노(No)이다. 예의 있는 리더가 절대로 하지 않는 행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예의 없는 엘리트가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고 우연한 기회에 감투를 획득하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하여 리더십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배신’에 익숙하다. 예의 없는 엘리트는 말 그대로 예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예의 없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기를 도와준 사람의 은혜를 쉽게 배신한다. 배신은 이들에게 매우 익숙한 일이다. 의도적으로 배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이들의 본성 자체가 누구나 자기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동안 적지 않은 성공이 제공해준 교만이 원인일 수도 있다. 신은 우리에게 재능을 줄 때 재능만큼의 교만을 반드시 준다. 이들은 신의 유혹에 영혼을 팔고 교만을 반복하며 중독되어 간다. 남들의 도움을 받을 때는 일시적으로 고마워도 하지만 곧 그 마음은 사라지고 자신의 이득만 기억한다. 당연히 상대방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늘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배신은 습관이고 그 습관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것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질병이다.

둘째, ‘혼란’을 조장한다. 예의 없는 엘리트는 지나친 자기 과신으로 원칙보다는 자기 생각을 관철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절차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과신은 합리성을 가장 먼저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조직의 혼란과 기회주의는 불가피하다. 원칙은 예외가 되고 변칙이 선택되는 조직이 안정적일 리 없다.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침묵과 아첨 그리고 질투와 적개심이 넘쳐나는 조직이 될 것은 자명하다. 또한 그 조직과 관련된 주변까지 오염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다 보면 비겁한 추종자들만 예의 없는 엘리트 곁에 머물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비겁한 추종자들은 예의 없는 엘리트로부터 얻는 것이 사라지면 그들의 충성심도 사라진다는 특성이다. 결국 조직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분산되어 조직만 피해를 보고 정작 예의 없는 엘리트 또한 스스로 고립된다는 점에서 초라한 신세로 전락할 공산이 명확하다.

셋째, ‘임무’를 망각한다. 너무 잘나가면 정신부터 나가버린다. 조직에서 부여받은 권한은 ‘헌신에 대한 대가’이고 ‘빌려온 힘’이며 ‘임무수행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리더가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제공된 권한을 사유화하는 순간 가장 먼저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가를 망각하게 된다. 더욱이 예의 없는 엘리트가 감투를 쓴다면 자가당착은 물론이고 월권은 습관이 된다. 손에 칼을 쥐여 주었더니 되레 칼을 준 사람을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 이때 초심(初心)은 사라지고 사심(私心)만 남게 되며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될 수 있다. 임무를 망각한 리더는 반성할 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스스로의 기력을 다할 때까지 이들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한부여의 대상이 잘못되었을 때 발생하는 불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분노’를 유발한다. 예의 없는 엘리트에게 공감능력이 충분할 리 없다. 예의의 개념을 살펴볼 때 예의가 타인에 대한 존경을 표명하는 말투나 몸가짐이라는 점에서 예의 없는 엘리트는 자기 외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거나 배려할 만큼의 품성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예의 없는 엘리트가 감투까지 쓴다면 소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남용과 공포감 없는 지배욕구(fearless dominant)는 불 보듯 뻔하다. 조직은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서로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며 냉소주의만 만연할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리더를 관찰하고 학습하며 모방한다. 감투를 쓰고 있는 예의 없는 엘리트가 있는 조직의 추종자들은 맹목적인 추종과 영혼이 없는 충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절망감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결국 예의 없는 엘리트가 감투를 쓰는 일은 모두에게 백해무익하다. 좋은 기업은 존경받는 리더가 많고 나쁜 기업은 고통을 주는 리더가 많은 법이다. 조직이 부여해준 권한과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사유화하고 조직과 직원에 대한 예의를 망각한 똑똑한 엘리트가 결국에는 자신의 조직을 파괴하는 장본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 아이들이 스펙의 노예가 되고 성과만 잘 내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 직원들이 부당행위의 유혹에 희생되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결국 예의 없는 엘리트를 키운 것은 우리 사회가 아닌가 깊이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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