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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매장은 언제쯤 보편화할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19.10.25 14:36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내 유통업계에 무인 서비스 상용화 바람이 불고 있다. 편의점 일부 매장을 테스트 베드로 삼아 여러 가지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다. 무인 서비스 상용화에 이은 보편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점 전경.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점 전경. 사진=이마트24

[Fortune Korea] “SSG페이 앱을 여시고요, 생활 카테고리로 들어가 주세요. 거기서 이마트24 셀프스토어를 클릭한 다음 QR코드로 입장하기를 누르세요. 그럼 결제 비밀번호 6자리를 입력하라고 뜨죠? 입력하면 QR코드가 나타납니다. 이 상태에서 휴대폰을 개찰구 지정된 곳에 올려놓으면 문이 열립니다.” 이마트24 매장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0월 1일, ‘가장 진보한 국내 소매점 매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점을 찾았다. 이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쉽게 매장에 들어섰지만 기자를 비롯한 대부분 고객은 입구에 대기 중인 점장으로부터 입장 방법을 따로 설명들어야 했다. 휴대폰을 꺼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5개 과정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어 입장이 다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점의 강점은 매장 입장 이후부터 발휘됐다. 매장 곳곳에 커다랗게 적힌 ‘Just Pick & Out’이란 표현처럼 그저 상품을 집어 나오기만 하면 됐다. 출구 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게이트를 나서면 2~3초 후에 계산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신세계I&C 관계자는 “입장을 좀 더 편리하게 업그레이드하는 숙제가 남았지만, 국내에서 가장 선진화한 매장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 무인 서비스 상용화 바람

국내 유통업계에 무인 서비스 상용화 바람이 분 건 2017년부터였다. 이전에도 요식업이나 숙박업 등에서는 일부 무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으나 유통업계는 실시간 대처가 필요한 업무가 많고 상품 로스가 생기기 쉬운 데다가 매장을 나가기 직전 결제하는 특수성 때문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미국 아마존과 중국 진둥 등 업체가 무인 매장을 오픈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같은 해 5월 롯데카드가 ‘핸드페이(결제 단말기에 손바닥을 갖다 대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후 카드업계에서 각종 간편결제 개발 유행이 불면서 제반 환경이 만들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카드업체들이 간편결제 시스템을 시험해볼 테스트 베드가 필요했는데 유통 소매점이 딱 알맞았습니다. 요식업이나 숙박업 매장에서는 사용자 인증에 필요한 손가락, 손바닥 등 신체를 등록하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았어요. 하지만 유통 소매점에서는 저항이 비교적 덜했습니다. 오히려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홍보도 됐고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 편의점 간편결제 두각

이런 배경 덕분에 2019년 10월 현재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의 무인 서비스 상용화 움직임은 편의점 간편결제 부분에 집중돼 나타난다. 이마트처럼 편의점 간편결제 외에 마트 스마트카트나 SSM 배송용 자율주행차 등 다방면에서 무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업체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소비자 안전과 규제 부문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편의점 간편결제는 짧은 시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어 계산까지 마치는 셀프 결제 시스템은 현재 편의점을 넘어 대형마트나 SSM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 카드사들이 주도한 디바이스리스 Deviceless 간편결제(현금, 카드, 휴대폰 등 도구 없이 신체 인증으로 결제하는 방식)는 최근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까지 발전했다.

기사 서두에 언급한 이마트24의 간편결제 시스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시스템은 결제 과정이 생략된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이다. 상품 진열대에 부착된 센서와 천장의 31개 CCTV 등 첨단 ICT 기술 덕분이다. 결제 편의성 측면에선 가장 우위에 있어 기존 신체 인증을 활용한 디바이스리스 결제 방식을 대체하고 새로운 간편결제 시스템의 주류가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 장점 못지않은 단점

하지만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는 게 ‘만족할 만한 수준’이란 뜻은 아니다. 각각의 시스템은 장점 못지않게 단점 역시 확실하다.

셀프 결제 시스템은 현재 가장 확산한 방법이지만 고객 편의성이 떨어진다. 소비자가 직접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다 보니 숙련된 직원보다 일이 더딜 수밖에 없다. 돌발 상황에 직원을 호출하는 일도 빈번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셀프 계산대보다 줄을 길게 늘어선 직원 계산대가 계산이 빨리 끝나는 경우도 많다. 현재 많은 대형마트와 SSM이 계산대 한두 줄을 셀프 결제 라인으로 만들어 운영 중이지만,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디바이스리스 결제 시스템은 새로운 결제 단말기 설치 비용이 높고 생각보다 시간 단축 효과가 미미하다는 단점이 있다. 안면 인식으로 결제를 대신하는 ‘페이스페이’를 주도하는 신한카드는 지난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승인을 받아 상용화의 길을 열었지만,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휴대폰 앱으로 설치하는 각종 페이가 오프라인에서는 생각보다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드 띡 내밀어서 계산하는 것보다 딱히 더 나을 게 없거든요. 휴대폰 꺼내서 앱 실행하고 인증절차 거치고 하는 게 더 복잡하잖아요. 물론 페이스페이는 과정을 훨씬 더 간소화했지만 고객들이 (카드 내미는 것과 비교해) 얼마나 더 편리하다고 느낄지는 의문입니다. 빅 브러더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고요. 소비자들은 이런 종류의 신체 인증 페이에 거부감이 꽤 있습니다. 결제 단말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간과할 수 없고요. 점주들 설득도 어렵다는 말이죠.”

◆ 새로운 기술도 마찬가지

새롭게 주목받는 간편결제 시스템 역시 비슷한 문제를 가진다. 가장 진보한 국내 소매점 매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점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은 결제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입장이 불편하다. 결제 과정에 필요한 프로세서 일부(앱을 통한 신분 확인, QR코드 생성 등)를 입장 과정으로 옮겨놓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편의점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담배와 주류 구입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마트24 김포데이터센터점은 현재 매장 결제 라인 안에서는 담배와 주류 판매를 하지 않는다. 다만 담배는 결제 라인 밖 밴딩머신에서 직원의 신분 확인 하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술과 담배는 대면 판매가 원칙이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카드사들이 최근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휴대폰 앱을 통한 음파, 음성 결제 시스템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다. 앞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소비자 입장에서는 앱을 통한 결제 프로세스가 일반 카드를 제시하는 것보다 편의성 측면에서 더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 무인화가 이상향은 아냐

간편결제는 유통업체 무인 서비스 상용화의 첫걸음으로 꼽힌다. 하지만 위 내용까지만 보면 그 첫걸음조차 내딛기가 힘들어 보인다. 무인 서비스가 가능해지려면 점원 없이 고객 혼자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세서가 간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무인 서비스가 아닌 간편결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현재까지 나온 시스템들은 기존 시스템보다 그리 간편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간편’을 조금 덜어내면 적어도 무인 계산대는 희미하게나마 답이 나온다. 고객이 상품 바코드를 직접 찍고 디바이스리스나 앱 혹은 카드를 통해 결제까지 하게 만들면 지금 기술로도 무인매장의 보편화가 가능하다. 이마트24 모델처럼 입장에 수고로움을 더하는 대신 결제를 간편케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유통업계에서는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여 의문을 자아낸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단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맡기면 직원이 다 해주는데 왜 굳이 소비자가 바코드를 찍고 다해야 할까요. 점주한테도 이익이 없습니다. 계산원을 없애니까 비용이 줄어들지 않느냐 하는데 편의점은 상주 인원이 꼭 있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현장 취식이 많아 청소도 잦고 매대 관리도 즉시즉시 해줘야 하거든요. 나중에 담배와 술을 비대면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더라도 결국은 실시간으로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복잡한 설비 때문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느는데 이걸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현실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덧붙인다. “해외 사례의 좋은 점만 주목받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데, 실제로는 해외에서도 무인 소매점 운영 업체들이 매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무인 소매점이 무더기로 폐점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알리바바에서도 내부적으로 무인 소매점 운영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답니다. 고객과 점주, 기업 모두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무인화를 위한 무인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재고나 물류단이라면 모를까 고객접점단에서의 무인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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