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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매장 확산의 빛과 그림자

  • 기사입력 2019.10.25 10:46
  • 최종수정 2019.10.27 16:12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유명 제조사 브랜드들이 소매 판매장을 줄이면서까지 체험형 매장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체험형 매장 확산은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아모레성수 매장에 비치된 안내 문구. 사진=김타영 기자 seta1857@hmg.co.kr
아모레성수 매장에 비치된 안내 문구. 사진=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Fortune Korea] 지난 10월 8일 레트로의 상징이 된 서울 성수역 거리. 소규모 공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길 사이로 아모레퍼시픽 체험형 매장인 ‘아모레성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모레성수는 기존 공장 외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 인테리어만 조금 손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장 주변에 위치한, 최근 유행 중인 성수형 카페를 연상케 했다.

매장 입구 리셉션 공간을 지나자 클랜징룸, 뷰티 라이브러리룸, 메이크업룸 등이 이어졌다. 각 룸에는 아모레퍼시픽 30개 브랜드의 2,300여 가지 제품이 진열돼 있었고 바로 근처에는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파우더룸 등에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고객의 얼굴형이나 피부톤에 따른 화장법을 개별 마크해줬다.

아모레성수는 여성 고객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여성 고객들은 매장을 둘러보며 전시된 제품을 몇 개씩 골라 화장대 앞으로 달려갔다. 이곳에서 만난 한 고객은 “평소에 사볼까 싶다가도 내 피부와 안 맞으면 어쩌지 하고 고민했던 고가 제품들을 써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안중에도 없었는데 의외로 나와 잘 맞는 제품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 체험형 매장 확산일로

체험형 매장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나이키, 세라젬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모바일 기기, 화장품, 스포츠용품, 홈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체험형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체험형 매장은 과거 팝업 스토어나 편집숍 등을 통해 한시적 혹은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단독 매장으로 정식 운영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세계적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나이키는 앞으로 세계에 흩어져 있는 오프라인 매장 대부분을 체험형 매장으로 대체하고 판매는 웹과 앱으로만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체험형 매장이 확산한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체험형 매장 혹은 체험형 매장 성격을 가미한 퓨전 매장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같이 체험형 매장이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은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체험형 매장 확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건 e커머스입니다. (e커머스 때문에) 구경은 오프라인에서 하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쇼루밍족이 확산하면서 일반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의 질이나 촉감 등 실정보만 제공하는 곳으로 역할이 축소됐어요. 제조 브랜드 중에서는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오히려 체험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가성·가심비를 자극,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곳이 나타났고요. 이는 체험형 매장이 확산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 제조 브랜드에 손해? No!

체험형 매장 확산은 겉으로 보기엔 소비자에게 유리하고 제조 브랜드에겐 불리한 트렌드인 것처럼 보인다. 매장을 운영하려면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지출이 일어나는데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없기 때문이다. 체험형 매장 대부분이 임대료가 매우 비싼 핫플레이스에 위치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또 같은 장소에 체험형 매장 대신 일반 매장을 세웠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그 손실은 더 커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손해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브랜드에 남는 장사다. 매장 운영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임대료는 유동인구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매장은 임대료가 매우 높지만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아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수도 많아진다. 그리고 이 방문 고객 중 일부는 물건을 구입해 매출고를 올려준다. 이렇게 해서 나온 수익 총합이 임대료를 포함한 매장 운영비보다 높다고 생각되면 제조 브랜드는 그 위치에 매장을 오픈한다. 임대료의 본질은 집객비용인 셈이다.

체험형 점포는 위 과정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과정이 생략돼 수입이 없는 대신 부가 효과를 얻는다. 판매 매장이 아닌 체험형 매장이기 때문에 방문 고객 수가 일반 점포일 때보다 훨씬 많아지는 것이다. 이는 같은 임대료 대비 집객 효용이 훨씬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체험형 점포 특유의 가성·가심비를 자극하는 효과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더해진다. 집객 효용이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마케팅 효과는 배가 된다.

아모레성수 매장 내부 모습. 사진=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아모레성수 매장 내부 모습. 사진=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 체험형 매장의 다양한 효과

집객 효용이 늘어나고 마케팅 효과가 배가 되는 것 외에 실제 상품 판매에 직접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체험형 매장은 그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을 뿐 e커머스가 발달한 현대에는 실시간으로 상품 판매에 기여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본 상품이 마음에 들면 e커머스로 바로 살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e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사든 판매 매장에 들려 물건을 사든 그건 제조 브랜드에게 중요치 않다. 제조 브랜드로서는 고객한테 자기 상품을 팔았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물론 체험형 매장의 소비자 구매율은 일반 매장 소비자 구매율보다 낮다. 하지만 체험형 매장은 높은 집객 효용으로 이를 상쇄한다.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낮은 소비자 구매율을 커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체험형 매장은 찍으면 바로 구매 페이지로 넘어가는 QR코드를 같이 전시하는 등 소비자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한다. 체험형 매장에서도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 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매장 설계는 전적으로 브랜드의 역량 문제이다.

이뿐만 아니다. 체험형 매장은 운영 비용 측면에서도 일반 매장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체험형 매장을 운영 중인 A 브랜드 관계자는 말한다. “체험형 매장은 물건을 팔지 않기 때문에 매장에 재고를 보유하지 않습니다. 창고 임대료나 재고 관리 비용이 들지 않죠. 관리비가 생각보다 적게 든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객단가는 더 높게 나타납니다.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제품을 실제 사용해보면 비싼 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체감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거든요. 체험형 매장 코드로 찍힌 온라인 상품 판매 기록을 보면 확실히 고사양 제품이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많이 팔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가맹점·대리점엔 손해

정리해보면 체험형 매장 확산은 소비자와 브랜드 둘 다에게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맹점이나 대리점 등의 소매점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들 매장은 e커머스시장이 커지고 쇼루밍족이 확산함에 따라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정 부분 체험형 매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이게 왜 문제냐면 방문객 수는 전과 같은데 구매율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매장 수익이 감소하는 거죠. 매장은 좋든 싫든 고객에게 ‘실상품 경험’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정작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구매를 다른 곳에서 하는 거니까요. 매장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비용이 들었지만 이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거죠. 그렇다고 이 비용을 브랜드 측에서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니 손실이 되고 수익이 감소하는 겁니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실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는 일련의 체험을 가능케 하기 위해 매장은 비용을 지출한다. 임대료와 재고 관리비, 인건비 등이다. 가맹점주나 대리점주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새로운 소비 환경의 등장으로 자기 수익은 줄어든 대신 브랜드 기여도는 더 커진 상황이 됐다. 오프라인 매장이 모두 체험형 매장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체험형 매장은 제조 브랜드에 큰 도움이 된다.

롯데월드타워 미스터리 핼러윈 이벤트 모습. 유통업체들도 집객을 위해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롯데
롯데월드타워 미스터리 핼러윈 이벤트 모습. 유통업체들도 집객을 위해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 전문 유통업체들도 울상

오프라인 매장의 체험형 매장화가 전문 유통업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 유통업체는 수익 스탠스가 가맹점주나 대리점주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수익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파는 구조와 임대형 사업 구조가 그것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모델은 마트이고 후자의 대표적인 모델은 백화점이다. 마트는 가맹점이나 대리점과 동일한 이유로, 백화점은 입점한 매장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백화점은 입점 매장과 매출 연동식 계약을 주로 맺는다.

재밌는 건, 유통업체들이 이런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체험’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의 체험 전략은 브랜드와는 목적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다.

롯데쇼핑 한 관계자는 말한다.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체험형 매장을 만드는 건 고객들을 모니터 밖으로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지갑을 열라는 거죠. 상품이나 서비스 체험 자체에 의미를 두는 제조 브랜드들과는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목적이 다르다 보니 방법도 다르죠. 유통업체들은 체험과 연관된 상품 판매장을 고객 동선에 배치한다든가 체험존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박스매장을 위치시킨다든가 하는 방법을 통해 수입도 동시에 얻으려고 합니다.”

◆ 실험적 유통 점포도 등장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해외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유명 백화점인 노스트롬이 2017년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오프라인 백화점’을 로스앤젤레스에 여는 등 온전히 체험만 강조하는 점포를 실험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점포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모두 체험형 매장으로만 운영된다.

제조 브랜드가 아닌 유통업체가 점포 전체를 체험형 매장으로 세팅하는 이런 실험적 점포들은 어떻게 운영이 가능할까? 이는 유통업체 역시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령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유명 백화점은 그 자체가 브랜드이다. 그리고 유통업체들이다 보니 브랜드가 가지는 집객효과가 상당하다. 일반 제조 브랜드들은 유통업체의 브랜드 집객효과를 믿고 기꺼이 이들에게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유통업체들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새로운 시도라 주목받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 점포는 기존의 매출 연동 임대료 대신(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고정 임대료 계약을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점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충분한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요. 집객 효과를 더욱 향상시켜 입점한 제조 브랜드들한테 고정 임대료 비용을 더 높여 청구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죠. 현재까지만 보면 체험형 매장 확산은 제조 브랜드에만 좋은 현상으로 보입니다. 제조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유통 참여자들이 어떤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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