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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사건과 반전으로 점철된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 기사입력 2019.10.25 10:08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지난 10월 15일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론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지만, 그 과정은 꽤 다이내믹한 전개로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지난 10월 15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마감했다. 상반기 예비인가에서 강력한 제3 인터넷전문은행 후보였던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를 모두 떨어뜨리는 대이변을 연출한지 5개월 만이었다. 당시 충격이 워낙 컸던 까닭에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가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하반기 예비인가 신청에 이름을 올린 컨소시엄은 토스뱅크와 소소스마트뱅크, 파밀리아스마트뱅크 등 3곳이었다. 소소스마트뱅크와 파밀리아스마트뱅크는 주요 주주가 소상공인과 개인투자자여서 통과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룬다. 상반기 예비인가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를 탈락시킨 혁신성과 자본력 등 이유를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합격권 컨소시엄은 토스뱅크가 유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는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결과론을 벗어나 보면 실패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예비인가 신청 전까지 의외의 사건과 반전이 이어지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덕분이다. 다이내믹한 전개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 신한금융지주의 의리?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공고를 내면서 가장 먼저 관심이 쏠린 곳은 신한금융지주였다. 같은 달 신한금융지주 최고위 임원이 사적인 모임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의지가 확실하다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 예비인가에서 토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자 했으나 의견 불일치로 중간에 이탈한 바 있어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하지만 이후 추가 진척상황을 보이지 않으면서, 또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ICT 기업 파트너를 찾는다면’이라는 전제를 강조했는데, 금융업계에서는 이를 ‘참여의지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전제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사실상 네이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1차 인가 때부터 참여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왔다.

이 시기 금융위원회는 간간이 관계자 멘트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이슈화 노력을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상반기 인가 신청을 냈던 키움뱅크, 토스뱅크 컨소시엄조차도 재도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이슈는 신한금융지주 혼자서 반쯤 어거지로 끌고 가는 모습이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이제 곧 떠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위한 신한금융지주의 마지막 배려 정도로 해석했습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끝물인 최종구 금융위원장보다 새로운 금융위원장 눈에 들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일을 조금씩 미루고 있었습니다. 새 금융위원장 치적으로 만들어주려는 의도였죠. (신한금융지주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의 행보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면을 살려주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던 건 사실입니다.”

◆ 소소스마트뱅크 출사표

9월 9일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이슈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당장 같은 날인 9일 소소스마트뱅크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참여를 선언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소소스마트뱅크는 상당히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참여 선언 일자를 신임 금융위원장 취임식 날 맞춘 것이나 그 장소가 국회의원회관인 것 등이 그 증거로 꼽힌다.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는 소소스마트뱅크 목표를 고려하면 상징성 면에서 장소와 일자가 매우 동떨어진 모습이다. 소소스마트뱅크는 지역 소상공인엽합회와 전국패션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다.

당시 소소스마트뱅크는 대략적인 컨소시엄 구성도 그리지 못한 상태였다. 은행업 인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본 안정성 방안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지향해야 할 혁신 방안 역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출사표부터 던진 것이었다. 이슈화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다음 자본과 혁신 부분을 보완할 주주 후보군과 접촉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말한다. “다른 업체들과 사전 접촉이 없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특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매력을 느끼는 곳은 극히 일부였을 거고 특히 소소스마트뱅크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난색을 표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실률과 경쟁력 문제를 고려치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슈화와 함께 필요하면 국회 쪽 입김도 끌어와 협상 우위력을 가질 전략이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 IBK기업은행에 관심

9월 중하순 들어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업체 간 물밑작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소소스마트뱅크 한 곳뿐이었지만 상반기 유력한 컨소시엄 후보였던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참여를 전제로 다양한 업체를 접촉하고 다닌다는 풍문이 흘러나왔다.

언론에서는 주로 은행과 금융지주사 쪽 동향을 살피는 데 주력했다. 컨소시엄의 자본 안정성을 위해서는 규모 있는 은행 및 금융지주사를 주주로 끌어들이는 게 필수였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물망에 올랐다.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전례가 있어 KEB하나은행 대신 키움뱅크가 또다시 인가 신청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더 쏠렸다.

이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곳은 IBK기업은행이었다. 소소스마트뱅크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소스마트뱅크의 자본 안정성을 책임질 파트너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소상공인연합과 IBK기업은행 모두 1차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한 바 있었고 또 소상공인 특화라는 성격이 일치한 결과였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이 바로 난색을 표하면서 관심은 금방 수그러들고 말았다. IBK기업은행은 소소스마트뱅크의 일방적인 러브콜일 뿐이었다며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IBK기업은행 입장 설명에서는 불쾌감마저 느껴졌다. 소소스마트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끔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혁신 창업기업 등에 이미 역대급 지원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이 때문에 익스포저 예상 손실액 역시 급증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 키움과 토스, 엇갈린 뉴스

IBK기업은행 이슈가 순식간에 사그라든 직후엔 키움뱅크가 언론의 관심을 이어받았다.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사내 오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무조건 해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운 것이 키움뱅크의 재도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상반기에 KEB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등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기업들을 주주로 흡수하면서 주목받았지만 혁신성 부족으로 고배를 마셨다.

10월 들어선 토스(법인명은 비바리퍼블리카)가 SC제일은행과 손잡고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위한 새로운 컨소시엄 구성에 나섰다는 뉴스가 화제로 떠올랐다. 상반기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자본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거대 금융사를 주주로 구하지 못해 탈락했는데, 하반기에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토스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유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은행을 일일이 방문해 파트너사 찾기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키움뱅크는 정반대 소식으로 화제가 됐다. 상반기 키움뱅크의 자본 안정성 문제를 담당했던 KEB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KEB하나은행이 빠지면서 키움뱅크는 상반기에 지적받은 혁신성을 보충하기는커녕 자본 안정성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9월 말 키움증권의 강한 의사표시로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무난히 인가에 참여할 줄 알았던 금융당국은 크게 당황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신청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한 종합 컨설팅에 최소 3개 이상 기업이 참여했다’며 흥행 가능성을 띄워놓은 상황이었다. 상반기 예비인가에서 합격권에 근접했던 키움뱅크의 불참은 단순히 1개 컨소시엄이 빠지는 것 이상의 충격이었다. 언론에서는 KEB하나은행급의 대체 주주로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을 다시 언급했다. 하지만 이 두 곳은 이미 금융당국에 불참의사를 통보한 상태였다.

◆ 흑기사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10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시작됐다. 소소스마트뱅크가 신청 첫날 등록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마감 전날인 14일까지 추가 신청 컨소시엄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흥행 실패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KEB하나은행의 이탈로 자본 안정성에 구멍이 생긴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대체사를 구했다는 소식이 없었고, 토스뱅크는 여전히 ‘확정된 게 없다’며 애를 태웠다.

신한금융지주가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흑기사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는 14일 신한은행과 네이버가 ‘AI 금융서비스 플랫폼 확장을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두 조직의 결합은 사실상 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가는 과정이라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1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때부터 네이버만 바라봤던 신한금융지주는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됐다.

신한은행·네이버의 결합을 이렇게 후하게 평가하는 이유와 토스뱅크의 마지막 고심(혹은 그 고심을 우려했던 시각)은 같은 배경을 공유한다. 오픈뱅킹과 금융 규제 샌드박스 도입 범위가 확대되면서 ICT기업이 은행 라이선스 없이도 은행업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 매력도가 크게 반감한 이유이기도 하다.

◆ KEB하나은행발 대반전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마지막 날인 15일엔 KEB하나은행발 대반전이 일어났다. KEB하나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복귀한 것이었는데, 이름을 올린 컨소시엄이 키움뱅크가 아니라 토스뱅크였던 것이다. 강력한 우군을 등에 업은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다시 테이블에 앉았고,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KEB하나은행 구멍을 메우지 못한 채 예비인가 신청을 포기해야만 했다. 개인투자자로 구성된 파밀리아스마트뱅크 역시 마지막 차를 탔다.

토스뱅크는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외에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 한화투자증권을 주요 주주로 영입하며 컨소시엄을 리뉴얼했다. 금융 혁신을 상징하는 토스와 자본 안정성을 책임지는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에 더해 금융당국이 강조한 중금리·금융소외계층 지원을 보조할 중소기업중앙회와 웰컴저축은행 등의 합류가 눈에 띄었다. 새로 구성된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확실히 이전 컨소시엄을 뛰어넘은 모습이었다.

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 컨소시엄 단독 통과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토스가 금융당국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요구하는 조건을 기대 이상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평가는 1,000점 만점으로 △자본금 및 자금 조달방안 100점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 100점 △사업계획 700점(혁신성 350점, 포용성 150점, 안정성 2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설비 100점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떨어지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토스 必 합격’ 분위기의 배경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더라도 토스는 준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토스가 의사결정에 장애가 뒤따르는 ‘여러 주주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또다시 준비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이번에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떨어진다면 금융위로서는 다음 인가 신청이 흥행 실패를 넘어 참패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앞서 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제3 은행 등장을 바라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말한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제3 은행의 등장은 이런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로 완전히 넘어가는 시발점이 돼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거고요. 이런 변화는 은행업계 경쟁을 심화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다시 혁신이 가속화하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날 겁니다. 결국 우리나라 은행들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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