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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체제 1년

개방형 혁신 등 긍정적 변화 이끌어
지배구조 개편•미래차 등은 과제

  • 기사입력 2019.10.04 14:06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며 사실상 ‘3세경영’을 시작한지 1년이 됐다. 그동안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유연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인재 영입 등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중국시장의 부진 지속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향후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10일 제68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해 EV 콘셉트카 ‘45’를 최초 공개했다. (오른쪽부터)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부회장, 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상품본부 부사장.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10일 제68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해 EV 콘셉트카 ‘45’를 최초 공개했다. (오른쪽부터)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부회장, 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 이상엽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상품본부 부사장.

지난해 9월14일 현대차그룹은 당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했다.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가 열린 순간이었다. 수석부회장 취임 뒤 1년 동안 정 수석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품질 경영’을 내세워 차량의 품질 향상을 이끌어냈다면 정 수석부회장은 세대교체부터 시작해 인재채용, 인사관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 등 기업 문화를 빠르게 혁신했다.
그가 가장 먼저 보여준 리더십은 ‘순혈주의 타파’였다. 지난해 말 쇄신 인사를 통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삼성 출신인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지난 2월엔 포스코 출신인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담당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재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현대제철이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사장을 선임한 것은 2001년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 9월 초에는 초에는 직급과 호칭, 평가, 승진 등 인사 전반에 걸쳐 큰 폭으로 개편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했다. 일반직 직급은 연공중심 6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했다. 직원 평가방식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고 승진연차 제도 역시 폐지했다. 일만 잘한다면 과장으로 승진한 직원이 다음해 바로 차장급 승진 대상자가 되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과거 위계질서가 강한 문화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부회장은 인재채용, 인사관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 등 기업 문화를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부회장은 인재채용, 인사관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 등 기업 문화를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가 말한다. “직급과 호칭 개편을 통해 민첩한 조직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입니다. 사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그룹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복장도 완전히 자율화 됐죠. 인사제도도 파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특히 젊은 직원들이 환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2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처음으로 그룹 시무식을 주재했다. 그는 격식을 깼다. 매년 시무식 무대를 메웠던 경영진 전용 좌석을 모두 치웠다. 대신 정 수석부회장 자신부터 말단 사원까지 모두 객석에 앉았다. 또한 시무식은 기존과 달리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다. 또한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 임직원 여러분들도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달라”고 선언했다.
자동차 산업과 시장은 격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현대차그룹을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 순혈주의에서 탈피해 미래 자동차 기술 업체들과의 전략적 협업, 외부 전문가 영입 등에 적극 나섰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3월, 인도 카헤일링(Car-hailing,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 1위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올라(Ola)’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4월에는 네이버 최고 기술경영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드42(CODE42.ai)’에 전략 투자했다. 5월에는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고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Aurora Innovation)’에도 전략적 투자를 했다. 시스코, 바이두, 모빌아이, 미쉐린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동맹’ 구축에 나선 것도 기존에 볼 수 없던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는 5월13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리막 본사에서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리막 작업 현장에서 마테 리막 CEO(왼쪽 네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5월13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리막 본사에서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리막 작업 현장에서 마테 리막 CEO(왼쪽 네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미래 준비가 미흡했던 점을 감안해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다”면서 “과감한 조직문화 혁신, 전략적 협업, 외부인사 영입 등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MK(정몽구) 시대와 다른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변화의 성공 여부는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미래를 위해 혁신을 추진한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이 1년 동안 성과를 이끌어 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정 수석부회장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미국계 펀드 엘리엇이 제동을 건 데 이어 의결권 자문회사들까지 잇달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같은 해 5월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1년 넘게 소식이 없는 상태다.
다만 올해 3월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에 완승을 거두면서 개편 재추진의 발판은 마련한 상태다. 현 정부가 재벌 개혁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조성옥 신임 공정거래위원장도 기업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밝힌 만큼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편안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안팎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올해 안에 전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보다 실적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섣부르게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또 다시 좌초된다면 동력이 크게 떨어져 지배구조 개편이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가에서 수많은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은 드러난 것이 없다. 다만 현재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국내 대형 법무법인, 회계법인•자문사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 개편 태스크포스(TF)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시장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개선속도가 더딘 점도 지배구조 개편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정 수석부회장의 승진 이후 현대차, 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889억 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으면서 위기설이 증폭됐다. 하지만 4분기 5,011억 원, 올 1분기 9,249억 원에 이어 2분기에는 1조 2,377억 원으로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173억 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 3,820억 원으로 증가했다. 2017~2018년 분기별 영업이익은 3,000억 원 내외에 그쳤지만 올해 1~2분기에는 각각 5,941억 원, 5,336억 원으로 2분기 연속 5,000억 원을 넘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차 및 SUV를 앞세운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통해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1대당 평균 판매단가 상승을 주도했으며 지난 연말부터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 효과도 전체 매출 신장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놓고 현대차그룹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차량 라인업 강화와 SUV 중심의 판매 확대 등이 실적에 기여했지만 원 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른 환율효과도 실적 증가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대외적으로도 지배구조 개편에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7~8월에 해외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묻는 질문에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도 지난 5월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부터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았고, 현대차 부회장,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거치면서도 계속해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면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지배구조개편이 마무리되고 경영승계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16일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중국 전략형 SUV ix25를 공개했다.
지난 4월16일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중국 전략형 SUV ix25를 공개했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며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시장 실적 회복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집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점유율이 2009년 9.8%에서 2012년 10.5%, 2014년 10.4%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5.3%로 거의 절반까지 하락했고 올해 들어 6월까지 점유율은 4.4%로 약 1%포인트나 더 떨어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현대차는 점유율 2.9%, 기아차는 1.5%까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사실상 정몽구 회장의 경영수업 일환으로 정 수석부회장에게 중국 시장을 맡긴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입장에서는 판매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고 분산된 투자로 새로운 시장 공략과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자용 현대차 글로벌PR담당 전무는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 시장의 해법에 대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단기적 목표 달성을 위한 무분별한 판촉 강화와 인센티브 확대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판매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정의선 체제의 가장 큰 변화는 그룹 임직원이 이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을 갖게 한 것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승부사 기질이 통한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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