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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R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도형으로 풀어보는 경영이야기

  • 기사입력 2019.10.04 10:57
  • 기자명 포춘코리아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던 옛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기업은 경영 이론과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진정성을 갖고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영 요소를 도형으로 치환해 풀어봤다.◀

그래픽 셔터스톡.
그래픽 셔터스톡.

경영은 네모다
네모는 안정적입니다. 균형 잡힌 네 개의 각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사방으로부터의 공격과 침입을 막아낼 수 있는 ‘울타리’의 의미가 겹쳐 보여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예로부터 모든 집, 즉 안식처의 이미지는 네모였습니다. 경영에서도 이런 네모가 필요합니다. 경영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 말입니다. 경영에 대한 지식과 이론이 그것입니다. 이른바 ‘경영의 도구’입니다.
이를테면, 브랜드전략 같은 겁니다. 브랜드란 과연 무엇인지, 브랜드자산을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 브랜드를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브랜드에 대한 경영학적 이론이자 지식입니다. 이런 지식들이 쌓이면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1등 브랜드가 시장 우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2등 브랜드가 1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브랜드뿐만이 아닙니다.
혁신이나 리더십에 관한 학문적 이론들도 즐비합니다. ‘파괴적혁신’이 어떻고, ‘역(逆)혁신’이 어떻고, ‘리더십 상황이론’이 어떻고, 하는 것들이 모두 경영의 네모적 요소들입니다. 이런 지식과 이론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영의 도구는 늘어납니다. 도구가 늘어나면 효율도 올라가는 법. 그래서 다들 경영을 ‘학습’합니다.

경영은 세모다
하지만 네모만 가지고 경영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네모는 경영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적 도구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맞춤하는 성장은 교과서 속 박제된 이론과 지식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잘 나간다 싶던 경영이 어느 순간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돌파구입니다. 돌파구를 뚫는 데는 네모가 아니라 세모가 필요합니다. 네모가 뭉툭하다면 세모는 뾰족합니다. 네모가 안정적이라면 세모는 왠지 불안합니다. 파괴의 자리에 창조의 씨앗이 싹을 틔우듯 세모의 불안함은 혁신을 잉태합니다. 뭉툭한 네모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이면을 세모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보아내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것 뒷편을 꿰뚫어보는 겁니다. 역동적 세모의 통찰입니다. 네모가 방어라면 세모는 공격입니다.
네모가 성장의 버팀목이라면 세모는 성장의 견인차입니다. 경영에서 세모는 그래서 ‘혁신’입니다. 경영현장에서 찾아보자면 가령 이런 겁니다. “브랜딩에 있어 중요한 건 고객의 이성보다는 감성이구나”, “인센티브가 사람의 동기를 오히려 떨어뜨리는구나”, “다들 소리 높여 외칠 때 조용히 속삭여야 차별화가 되는구나”, “마케팅이란 건 매출을 올리기 위한 얄팍한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구나”, “수직적 카리스마가 아니라 수평적 소통과 배려가 리더십의 핵심이구나”, “문제직원을 만드는 것은 바로 문제리더구나”, “혁신의 초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구나”같은 깨달음입니다. 이런 깨달음은 기존의 지식과 이론을 스폰지처럼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얻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답이라 생각되던 모든 상식적 명제들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런 끊임없는 호기심과 회의 속에서 어느 순간, 통찰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런 통찰이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세모의 힘입니다.

경영은 동그라미다
네모의 경영이 지식과 이론이라면 세모의 경영은 통찰과 혁신입니다. 하지만 이게 다여서는 안 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뿌리가 그렇습니다. 잎이 무성한 이유는 뿌리에 있습니다.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야 가지도 반듯하게 뻗고 열매도 실하게 맺히는 법입니다. 그런 뿌리가 경영에서는 바로 철학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비즈니스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이전에 “내가 이 비즈니스를 왜 하는 거지?”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이 일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자기인식 말입니다. 내 일에 대한 이런 철학은 세상에 날카로운 각을 내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보더라도 늘 한결 같은 모습입니다. 철학은 그래서 동그라미입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항상 같은 모습으로 시장과 고객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예전 경기가 좋던 호시절엔 철학 따위야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성공이 이어지니 중요한 건 도구와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시장도 변하고 고객도 변했습니다. 얄팍한 테크닉과 현란한 포장에 현혹되는 고객은 사라졌습니다. 두툼한 보너스와 그럴 듯한 복지제도에 충성을 다하던 직원들도 없어졌습니다. 고객이나 직원이나 그들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들을 감동시켜야 하는 시장인 겁니다. 진정성이 중요해진 배경입니다.
진정성은 철학에서 나옵니다. 철학이 없는 진정성은 흉내이자 연기일 뿐입니다. 진정성을 연기하다 몰락한 수많은 기업들과 리더들을 우리는 압니다. 모든 게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입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CCTV 한대가 계속 따라다니며 촬영하고 있다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 ‘하는 척’ 할 수 없습니다. 진심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들통이 납니다. 그러니 진짜 해야 합니다. 진심을 다해 해야 합니다.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진정성 충만한 도전의 과정이 고객과 팔로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것이 뿌리와 철학을 기반으로 한 동그라미의 경영입니다.
이론과 지식을 토대로 한 ‘네모경영’이 경영의 전부가 아닙니다. 도구가 중요한 세상이 아니라서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나(How)’에 맞춰진 고민은 이제 그 초점을 달리 해야 합니다. 관건은 ‘이 일을 왜 하고 있나(Why)’입니다. 이유를 모르는 일이 재미가 있을 리 없고 보람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니 위기를 만나면 금세 포기하고 맙니다. 그 포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힘이 내 일에 대한 철학에서 나옵니다. 일의 이유를 알기에 어려워도, 힘들어도 다시 일어서는 겁니다. 그래서 작금의 경영은 ‘방법’을 넘어 ‘이유’입니다. ‘도구’를 넘어 ‘목적’입니다. ‘동그라미경영’은 그래서 ‘학습’의 대상이 아닙니다. ‘수양’입니다.
지금껏 이론과 전략이란 네모 위주로 경영을 해왔다면 철학이라는 동그라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가지나 잎에만 신경을 썼다면 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근원과 본질, 핵심이 흔들리면 모든 게 모래성입니다. 튼튼한 뿌리(동그라미)와 반듯한 가지(네모)에 통찰이라는 새로운 접(세모)이 붙으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습니다. 남들이 못 해내는 혁신이 내 손 안에 들어옵니다. 네모, 세모, 동그라미가 이렇게 한데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경영은 완성입니다. 그래서 저는 경영을 이렇게 말합니다. “경영은 전략을 넘어 철학입니다. 철학과 함께 전략입니다. 경영이 곧 삶입니다.”

■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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