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23 18:25 (수)
백화점 업계,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로 버티고 있지만…
백화점 업계,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로 버티고 있지만…
  • 김타영 기자
  • 승인 2019.09.26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덕분에 백화점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e커머스 업체들의 도전으로 대형마트 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백화점도 결국엔 비슷한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벽면에 명품 광고 현수막이 돋보인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벽면에 명품 광고 현수막이 돋보인다. 사진=신세계백화점

[Fortune Korea] 2019년 현재, 백화점들이 세계적인 대위기를 맞고 있다. 매년 몇만 명의 신흥 부유층이 새로 생긴다는 중국은 물론 양질의 소비 인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1990년대 초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소매업체로 꼽혔던 시어스가, 또 올해 명품 백화점의 상징과도 같았던 바니스 뉴욕이 파산신청을 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 발전 단계나 일정 수준 이상 경제 규모를 갖춘 나라에서는 백화점 업황 부진이 일반화하는 모습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체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소비심리 부진에 더해 e커머스 채널의 급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비교적 선방하는, 혹은 아주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제자리걸음 정도는 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유수 백화점들이 고꾸라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이다.

◆ 백화점, 나 홀로 방긋

지난 8월 공개된 국내 빅3 백화점의 2분기 실적은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롯데백화점은 무려 30%나 급증한 영업이익으로, 현대백화점은 20%나 상승한 매출로, 신세계백화점은 알짜 점포인 인천점을 제외했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11%밖에 줄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덕분에 ‘사실상 3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백화점 업계의 호실적이 지난 2분기에만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백화점은 2018년 유일하게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상승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었다.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 영업이익률이 하락일로 또는 1~3%대를 겨우 유지하는 데 반해 백화점 영업이익률은 최근 다시 10%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이는 등 수익성도 회복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특별한 상황이 소비 양극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최저가와 프리미엄’으로 양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저가 트렌드를 추종하는 시장은 e커머스와 대형마트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느라 아비규환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트렌드를 추종하는 시장은 다르다. 백화점이 거의 유일한 플레이어여서 시장의 과실을 독점하고 있다. 빅3 백화점이 2분기 모두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 반해, 빅3 대형마트는 사상 초유의 동반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 패션에 부는 프리미엄 바람

백화점 상품 카테고리 중에서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부문은 패션과 가정용품이다. 특히 패션 부문의 해외 명품 매출 증가율은 단연 돋보인다. 올해 상반기 백화점 빅3의 해외 명품 패션 매출액 증가율은 롯데백화점이 25.4%, 신세계백화점이 22.9%, 현대백화점이 28.8%를 기록해 모두 역대급 상승을 이뤘다.

해외 명품 패션 매출액 증가율 상승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추세적인 모습이다. 지난 상반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현대백화점을 예로 들면, 2016년 9.7%에서 2017년 12.3%, 2018년에는 19.1%로 매년 증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명품 패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덩달아 높아져 2015년 12.5%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19.3%로 올라섰다. 이는 단일 카테고리 중 가장 높은 비중으로 2위를 수성 중인 잡화(14.1%)와의 격차도 5.2%p까지 벌어졌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는 패션 부문에 좀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해외 명품 판매 증가량처럼 수치로 잡히는 게 다가 아니거든요. 이들 수치에는 샤넬, 에르메스 등 하이엔드 혹은 준하이엔드급만 잡히는데, 이들 브랜드 정도는 아니지만 준명품급으로 취급받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들도 최근 매출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일반 의류나 식품 등 나머지 카테고리 매출이 최근 하락을 지속하는 중에도 백화점이 평타라도 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에요.”

◆ 가정용품 매출 증가도 눈길

가정용품 매출 증가 역시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에 기인한다. 각 유통채널의 카테고리별 매출 증감 내용을 매월 집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품은 해외 명품 패션(산업부 자료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과 함께 지난해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탄탄한 매출 성장을 지속해왔다는 의미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정용품 매출 증가는 가전과 가구 부문에서 도드라진다고 한다. 김치냉장고나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기존엔 세컨드 가전이나 뉴라이프 가전 취급을 받았던 제품들이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에 따라 필수 가전으로 인식되면서, 또 전자업체들이 프리미엄 라인으로 내놓은 고가 제품들이 일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생겨난 결과다. 가구에서도 높은 가격대 브랜드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가전의 보조를 맞추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 주택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이런 돈을 아껴 자기 집을 마련한 이후 대단위 인테리어를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 소비자들은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차라리 현재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전세나 월셋집은 자기 집이 아니다 보니 구조를 바꾼다든가 뭘 뜯어내고 붙이기 어려워 인테리어 욕구를 표출하기 어려운데, 이걸 가전이나 가구 구매로 해소하고 있는 거죠.”

◆ 지역 특수성 크게 작용

우리나라 주택 가격의 상승과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 변화는 특별한 면이 있다. 백화점이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 대비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인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좀 더 드라마틱하게 우리나라에 작용할 수 있게끔 했기 때문이다.

최저가와 프리미엄이라는 소비 양극화는 비단 우리나라만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 경제 규모를 갖춘 나라에서 동시에 확인되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기사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 국가에서는 세계 유수의 업체가 파산하는 등 백화점 업계가 유례없는 시련을 겪고 있다. e커머스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나 소비심리 부진 등 배경도 동일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백화점 업체들이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지역 특수성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좀 독특합니다. 큰 틀은 같이 가지만 세부 항목에서 차이가 나요. 가령 미국에서는 쇼핑몰 방문자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해외에선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로 이득을 보는 곳은 주로 명품 브랜드입니다. 유통업체에는 그 기여도가 크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경향은 점점 심화하고 있습니다. 8월 파산신청을 한 바니스 뉴욕은 백화점 중에서도 아주 명품만 취급한 곳이었는 걸요.”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덧붙인다. “백화점 채널은 지역 특수성이나 소비자 성향에 특히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대형마트 같은 채널은 그래도 간간이 해외 업체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백화점은 그렇지가 않잖아요(세계적인 휴양지에는 다른 나라 백화점이 일부 진출한 곳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 업체가 나간 경우는 있지만 실적이 썩 만족스럽진 못하죠.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 백화점 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방증이고 지역 특수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이 이 특수성을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불투명한 전망 계속

세계적인 추세가 어떻든 우리나라 백화점 업체들은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의 덕을 크게 보고 있고 덕분에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백화점 업계에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백화점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e커머스 채널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국내 백화점 업체들은 임대사업자 성격이 강한 특유의 사업 구조(매장 인력 대부분이 파견직원이고 배송·재고 부담 역시 입점업체에서 부담해 비용 부담이 적다)와 최저가 상품 위주로 운영되는 e커머스 채널 특수성 덕분에 그간 이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쇼핑 편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함에 따라 상황이 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을 중시해 매장 구성이나 출점 조건, 수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을 펴왔으나 새로운 소비계층의 부상으로 온라인 진출 압력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인 Bain&Company는 ‘2010년 3%에 불과했던 글로벌 명품 판매 온라인 비중이 최근 9%를 돌파한 데 이어 2025년엔 25%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앞의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백화점 실적이 근래 선방하긴 했지만 이 분위기를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나갈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좀 부정적입니다. AR과 VR로 구현한 가상 리테일 공간이 온라인에서 현실화하고 있잖아요. 물론 백화점들도 온라인 채널에 명품관을 여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브랜드 사이트를 놔두고 왜 굳이 백화점 사이트를 거쳐 명품을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부족해요. 따라서 현재 받고 있는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효과는 줄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는 백화점의 새로운 수익 극대화 혹은 창출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올해 8월 파산한 바니스 뉴욕 백화점 뉴욕점 입구. 바니스 뉴욕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위주 판매 전략으로 ‘하이엔드 백화점’이란 별칭을 갖게 됐다. 사진=셔터스톡
올해 8월 파산한 바니스 뉴욕 백화점 뉴욕점 입구. 바니스 뉴욕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위주 판매 전략으로 ‘하이엔드 백화점’이란 별칭을 갖게 됐다. 사진=셔터스톡

<이하 박스기사>

◇ e커머스, 백화점 채널에도 공세 강화

e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오프라인 유통채널 파이 뺏기에 더욱 열중하는 모습이다. 배송이 까다로워 과거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성역으로 인식됐던 신선식품 영역에서도 쿠팡 등이 새벽배송을 앞세워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형마트는 이 때문에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e커머스 업체들은 백화점 쪽 공세에도 점점 열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프리미엄과 최저가라는 소비자 선호도가 확실히 구별되는 두 채널이기에 이전까지는 그 영향력이 상당히 제한되는 모습이었으나 최근엔 상황이 변했다. e커머스 업체들이 프리미엄 상품전 등의 이벤트를 통해 백화점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백화점 빅3의 한 축인 현대백화점이 쿠팡에 상품 판매자 등록을 하면서 백화점과 e커머스 채널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별도 온라인몰 육성에 주력 중인 롯데나 신세계와 달리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쪽 투자가 많지 않아 구별해 생각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이를 투항이나 자충수쯤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 백화점 실적이 어느 정도 나와주면서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이쪽에서도 e커머스 채널 간섭이 굉장히 심화하고 있습니다. 갤러리아, AK, NC 등 중형급 백화점들은 이미 예전에 쿠팡에 입점했어요. 병행수입으로 들여온 명품 브랜드 일부가 이미 쿠팡에 깔린 상황에서 얼마나 큰 수익을 예상하고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제살깎아먹기라는 인식이 큽니다. 소비자가 백화점에만 기대하는 특별한 고객 경험과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는데 이를 스스로 희석한 것이니까요.”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