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2011년 콘셉트카 모습을 하고 나타났던 이보크가 올해 2세대로 변신했다. 멋진 외관은 더 매력적으로 변했고 괜찮았던 달리기 실력도 더욱 좋아졌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이하 이보크)는 랜드로버에서 덩치가 가장 작은 막내 SUV다. 프리미엄 컴팩트 SUV임 을 내세운 이보크는 2011년 데뷔했다. 콘셉트카의 외모를 고스란히 살린 덕에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이보크가 2세대로 거듭났다. 무려 8년 만의 일이다. 신형 이보크는 자신이 가졌던 개성을 유지했지만 이전에 나온 형제 SUV들의 디자인을 많이 따랐다. 
신형 이보크는 얇게 빚은 헤드라이트와 날카로운 범퍼가 인상적이다. 두툼한 앞바퀴 펜더와 보닛 주름은 이전 세대 모델과 같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371mm, 1,904mm, 1,649mm다. 1세대 모델보 다 14mm 낮은 걸 빼면 모두 5mm 정도 커졌다. 휠베이스는 2,681mm로 21mm 길어졌다. 
더욱 눈에 띄는 새로운 요소를 찾자면 도어 손잡이다. 패널 안에 묻혀 있다가 필요할 땐 튀어나온다. 뒷 모습도 새롭다. 램프를 얇게 붙이고 블랙 유광 패널을 심었다. 번호판 주변 블록처럼 맞닿은 라인도 평평히 다졌다. 바싹 치켜 든 엉덩이는 커다란 디퓨저로 채웠고, 양 끝단에 머플러팁 장식을 더했다. 

뉴 이보크는 완전히 새로운 차량 뼈대를 가지고 있다. PTA(Premium Transverse Architecture) 모듈형 플랫폼이다. 내연기관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품을 수 있고, 향후 전기차 모델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새 골격 PTA는 충돌안전성이 무척 좋다. 최근 유로NCAP이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별 5개 최고점을 따냈다. 차체 무게는 늘었다. 2리터 디젤 모델 기준 공차중량은 구형이 1,920kg, 신형이 1,985kg으로 더 무겁다. 첨단장비를 한껏 품은 결과다. 
문을 열면 단순하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촉감 좋은 플라스틱과 가죽, 차가운 알루 미늄이 조화를 이룬다. 이전에 나온 형제들처럼 10인치 터치스크린을 위아래로 따로 나눈 구성도 인테리 어 포인트다. 계기반도 아날로그 대신 12.3인치 디지털 모니터로 갈아 끼웠다. 기어레버 역시 기존 다이얼 방식을 버리고 전통적인 기어봉으로 바꿨다. 

뒷좌석 무릎공간은 이전보다 11mm 키웠다. 덕분에 아주 여유있진 않지만 장거리 주행도 걱정 없을 정도 의 공간은 확보했다. 기존에 6대 4로 접을 수 있었던 뒷좌석 등받이는 4대 2대 4로 나눠 접을 수 있게 바뀌었다. 기본 591리터인 트렁크 용량은 최대 1,383리터까지 늘릴 수 있다. 
통풍시트는 빠졌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열리지 않는 고정식이다. 주차 시 360도 서라운드뷰를 통해 주변 풍경을 사방으로 띄울 수 있다. 
신형 이보크는 가솔린 1종, 디젤 2종 등 총 3가지 엔진을 품고 있다. 모두 직렬 4기통 2리터 터보 구성의 인제니움 엔진이다. 시승차인 뉴 이보크 D180는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3.9kg∙m를 내뿜는다. 최고 출력 150마력인 2리터 디젤 터보와 249마력을 내는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도 고를 수 있다. 변속기는 ZF사가 만든 자동 9단이며 AWD를 맞물린다.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시트와 운전대, 페달을 통해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을 말끔히 지웠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1,750~2,500rpm까지 최대토크 43.9kg∙m를 줄기차게 뿜는다. 9단 자동변속기는 아주 매끄럽게 단수를 오르내리며 가속을 돕거나 효율을 높인다. 랜드로버가 밝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성능은 9.3초다(최고속도는 시속 205km). 
주행모드는 무려 7가지. 아래쪽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에서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다. 일반도로에선 에코와 컴포트, 다이내믹 가운데 선택하면 되고, 험로에선 스노우, 머드, 샌드 등 노면 상황에 따라 표정을 바꾼다. 지나치게 복잡하다면 오른쪽 끝에 오토 모드를 누르면 된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가 도로를 분석해 엔진과 변속기 등을 알아서 조율한다. 기본적인 서스펜션 세팅은 상하 스크로크가 커 요철을 부드럽게 타넘는다. 깊이 600mm인 하천도 건널 수 있다. 험로주행에 뿌리를 둔 레인지로버답다. 

시속 80km 정도 속도에서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고 승차감도 부드럽고 편안하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면 가속도 매끄럽다. 스티어링휠은 가볍다. 이보크가 가장 돋보이는 구간은 시속 100km 이상 고속 영역이다. 9단 기어 덕분에 그 이상 속도에서도 좀처럼 2,000rpm을 넘지 않는다. 남다른 방음설계와 맞물려 여느 컴팩트 SUV에선 맛볼 수 없는 조용함을 느낄 수 있다. 주행 모드를 S 모드로 선택하고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하면 엔진음은 더 날카로워지고, 속도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또한,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지고 브레이크도 더 민첩하게 반응해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다. 
현재 대다수의 자동차가 쓰는 전압은 12V다. 이를 통해 실내조명, 계기반, 전동시트 조절 등을 한다. 인제 니움 엔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쓴다. 48V로 높이는 이유는 전동화 시대에 맞춰 충분한 전 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또한, 대용량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맞물려 효율을 높였다. 신형 이보크 D180의 복 합연비는 리터당 11.9km다. 이전 세대(리터당 12.6km) 보다 낮다. 
뉴 이보크는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 기능을 통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차체 앞 아래쪽 풍경을 화 면에 띄운다. 또한 ‘클리어 사이트 룸 미러’는 지붕 끝 안테나 내 카메라로 찍은 후방영상을 띄운다. 덕분에 2열 승객이나 부피가 큰 짐을 실어 뒤쪽 시야확보가 어려운 경우에 무척 유용하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한껏 챙겼다. 정차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보조,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 반자율주행을 완성하는 장비를 꼼꼼히 담았다. 단, 조작은 다소 수고스럽다. 스티어링 휠 내 다양한 버튼으로 세분화한 까닭이다. 또한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은 차선 정중앙을 유지하기보단, 차선 끝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조절한다. 
2세대 이보크는 말끔한 안팎 디자인과 정교한 감성품질, 우월한 브랜드 이미지로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D180 SE의 판매가격은 7,58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