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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행복한 조직, 행복한 경영

  • 기사입력 2019.09.09 10:39
  • 기자명 포춘코리아

▶행복한 조직 만들기의 핵심은 직원을 바라보는 리더의 시각에 있다. 직원을 목적으로 대하는 조직은 직원을 수단으로 여기는 조직에 비해 높은 성과를 낸다. 행복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어느 병원의 사례를 살펴본다.◀

일러스트 셔터스톡.
일러스트 셔터스톡.

두 청춘남녀의 데이트 현장. 카페에 앉아 뭘 할까, 지루해하던 커플은 뜬금없이 스케일링을 하러 갑니다. “똑같은 데이트가 지겨우셨죠? 색다른 치과데이트 어떠신가요?”라는 자막이 귀에 익은 드라마 엔딩음악과 함께 유머러스하게 이어집니다. 사투리 작렬하는 어색한 연기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투박한 영상이 외려 눈길을 끕니다. ‘뇩튜브-스케일링으로 데이트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유튜브 영상 얘기입니다. ‘뇩튜브’는 울산 ‘뉴욕연합치과’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입니다. 치과 스태프들이 직접 기획하고, 직접 연기하고, 직접 촬영하고, 직접 편집하여 올린 영상이 3개월동안 벌써 다섯 편입니다. 치과 일만 하기도 힘들고 바쁠 겁니다.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고 추가수당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다들 재미있다며 자발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울산 뉴욕연합치과의 장수원 원장님과 박광원 원장님은 제 강의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단발성 특강이 아니라 여러 주에 걸친 스쿨형 과정을 통해 마케팅과 리더십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 인연이 병원 직원의 마케팅 교육으로도 이어졌습니다. 6주간 30시간에 걸친 프로그램이었으니 짧지 않은 과정입니다. “저희 스태프들이 이 교육을 받는다고 단기간에 매출이 올라갈 거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게 목적도 아닙니다. 다만 이런 좋은 교육을 받으면 직원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러면 된겁니다.” 웃으며 이야기하는 두 원장님의 얘기에서 ‘매출’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겠다는 높은 안목과 깊은 호흡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저렇게 즐겁게 영상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영상의 퀄리티나 성과가 아닙니다. 스태프 분들의 자발적인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리더의 지시나 명령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과정을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영혼 없는 노동을 하다 퇴근시간 땡 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가는 여타 조직의 직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입니다. 직원을 한낱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 존중하는 리더가 빚어내는 조직의 경쟁력입니다.
또 다른 병원 얘기입니다. 열흘 붉은 꽃 없다 했습니다. 하물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입니다. 시간의 마모를 이겨내고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그래서 참 대단한 일입니다. 지난 달에는 서울 ‘언제나이든치과’ 개원 10주년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내 삶의 경영혁신’을 통한 ‘자존감 제고’와 ‘행복한 나’를 목표로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행복한 자기경영스쿨’. 매출이나 성과 이전에 직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윤득영 원장님과 이지현 원장님의 생각으로 시작된 교육입니다. 매월 세 시간씩 진행하던 그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10주년 워크숍이 함께 진행된 겁니다. 지금껏 많은 특강과 자문 의뢰를 받았지만 직원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의뢰는 처음이었습니다. 매출 제고를 위한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직원행복을 위한 교육에 투자하는 조직. 그 투자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CEO다 싶었습니다. 리더로서의 확고한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첫 교육 시작부터 횟수를 거듭할수록 직원 분들의 몰입도가 점점 높아졌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인가 했더니 대표원장님을 포함한 모든 리더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시는 걸 보니 미세하나마 변화의 씨앗들이 싹을 틔웠나 봅니다. “다른 병원 원장님들은 저 보고 쓸데없는 짓 한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있습니다. 병원은 절대 의사 혼자 힘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윤득영 원장님의 얘기입니다. “열려 있는 리더”라는 제 칭찬에 “제가 열려고 연 게 아닙니다. 직원들이 그냥 강제로 열어버린 겁니다”라 응수하는 윤득영 원장님의 유머에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듬뿍 묻어납니다.
직원을 목적으로 대하는 조직과 직원을 수단으로 여기는 조직. 어떤 업무가 주어졌을 때 직원이 그걸 제대로 못해내는 상황을 가정해볼까요? 직원을 수단으로 대하는 조직의 대응은 심플합니다. 그 직원을 아웃시키고 다른 직원을 투입하면 끝입니다. 고장 난 기계를 대체하여 새 기계를 도입하는 거랑 다를 바 없습니다. 직원을 목적으로 대하는 조직은 다릅니다.
어떤 교육과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해당업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직원의 성장 자체가 목적인 겁니다.
미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전문매체 QSR매거진이 발표한 2017년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매출 순위. 1위 맥도날드가 375억 달러로, 2위 132억 달러의 스타벅스를 2배 이상 따돌렸습니다. 2018년 기준 맥도날드의 글로벌 매출은 113조원에 달합니다. 명실상부, 패스트푸드 업계의 황제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햄버거 대학’에 주목합니다. 직원 교육 말입니다. 햄버거 대학은 1961년 첫 수업 이래 지금껏 36만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단지 햄버거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마케팅과 리더십, 코칭과 커뮤니케이션 등 레스토랑 경영을 위한 전반적인 역량을 교육합니다. “단순히 햄버거를 서빙하는 회사가 아니라 햄버거를 서빙하는 사람들의 회사를 기업 가치로 삼고 있다”는 맥도날드의 ‘사람 중심’ 경영철학이 반영된 대목입니다.
“직원들이 개개인의 인생에서 승리자가 되도록 만들겠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300여 딜러기업 중 하나인 넷츠토요타난고쿠 창업자 요코타 히데키의 말입니다. 돈 벌려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직원들의 자아실현이 주목적이라는 겁니다. 이런 CEO의 철학으로 인해 직원들은 매출제고를 위한 ‘도구적 존재’를 뛰어넘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목적적 존재’로 승화합니다. 기업의 가장 큰 존재이유를 직원과 그 가족의 행복이라 정의하는 이 회사의 영업실적과 고객만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톱클래스 수준입니다.
직원이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지 않다며 일부러 직원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셀프 왕따’ 리더들을 만나며 느낀 낭패감이 아직 생생합니다. 행복한 조직 만들기의 핵심은 직원을 바라보는 리더의 시각입니다. 수평적 동료로서 직원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스스로의 역량이 업그레이드되었음을 자각하는 ‘성장체험’은 직원 동기부여의 고갱이입니다. 그렇게 직원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조직에 활기가 돕니다.
자율로 돌아가는 행복한 조직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개원 전에 대표님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우리의 삶이 좀더 행복해질 것인가를 다루는 내용이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에 또 어느 병원 원장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직원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이런 리더들이, 이런 CEO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희망입니다. 행복해야 조직이고 행복해야 경영입니다.

■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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