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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전기차 골드러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중국으로 몰려온다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 / ELECTRIC GOLD RUSH: THE AUTO INDUSTRY CHARGES INTO CHINA

  • 기사입력 2019.10.02 10:12
  • 기자명 Jeffrey Ball 기자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들은 전기차가 자동차의 미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승리하려면, 맹렬히 추격해오는 새로운 토종 경쟁업체들과 싸워야 한다. 물론 거기에는 테슬라도 포함돼 있다. By Jeffrey Ball

매년 수십만 대의 가솔린 차와 변속기,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밀집한 상하이 서부의 공업지대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종류의 공장을 완성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곳에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 74에이커 규모의 이 시설에는 일반적인 강철이나 목재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규 조립라인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구조를 변경하는 비용이 더 적게 들어야 한다. 회사가 이전에 만든 어떤 모델보다 외관과 레이아웃이 더 자주, 그리고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장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될 예정이다. 회사가 과거 대규모로 다루지 않았던 재고 부품의 안전을 감시하려는 목적이다: 이 거대한 배터리들—하나가 관 2개를 나란히 붙여 놓은 크기다—은 특성상 항시 발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 산업의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다. 폭스바겐 AG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우위를 점하려는 전사적인 노력이다. ‘폭스바겐 Volkswagen’은 ‘국민 차’와 동의어였으며, 회사가 존재한 지난 80년간 그 국민은 바로 유럽과 미국인들로 인식됐다. 또한 차량은 보통 가솔린 모델로 생각됐다. 하지만 현재 회사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새로운 환경 규제에 의해 압박을 받는 폭스바겐은 주로 전기 자동차(EV) 생산업체로서 철저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상하이 신공장은 폭스바겐의 미래가 걸린 싸움에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중국 SAIC 모터와 폭스바겐의 조인트 벤처를 위해 상하이에서 생산을 총괄하는 프레드 슐츠 Fred Schulze에 따르면, 이 공장이 내년에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면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폭스바겐 공장”이 될 전망이다. 상하이에 소재한 SAIC 모터는 중국 최대의 국영 자동차 기업이다. 폭스바겐에서 잔뼈가 굵은 슐츠는 과거 아우디 사업부에서 스포츠 유틸리티와 크로스오버 차량의 생산을 감독했다. Q7과 Q8처럼 기름을 잡아먹는 대형 SUV가 대부분이었지만, 전기차 E-트론도 있었다. 그는 “지금부터 전기차에서 우리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화석연료 시대의 거인들은 생존에 직결된 변화에 적응하려고 분투하고 있다: 현재 청정 에너지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에너지의 대체재로서, 경제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와 석유 생산업체들은 재생 에너지 물결에 휩쓸려가지 않고, 그 흐름에 편승하려고 애쓰고 있다. 은행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은 특히 ‘공포스러운 갈림길’에 서 있다. 즉, 전기차—하나의 대형 엔진 대신 여러 개의 소형 모터를 장착한 기계다. 또 연료 탱크 대신 배터리가 들어간다. 그리고 변속기 대신 전례 없이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탑재한다—의 부상은 자동차 제조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그들이 오랫동안 대표 자산으로 인식해 온 기업의 기반시설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중복 비용(stranded cost)’/*역주: 이른바 ‘좌초된 비용’으로도 불린다. 규제나 시장 조건의 실질적인 변화 후에 중복될 수 있는 공공 설비의 기존 인프라 투자를 의미/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물론 내연시대의 종식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에너지 데이터 회사 우드 맥켄지 Wood Mackenzie에 따르면, 올 들어 6개월 동안 전 세계적에서 판매된 모든 신형 승용차 중 97%가 기름 연소 엔진만 장착했다. 하지만 전기차는 여전히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매출은 많은 전문가들의 최대 예상치를 뛰어넘어 급증하고 있다.

우드 맥켄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0% 전기차와 연소 엔진으로 배터리 시스템을 보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합한 승용 EV의 판매가 2018년 상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47%나 급증, 110만대를 기록했다. 이런 급증세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용 감소 ▲기술 향상(특히 배터리) ▲점점 더 편리해지는 전기 충전 인프라(특히 대도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대표적이다.

전기차의 미래로 진로를 변경 중인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승자와 패자는 주로 중국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이 나라—악명 높은 오염된 도시 공기와 SUV에 대한 광적인 인기가 존재한다—는 불과 몇 년 만에, 독보적인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우드 맥켄지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과 규제의 강력한 병행—자국 환경에 대한 우려와 급증하는 자체 글로벌 기술을 지배하려는 의도로 추진하고 있다—으로 인해, 중국이 지난 6월 30일까지 전 세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완전 전기차 판매의 54%를 차지했다.

미국 점유율은 16%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자동차기술학회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중국 내 승용차 판매의 4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산업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점이다. 이런 증가세를 뒷받침 하기 위해, 중국 주요 도시 전역에서 한 번에 수백 대의 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대형 전기차 충전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마치 수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보는 듯 하다. 아울러 현재 중국 내에서 수백 개 회사들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멀지 않았을지 모른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고, 정부 당국도 과거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확산을 촉발한 보조금을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추세는 분명하다: 중국은 20세기에는 석유를 소모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를 뒤쫓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전기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거의 확실한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 결과, 중국에서 전기차 경쟁이 매우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재정적인 위험이 따르지만,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중국 사업 책임자 스테판 볼렌슈타인 Stephan Wollenstein은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와 약간 비슷하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분석을 내놓으면서, 회사가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꾸민 중국 본사 건물 꼭대기 층의 회의실에 앉아 있다. 에어컨 시설이 잘 돼 있는 이 방의 테이블 위에는 폭스바겐 로고가 박힌 고급 화장지 박스가 놓여 있다. 

필자는 올 여름, 전기차 경쟁의 몇몇 선두 주자들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오래된 중국 자동차 브랜드부터 자신만만한 신생기업, 폭스바겐처럼 자본력이 탄탄한 서구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BYD는 최근 테슬라가 추월하기 전까지 몇 년간 세계 최대의 전기차 제조업체 자리를 지켰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 회사의 지분을 약 8% 소유하고 있다.

그 중에는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현란한 기술을 갖춘 니오 Nio가 있다. 이 회사는 온갖 장치를 탑재한 전기 SUV를 생산한다. 그리고 물론 테슬라도 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이 아이콘 기업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했다. 그가 만든 아름답고 값비싼 차들은 실질적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창출했다. 이번 호 기사와 관련, 인터뷰를 거절한 테슬라는 올해 초 상하이에서 대규모 전기차 공장의 착공식을 가졌다. 그 반대편에서는 폭스바겐이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이 산업 헤게모니를 쥐는 것에 초초해 하는 미국과 유럽 인사들에게, 전기차는 중국이 지배하려는 대표적인 기술중심의 최신 산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영향력이 좀 더 미묘하게 발휘될 공산이 크다. 자동차들은 부피가 크고 운송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휴대폰이나 태양 전지판과 달리 생산 자체가 대부분 지역 단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즉, 전 세계 주요 시장에 공장을 두는 방식이다.

중국이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을 독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 나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를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도로의 규칙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중국은 많은 산업에서 미국과 유럽에 뒤처졌다. 하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서구 다국적 대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 유럽을 한참 앞서고 있다.

중국의 산업 전략은 결코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다. 하지만 오우양 밍가오 Ouyang Minggao는 단연 중국 전기차 발전의 기술적 대부라 할 수 있다. 그는 ‘중국의 하버드’라 불리는 칭화대 자동차연구소 맨 위층에 있는 카펫 깔린 사무실에서 25년 이상을 보냈다. 오우양은 그곳에서, 오늘날 전기차 붐을 불러온 정부 보조 연구개발 캠페인을 이끌어 왔다.

필자는 찌는 듯한 어느 토요일 아침, 그 사무실에서 오우양을 만났다. 그는 베이징 도로의 전기차를 더 늘리는 전략을 세우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허겁지겁 약속 장소에 뒤늦게 나타났다. 그의 연구소 계단 통로에는 자동차 산업의 개척자 칼 벤츠, 루돌프 디젤, 헨리 포드, 니콜라우스 오토, 밍 샤오농의 흑백 사진이 줄지어 있다. 사오농의 사진 노트 아래에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창시자’라고 쓰인 명판이 있었다.

중국 신생기업 니오의 100% 전기 SUV가 생산되고 있는 허페이 공장의 조립 라인. 이 비싼 전기차의 소매가는 모든 옵션을 포함할 경우 약 7만 6,400달러다. 사진=포춘US

1993년 오우양이 칭화대에 왔을 당시, 중국은 막 전기차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출은 증가했다. 이후 2008년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그 해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국산 전기차와 버스 500대를 선보였다. 더욱 중요하게는 세계 금융 위기가 닥쳤다. 이런 붕괴의 직접적인 결과는 오바마 행정부의 2009년 경제 활성화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미국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지원책이 포함돼 있었다.

이 지출 계획은 베이징의 주목을 끌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09년 오우양의 표현에 따르면 “초고위층에서 전략적 논의”를 벌였다. 자체적인 청정기술을 어떻게 추진할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중국 국무원은 결국 9개의 '전략적' 산업을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전기차였다. 정부 보조금이 본격 유입되기 시작했고, 배터리 제조업체와 자동차 회사 및 전기차 구매자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발전시킨 회사들에는 더 큰 보상을 줬다.

그러나 중국의 전기차 노력은 단지 기술적 경계를 확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행동도 ‘조작’한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같은 대도시는 시민들의 내연기관 자동차 번호판 취득을 심각하게 제한했지만, 전기차용 번호판은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오우양은 “중국은 또 미국보다 전기차의 대규모 보급에 더 적합한 몇 가지 특성을 활용했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싸다. 또한 전동 스쿠터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전기 운송수단을 사용한 역사가 있다. 그리고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국영 고속철도 때문에, 소비자들은 단거리 시내주행에 집중된 운전 패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장거리 주행에 비해, 가까운 곳에 자동차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더 쉽다. 이런 모든 이유로, 오우양은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전기차를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한다.  

만약 지구상의 한 도시가 전기차의 미래를 상징한다면, 그곳은 바로 선전이다. 무더운 저녁 공항 터미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필자는 괴로운 현실과 마주했다. 땀 범벅이 된 다른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택시를 잡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승객을 기다리는 모든 택시는 필자가 보기에 모두 전기차였다. 더욱이 전부 동일한 모델이었다: 바로 선전에 본사를 둔 BYD가 만든 해치백이었다.

BYD(중국어로 ‘비-야디’)의 성장은 중국의 한 전기차 기업이 비주류 과학 프로젝트에서 진지한 산업으로 성숙하는 매우 놀라운 속도를 보여준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초창기부터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서구 브랜드에 휴대전화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였다. BYD는 2002년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어 2003년부터 연소차를, 2010년부터는 전기차(택시는 물론 버스까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초기 전기차는 단순히 가솔린 동력 자동차의 변형된 버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4년경 R&D 부서가 완전히 새로운 차량 구조—자동차 업계에서는 ‘플랫폼’으로 불린다—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전기차를 원점에서 설계, 특정 속성을 최적화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BYD의 표현에 따르면 “E-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들이 지난해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다.

BYD는 본국 정부의 지원으로 큰 수혜를 입었다. 선전 시의 택시를 관리하는 기관은 지역 택시회사들에 전기차로 갈아타도록 요구했다. 또 지난 몇 년간 전기 택시 한 대당 가격을 비교 가능한 내연기관 차량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총 5억 1,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기관에서 근무하는 정 하오 Zeng Hao 부국장의 설명이다. 오늘날 선전의 택시 2만 1,000대 중 100대를 제외하고 모두 전기차다. 당연히 이 모든 차량은 선전에 소재한 BYD가 만들었다.

중국 전기차를 ‘아주 훌륭한 경제적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BYD의 새 모델들 중 한 대를 몰아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시승 결과, ‘전기차의 최고봉’이라 평가 받는 테슬라 모델 S같은 럭셔리함과 느낌은 부족했다. 또한 중국 내에서 10만 달러 이상에 팔리는 모델S보다 가격도 낮다. 보조금을 받으면, E-플랫폼의 최고모델 탕 Tang은 약 5만 1,00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E-플랫폼 하위 트림의 기본 BYD 모델은 8,500달러면 살 수 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은 국내외의 새로운 경쟁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BYD에서 승용차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리안 유보 Lian Yubo 수석 부사장은 회사가 전기차 게임에서 근본적으로 그 어떤 기업보다 오래됐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자신 있다. 스스로 이 모든 기술을 익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기술 중 하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자 스위치—‘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로 불리며, 전기차 제어에서 매우 중요하다—를 제조하는 능력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공급업체들로부터 IGBT를 구입한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시장에서 IGBT의 공급이 딸리게 됐다. BYD는 이런 부족에 의해 제약 받지 않는다: 선전에서 북동쪽으로 약 700마일 떨어진 닝보 Ningbo 시에 자체 IGBT 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설은 회사 내에서 ‘BYD 디비전 6’으로 알려진 사업부의 일부다.

리안은 대화 도중 나를 계속 놀려대면서, 그날 오후 늦게 BYD가 뭔가 중대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변죽을 울렸다. 이 소식은 몇 시간 후에 전해졌다: BYD와 도요타는 2025년까지 중국 시장에 선보일 도요타 브랜드의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BYD가 해외 자동차업체와 맺은 전기차 계약 중 가장 최근 조치다. 회사는 지난 5년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소유주 다임러 AG와 합작을 통해, 중국 내에서 덴자 Denza라는 브랜드의 전기차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BYD는 외국 브랜드의 중국 전기차 하청업체만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야심이 큰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2016년 리안은 폭스바겐이 이탈리아에 소유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볼프강 에거 Wolfgang Egger를 영입했다. 그는 과거 아우디에서 디자인을 총괄했다.

필자는 반짝이는 그의 새 영역—BYD가 그를 위해 지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로비 쇼룸—에서 에거를 만났다. 평범한 차림의 리안과 달리, 에거는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이었다. 그는 갈색 스웨이드 신발에 패셔너블한 푸른색 스키니 치노 바지, 흰색 드레스 셔츠, 그리고 자신의 눈동자를 더 돋보이게 하는 파란색의 격자무늬 스포츠 코트를 입고 있었다. 필자가 그 패션을 어디에서 맞췄냐고 묻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이탈리아”라고 대답했다.

에거는 “BYD를 위해 폭스바겐을 그만두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며 “미래의 전기차 브랜드를 만든다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그가 합류한 이후 BYD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랭커스터에서 멀지 않은 로스앤젤레스에 위성 디자인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회사는 랭커스터에서 미국 내 전기버스를 만들고 있다. 또한 이곳 디자인 인력은 12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는데, 향후 30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에거가 영입한 최고 인재로는 페라리의 전임 외관 디자인 책임자, 이탈리아 코모 Como에 소재한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디자인 스튜디오 전 대표 등이 있다. 그는 그들도 자신과 같은 이유로 합류했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로서 뭔가를 실현하고,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놀이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에거는 BYD에 도착했을 때, 회사가 만든 차가 “감성”이 부족한 “양산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예를 들어 독일차의 기술적 느낌,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감성, 중국 문화가 어우러진”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에거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 문화의 요소는 힘과 행운의 상징인 용이다. 그는 특히 전면부에서 용의 수 많은 심미적 변형을 통해, BYD의 새 전기차를 디자인했다. 그는 헤드라이트가 “용의 눈”, 그릴이 “용의 입”,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크롬이나 조명 액센트가 “용의 콧수염”을 연상시키기를 바란다.

택시 기사들이 선전 충전소에서 자신들의 전기차가 충전되는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도시의 택시 2만 1,000대 가운데 100대를 제외한 모든 차량이 선전에 소재한 BYD가 만든 전기차이다. 사진=포춘US

에거가 “이 디자인은 연소차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하기 전까지는, 이 모든 것이 약간 공상처럼 들린다. 용의 눈(헤드라이트)은 BYD 디자인에서 특히 시각적으로 강조된다. 자동차 후드 부분이 가파르고 단단하게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디자인은 내연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 엔진은 더 높은 위치의 전면 프로필과 공기 흡입구를 모두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BYD에서는 이제 연소 엔진 차량은 2등이고, 전기차가 선두”라고 강조한다.

BYD가 중국 전기차 산업의 확고한 대표주자라면, 니오는 전형적인 신생기업이다.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 5년 된 회사는 ‘중국의 테슬라’를 자처하고 있다. 적어도 하나의 중요한 의미(가격)에서, 이 비교는 적절하다. 니오는 해외 자동차업체와의 제휴 없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가장 비싼 양산차—전기차와 다른 차를 통틀어—를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가 자체 생산한 최고가 모델(ES8 SUV)은 옵션을 모두 포함하면, 정가가 약 7만 6,400달러에 이른다.

니오를 창업한 인터넷 기업가 윌리엄 리 William Li는 기본적으로 중국 내에서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테슬라를 물리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어느 날 오후, 니오의 전기 구동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는 찰스 황 Charles Huang 부사장은 집무실에서 필자에게 “우리가 같은 성능의 전기차를 반값에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안팅(安亭) 지역 내 임대 빌딩들이 모여 있는 회사 본사 사무실에 앉아있다. 안팅은 바로 폭스바겐이 전기차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 상하이 내 자동차 생산공단이다. 니오 회의실들의 이름은 서양 문화 유적지(‘에펠 탑’, ‘콜론 극장’, ‘구겐하임 박물관’)에서 따왔다. 본사 카페는 니오의 멋진 도시 라운지—회사가 중국 전역 대도시에서 자동차 구매자들을 위해 만들었다—처럼 꾸몄다. 아울러 1만 6,000달러를 호가하는 라 마르조코 La Marzocco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도 서비스한다.

니오는 심지어 전직 테슬라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인재들이 최고가를 제시하는 업체로 종종 옮겨가는 이 업계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테슬라는 중국 내에서 정가 4만 6,500달러부터 시작하는 모델3의 판매를 시작했다. 갑작스레 니오의 계획이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이다. 미시간대학 박사 출신인 황 부사장은 “이제 우리 전략이 바뀌었다. 비용 효율성을 좀 더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미시간에서, 명왕성을 여행한 우주선을 개발했던 그는 후에 SAIC에서 전기차 부서를 이끈 이력을 갖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도 니오는 꿋꿋이 전진하고 있다. 전략의 핵심은 ‘배터리스와프’ 시스템이다. 니오 구매자들은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들에 퍼져 있는 회사의 소규모 정비소에서, 약 26달러를 내고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리프트가 차를 위로 끌어올린 후, 니오 엔지니어들이 설계한 자체 기계의 도움을 받아, 차 아래에서 배터리를 분리한다. 그런 다음 완전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한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6분 이내에 모든 과정이 끝난다. 기존 자동차에 휘발유를 채우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니오는 단순한 차가 아니라, 이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기를 원한다.

필자가 들은 바에 따르면, 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니오 설립자인 리의 아이디어다. 상하이 본사의 유리로 둘러싸인 사무실 닫힌 문 뒤로, 그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 하지만 회사는 리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이유는 니오가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는 3월 31일 종료된 1분기에 3억 9,1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손실이 71%나 증가한 것이다. 니오는 보조금 감소와 경쟁 증가, 중국 자동차 시장 둔화로 인해 ‘어려운 판매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후, 니오는 지난 6월 4,800대의 ES8 SUV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주차돼 있던 차량 두 대의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였다. 황 부사장은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리콜을 진행하는 가운데 ES8 두 대에서 화재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부상자는 없었으며, 회사는 배터리를 새 모델로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8월 중순 기준, 니오 주식은 작년 가을 상장 당시 찍었던 최고가의 4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회사의 한 가지 대응은 구조조정이었다. 황은 “작년 말 약 1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직원 수를 현재 8,400명으로 줄였다. 올해 3분기까지는 약 7,000명까지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모든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혹은 오히려 이 모든 지출 덕분에—니오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필자는 어느 날 고속철도를 타고, 상하이에서 서쪽으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허페이 Hefei로 향했다. 국영 자동차 제조업체 JAC 모터스가 니오를 위해 신규 공장을 지은 도시다. 니오는 신생기업의 자본 경량화(capital-light)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즉 설계는 회사가 담당하고, JAC가 만드는 모든 차량—적갈색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제품 라인에서 생산한다—에 대해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건축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공장 내에는 유럽산 로봇들이 즐비했다. 공장 외부와 시험 트랙에서, 필자는 ES6—방금 발표된 테슬라 모델 3 출시에 대한 니오의 대항마다—에 올라타 고속주행을 했다. 출력을 높이자, 순간적으로 몸이 뒤로 확 쏠렸다. 그만큼 힘이 좋았다. 니오의 전기차는 투자자들에게는 골칫거리일지 모르지만,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최소한 직선도로에서는 그랬다. 실제 삶에서 우여곡절이 있듯, 일반 도로에서는 핸들링이 다소 단단하지 못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황 부사장은 “주행성이 꽤 좋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개선할 여지가 있다”라고 인정했다.

기초적인 수치들은 중국 전기차 경쟁자들의 차이를 나타낸다. 소기업에 속하는 니오는 전기차 1만 1,348대를 팔아 14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규모가 좀 더 큰 BYD는 53만 3,00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부분 전기차나 100% 전기차였다. 회사는 4억 1,13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자동차의 대부’라 할 수 있는 VW는 전 세계에서 1,080만 대의 자동차를 팔아 143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이 중 부분 또는 완전 전기차는 7만 9,000대(0.7%)에 불과했다. 세 회사의 주가는 모두 올해 초보다 폭등했다.

폭스바겐은 나치가 1930년대에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설립했다. 그러나 독일 자동차 회사라는 점을 앞세운 마케팅—‘다스 아우토 Das Auto’는 강력한 회사의 슬로건이었다—에도 불구하고, 중력의 중심이 오래 전 중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그룹은 중국 국영 제조업체와 합작을 통해, 현재 중국 내에서 전체 차량의 약 40%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규모는 독일과 북미, 남미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 지난해 1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폭스바겐은 현재 중국 내 최대 자동차업체다. 오늘날 회사는—전 세계적으로,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중국에서—단순한 ‘국민차’ 생산업체에서 ‘국민전기차’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안방인 유럽에서 두 가지 냉엄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는 자신들이 자초한 잘못이다. 2015년 회사 명성은 산산조각이 났다. 경영진이 디젤차가 과도한 오염물질을 내뿜는 걸 알고도 수 년간 생산했고, 그 후에는 규제 당국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두 번째는 유럽연합이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일부 폭스바겐 관계자들은 첫 번째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EU는 자동차업체들이 2030년까지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37.5% 감축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탄소 전쟁’에서 감당하기 힘든 목표를 짊어지게 됐다. 회사는 현재 도로에서 운행되는 엄청난 자동차 숫자로 인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현재 중국에서 전기차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규제책에 직면해 있다. 지난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집행했던 중국 중앙정부는 그 지원을 철회하는 대신, 의무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캘리포니아 주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오염자 부담 세금’을 통해, 자동차 회사들을 옥죄고 있다. 즉, 내연차 판매를 상쇄하기 위해 매년 일정 수의 전기차를 팔거나, 좀 더 친환경적인 경쟁자들로부터 크레딧을 매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가 당근에서 채찍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중국 책임자볼렌슈타인은 베이징 당국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의무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강제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를 통해 몇 년 내에 전기차 생산비용을 연소차보다 떨어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아마 2022년이나 2023년이면 그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 정부는 새로운 글로벌 자동차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폭스바겐은 2016년 초부터 이 전환을 준비해왔다. 회사가 디젤 스캔들을 겪은 직후, 대규모로 투입할 수 있는 대체 저탄소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시기였다. 폭스바겐은 앞서 몇 년간, 자체 내연 모델의 전기차 버전(기본 해치백 모델의 변형인 E-골프가 대표적이다)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2016년 전기차 전용의 새 차체—이른바 모듈식 E드라이브 키트로, 독일어로는 ‘Modularer E-Antribs-Baukasten(MEB)’이라 부른다—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회사는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담대한 새 목표를 발표했다. 단순히 자동차 제조에서뿐만 아니라, 훨씬 더 중요하게는 도로에서 평생 자동차를 운행하는 동안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포부였다. 폭스바겐 경영진은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예를 들면, (석탄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서 특히)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더러운’ 전기 대신 ‘깨끗한’ 전기로 충전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회사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상당히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즉, 신차 라인업의 대부분을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이런 변화의 위대함을 함부로 과대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변화를 총괄하는 주인공으로부터 확인하기 위해, 독일 볼프스부르크 Wolfsburg로 향했다.

토마스 울브리히 Thomas Ulbrich는 30년 전 정비공으로 폭스바겐에 입사했다. 삭발한 머리에 탄탄한 체격을 갖춘 그는 여전히 현장근로자의 DNA를 상당 부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파란색 정장을 입고, 경영진 전용 건물 꼭대기 층에서 다른 이사회 멤버들과 함께 사무실을 이끌고 있다. 울브리히는 동일한 속도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적인 폭스바겐 GTI 모델이라면, 6단 기어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그는 현재 전기차 E-골프를 몰고 있는데, 볼프스부르크의 한 페인트 매장에서 그 차에 멋진 무광 흰색을 입혔다. 그는 필자에게 자신의 애마를 운전해 볼 것을 권했다. 실내에서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담배 브랜드 클럽마스터 Clubmaster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전원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에서 록그룹 에어로스미스의 ‘크라잉’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울브리히의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재킷을 벗어 던진 그는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서성거리더니,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급하게 마셨다. 대화를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가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 사실을 풀어놓았다. 신차 설계에 필요한 리드 타임 lead time /*역주: 상품 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폭스바겐은 향후 몇 년 간 ICE라는 내연 기관으로 구동되는 마지막 차량을 개발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울브리히는 그 노력을 이끌 엔지니어들과 다음과 같은 진정한 공감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러분, 잘해 봅시다. 정말 잘하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번이 여러분이 ICE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의지를 강조하는 통계자료를 잇따라 내놓았는데, 발표할 때마다 그 수치는 더욱 담대해졌다. 우선, 회사는 내년까지 MEB 플랫폼으로 2개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골프를 연상케 하는 ID.3라는 해치백과 소형 SUV ID.크로즈 ID.Crozz다. 또한 2022년까지 8개 공장—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2곳, 미국 채터누가 Chattanooga 1곳, 유럽 5곳—에서 MEB 차량을 만들게 된다: 2023년까지 전기차 전환에는 330억 달러를 투입한다. 아울러 2028년까지 70개 차종에 걸쳐 총 2,2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첫 MEB 플랫폼 차량은 오는 11월부터 조립 라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자동차제조의 메카인 동부 독일 작센 지역 공장이 그 무대다. 필자는 츠비카우 Zwikau라는 아름다운 마을에 소재한 이 공장을 둘러보러 갔다.

츠비카우 공장은 역사적으로 매년 30만 대의 골프, 골프 스포츠왜건, 세단 파사트를 생산해왔다. 폭스바겐이 소유한 고급 브랜드 벤틀리와 람보르기니의 자동차 1만여 대도 이 곳에서 만든다. 하지만 앞으로 2년간 이 두 브랜드를 제외한 연소차량 생산량을 줄이고, 전기차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츠비카우 공장을 개조하는데 13억 달러를 쓰고 있다. 이 중 약 40%는 차체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충돌 시 배터리를 보호하려면, 전기차 차체는 연소차보다 더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무게가 210파운드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ID.3의 용접 부위는 약 6,000곳에 달한다. 반면 골프는 대략 5,200곳이다.

추가 용접만이 골칫거리는 아니다. 연소차에서는 전자제어장치, 즉 ECU로 알려진 다양한 ‘전자뇌’가 서로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전기가 차량 구동에서 더욱 근본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ECU가 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공장 작업자들이 전기차를 조립하는 새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조만간 MEB 차량 생산을 시작할 전 세계 폭스바겐 공장 직원들이 최신 기술을 익히기 위해, 츠비카우 공장으로 속속 투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최대 규모의 직원을 파견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필자는 츠비카우 조립라인을 취재할 때, 상하이에서 온 히 롱 He Long이라는 직원을 만났다. 그는 폭스바겐-SAIC 합작사가 운영하는 상하이 공장단지에서 24년간 근무했다. 그는 그 곳에서 MEB 차량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조만간 돌아갈 예정이다. 필자는 그에게 전기차와 재래식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너무 많은 ECU가 들어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폭스바겐이 중국 경쟁업체들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그와 동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새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는 일이 폭스바겐의 글로벌 실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경영진은 BYD 등 소수의 중국 대형 전기차 제조업체에 솔직한 찬사를 보낸다. 반면 그들은 “니오 같은 신생기업들이 신뢰할 만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회사의 중국 대표 볼렌슈타인은 니오로 장거리 주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중국판 우버(디디 추싱)’를 호출할 준비를 하라고 권한다. “항상 휴대폰과 디디 앱을 소지하라.” 하지만 폭스바겐은 분명 니오를 주시하고 있다. 츠비카우 공장장이 필자에게 회사의 전기차 계획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때,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강조하는 한 슬라이드에서는 테슬라와 함께 니오의 로고도 보였다.

볼렌슈타인은 니오 같은 스타트업이 만든, 각종 장치를 탑재한 자동차는 “필수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때문에 간접적인 위협이 된다”라고 말한다. 폭스바겐은 니오의 차를 생산하는 중국 회사 JAC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 조인트벤처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초급 전기차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공장은 니오 생산단지의 본거지인 허페이에 들어선다.

전기차 책임자 울브리히는 7년간 중국에서 폭스바겐을 위해 일했고, 그 과정에서 중국식 혁신의 속도와 정교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오늘날까지 그의 사무실은 중국 예술로 장식되어 있다. 울브리히는 많은 동료들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강력한 독일산 거인(폭스바겐)을 능가하고 있다는 얘기에 큰 소리로 웃곤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웃음은 중국의 초창기 1세대 전기차에나 해당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울브리히는 보통 매달 중국에서 적어도 며칠을 보낸다. 폭스바겐 경영이사회 소속인 그는 동료 이사들과 함께, 매년 두 번씩 최신 중국 경쟁모델을 시승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요즘 중국 라이벌 업체들을 평가하면, 볼프스부르크에서 웃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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