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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글로벌 500]데이터로 쌓아 올린 핑안보험의 성

PING AN’S CASTLE MADE OF DATA

  • 기사입력 2019.10.01 10:52
  • 기자명 CLAY CHANDLER 기자

-기업 프로파일: 회사명 핑안보험, 국적 중국, 2018년 매출 1,638억 달러, 세계 500대 기업 순위 29위

이 중국 최대 민간기업은 생명보험처럼 안전하고 탄탄한 상품을 중심으로 제국을 건설했다. 이젠 빅 데이터의 창의적 활용에 미래를 걸고, 알리바바처럼 급성장하는 거대 기술 기업들과 전투를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By CLAY CHANDLER

자동차 사고는 아무리 경미해도 중국 운전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번거로움을 의미하곤 했다. 일단 길가에서 보험사 직원을 하염없이 몇 시간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도 서류를 작성하느라 몇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보험료 지급에는 며칠, 종종 몇 주씩 걸렸다.

2017년 중국 2위의 보험사이자 매출 기준 최대 민영기업인 핑안 Ping An은 ‘초고속 현장조사(Superfast Onsite Investigation)’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험가입자들이 간편하게 스마트폰 앱을 열어 몇 가지 질문에 답변만 하면,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앱의 가장 멋진 기능은 보험사 직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대신, 고객들은 사고 차량의 사진을 찍어 핑안 컴퓨터에 전송할 수 있다. 그러면 컴퓨터가 3분 이내에 수리 견적을 보내준다. 고객이 견적을 수락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핑안은 즉시 보험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핑안 고객들은 이 기능을 이용, 전체 청구 건수의 62%인 730만 건을 해결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들의 허위 청구와 직원들의 견적 실수를 줄임으로써, 매년 7억 5,000만 달러 이상을 절감한다. 하지만 그 단순함 뒤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처리 작업의 엄청난 정교함이 숨어 있다.

핑안은 정확한 견적을 내기 위해, 중국 내에서 판매된 6만 종의 각기 다른 자동차 및 모델에 사용된 2,500만 개의 부품 데이터베이스와 사고 차량 사진을 대조한다. 이 시스템은 이런 부품을 수리할 수 있는지 혹은 교체해야 하는지 여부를 평가한 후, 정비소 14만 여 곳의 부품 및 인건비를 계산한다. 핑안은 이런 모든 정보를 얼굴ㆍ음성ㆍ이미지 인식 기술 과 복잡한 부정행위 방지 매트릭스에 입력한다. 회사의 수석 과학자 샤오 징 Xiao Jing은 “A.I. 전문가와 데이터 과학자, 보험 관리자가 신규 서비스를 설계, 개발 및 통합하는 데 3년이 걸렸다”며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시스템”이라고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차량 자동화 조사는 핑안이 중국인들의 일상 생활을 혁신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무수한 경이로움 중 일부에 불과하다. 선전에 본사를 둔 이 대기업은 소비자 대출 사업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핑안은 인공지능이 대출 신청자의 감정을 뚜렷이 드러내는 54가지의 ‘미세한 표정’을 판독,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굿 닥터 Good Doctor’로 더 잘 알려진 핑안 헬스케어 & 테크놀로지도 있다. 이 기술은 등록된 2억 6,500만 명의 환자들에게 모바일 앱을 통해 상담을 제공하고, 의사들이 수천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핑안은 지난 5년간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했고, 그 클라우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품군을 만들었다. 회사는 단순히 자사 업무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천 곳의 소규모 금융기관과 병원, 의료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상품과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들은 ▲중국 내 디지털 소비자 집단이 생성한 온라인 데이터와 ▲회사가 30년간 보험 사업에서 축적한 방대한 ‘오프라인’ 데이터 및 통찰력을 결합한다. 핑안은 무척이나 이질적인 이 오프라인 정보들—가령 사업자 대출 채무 불이행률, 피부암의 증상, 스프링 서스펜션을 갖춘 자동차의 재판매 가치 등등)—의 가치를 믿고 있다. 즉, 더 진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핑안의 기술기업들을 총괄하는 제시카 탄 Jessica Tan 부사장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최대 장점이다. 전체 그림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호연결은 핑안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피터 마 Peter Ma(마밍저)의 비전에서 핵심 요소다. 에너지가 넘치는 마는 생명ㆍ건강ㆍ손해 보험을 기반으로 거대한 사업을 구축했다. 핑안의 보험 사업은 현재 1억 8,4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그룹 매출 1,640억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상대적으로 안정된 업계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산업들은 핑안이 ‘기술 무기고(tech arsenal)’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현금과 데이터를 창출하고 있다. 핑안 경영진은 기술사업이 이익의 절반(현재는 6%에 불과하다)을 창출하고,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홀딩스 같은 순수 IT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미래를 예상한다.

거대 금융서비스 회사들이 ‘파괴적인 혁신자’로 두 배씩 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화와 안전'을 뜻하는 핑안(平安)의 바로 그 이름은 따뜻한 우유와 이른 취침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핑안은 이미 금융, 의료, 자동차, 부동산, 스마트 시티 등 그룹의 5대 핵심 '생태계'를 지원하는 자체 기술들을 양산해왔다. 한편으로, 회사의 온라인 금융 및 의료 서비스—일부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고 일부는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를 줬다—는 현재 5억 6,500만 명 이상의 등록 사용자를 자랑한다.

핑안은 매출의 1%를 혁신 투자에 배정한다. 이 그룹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에 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마 회장은 향후 10년간 150억 달러를 더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기금은 그 동안 11개의 기술 계열사를 육성했다. 이 중 2개—굿 닥터와 자동차 구매자를 위한 플랫폼 오토홈 Autohome—가 현재 상장됐고, 3개는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비상장 ‘유니콘’ 회사다. 현재 핑안 그룹이 거느린 기술 벤처기업들의 총 가치는 700억 달러 이상이다(다음 페이지 박스 기사 ‘효자 자회사들’ 참조).

홍콩에 본사를 둔 슐티 리서치의 CEO 폴 슐티 Paul Schulte는 “핑안이 처음부터 A.I.와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간파했다”고 말한다. 그는 금융회사들의 기술 활용방식에 정통한 전문가다. 슐티는 다른 중국 대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도구들을 태만하게 지나친 반면, 핑안은 “항상 깨어 있었고 끊임없이 밀어붙였다”고 분석한다. 요즘은 그 추진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인 핑안 타워는 선전 지역의 스카이라인을 장악하고 있다. 118층의 이 빌딩은 푸톈 금융지구에 우뚝 서 있다. 고층에서는 경영진이 다른 건물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빌딩 숲 너머에는,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중국을 고립과 경직된 중앙집권적 경제통제에서 벗어나게 한 덩샤오핑의 동상이 서 있다. 핑안 보험 그룹을 이끄는 부사장 리 위안시옹 Lee Yuansiong은 매일 동상에 절을 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덩샤오핑이 중국 경제와 핑안을 고속 성장의 길로 이끌었기 때문이란다.

핑안은 1988년 당시 국영 해운사 중국초상국그룹(China Merchants Group)의 하급 직원이었던 마 회장이 상급자를 설득, 손해보험 부서를 설립하도록 하면서 출발했다. 중국에선 보험회사의 개념이 생소했다. 하지만 중국초상국그룹은 경제특구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경제적 실험을 용인할 뿐 아니라 적극 장려했다. 핑안은 이어 생명 및 건강 보험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때마침 수백만 명의 중국인들이 처음으로 중산층의 번영을 달성하자, 회사는 이 두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굳히며 수요를 창출했다. 핑안은 결국 수익성 높은 소매금융회사로 진화했다.

1990년대부터는 외국계 기업들도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최초의 중국 금융기관이 되기 위해, 광범위한 개혁을 단행했다. 골드먼 삭스와 모건 스탠리는 초기 투자자였다. 회사는 마침내 2004년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했다(현행 주주에는 태국의 CP 그룹이 지배하는 3개 회사가 있다. CP 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핑안 지분 총 9.19%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회장의 아들인 차차완 지아라와논 Chatchaval Jiaravanon은 작년 12월부터 포춘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 기반과 매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핑안은 패착을 거듭했다. 특히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려는 노력은 그 결과가 더 좋지 않았다. 회사는 2008년 브뤼셀에 본사를 둔 금융 대기업 포티스 Fortis의 지분 50%를 인수했는데, 그 회사는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2010년 인수한 부실 상업대출기관 선전개발은행(Shenzhen Development Bank)의 회생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이런 도전들과 씨름하던 마 회장은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부상에 경탄했다. 두 회사는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속도는 핑안이 갖춘 풍부한 데이터베이스의 내재된 힘을 암시했다(마 회장은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 잭 마 Jack Ma, 텐센트 설립자 후아텡 ‘포니’ 마 Huateng ‘Pony’ Ma와 같은 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세 회사는 전혀 관련이 없다). 회사의 최고혁신책임자 조너선 라슨 Jonathan Larsen은 “마 회장의 비전은 핑안이 안정적인 금융 회사와 민첩한 기술 회사의 장점을 결합, 혁신과 실험을 통해 대기업이 꾸준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핑안의 선전 본사 건물들. 핑안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ㆍ생명ㆍ건강보험을 판매했다.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등에 업고 마침내 거인이 됐다. 사진=포춘US
핑안의 선전 본사 건물들. 핑안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ㆍ생명ㆍ건강보험을 판매했다.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등에 업고 마침내 거인이 됐다. 사진=포춘US

마는 그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회사 외부와 해외에서 인재영입에 공을 들였다. 2013년 입사한 제시카 탄은 싱가포르에서 성장한 후, MIT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핑안 고객사였던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 13년간 근무했다. 그녀는 핑안의 첫 프로젝트를 맡아 중국 본토를 처음 방문했다. 탄은 “당시 내 사무실 매니저와 말다툼을 벌인 기억이 있다. 정말 중국에 가고 싶지 않았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그 임무는 18개월간의 여정으로 바뀌었다. 탄은 당시 주요 행정 캠퍼스 빌딩의 개발을 도왔다. 현재 그녀의 동선은 일정하다. 선전 본사와 상하이 외곽의 32에이커 규모 기술센터를 오가며 역할을 수행한다. 가족을 보기 위해 싱가포르도 자주 방문한다. 

보험 그룹을 총괄하는 이 부사장도 싱가포르 출신이다. 호주 출신인 라슨은 2017년 핑안에 입사하기 전, 시티은행에서 글로벌 소매금융 대표 등 다양한 최고위직을 역임했다. 수석과학자 샤오는 실리콘밸리의 세이코 엡손 Seiko Epson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한 뒤 2013년 입사한 중국인이다. 그는 “핑안처럼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 회사에서 시작한 것은 ‘보물섬’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핑안의 데이터 역량을 알리바바, 텐센트와 비교하는 것은 세 회사가 운영하는 데이터 규모가 매우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알리바바의 주력 유통시장 타오바오는 월 6억 6,600만 명의 실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는 1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자랑한다. 텐센트의 위챗 플랫폼은 ‘매일’ 평균 450억 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10억 명 이상의 실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슐테는 BAT(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트로이카)가 핑안이 전체 고객들로부터 얻는 데이터의 최소 10배 이상을 매일 처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핑안 경영진은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업을 통해 자체 수집한 데이터가 BAT보다 더 풍부하다”고 강조한다. 그 데이터가 고객들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정 중 건강, 부, 자산과 관련된 고가(高價)의 거래를 포함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제시카 탄은 대표적인 예로 오토홈을 인용한다. 핑안이 2016년 호주 통신 대기업 텔스트라 Telstra로부터 이 뉴욕 상장사의 지배지분을 인수했을 때, 오토홈은 유망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회사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업체는 핑안에 인수된 후, 중국 최대 온라인 자동차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흑자도 달성했다. 탄은 오토홈의 능력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즉, 핑안이 수십 년간 축적해 왔지만 전자상거래와는 무관한 데이터를 오토홈이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 백만 건의 자동차 대출 및 보험료 청구 기록들이다.  

핑안이 1만 4,000명의 자동차 딜러들에게 판매 관리를 위해, 오토홈을 사용하도록 설득한 조치도 주효했다. 회사는 소비자 취향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생산했다. 오토홈은 이 모든 정보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타깃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 탄은 “회사가 자체 상품에만 집착하는 순수 보험업체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딜러들과의 이런 제휴는 핑안의 데이터 확장에서 중요한 한 가지 핵심 요인을 보여준다. 이 거대 보험사는 다른 회사들에 빅데이터 기술의 사용권리를 주며, 선순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즉, 상호 관계를 통해 훨씬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 모델을 개선하고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현재 22개 자동차 보험사가 핑안의 ‘초고속’ 사고청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약 460개의 중국 은행과 1,800개가 넘는 중소 금융 서비스 회사들은 핑안의 원커넥트 OneConnect 금융 플랫폼을 이용한다. 그리고 핑안은 자체 보유한 클라우드 덕분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런 상품들을 확장할 수 있다. 선순환의 동그라미가 더 빠르게 커지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핑안은 소비자 신용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인기 있는 A.I 중심 모델을 구축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핑안 모두 신용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잠정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핑안 모델을 가장 선호하고 있고, 실제로 약 200개 은행이 사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모델은 자사 고객들의 상품구매 소액대출을 보증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데이터 분석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런 대출 금액이 수 백 달러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탄은 “핑안 모델은 중소기업 사업자들에게 아무 담보 없이 수십만 달러도 대출해 줄 수 있다”며 “몇 년 동안 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강조한다.

마는 성공한 자신의 하이테크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공할 인재 풀을 구성했다. 핑안은 2만 4,0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800명의 데이터 과학자, 180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또 1만 5,000건 이상의 기술특허 출원을 신청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2017년 조성한 10억 달러 규모의 활동자금 글로벌 보이저 펀드 Global Voyager Fund를 비롯, 벤처 및 사모펀드들을 관리하고 있다. 보이저 펀드를 이끄는 라슨은 “이 기금은 핀테크와 의료 분야의 초기 단계 벤처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핑안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플랫폼이나 기술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경영진은 자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끊임없이 불평한다. 이들은 핑안을 보험사로만 보는 시각은 회사가 가진 기술 벤처 잠재력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핑안 주식은 AXA나 알리안츠처럼 성숙기에 접어든 보험사와 비슷하게 PER 12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각각 PER 35와 38에서 거래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와는 한참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일부 지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핑안 금융서비스의 신규 고객 중 3분의 1이 이미 인터넷 플랫폼의 이용자로도 등록했다. 이는 대리인들이 더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교차 판매’ 할 수 있도록, 기술 벤처기업들이 돕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오토홈을 통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보험은 보통 핑안에서 가입하게 된다.

핑안은 또 자사의 기술 포트폴리오가 노동력의 노령화와 경기둔화의 대비책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라슨은 중국 인구의 고령화에서 헬스케어의 커다란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교육받은 사람들은 서비스 수준에 대한 더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며 “그런데 만성질병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남성의 54%가 흡연을 하고, 장기 흡연자의 9%가 폐암에 걸린다. 심장 질환과 운동 부족, 비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환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핑안 헬스커넥트 HealthKonnect 플랫폼의 목표는 의료비의 약 55%를 부담하는 중국 정부가 다가오는 이 물결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회사는 ▲의료 기록의 디지털화 ▲건강 데이터 분석 ▲청구 보험료 지급 ▲보험 사기 적발에 도움이 되는 기능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핑안의 급증하는 능력은 복잡한 개인정보 문제를 야기한다. 안면 인식과 ‘미세한 표정’ 분석은 이제 핑안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기본 기능이 됐다. 건강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얼굴 스캔을 통해, 자신들의 체지방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객들은 기뻐해야 하는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굿 드라이버’ 앱—운전자가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빨리 차를 모는지, 그리고 얼마나 부드럽게 차선을 바꾸는지 끊임없이 중계한다—을 의무적으로 다운로드 해야 한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신경을 쓰이게 하는가? 그리고 그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가 자신들의 직업과 순자산, 건강 이력까지 안다면?

탄은 “핑안이 고객 데이터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모델링에 이용하기 전에 데이터는 완전히 익명화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보험과 대출 결정은 당연히 익명으로 할 수 없다. 중국 문화는 일반적으로 서구 문화처럼 프라이버시에 같은 가치를 두지 않는다. 실제로, 핑안이 실시하는 주요 혁신들은 당분간 중국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마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인수에 대한 포부는 없다. 중국 시장의 성장 전망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현재 핑안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보험을 판매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영업사원들 덕분이다. 110만 명에 달하는 이 독립대리인들은 보험과 다른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자동화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라슨은 "그들은 기본적으로 종이 한 장도 만지지 않는다. 고객 관계 관리와 소셜 네트워크 관리 모두 자동화 됐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과 같은 신흥 경제국가에서, 실제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킬러 앱’은 알고 보니 여전히 사람이었다.

-효자 계열사들: 핑안의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은 ‘초고속 사고접수 서비스’ 같은 상품들을 탄생시켰다. 회사는 지난 몇 년간 데이터 기반의 기업 5곳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의 총 가치를 700억 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오토홈: 중국 최대의 이 온라인 자동차 구매 플랫폼은 일 평균 사용자 2,900만 명을 자랑한다. 핑안은 2016년 이 회사의 지배 지분을 취득했다. 그 후 오토홈의 시가총액은 세 배가 늘어 1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굿닥터: 의사들이 원격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왼쪽 2번째 사진) 앱 기반의 이 벤처기업은 2억 6,5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750만 달러를 가치를 인정 받고 상장했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공개 이후 40%나 폭락했다.

헬스커넥트: 이 서비스는 환자들의 병력과 보험 청구 및 기록을 대조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시리즈 A 자금조달 과정에서 88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루팩스: 루팩스 Lufax는 중국 최대 P2P 대출 사이트이자 온라인 투자상품 거래소다. 회사는 사용자 4,000만 명을 앞세워 흑자를 내고 있다. 최근 성사된 벤처 펀딩 라운드는 루팩스의 가치를 395억 달러로 평가하기도 했다.   

원커넥트: 핑안의 이 자회사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기술 서비스를 다른 은행 및 금융회사들에 판매하고 있다. 비상장 시장에서 이 회사 가치는 74억 달러로 평가되어 왔다. 전문가들은 원커넥트가 올해 홍콩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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