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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막말에는 열등감이 숨어있다

  • 기사입력 2019.08.27 16:19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9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막말’이 문제다. 말 많은 사람보다 막말하는 사람이 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왜들 그러는 걸까?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못난 사람이 막말을 하면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없으니 오죽 답답하면 저런 식으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할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막말을 일삼는 당사자들은 대부분 힘 있는 강자인 경우가 더 많다. 더욱이 막말하는 강자들은 혼자이기보단 자신을 포함한 커다란 집단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막말은 전염되고 악화되어 하나의 명분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막말의 집단화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경쟁적으로 막말을 함으로써 집단의 충성도를 가늠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진실과 막말이 대치될 공산이 큰 것이다. 또 때로는 파급효과를 노리고 고의적으로 막말을 해서 집단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거나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추기 위한 수단으로 여론전을 펼치기도 한다. 후속 막말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막말은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무례하고 일방적으로 함부로 표현하는 행위로 보면 된다. 따라서 막말은 판단력을 상실한 흥분 상태에서 무례한 사람이 떠들어대는 소음으로 치부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말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 근원을 고민해 봄으로써 막말하는 사람에 대한 적절히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만형. 누구나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으나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하거나 흔한 것 혹은 남들도 가진 것은 자랑하지 않는 법이다. 자랑거리가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우연히 유명해졌다면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한다. 즉 막말을 해도 상대방이 저항하지 못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막말에는 쾌락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말을 교만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막말이 안전해지면 그 막말은 분명히 반복되다.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막말의 용기를 준다.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하는 막말이 초래하는 부정적 상황을 이해도 못 해 본인에게 돌아오는 후폭풍 또한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잘나가는 사람이 막말하다 한방에 훅 가는 것이다. 뒷일을 예상했다면 그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둘째, 무능형.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오히려 강하게 나가는 것이다. 강하게 나가려면 남들이 두려워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상책이다. 두려운 행위는 남들이 접근하기 싫어하게 하고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건들고 싶어 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자신의 무능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품위 없는 두려운 행위가 바로 막말이다. 일반적으로 막말하는 사람은 피하고 보니까 막말로 자신을 드러내면 자기방어는 쉬워진다. 실력이 있다면 의미가 있는 대화나 논쟁을 하겠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최종병기는 막말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오로지 저급한 막말을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막말을 하는 사람은 무능할수록 혹은 불안할수록 더욱 거칠게 막말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억지를 부리듯 막말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남들이 겁내어 쉽게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막말도 자꾸 하면 강도도 세지고 내성이 생겨서 웬만한 충격이 아니고는 막말의 수위를 조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막말하는 본인이 가장 먼저 망가진다.

셋째, 뻔뻔형. 품위 없는 사람의 특징은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이 즐겨 하는 행위가 바로 막말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체면은 애초에 없다. 자신이 잘못했다 할지라도 이 점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뻔뻔스럽게 품위 없는 막말을 쏟아내며 상대방을 공격한다.

뻔뻔형의 또 다른 특징은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죄책감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같은 뜻을 지향하는 동지들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막말을 정당화하거나 자기 막말에 스스로 매몰되어 지나친 신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막말은 일관성을 갖게 되고 그 일관성이 막말을 수정하거나 개선될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만다. 근본적으로 상식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과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상대방이 먼저 질려버려 대화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애초부터 삐뚤어진 사고와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개과천선은 어렵다.

넷째, 배신형. 막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늘 우선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에 위배되면 언제든지 자신의 가치와 소신을 바꾼다. 그 과정을 남들에게 들키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바로 눈앞의 이익만을 보기 때문에 남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모습도 보지 못한다. 이토록 염치가 없으니 배신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배신의 명분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매우 공정하고 타당한 선택을 한 것처럼 자신을 방어한다.

언성만 높다고 다 막말은 아니다. 낮은 톤으로 있지도 않은 근거와 거짓으로 막말을 하며 자신을 변호만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기꺼이 배신을 즐겨하는 ‘말갈족’이 그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이익을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다행히 조직에서 쉽게 관찰되거나 이미지가 결정된 사람도 있다. 속내가 금방 드러나는 저급한 막말로 변명을 즐기는 유형이다. 그래서 이들과의 만남은 너무나 쉽고 헤어짐은 더럽다.

다섯째, 비열형. 몰라서 타인에 대한 감정이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와 흉터를 남기려는 목적으로 막말을 하는 유형이다. 특히 상대방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동료 등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는 잔인함을 막말로 태연하게 표현한다. 막말 중 가장 악질에 가깝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이익만을 위하거나 그 집단 내에서 본인이 주목받거나 호의적인 대접을 받기 위해 더욱 강한 막말을 자랑하듯 하는 사람들이 비열형에 속한다. 비열형은 자기가 믿는 구석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막말의 강도를 절대 낮추지 않는다. 이성적 판단은 없고 집단의 논리와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자신의 생존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유형이다. 비열형은 충성만 다하고 집단에서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점에서 순박한 멍청이다.

여섯째, 종합형. 막말 유형 중 가장 비현실적이고도 우려가 되는 유형이다. 막말의 근원이 종합적인 사람이다. 매우 교만하고 무능하면서 때로는 뻔뻔스러움을 무기로 배신을 쉽게 하는 유형이다. 현실성은 다소 떨어지나 없지는 않다. 만약 종합형이 존재하는 집단이거나 다수의 종합형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면 그 집단 자체가 사회의 악(惡)이다. 종합형 막말이 난무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경쟁자에게 습관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약점만 골라 골탕을 먹이는 데 총력을 다한다. 주변인들이 봐도 이들 집단의 건강도는 제로에 가깝다. 해체가 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살아야 만족해하고 막말의 유일한 생존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처량하다.

막말은 막말일 뿐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다. 막말도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된 막말은 내성이 생겨 더욱 사악하고 치명적인 독설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어느 조직에서나 막말의 절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막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열등감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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