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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잡아먹는 쿠팡(하)] 아직도 배고프다
[공룡 잡아먹는 쿠팡(하)] 아직도 배고프다
  • 김타영 기자
  • 승인 2019.08.26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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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010년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10년도 채 안돼 공룡을 위협하는 괴물로 성장했다. 쿠팡은 유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영역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공룡 잡아먹는 쿠팡(상)] 괴물이 되기까지' 기사에서 이어졌습니다.

◆ 새벽배송업체들도 ‘악!’

쿠팡의 마수(?)는 신규 시장인 새벽배송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마켓컬리, 배민찬, 헬로네이처 등 신규 혹은 중소형 업체들이 2015년부터 시장을 만들어 키워온 새벽배송시장은 2018년 쿠팡의 진입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기존 업체들보다 자금력은 물론 물류 인프라까지 월등한 쿠팡이 들어오면서 힘들게 시장을 키워온 기존 업체들이 밀려나고 있다.

쿠팡은 기존에 구축해놓은 물류 인프라 덕분에 새벽배송 기획부터 시장 진입까지 고작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기존 업체들을 허탈케 했다. 또 물류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는 데다 타 업체들과 달리 3자 배송이 아닌 직배송 체제를 갖춰 배송 단가 등 운영비 역시 굉장히 할인된 선에서 책정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업체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쟁력 격차가 예상보다 크다는 점이다. 새벽배송 신규 사업자인 쿠팡이 업체들 가운데 가장 넓은 서비스 지역을 자랑할 정도이다. 현재 쿠팡은 제주 및 강원 산간을 제외한 전국구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 진입 전 새벽배송시장 1위 기업이었던 마켓컬리가 현재에도 서울 및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상당한 셈이다. 가격과 서비스 모두에서 기존 업체들이 쿠팡을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시장이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작은 연못에 고래 한 마리가 들어간 격입니다. 민물고기 수준에선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죠. 제일 안타까운 건 마켓컬리입니다. 정말 잘하는 곳이거든요. 마켓컬리도 전국구로 가고 싶은데 어려운 일입니다. 쿠팡이 보여주고 있잖습니까. 얼마나 많은 돈을 밀어 넣어야 하는지. 과거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과 도소매 e커머스 사이에서 사업 방향을 고민했던 것처럼 어느 시점이 되면 마켓컬리도 비슷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배달대행시장 뛰어들어

쿠팡은 최근 배달대행시장에도 뛰어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서초·송파 지역에서 실시했던 쿠팡이츠 시범 서비스가 호평을 받자 쿠팡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다. 워낙 빠르게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어 업계에선 올해 안에 구팡이츠의 전국 영업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의 배달대행시장 참여가 논란이 되는 건 쿠팡이 e커머스시장을 초토화한 것과 같이 막대한 할인 프로모션으로 기존 업체들을 찍어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배달대행시장은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가 양분하다시피 했지만 쿠팡의 진출로 판이 흔들리고 있다. 쿠팡은 최고 1만 8,000원에 이르는 최저시급 보장과 배달비 0원이라는 파격 마케팅으로 배달인력과 고객 음식점들을 스펀지처럼 흡수 중이다. 최대한 덩치를 키운 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쿠팡과 배달의민족(사업자명은 우아한형제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는 끈끈한 동지애 같은 것이 있었다. 업종은 달랐지만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유니콘으로 성장한 배경이 묘한 동질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둘은 설립 시기도 2010년과 2011년으로 비슷하고 성공한 스타트업 자격으로 과거 데모데이 등 행사에서 자주 마주치며 인연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적으로 돌아서면서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쿠팡은 기존 배달대행업체들이 1만 원 이상 주문에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든가 3,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업체에 별도로 부과하는 것 등의 맹점을 파고들었다. 최소 주문금액을 없애고 별도 배달비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등 기존 업체들은 쿠폰 발행이나 정기할인 같은 추가 혜택을 내놓으며 응전 중이지만 쿠팡의 화력엔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간 신경전은 결국 배달의민족이 쿠팡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파행으로까지 치달았다.

쿠팡 인천 물류센터 조감도. 쿠팡은 하루 100만 건 이상 물류를 취급한다. 사진=쿠팡
쿠팡 인천 물류센터 조감도. 쿠팡은 하루 100만 건 이상 물류를 취급한다. 사진=쿠팡

◆ 물류시장도 가시권

쿠팡발 충격은 물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쿠팡 로켓배송 상품 처리는 하루 170만 건까지 늘어났다. 중복되는 물량(한 고객이 2~3가지 상품을 한 번에 주문하는 경우)을 고려해도 일일 배송 건수가 100~120만 건에 달한다. 쿠팡을 물류업체로 분류했을 시 CJ대한통운에 이어 단숨에 업계 2~3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규모이다.

이 때문에 최근엔 쿠팡의 물동량 증가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기존 물류업체의 중장기적인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쿠팡의 분기당 택배 출고량이 대단히 위협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택배시장 통계에는 쿠팡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이 반영되지 않아 그 타격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택배시장 성장률이 쿠팡 성장률에 반비례해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쿠팡은 사실상 현재에도 로켓배송으로 국내 물류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로켓배송의 등장으로 국내 물류 서비스 수준이 한층 올라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긍정적인 변화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팡이 물류시장 왜곡을 넘어 시장을 치킨게임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쿠팡은 이미 유통은 물론 새벽배송과 배달대행시장에서도 그 우려를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업체들은 덩치는 크지만 수익성에는 대단히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상위 3사의 영업이익률이 1%대에 불과할 정도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물류시장은 치킨게임 여지가 크지 않은 곳이라 평가받았다. 하지만 쿠팡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쿠팡은 애초에 수익을 목적으로 벌인 사업이 없다. 오직 시장의 ‘압도적인’ 플레이어가 되는 것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쿠팡은 이제 막 새벽배송과 배달대행시장에 뛰어들어 물류시장 진출 여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 쿠팡이 상당한 물류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어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글로벌 수송·물류 체인 계획에 쿠팡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든가 혹은 쿠팡의 필요 때문에 3자 물류까지 취급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 전력을 다할 뿐

최근 쿠팡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 때문에 상당한 역풍을 맞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이나 공정위 신고를 당했다. 앞으로 남은 공정위 조사에서는 LG생활건강 같은 거대 기업과도 난타전을 벌여야 한다. 공룡을 위협하는 괴물로 성장한 만큼 이제 마찰의 대상도 급이 올라간 셈이다. 누군가는 더 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라 말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쿠팡은 이 상황이 아직 생소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쿠팡은 ‘앞으로도 공격 일변도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공격적이고 신속한 투자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수익 전환은 생각지도 않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한국의 아마존이 되라는, 압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라는 주문으로 이 같은 쿠팡의 행보를 적극 지지하는 모양새다. 쿠팡은 손 회장이 올인하고 있는 인공지능 사업에 양질의 이커머스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화답하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 내용이 쿠팡과 손 회장 모두 윈윈하는 시스템('손정의가 적자기업 쿠팡에 '조 단위' 돈 밀어 넣는 이유?' 기사 참고)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소매유통시장이 거래액 기준으로 400조 원이 넘습니다.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아주 작은 수준이에요. 그리고 e커머스시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커지고 있고요. 다른 기업들은 이에 대응코자 부지를 사서 터를 닦고 물류센터를 짓고 하는데, 저희 입장에서 보면 이건 너무 느리고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시장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뒤늦게 따라가 보면 이미 누가 선점해 있을 뿐이죠. 공격적이고 신속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다른 영역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대가 됐고 거기서 제일 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뿐입니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유통은 물론 국내 물류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쿠팡
로켓배송은 쿠팡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유통은 물론 국내 물류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쿠팡

◇ 로켓배송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로켓배송은 현재 쿠팡을 있게 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쿠팡은 어떻게 처음 로켓배송 서비스를 창안하게 됐을까?

로켓배송의 시작은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출장을 앞둔 한 고객이 출장지에서 신고 다닐 신발 한 켤레를 주문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배송이 오지 않았다. 다급해진 고객은 출국 전날 쿠팡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쉽게 넘길 법도 한 일이었지만 당시 내용을 전해 들은 쿠팡 직원은 그러지 않았다. 쿠팡 모토이기도 한 ‘Wow the Customer!’를 실현키 위해 직원은 그 길로 신발 업체를 직접 찾았다.

출국 당일, 고객은 출국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쿠팡 직원과 마주쳤다. 직원의 손에는 자신이 주문한 신발 제품이 들려 있었다. 고객은 무사히 주문한 신발을 받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음날, 쿠팡 고객센터 게시판에는 감사의 마음이 담긴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내 평생 다시금 경험할 수 없었던 감동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사례는 쿠팡이 Wow the Customer! 모토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 당시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이 고객센터에 투입됐음에도 고객 불만은 여전했다. 그리고 고객 불만 대부분은 배송 관련 내용이었다. 하지만 위 사례로 쿠팡은 자신들이 직접 배송을 하면 고객 불만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처음 탄생한 서비스가 ‘와우딜리버리’였다. 와우딜리버리는 쿠팡 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배송을 가는 이벤트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마침내 2014년, 이 서비스는 익일배송이라는 편익이 추가된 새로운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돼 세상에 다시 나왔다. 로켓배송의 탄생이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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