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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잡아먹는 쿠팡(상)] 괴물이 되기까지

  • 기사입력 2019.08.26 11:00
  • 최종수정 2019.08.26 15:55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010년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10년도 채 안돼 공룡을 위협하는 괴물로 성장했다. 쿠팡은 유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영역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지난 8월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의 2분기 실적보고서가 나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마트는 시장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299억 원 영업손실을 내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거의 매년 최악 실적을 경신 중인 롯데마트 역시 어닝 쇼크에 가까운 339억 원 영업적자를 내며 시장의 충격을 키웠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도 2분기 영업손실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에선 ‘빅3 대형마트 모두 올해 영업손실로 반전할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같이 다소 과격한 예상의 배경에는 이마트의 사상 첫 분기 적자 영향이 컸다. 시장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e커머스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한 것은 맞지만 설마 이마트마저 영업손실을 기록할 줄은 몰랐다’고 할 정도이다. 이마트가 기존 유통채널에서 가장 유통을 잘하는 곳으로, 또 가장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곳으로 이름을 날리며 사실상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SSG.COM 등을 론칭하며 e커머스시장 성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오프라인 유통기업이기도 하다.

빅3 대형마트 초유의 동반 분기 영업손실 소식에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은 쿠팡으로 향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쿠팡이 ‘계획된 적자’라며 연간 영업적자를 조 단위로 늘리면서 시장 교란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잘해도 얻어맞는 거예요. 과거엔 대형 유통업체들이 쿠팡을 때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된 겁니다. 애초에 수익 생각을 하지 않는 업체와의 경쟁인데 정상적인 기업이 당해낼 턱이 없죠. 게이머가 아무리 컨트롤을 잘한들 체력이 줄지 않는 몬스터를 상대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 2010년 초라한 시작

쿠팡이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은 그렇게 화려하지 못했다. 2010년 8월 소셜커머스시장에 뛰어들며 첫 사업을 시작했지만 먼저 론칭한 티몬의 견제에, 또 치고 올라오는 위메프의 압박에 3자 고소전까지 치르며 이전투구식 전장을 헤쳐나가야 했다.

재밌는 건 쿠팡은 당시에도 다른 유통업체나 경쟁사들로부터 ‘기업의 영속성’ 문제 제기를 받았다는 점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은 소셜커머스 업종 자체가 롱런하거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사업구조가 아니라고 봤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해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이면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판매하는 소셜커머스 특성상 ‘신뢰의 문제’와 ‘규모의 경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 업체의 예상은 상당 부문 적중했다. 실제로 당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관련 문제로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큰 곤욕을 치렀다. 약속된 상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거나 상품 내용이 달라 허위·과장 광고로 논란이 됐다. 쿠팡을 비롯한 빅3는 이후 소셜커머스 사업 구조에서 서서히 탈피함으로써 ‘소셜커머스 사업 구조로는 롱런할 수 없다’는 타 유통업체들의 예언을 현실화했다.

소셜커머스 경쟁사들이 제기한 쿠팡의 영속성 문제는 인신공격성 측면이 강했다. 경쟁사 대표들은 학벌이나 집안 배경 덕분에 국내 네트워크가 상당하고 따라서 투자받기도 쉬울 테지만 김범석 쿠팡 대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가 한국에 연고지가 없어 여차하면 사업을 접고 해외로 나가기도 쉬울 것이란 발언도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쿠팡이 2011년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한 데 따른 반발성 멘트였다. 투자받기 어려운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 더해 천문학적인 광고비까지 지출하면서 쿠팡 위기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 투자 유치로 반전

창업 초기, 업계 안팎의 쿠팡 흔들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쿠팡 직원들마저 기업 영속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이직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경영진이 소소한 투자를 끌어왔으나 이는 버티기용일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수익 전환 대신 프로모션 비용을 더 늘리는 초강수를 뒀다. 대 출혈경쟁 시대의 서막이었다. 수익 전환을 하지 않고선 도저히 쿠팡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시장 리포트가 직원들을 떠나가게 했다.

판이 바뀐 건 2015년 6월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부터였다. 2013년, 2014년 CJ오쇼핑(현재 CJ ENM)과 GS홈쇼핑 같은 덩치 큰 유통공룡들이 연이어 e커머스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숨이 턱까지 차올랐던 쿠팡이지만, 일본 소프트뱅크 투자 유치로 단숨에 상황을 반전시켰다. 강력한 할인 프로모션으로 e커머스시장을 집어삼킬 생각이었던 유통공룡들은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을 지원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로켓배송 등의 서비스 혁신 때문이었다. 보통 쿠팡의 서비스 혁신이 2014년 로켓배송과 함께 시작됐다는 시각이 많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로켓배송만큼 돋보이진 않았지만 쿠팡의 서비스 혁신 작업은 창업 초기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2011년 쿠팡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365일 고객센터 등이 그 예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2012년 전 세계 IT기업 순위’에서 규모가 한참 작은 쿠팡이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66위에 랭크됐던 것도 쿠팡의 서비스 혁신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 투자 무력시위

10억 달러 실탄을 챙긴 쿠팡은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을 몰아붙였다. 쿠팡 ‘신의 한 수’로 불리는 로켓배송은 더욱 많은 상품을 더 넓은 지역에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할인 프로모션 역시 역대급으로 진행됐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초까지 e커머스시장에 불어닥친 쿠팡 광풍은 쿠팡의 지위를 단숨에 톱티어 플레이어로 격상시켰다. 쿠팡의 경쟁 상대는 소셜커머스 기반 업체들을 넘어서 오프라인 기반 유통공룡들로 확대됐다.

2016년 2월 이마트가 ‘유통 전 채널 최저가 판매’를 선언하며 응수에 나섰다. 당시 이마트의 전면전 선언은 꽤 전략적인 면이 있었다. 몇 달간 이어진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쿠팡이 소프트뱅크의 10억 달러 투자금을 상당 부분 소진했다는 이야기가 돌던 터였다. 특히 당시 쿠팡의 할인품목으로 유명했던 기저귀와 분유, 생리대 상품에서 최저가 맞불을 놓은 것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언론에서는 신구 유통 강호 간 대결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 많았다. 사모펀드에 매각돼 이른 시일 내에 시장가치를 올려야 했던 홈플러스와 직전년 최악 실적으로 상황 반전을 꾀해야 했던 롯데마트까지 가세하며 시장은 출혈경쟁 아비규환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때도 쿠팡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2016년 영업적자 규모는 시장 예상치인 4,000억 원을 훨씬 웃돌아 5,652억 원을 기록했다. 언론에선 2016년을 ‘쿠팡 결사항전의 해’ 정도로 묘사했지만 사실은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후 유통 전 채널에서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퍼져나갔지만 쿠팡은 여전히 공격모드를 유지, 2017년엔 2016년보다 더 많은 6,388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은 쿠팡이 결사항전의 뜻에서 지출을 늘린 게 아니라 원래 그 정도 지출을 계획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은 2017년 소프트뱅크의 10억 달러 투자금을 다 태우고 자본잠식에 빠져들었지만,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 투자금을 추가 유치하면서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지난해 1조 97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영업적자 1조 원 시대 문을 열어젖혔다. 쿠팡은 실적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이 역시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무조건 투자 무력시위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 유통시장 초토화

쿠팡의 무조건 투자 무력시위 덕분에 국내 유통시장은 초토화 과정을 밟고 있다. 당장 같은 전장에서 뛰고 있는 e커머스 업체들의 출혈이 심각하다. e커머스 채널은 가격과 서비스 비교가 용이하다는 특수성 때문에 쿠팡과 같은 투자 일변도의 몬스터 업체 출현은 재앙과도 같다. 현재 국내 온라인 쇼핑몰 중 상당수가 기형적인 수익 구조(상품을 원가에 파는 대신 고객에게 요구하는 배송비와 물류업체에 계약된 배송비 차액으로 이윤을 남김)를 가지게 된 것도 쿠팡발 출혈 경쟁 영향이 컸다.

쿠팡발 충격은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기사 서두에서와같이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 빅3가 모두 분기 영업손실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쿠팡은 최근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성역’으로 인식되던 신선식품까지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쿠팡은 e커머스와 고객층이 나뉜다는 백화점 영역도 프리미엄 상품전 등의 이벤트를 통해 호시탐탐 침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작은 틈이라도 보인다면 언제든 비집고 들어갈 태세이다.

온라인 쇼핑몰들보다 비교적 운신의 폭이 큰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쿠팡발 충격에 대응 중이다. 유통 계열사에는 업계 흐름에 크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전투력만을 남겨둔 채 비교적 경쟁력 있는 다른 계열사에 힘을 몰아줘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유통 계열사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곳도 있다.

물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이 더 많다. 이들의 대응은 과거 맞불 전략에서 최근엔 차별화 전략으로 바뀌어 눈길을 끈다. 오프라인 점포 활용을 극대화한다든가 콘텐츠와 유통을 결합하는 식으로 신유통의 길을 찾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쿠팡이 온리 상품(쿠팡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PB상품에 대응) 등을 통해 오프라인 채널들의 이점을 상당 부분 흡수하는 모양새지만, 앞의 대응은 쿠팡의 태생적 한계가 작용하는 영역이라 일정 부분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공룡 잡아먹는 쿠팡(하)] 아직도 배고프다' 기사로 이어집니다.

 

김범석 쿠팡 대표. 2010년 7명의 지인과 함께 쿠팡을 창업했다.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대표. 2010년 7명의 지인과 함께 쿠팡을 창업했다. 사진=쿠팡

◇ 김범석 대표는 누구?

1978년생으로 국적은 미국이다.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하버드대학 재학 중 커런트 잡지를 창간, 뉴스위크에 매각한 것을 계기로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 멤버 7명과 함께 쿠팡을 창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6년부터 대한민국 5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젊은 자수성가형 CEO이기도 하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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