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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FORTUNE GLOBAL 500 / 유럽 항구를 점령한 중국

BOXED IN AT THE DOCKS

  • 기사입력 2019.09.04 13:37
  • 기자명 VIVIENNE WALT 기자

세계 500대 기업-기업 명: 중국 코스코 해운그룹, 소재 국가: 중국, 매출: 426억 달러, 영업이익: 16억 달러, 500대 기업 순위: 279위

중국 대형 해운사 코스코Cosco가 역사적인 피레우스Piraeus 항구를 마침내 손에 넣었다. 그에 따라 그리스 경제는 새로운 생명줄을 얻게 됐다. 이제 이 항구의 성공은 그리스 정치 지형까지 재편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내에서 중국에 대한 거센 역풍도 불러오고 있다. By VIVIENNE WALT

후텁지근한 올 초여름 저녁, 1,000여 명의 사람들이 그리스의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Alexis Tsipras를 응원하기 위해 아테네의 한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총리 임기 만료를 몇 주 앞둔 치프라스는 총선 여론조사에서 친기업 성향 정적에 뒤처져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는 힘이 있다’고 쓰인 현수막 앞의 임시 무대에 올라,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수 많은 사람들이 소수 엘리트층을 상대로 벌이는 두 세계간의 싸움이다!” 그는 이어 그리스—유럽의 장기간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 중 한 곳이다—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외국 기업들을 겨냥했다. 치프라스는 “우리는 8년 연속 불황을 겪은 후 어렵게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며 “전기와 건강, 교육, 물, 에너지 부문은 절대 매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유 재산은 그리스인의 손에 맡기겠다’는 그의 공약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함성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치프라스는 그리스 자산 중 가장 소중한 피레우스 Piraeus 항구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테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이 항구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배로 지척인 거리에 있다. 피레우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인들이 지중해 패권을 놓고 벌인 근해(近海) 전투에서 페르시아 황제를 물리친 이후, 거의 2,500년 동안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알고 있듯, 치프라스 정부는 수년 전 이 항구를 세력을 확장하려는 ‘현대 제국’에 팔아 넘겼다. 바로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라는 야심 찬 비전을 공개하며, 정복 대신 교역을 염두에 뒀다. 시 주석은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수천 마일의 고속도로와 철도 노선('벨트'), 해상 노선('도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아이디어는 과거 실크로드—세계 최초로 진정한 글로벌 상거래의 토대가 된 동서간의 무역로—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인 전략 목표는 중국의 위치를 확고히 할 무역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앞으로 수십 년간 지배적인 경제력과 정치력을 유지하려 한다.

피레우스 항구는 BRI가 실행되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전시장이 됐다(이 프로젝트는 단지 항구 한 곳만이 아니라 그리스 경제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아울러 중국 최대 기업들이 BRI를 실행에 옮기고, 또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는 방식을 객관적으로 엿볼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이 항구를 운영해온 중국 코스코 해운(China Cosco Shipping)은 2016년에는 아예 대주주로 등극했다. 중국 공산당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거의 60년 전에 이 국영 대기업을 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의 항구 및 해운 전문가 올라프 머크 Olaf Merk는 코스코가 들어왔을 때 피레우스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상당히 후진적인 컨테이너 터미널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은 개발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신임 경영진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피레우스 항만청에 따르면, 이 항구는 올해 2010년보다 5배나 많은 화물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르면 연말까지 스페인 발렌시아를 제치고, 지중해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코스코 자체적으로도 BRI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회사는 다른 해운업체들과 수 차례 합병을 거쳤다. 그 결과 현재 매출 430억 달러를 올리며, 물동량 기준 세계 3위의 해운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유럽을 연결하는 다른 항구들에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피레우스를 BRI가 달성할 수 있는 롤 모델로 선전해왔다. 그 영향은 아테네 전역에서 볼 수 있다: 항구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있고, 지역 부동산을 알리는 중국어 광고가 즐비하다. 또 피레우스를 급증하는 중국 상류층을 위한 관광지로 새 단장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피레우스의 부활은 중국 투자에 붙은 조건들에 대한 유럽 내 의심도 증폭시키고 있다. 지도자들은 그 투자 규모 자체가 유럽 주권에 위협이 되는지, 그리고 아마도 안보에까지 위협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그리스의 정치 지형은 비평가들이 너무 친중국적이라고 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중국 해군함정들이 피레우스에 정박, 그리스가 소속된 나토의 분노를 일으켰다. 올 봄 시 주석이 BRI 홍보를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선 가운데, EU 지도자들은 매우 강력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체제 경쟁자”로 불렀다. 중국의 정치적 가치가 유럽과 충돌한다는 이유였다. 특히 사실상 종신 지도자가 중앙집권 정부를 장악, 반대파에 무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EU는 또한 코스코 같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유럽 민간기업들에 비해 부당한 우위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중국이 제시한 도전과 기회의 균형 추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추가 여전히 협력을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현재 피레우스 항구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구인들이 중국과의 경쟁에 대해 생각할 때, 종종 인공지능이나 5G 인터넷 같은 첨단 기술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BRI는 철도와 도로, 항만 등 교역 인프라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항구는 그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점일 수 있다.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의 약 90%가 바다를 통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항로와 항구만 통제하면 세계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중국에 본부를 둔 무역기구 ‘실크로드 국제상의’ 부회장이자 4대째 선주로 활동하는 그리스인 니콜라스 베르니코스 Nicolas Vernicos는 “시진핑 주석은 ‘내가 남길 유산은 무엇이 될까?'라고 생각했다"며 “그 결과 그는 21세기의 마르코 폴로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완공되면, BRI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스리랑카와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60여 개국에서 고속도로를 깔고 항구를 운영하며, 철도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출과 보조금은 계속 삽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관계위원회는 ‘중국이 지금까지 BRI 프로젝트에 약 2,000억 달러를 쏟아 부었으며, 그 투자는 2027년까지 1조 2,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그 결과는 중국을 위한 독창이 아니라,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진정한 합창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레우스의 컨테이너 부두 모습. 코스코가 최첨단 크레인을 도입한 후, 항구의 연간 화물 처리율이 5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포춘US

그러나 유럽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합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최대 BRI 프로젝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BRI과 별도로, 유럽에서는 중국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로 대부분의 EU 경제가 여전히 부진하고, 정부 지출을 억제하는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은 그 공백을 메웠다.

실제로 무역 갈등 탓에 중국의 대미 투자 능력이 저하됨에 따라, 유럽이 현재 중국의 직접 외국인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이나 된다. 작년 상반기에는 약 220억 달러를 기록했다. 법무법인 베이커 맥켄지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켐 차이나 ChemChina는 2017년 431억 달러에 스위스 농업 대기업 실렌타 Sylenta를 인수했다. 앞서 2016년에는 중국의 가전 공룡 미데아 Midea가 53억 달러를 들여 독일 로봇 제조업체 쿠카 Kuka—이 로봇들은 무엇보다 폭스바겐 공장들이 계속 돌아가도록 하는 주인공이다—를 손에 넣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낙인 찍은 IT업체 화웨이는 헝가리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밖에서는 최대 규모인 이 센터는 현지 직원 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과 그리스의 2015년 EU 가입을 도운 그리스 좌파정치인 야니스 바라우파키스 Yanis Varoufakis 전 재무장관은 "돈은 진공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EU 지도자들이 기업들을 인수에 취약하도록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유럽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역사상 최저 수준의 투자를 초래했으며, 중국인들이 유일한 투자자로 그 공백을 메우도록 방치하고 있다.”

코스코는 조용히, 가장 바쁜 투자자 중 한 곳이 됐다. 회사는 심지어 BRI가 공개되기도 전에, 유럽 전역의 터미널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수많은 핵심 항구의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했다(코스코는 지방 정부와 장기 양해각서를 체결하는데, 피레우스는 완전한 지배 지분을 소유한 유일한 유럽 항구다). 회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거대한 유로맥스 터미널의 지분 47.5%와 벨기에 제브뤼헤 Zeebrugge의 컨테이너 항구 지분 100%, 그리고 발렌시아와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외곽 지역인 이스라엘의 하이파 Haifa와 아시도드 Ashdod에는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코스코의 부상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정부의 거창한 계획에 자신들의 전략을 포함시킬 때, 어떻게 수혜를 보는지 잘 보여준다. 성장과 수익성은 사실상 보장된다. 어떤 미국이나 유럽 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이점이다. OECD의 애널리스트 머크는 "코스코는 영업손실을 국가보조금으로 보상받고, 후한 신용한도 지원 덕에 자본투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운연구기관 알파라이너 Alphaliner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0년 이후 코스코에 13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세금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기관은 코스코가 지난해 해운업에서 2억 5,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은 거의 전적으로 보조금 덕분이라고 추정한다. 회사는 2억 3,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보고했다. 국영은행들은 종종 저금리 대출 형태로, 다른 보조금을 아낌 없이 제공한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6년 코스코에 선박 구입과 기업 인수에 필요한 180억 달러를 지원했다. 회사는 2017년에는 중국개발은행으로부터 BRI 프로젝트 비용 260억 달러를 조달했다. 코스코는 이 사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피레우스 항구에서 근무하는 코스코의 중국 임원 푸청추 Fu Cheng Qiu 선장은 인터뷰 요청을 수 차례 거절했다. 다른 유럽과 중국 지역의 코스코 관계자들도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글로벌 성장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에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코스코 항만 사업부의 장웨이 Zhang Wei 전무는 지난 4월 “스케일 업은 여전히 우리 산업의 장기적 추세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아테네 시내에서 5마일 떨어진 피레우스 항구로 차를 몰고 가면, 자동차 정비소나 작은 카페가 눈에 띈다. ‘논쟁의 화약고’로 들어가는 느낌은 전혀 없다. 주민 45만 명이 이 마을과 그 주변 지역에 살고 있지만, 피레우스는 한 때 번창했던 교외의 느낌을 준다. 실제로 점심시간에는, 항만 노동자들이 부두 카페의 플라스틱 테이블을 모두 채운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고, 5달러가 넘는 정어리 요리를 먹으며 삶을 논한다. 그들이 힘들게 견뎌온 10년의 세월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올해 64세의 건장한 남성 지오르고스 알레비조풀로스 Giorgos Alevizopoulos는 “조선업이 그리스의 가장 강력한 산업이었던 1972년 당시 열 일곱 살부터 항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결국 용접공이 됐고, 현재 콘크리트 독과 부양식 독(dry and floating docks)에서 수리나 정비를 받는 선박에서 일한다. 수십 곳의 작은 회사들이 이 부두에서 단편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금세기 초에는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더 저렴한 수리를 원하거나, 보다 현대적인 조선소를 후원하면서 피레우스 항구의 일감이 크게 줄었다. 수년 간에 걸친 노사분규도 항구의 매력을 떨어트렸다. 알레비조풀로스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간 50일 정도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내 인생 전체가 변했고, 인생관도 바뀌었다.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했다. 어떤 날은 그냥 빵만 먹었다. 당시에 누가 뭘 먹느냐고 물으면, 항상 ‘가장 싼 것이면 뭐든지 다 먹는다’고 답했다.”

그리스 정부는 수년간, 피레우스를 페리선—수백만의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을 에게 해의 섬으로 실어 나른다—의 통근 항구로 운영하는 걸로 만족한 듯 보였다. 한편 조선소와 화물항의 상황은 해마다 악화됐다. 정부는 빚에 허덕였고, 정치적 분규와 관료주의에 발목이 잡혔다. 그 결과, 급성장하는 대형 컨테이너 해운업에 발맞춰 피레우스를 탈바꿈하는 작업도 외면했다. 2010년까지 연간 화물 물동량은 88만 TEU(20피트 규모의 컨테이너 기준 단위)로 감소했다. 유럽 최대 항구들의 기준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처리량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2008년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해운그룹으로 알려진 코스코는 그리스 정부와 약 12억 유로(약 14억 달러)의 임대료와 시설 업그레이드 비용, 그리고 27억 유로의 수입 분담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고, 35년간 피레우스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강성 부두노동자 노조는 항구 소유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로 6주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 중국 회사가 항구를 점령한 날, ‘코스코는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피레우스 부둣가에 내걸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불황이 닥치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파업자들은 곧 업무에 복귀했다.

코스코는 재빨리 피레우스 부두 중 하나를 수리하고, 적재 크레인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처리 능력이 크게 늘며, 항구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컨테이너선의 매력적인 목적지가 됐다. 회사는 또 항구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선주 베르니코스는 “예전에는 직원들이 공무원이었다”며 “그들은 하루에 채 8시간도 일을 하지 않았다. 대신 대부분 시간 동안 낚시를 했다”고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제 코스코가 자체 보유한 거대 컨테이너선의 물동량을 피레우스로 유도한다는 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알았던 것처럼, 이 항구의 위치는 매우 중요한 잠재적 가치를 갖고 있다. 수에즈 운하에서 오는 선박 입장에서는 유럽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주요 컨테이너 터미널이자, 남동유럽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코스코가 들어오기 전에는, 중국 제품들이 함부르크나 영국으로 가야 했다. 그 다음에는 아마 발칸 지역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바다 위에서 10일 정도를 절약한다.” 아테네에 거주하는 중국인 1만 여명을 위해 ‘그리스 차이나 타임스’ 신문을 발행하는 우 하일롱 Wu Hailong의 설명이다.

피레우스가 다시 활기를 찾을 때에도, 그리스는 채권자들이 부과한 가혹한 긴축조건에 따라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출자자들은 정부 공공 지출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했다. 이미 고통 받고 있는 수십만 명의 그리스인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와 시리자 당은 2015년 선거에서 승리했다. ‘특정 공공자산을 절대 팔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인 덕분이다. 하지만 결국 그리스는 EU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그렇게 해야만 했다.

다음은 실제 벌어진 사례들이다: 그리스는 이탈리아 국영 철도회사에 철도 구간들을 단돈 4,300만 유로에 매각했다. 일부 프로 선수들의 연봉보다 적은 금액이다. 매장된 천연가스는 한 민간 그룹에 팔렸다. 중국의 또 다른 국영기업 차이나 스테이트 그리드 China State Grid는 그리스의 공공부문 지분을 매입했다. 당시 그리스 의회 예산국을 총괄했던 경제학자 파나지오티스 리아르고바스 Panagiotis Liargovas는 “그리스는 선택권이 있었고, 파산을 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스는 2016년 피레우스의 지분 51%를 코스코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100%를 3억 6,850만 유로의 헐값에 넘기고, 항구 업그레이드와 매출 공유로 7억 6,000만 유로를 받는 합의안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피레우스는 중국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소유하게 됐다. 그리고 작년에는 490만 TEU를 처리하며, 유럽에서 6번째로 큰 화물항에 올랐다.

용접공인 알레비조풀로스는 그의 삶이 그 이후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작년에 거의 2만 유로를 벌었다. 정부가 항구를 팔기 전에 벌어들인 수입의 약 4배에 달한다. 그렇더라도 그리스의 경제적 시련은 그 흔적을 남겼다. 그는 “심리적으로는 회복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여전히 두렵다”고 토로한다

그리스는 작년 8월, 마침내 채권단이 부과한 8년간의 긴축 프로그램을 벗어났다. 비록 경제가 2017년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그리스의 GDP는 2008~2016년 놀랍게도 45%나 줄어들었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한 나라를 강타한 최대 규모의 불황이었다. 외부 투자자들이 그리스 내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 그리스 국책은행의 야니스 스토르나라스 Yannis Stournaras 총재는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주식시장에 투자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런 자금유입은 경제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그리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리스 경제가 추락하며, 고등교육을 받은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로 빠져 나갔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가정을 꾸리는 것을 꺼려왔다. 스토르나라스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젊은 부부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코스코는 그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그리스인들은 중국의 통제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아테네 현지인들을 대체할 것이라 우려했다. 하지만 단지 소수의 항만 직원들만이 중국인이다. 주로 관리인인 이들은 선박과 컨테이너 현장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코스코의 쉬 리룽 Xu Lirong 회장은 최근 중국 언론에 “회사가 그리스인들을 위해 3,1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그리스 경제에 연간 약 3억 3,700만 달러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GDP가 2,000억 달러에 불과한 나라에는 의미 있는 금액이다. 지난해 이 항구가 올린 수입은 약 1억 5,100만 달러로 2017년보다 19.2%나 증가했다. 코스코는 피레우스가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량을 2배 이상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코스코는 강성으로 유명했던 피레우스의 부두 및 조선 근로자들과 현재까진 평화로운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지지자들은 차이나 머니가 어두운 시절 고통을 겪은 다른 산업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스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 중 하나인 V2의 바겔리스 케니아디스 Vaggelis Kteniadis 사장은 지난 10년간 아테네의 고급 해안 교외 지역에서 그가 가진 매물을 매입한 그리스인은 5명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 2013년 그리스 정부가 ‘황금 비자’ 프로그램을 도입하도록 설득했다. 25만 유로를 그리스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케니아디스는 ‘황금 비자’ 도입 이후, 중국 매수자들이 아테네에 있는 4,000채 이상의 집과 아파트를 세컨드 하우스나 단기 임대 부동산으로 구입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그 중 약 450채를 그에게서 매수했다). 오늘날 중국어로 된 V2의 광고는 아테네 공항의 수하물 찾는 곳을 도배하고 있다. 이 광고는 EU 영주권—기업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점이다—을 취득하는 지름길로 주택 소유를 제안한다. 현재 중국 4개 도시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케니아디스는 "중국인들이 그리스 부동산을 구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차이나 머니는 피레우스의 부동산 시장 자체를 재편할 수 있다. 피레우스 항만청 대변인 네크타리오스 데메노풀로스 Nektarios Demenopoulos는 어느 날 오후 기자를 안내하며, 코스코가 최고급 호텔 5곳 중 하나로 개조하기를 원하는 대규모 폐밀 저장소를 가리킨다. 회사는 이 곳에 명품 쇼핑몰도 건립할 계획이다. 총 6억 유로를 투자, 생기 없는 이 마을을 피레우스 항구에 정박하는 크루즈선(일부는 중국 소유)을 위해 관광 중심지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현재 이 곳 시내에서는 할게 거의 없어, 승객들은 하선하면 6.5마일 떨어진 아크로폴리스로 직행한다. 데메노풀로스는 “중국인들이 고대 그리스 문화에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리스를 찾는 중국 백만장자들이 수천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피레우스의 중국 관광객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코스코가 피레우스 항구를 인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EU는 중국의 인권운동가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하려 했다. EU는 이전에도 수 차례 이런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스가 결의문을 막았다. 당시 그리스 외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중국에 대한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EU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아울러 중국에 강경한 사람들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각 나라가 금전적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희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올해는 그 ‘판돈’이 더 크게 올라갔다. 시 주석이 국빈 방문을 위해 로마에 도착한 지난 3월, 이탈리아 대통령 경호원들은 말을 타고 줄을 서서 그를 맞았다. 교황에게나 하는 의전을 그대로 펼친 것이다. 이어 유명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Andrea Bocelli가 공식 만찬에서 시 주석을 위해 세레나데를 불렀다. 이탈리아 기업들은 중국과 28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했고, 이탈리아는 원칙적으로 BRI 가입에 합의했다. G7 가운데 첫 회원국이다. 여기에서도 피레우스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해양진출 야망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는 트리에스테 Trieste 등 4개 항구에 대해 중국의 투자유치를 구애하고 있다. 벨기에 및 독일과 직통 철로로 연결되는 트리에스테는 유럽의 가장 중요한 무역로 중 한 곳이다.

시 주석의 떠들썩한 이탈리아 방문은 EU 관리들을 자극, 중국을 ‘체제 경쟁자’로 경계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EU는 코스코 같은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를 보다 엄격하게 감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을 견제하는 지침을 각국에 내리기 시작했다. 전략적 인프라나 민감한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중국에 넘기는 걸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지침은 미국 기업들과 관련된 거래를 조사하는 미국 재무부의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를 벤치마킹했다. 
베를린에 소재한 로듐 그룹과 머케이터 중국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는 안보 위협과 불공정 경쟁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중국의 유럽투자 행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중국의 유럽투자 데이터는 그 속도가 이미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 내에서도 피레우스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를 둘러싼 분열은 깊다. 일부 비평가들은 “코스코가 공개 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정부가 항구를 너무 헐값에 팔았다”고 오랫동안 불평해왔다. 현재 그리스 관리들은 고고학적 유적지의 훼손 우려를 이유로, 코스코의 호텔과 쇼핑몰 계획을 봉쇄했다.

일부 재계 지도자들은 코스코가 그리스의 노하우를 중국 인프라로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길 원한다. 예를 들어, 피레우스 항구의 크레인은 또 다른 중국 국영기업 자회사인 ZPMC가 공급한다. 전 그리스 해운장관 소도리스 드리차스 Thodoris Dritsas는 “심지어 나사까지 중국에서 가져 온다”며 “나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그리스 기업들이 분명 있다”고 지적한다. 부두 노동자들은 코스코가 채용 대행사를 통해 확보한 프리랜서들로 노조원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이벤트들이 코스코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치프라스의 시리자당은 외국인 인수 반대 캠페인을 벌인 뒤, 7월 초 총선에서 참패했다. 수년간의 세금 인상과 긴축정책에 지친 유권자들은 신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하버드를 졸업한 벤처 투자자 출신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Kyriakos Mitsotakis 신임 총리(51)는 대규모 외자 유치를 약속했다. 선거 몇 주 전 아테네에서 열린 BRI 관련 회의에서, 아도니스 게오르기아디스 Adonis Georgiadis 신민주당 부총재는 당이 “그리스에 투자하고 국내에서 성장할 중국 기업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피레우스를 걷다 보면, 선착장의 컨테이너 더미들—항구가 번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대한 상징이다—이 중국 영향에 대한 우려를 잊게 한다. 지역 부두노조의 지오르고스 고고스 Giorgos Gogos 사무국장은 “파업과 시위를 벌이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물론 코스코가 노조원들의 수입을 위협한다면, 그 화합관계는 막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10년간의 불경기와 고통을 겪은 피레우스 부두 노동자들은 성장(적어도 경제적 안정)의 기회가 있다고 느낀다. 고고스는 “우리는 항상 투쟁하는 것에 지쳤다. 이제는 평화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으로서는 평화에 대한 욕구가 국가적 자존심을 능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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