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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FORTUNE GLOBAL 500 / 휴미라를 사수하라

FORTUNE GLOBAL 500 / PROTECT AT ALL COSTS

  • 기사입력 2019.09.04 13:25
  • 기자명 SY MUKHERJE 기자

글로벌 500대 기업

기업 명: 애브비 ABBVIE, 소재 국가: 미국, 최고경영자: 리처드 곤잘레스 RICHARD GONZALEZ, 500대 기업 순위: 381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의약품인 휴미라 Humira는 제약업체 애브비 Abbvie를 세계적인 강자로 만든 상품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특허 보호엔 뛰어나지만, 신약 개발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어떻게 ‘혁신적 신약’을 죽이는 대표 사례가 될 수 있었을까? By SY MUKHERJE

당신은 휴미라가 치료할 수 있는 그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약에 대해선 들어봤을 것이다.

관절염, 건선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여러 질환 치료에 쓰이는 애브비의 이 대표 치료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약품이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매출이 2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한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2월 의약품 가격 청문회에서 언급했듯, 이런 엄청난 매출 규모는 휴미라(하나의 회사로 본다면)가 포춘 500대 기업 명단에 진입하는데 충분한 규모다.

얼핏 보면 이보다 더욱 완벽한 신약 성공 사례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애보트 래버러토리스 Abbott Laboratories는 2002년 12월 31일 이 약을 판매하기 위해 FDA의 첫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13년 제약 사업부를 애브비라는 별도 회사로 분사시켰다). 2년이 조금 지난 후, 이 주사 형태의 약은 전통적으로 제약업계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기준이 되는 글로벌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짧은 기간에 거둔 놀라운 성과였다. 2006년 매출액은 20억 달러에 도달했다.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휴미라는 2013년 60여 개 시장에서 10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이 됐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엄청난 판매 실적조차 그 이후 5년 만에 다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휴미라가 약효도 좋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을 바꾸는 약이다. 미리 채운 주사기로 피하에 주입하는 이 약은—기술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항체(곧 이어 세부 사항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이다—염증 중심에 있는 어떤 핵심 단백질을 억제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 이 치료법은 많은 질병들과 연관돼 있다. 임상 실험에서, 고통스럽고 점진적인 부종을 초래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는 움직임의 빠른 개선과 관절 악화의 현저한 감소를 경험했다. 8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을 괴롭히는 피부 질환인 건선(Poriasis)에 관한 연구는 그 약이 고통스럽고, 가려운 발진을 몇 달 만에 75~90%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증부터 중증까지 크론 Crohn 질환(신체 쇠약을 일으키며, 입원이나 심지어 수술을 필요로 할 수 있는 내장 장애)의 경우, 이 치료제는 시간을 다투는 응급 처치의 필요성을 줄여주고 있다. 동시에 ‘대장의 점막’ 상태를 향상시킨다. 이는 대장 내 염증이 감소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들 것이다. 심각하고 고통스런 질병에 시달리는 수백만의 환자들을 돕고, 그 과정에서 그 약을 소유한 제약사가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원래 제약 산업이 그런 것 아닌가?

대부분 제약사들은 약 사용 설명서에 부작용을 장황하고, 빼곡하게 적어둔다. (그런 부작용처럼) 휴미라의 이야기 역시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이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불필요하게 수십억 달러의 약값을 지불하고 있다. 또한, 현대 의약품 개발의 중요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 어두운 면은 이런 것들과 관련돼 있다. 휴미라가 혁신적인 연구개발과 성공적인 마케팅의 정석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의약품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이 됐을까? 이 이야기는 서서히 몰락해 가는 제약 산업에 대한 사례 연구가 되기도 한다. ‘연구 및 발견(Research and Discovery)’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외부에서 웃돈을 주고 신약을 구매하는 관행이 점점 더 늘고 있다. 휴미라는 그런 기업 모델의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그 모델은 모든 사람들—환자, 정부의 의료 지원 기관, 보험사, 심지어 제약회사 주주—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로 놀라운 매출 실적을 자세히 살펴봐라. 그러면 애브비가 달성한 연간 200억 달러의 매출은 거대 제약사들과 소비자들에게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 /*역주: FDA가 제약사에 약병이나 약 상자에 붙이도록 강제하는 경고문. 약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휴미라의 실체와 그 기원을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휴미라는 ‘의약품’이 아니다. 그것은 단세포군 항체, 즉 mAb /*역주: 면역세포의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표면항원 단백질만 타깃으로 삼아, 찾아다니며 저항하는 일종의 ‘게릴라’ 항체/로 알려진 생물학적 성분이다. 간단히 말해, mAbs는 특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실험실에서 만든 이 항체들은 ‘생물학적 적들(biological adversaries)’의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에 결합, 그 ‘침입자’를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FDA는 1986년 장기이식 환자를 위한 면역 억제제로 첫 번째 mAb를 승인했다. 그 이후, 6개 이상을 추가 승인했다. 대부분은 다양한 암과 면역 질환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러나 휴미라는 하나의 중요한 점에서 이전 약들과 달랐다. 생쥐에서 파생된 항체가 아닌 ‘완전한 인간(Fully Human)’ 항체였다는 점이다. 완전한 인간의 mAb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 휴미라라는 이름 자체가 이런 선구적인 연구에 대한 찬사를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인간의 단세포군 항체(Human Monoclonal antibody In Rheumatoid Arthritis)’를 의미한다. 휴미라가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첫 번째 질병이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그런 연구 결과가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애브비의 작품이 아니다. 심지어 모회사인 애보트의 것도 아니다. 애보트는 2001년 독일의 화학회사 바스프로부터 크놀 제약사 Knoll Pharmaceutical 를 인수하면서, 그 생물학적 성분을 소유하게 됐다. 한편 (소유하게 된 경위를) 차례대로 살펴보면, 크놀은 항체전문 기업 케임브리지 앤티보디 테크놀로지 Cambridge Antibody Technology(CAT)에서 이 항체 기술의 사용을 허가 받았다. CAT는 대부분 기술을 영국 의학연구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이 곳에서 그레고리 윈터 경이 그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이 연구(펩타이드와 항체 개발)로 결국 2018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러나 2002년 휴미라에 대한 첫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애보트였다. 이 회사 연구원들은 여러 형태의 염증성 질환들을 대상으로 휴미라를 테스트하는 등 상당한 연구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새로운 임상 성공과 승인이 줄을 이었다: 애보트는 2005년 척추관절염 치료를 위한 휴미라 판매 허가를 받았다. 또 2006년에는 척추에 영향을 주는 관절염의 일종인 신경성 척추염, 2007년 크론병, 2008년 판막형 건선(가장 흔한 형태의 건선)과 연소성 관절염, 그리고 2012년 궤양대장염에 대한 허가를 각각 받았다. 2013년 애보트가 애브비를 분사한 후, 애브비는 새로운 질병 환경에서 임상 실험 대상자들을 모집하고, 수십 곳의 시장에서 규제 당국에 승인을 신청했다.

더 많은 기전은 치료할 환자들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매출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약사들이 일단 FDA로부터 단일 의약품의 판매승인을 받으면, 그 약의 치료 범위를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휴미라의 경우, 소유권자들이 그 이름을 적극 알렸다. 세계 시청률 조사기관 칸타 미디어 Kantar Media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애브비는 자사의 슈퍼스타 제품을 팔기 위해 4억 9,000만 달러에 가까운 광고 비용을 집행했다. 2018년 제약사 광고 지출 1위 기록이다. 이에 반해, 화이자의 진통제 리리카 Lyrica 광고비는 한참 차이가 나는 2억 7,200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애브비는 위에서 언급한 금액에 포함되지 않은 소셜 미디어 광고에도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다. 그리고 휴미라의 텔레비전 광고는 올해 들어 4만 6,000회 이상 방영됐다.

애브비가 우버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약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 제약사들은 원하는 제품 가격을 직접 책정할 수 있다. 당연히 휴미라 제조사도 그렇게 했다. 은퇴자협회 산하 공공정책연구소(AARP Public Policy Institute)와 미네소타대학의 프라임 연구소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표준 40mg 휴미라 펜타입 피하주사제 /*역주: 휴미라는 완전 주사타입과 펜타입으로 나눠진다. 펜타입은 거의 무통 주사에 가까울 정도로 주입 시 고통이 없다/의 미국 내 가격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3배 이상 상승했다. 1년 공급 가격은 1만 6,636달러에서 5만 8,612달러로 치솟았다. 12%가 넘는 연평균 상승률이다.

휴미라 주사펜이 일리노이 주 레이크 카운티 공장에서 포장되고 있다. 휴미라의 선전에 힘입어 애브비 매출은 2013년 이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포춘US

제약사들은 종종 그런 가격대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환자들은 (직원 복지를 담당하는) 인사 관리자, 보험사, 그리고 자기부담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의료비 지원 프로그램 등 개인적으로 받는 혜택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포함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훨씬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더라도, 휴미라의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이런 사실은 뉴욕 대형 식료품점 노조의 지역 1500 복지 기금(Local 1500 Welfare Fund)이 지난 3월 애브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휴미라가 다양한 의료 중개인들과 리베이트 및 가격 할인을 협상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미국 내 휴미라의 평균 가격이 2012년 환자당 연간 약 1만 9,000달러에서 2018년 초 3만 8,000달러 이상으로 두 배가 폭등했다는 것이다. 애브비는 자사의 가격 전략에 대해 공식 언급을 회피했다.

단일 약물에 대한 이런 노력의 복합적인 효과는 놀라웠다. 애브비의 매출은 독립기업으로 분사한 첫 해인 2013년 188억 달러에서 2018년 328억 달러로 증가했다. 덕분에 회사의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는 381위로 지난해보다 41계단 상승했다. 그 기간 동안, 매출 증가율은 동종 대형 제약사들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캐시 카우(휴미라)도 어떤 문제에 직면했다: 계속 우유(돈)를 짤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휴미라는 단순히 애브비의 베스트셀러 의약품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거의 전부인 셈이다. 이 약은 지난해 총 매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난제가 있다: 휴미라의 최초 미국 내 ‘구성 성분에 관한 특허(Composition Patent)’가 2016년 12월 만료됐다.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지 13년이 경과된 시점이었다(유럽에서 이 동일한 특허는 작년 10월 만료됐다).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애브비는 휴미라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지막이자 아마도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고 있다: 추격 해오는 업체에 무조건 소송을 거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법대 교수이자 ‘약, 돈, 그리고 비밀스러운 야합(Drugs, Money, and Secret Handshakes)’이라는 책의 저자인 로빈 펠드먼 Robin Feldman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애브비를 의학적 치료제뿐만 아니라 (소송을 통한) 법적 보호에 있어서도 선구자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제네릭 의약품 유통업체를 대변하는 제약 감시단체 '의약품 접근성 협회(Association for Accessible Medicines)'에 따르면, 애브비는 2016년 초기 특허가 만료되기 전 3년간 75건의 휴미라 관련 특허를 신청해 따냈다. 회사 CEO 리처드 곤잘레스 Richard Gonzalez는 현재 약 136개의 휴미라 관련 특허를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어떻게 단일 제품에 그렇게 많은 특허를 획득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은 휴미라가 ‘생물학적(Biologic)’인 종류의 약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약들과 달리, 생물학 의약품들은 실제 생물학적인 물질에서 파생된다. 따라서 일반 화학 약품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리고 펠드먼은 그런 복잡한 과정 속에 애브비의 지적재산권 전략의 열쇠가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회사는 생산과 제조 과정의 불명확한 단계나 복용량 조정에 대해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확히 애브비가 한 일이다. 회사는 이메일로 보낸 성명서에서 ‘미국 특허청은 휴미라의 투여 방식에 관한 특허 30여 건을 승인했다. 이에 더해 의약품의 다양한 제조에 관한 특허 25건, 휴미라의 제조 공정과 관련된 특허 50여 건, 그리고 환자들이 약을 먹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 전달 장치에 관한 특허 약 20건도 각각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펌 굿윈 프록터의 변호사 로버트 서윈스키 Robert Cerwinski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확실히 단세포군 항체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아달리무맙 Adalimumab(휴미라의 성분명)의 제조는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것은 유전자 조작에 의해서 생성된 세포계(Cell Line)를 포함한다. 1만 5,000리터 크기의 생물 반응기(Bioreactor)에서 배양된 엄청난 양의 세포들로부터 많은 아달리무맙을 축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곤잘레스 휴미라 최고경영자.  사진=포춘US

그 이후의 연구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 치료제는 불필요한 부산물, 다양한 질병에 따른 복용량 변경, 그리고 증가하는 모든 종류의 변형을 제거하기 위해 ‘정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윈스키는 “애브비처럼 유명 제품을 가진 기업들은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형이 혁신적이기 때문에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바이오시밀러 Biosimilar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에는 큰 장애물이다(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 의약품의 복제약이다. 일반적으로, 복제하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 서윈스키는 "도전자들은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는 바로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20여 년간 주로 생명과학과 관련된 특허침해 소송을 맡아왔다. 그 중에는 휴미라 같은 단세포군 항체 관련 소송도 있다. 그는 또 미국의 특허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에도 관여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애브비 같은 제조업체들이 소위 ‘특허 덤불(Patent Thicket)’ /*역주: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면서, 새로운 혁신이 나오는 것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다/을 구축하도록 허용할 뿐만 아니라, 부추기기도 한다. 서윈스키는 "애브비가 특허를 통해 휴미라를 겹겹이 보호하는 방식은 특이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허 전문가 제이콥 셔코 Jacob Sherkow 뉴욕 로스쿨 교수는 그런 분위기에 공감을 표한다. "그들은 기존 법의 테두리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서윈스키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바이오 제약사들도 소송을 통해 몇 개부터 많게는 40개 정도의 특허 침해를 주장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애브비는 훨씬 더 심각하다. 눈에 불을 켜고 경쟁자들을 상대로 ‘특허 덤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2017년 소송에서 베링거 인겔하임과 이 회사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 실테조 Cyltezo에 대한 특허 침해 사례 74건을 인용했다. 베링거는 처음에는 법정에서 반격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5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특허 소송에서 애브비와 합의한 9번째 회사가 됐다.

회사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소송은 본질적으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길고 복잡한 법적 절차와 우리 사업에 지속적인 미치는 악영향 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FDA 승인을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암젠, 베링거, 노바티스의의 산도즈 Sandoz)를 보유한 세 회사 모두 ‘2023년까지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사실상, 이들은 자사 복제약을 판매하기 위해 애브비에 라이선스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특허 덤불과 애브비가 경쟁사들과 맺은 합의안은 식료품 노조(UFCW)의 소송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노조는 애브비와 다른 7개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베링거와의 합의 전에 제기됐다. 지난 3월 제출된 집단 소송장은 ‘애브비가 반독점적 관행을 일삼지 않았다면 원고들은 미국에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애브비는 약가 급등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했다. 반면, 자사의 특허 전략은 방어에 나섰다. 회사 최고법률책임자 로라 슈마허 Laura Schumacher는 "휴미라의 혁신적인 특허는 소송에서 상대방의 지속적인 공격을 견뎌냈다"며, "우리가 맺은 특허 합의에는 애브비가 단 1센트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 합의의 첫 번째 목적은 혁신에 대한 우리의 투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휴미라의 마지막 특허가 만료되기 10년 전에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송에서 제기된 주장들은 반박할 아무런 가치가 없는 내용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특허 덤불’은 의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텍사스 주 공화당 상원의원 존 코닌 John Cornyn은 지난 2월 상원 금융위원회의 의약품 가격 청문회에서 애브비 CEO 곤잘레스에게 그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나도 그것이 특허 제도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당신이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약의 독점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어느 시점에는 그 특허가 끝나야 한다. 독점권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환자들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곤잘레스는 (다양한 질병에 사용 승인을 받은 점을 고려해) “휴미라는 단일 의약품이 아닌 다수의 의약품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청문회에서 회사 전술을 적극 방어했다. 그는 "특허 포트폴리오는 우리가 휴미라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면서 함께 발전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휴미라의 복제약들이 이미 시중에서 판매됐더라면, 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아꼈을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값싼 경쟁자들이 이미 애브비를 따라잡기 시작한 유럽 여러 국가에서, 휴미라 가격은 하락했다. 실제로, 전 세계 휴미라 판매량은 올 1분기 5.6%나 감소했다. 이 의약품의 전 세계 수익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바이오시밀러’ 때문이다. 그러나 펠드먼은 “산업 전반에 걸쳐, 바이오시밀러를 도입하면 소비자들과 다른 부담자들의 의료비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가 10년간 미국 의료비 540억 달러를 줄일 수 있다’는 미국 민간연구소 랜드 코퍼레이션 Rand Corporation의 연구에 주목한다.

그녀는 "당신과 나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엄청나게 큰 돈"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상업적 및 기술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휴미라는 전반적으로 전통 의약품 산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애브비의 특허들과 다른 전략들로 인해, 경쟁자가 될 만한 기업들은 2023년까지 미국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더 저렴한 선택을 할 수도 있을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제한과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결과다. 한 회사가 1~2개의 주요 제품에만 집중해 연간 수십 억 달러를 버는 것이다. 그 가운데, 수억 달러는 마케팅과 ‘법적 요새’ 구축 비용으로 들어간다. 반면, 혁신과 기술적 진화—표면상으로 바이오제약 산업의 존재 이유ㅡ는 종종 외부에서 수혈을 받는다: 일례로, 혁신에 중점을 둔 효율성 높은 생명공학기업으로부터 기술 사용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또한 대형 제약사들간의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들의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이 마침내 피할 수 없는 ‘특허 절벽’—더 저렴한 제네릭 경쟁사들이 시장에 진입한 직후 시점—에 직면할 때, 더욱 그렇다. 적절한 사례가 있다: 애브비는 6월 보톡스 업체 앨러건 Allergan 인수를 위해, 63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제안을 발표했다. 곤잘레스 최고경영자는 임박한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을 인수 이유로 꼽았다. 그리고 피부미용 제품 보톡스와 안구 건조 치료제 레스타시스 Restasis 같은 베스트셀러 제품 특허를 보호하려는 앨러건의 적극적인 자체 노력도 인수 이유로 작용했다.

암 면역 치료 분야에 집중하는 생명공학 투자자 브래드 론카 Brad Loncar는 "이것은 금전 거래(인수합병)를 하는 제약사들의 전형적 사례다. 기술 개발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100% 금융 공학에 가깝다"라며,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휴미라 비용을 과다하게 지불해 왔다. 그리고 애브비는 그 수익으로 무엇을 했을까? 그들은 무엇보다 보톡스 인수를 위해, 중요한 금전 거래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애브비가 최근 아무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FDA는 지난 4월 블록버스터 매출이 가능한 면역 체계 의약품 스카이리지 Skyrizi를 승인했다. 이 약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판상형 건선(Plaque Psoriasis) 치료제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 신약은 몹시 절실했던 시점에 나온 성과였다. 애브비는 휴미라 복제약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바로 그 해(2023년)까지, 스카이리지의 연간 매출이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믿는다. 회사는 또한 작년 7월 FDA로부터 오리사 Orilissa의 허가를 취득했다. 자궁 내막증(Endometriosis)과 관련된 통증 치료를 위해 승인된 첫 번째 신약이다.

그러나 일부 업계 베테랑들은 이런 신약들이 애브비 파이프라인에서의 다른 실패를 보상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애널리사 젠킨스 Annalisa Jenkins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와 독일의 머크 세로노 같은 대형 제약사에서 주요 R&D 부서를 이끌었다. 이 제약사들은 1990~2000년대에 특히 면역 항암제 여보이 Yervoy 같은 선구적인 신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생명공학 스타트업의 세계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기술 개발을 더 흥미롭고 창의적으로 느끼고 있다.

광범위한 경험을 한 젠킨스는 애브비와 전체 제약 산업에 걸친 혁신 우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애브비의 일부 문제는 그저 운이 나빴다. 그 중에는 잘못된 선택들(기업 인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보강하지 않았고, 신속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런 불행한 선택들 가운데, 최근 헬스케어 역사상 최고의 조롱거리가 된 인수합병이 있다. 애브비는 지난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기업 스템센트릭스 Stemcentrx를 현금과 주식 포함, 58억 달러를 선불로 주고 인수했다. 회사는 잠재적인 수익성을 갖춘 로바-티 Rova-T라 불리는 스템센트릭스의 폐암 신약에 주목하고 있었다. 3년 후, 로바-티는 여러 번의 임상 실험 실패에 직면했다. 애브비는 임상 실험을 중단시켰다. 이어 지난 1월 인수와 관련, 약 40억 달러를 ‘손실 처리’할 것이라 발표했다.

애브비의 또 다른 신약 후보로는 혈액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베네토클락스 Venetoclax가 있었다. 하지만 진행 중인 임상 실험 결과가 실망스럽게 나왔다. 투자자들은 그런 지지부진한 결과에 주목했다. 그러자 애브비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27% 이상 폭락했다. 대부분 동종 회사들보다 더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인 것이다.

생명과학 컨설팅 회사 이데아 파마 IDEA Pharma의 CEO 마이크 레아 Mike Rea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대형 제약사들은 돈을 써도 혁신에 도달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애브비처럼 하나의 약이나 하나의 치료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들이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 그들은 [새로운] 시장에 관한 한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 EvaluatePharma에 따르면, 애브비의 R&D 지출은 12개의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 중에서 낮은 수준에 있다. 회사는 실제로 2010년에서 2018년 사이에 R&D 비용을 두 배로 늘렸다. 하지만 작년 R&D 투자는 328억 달러의 글로벌 매출 대비, 여전히 51억 달러에 불과했다.

생명공학 로비단체는 제약 산업이 혁신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반대 입장이다. 미국 제약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단체 미국제약협회(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 PhRMA)의 홍보 책임자 앤드루 포왈레니 Andrew Powaleny는 "나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라며, "제약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가장 역동적인 시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에서만 4,000여 개를 포함해 현재 개발 중인 약 7,000여 가지 의약품을 지목했다.

그러나 그 숫자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상위 12개 대형주 바이오제약 회사들 가운데 R&D 투자 대비 예상 투자자본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한 회사의 임상 3상 파이프라인 의약품을 출시하는데 드는 예상 비용과 이 의약품들의 예상 매출 추정치를 비교함으로써 측정한다—이 2010년 10.1%에 비해 2018년에는 실망스러운 수준인 1.9%로 급락했다.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상위 20개 제약사들이 R&D 지출을 2017년 총 매출 (Top-Line)의 20.9%에서 2024년까지 16.9%로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DA는 지난해 59개의 신약—완전히 새로운 분자 조직이나 생물학적 성분으로 만든 약—을 승인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IQVIA에 따르면, 대형 제약사들은 그 신약들의 4분의 1에 대해서만 특허를 취득했다. 반면, ‘신흥 바이오 기업들’(연간 R&D에 2억 달러 미만을 쓰거나 매출 5억 달러 미만인 기업들)은 거의 3분의 2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다. 딜로이트 생명과학 담당 부서의 파트너 콜린 테리 Colin Terry는 "대형 제약사들이 FDA 승인을 받는 사례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전통 제약사들은 붕괴된 파이프라인과 임박한 경쟁이라는 두 개의 ‘망령’을 직면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연구 중심적이고, 효율성이 높은 기업들로부터 ‘차세대 대박 제품(Next Big Thing)’을 구하려 하고 있다(하지만 로바-티에 대한 애브비의 도박이 실패했듯,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SVB 리링크의 애널리스트 제프리 포지스 Geoffrey Porges는 "이 회사들은 대형 음반 기획사처럼 변했다. 길거리 캐스팅을 하는 스카우트들에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분석한다(실제로 이번 호를 찍기 직전, 애브비는 또 한 명의 ‘예술가’를 명단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암 면역치료 스타트업 마부파마 Mavupharma다. 인수 가격은 비공개했다).

제약업계의 R&D 베테랑 젠킨스는 “(단기 성과를 강조하는) 잘못된 인센티브—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지 않는 관행이 대표적이다—의 오랜 역사가 현재 상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그녀는 “제약사들이 지난 20년간 항상 해왔던 것을 답습했다. 그들은 철저히 단기 성과를 중시한다. 분기별이나 연간 단위로 성과를 평가한다. 그것은 혁신을 이끄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주주들에게도 안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뉴욕증권거래소 아카 제약지수(NYSE ARCA Pharmaceutical Index)는 지난 5년간 연 평균 5.2%의 수익률을 보였다. S&P 500의 10%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젠킨스는 "인재에 대한 접근도 그리고 기술에 대한 접근도 없이, 대형 제약사들은 동일한 구식의 R&D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오로지 하나의 잭팟에 의해서만 평가 받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불행하게도 애브비 같은 대형 제약사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성공한다면, 미국 환자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날 뿐이다.

번역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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