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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이 샐러드 전도사들은 자신들의 채소를 먹도록 미국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40세 미만 40인의 젊은 리더들)Can These Salad Evangelists Persuade America to Finally Eat Its Vegetables?

  • 기사입력 2019.09.04 10:44
  • 기자명 Sheila Marikar 기자

이 샐러드 전도사들(스위트그린 공동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채소를 먹도록 미국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By Sheila Marikar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48km 떨어진 곳에 짐 워드 Jim Ward의 딸기 농장이 있었다. 5월의 첫 날 새벽은 흐리고 쌀쌀했다. 이슬비도 보슬보슬 내렸다. 우산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귀찮은 짐이 됐다. 토마토를 심기엔 안 좋은 날이었다. 자신이 키우는 농작물보다 더 단단한 체격을 가진 농장주 짐 워드는 "토마토는 섭씨 10도 이하의 기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킷 없이, 소매를 걷어붙인 가벼운 플란넬 /*역주: 면이나 양모를 섞어 만든 가벼운 천/ 셔츠만 입고 있었다. 워드의 불그스레한 뺨이 그가 추위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일한 표시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즉석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묘묙들을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축축한 냉기가 흐르는 땅으로 옮겨 심고 있었다. 그리고 ‘생분해성 방수천’으로 된 부직포 덮개를 그 위에 덮어줬다. 그는 "약간의 온기를 더해 줄 퇴비가 저쪽에 있다"며 "놀랍게도, 퇴비를 부직포로 감싸면 그 밑부분은 꽤 따뜻하다”고 설명한다.

퇴비를 뿌린 곳은 따뜻했다. 토마토 모종에는 모든 조건이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딱히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오늘 모종을 땅 속에 심어야 7월에는 토마토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때쯤, 보스톤 지역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스위트그린 Sweetgreen 고객들이 과즙이 풍부한 그 작은 열매를 먹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샐러드 체인점의 이메일 뉴스레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그 토마토들이 가장 맛있게 익었다는 정보를 받는다(혹은 그들이 계절 과일에 대해 조금만 알아도, 상식적으로 그 숙성 시기를 알 것이다). 워드가 이 토마토를 더 맛있게 만들도록(물론,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30년 이상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1,224평 규모의 밭 중심에는 비밀 무기 같은 것이 꽂혀있다: 이 밝은 오렌지색 육각형의 물체는 야구 방망이 모양의 말뚝 위에 붙어 있었다.

스위트그린의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조너선 네먼, 너새니얼 루, 니컬러스 재밋. 사진=포춘US

이 장비 안에는 와이파이로 작동하는 센서가 내장돼 있다. 이 센서들은 15분마다 토마토 재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기 온도, 습도, 빛, 강수량, 풍속 등 12개 이상의 요소를 측정한다. 야구 방망이 모양 부분은 땅속으로 91cm 정도 박혀있다. 센서들은 지하에서 토양 온도와 습기는 물론 인, 칼륨, 산도, 질소 수치를 측정한다. 이 데이터는 클라우드와 블록체인—연속적인 데이터가 초기 모종 상태부터 샐러드로 식탁에 오르기까지 토마토의 전 이동경로를 손쉽게 추적한다—에 업로드된다. 이에 따라 ‘식품 블록체인’ 신생기업 라이프닷아이오 Ripe.io가 개발한 스마트폰 앱에서 언제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워드에게 실시간 데이터의 획득은 신으로부터 받은 ‘계시’와도 같다. 그는 "농민으로 평생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필요했던 정보는 질소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정보를 얻으려면 흙을 채취하고, 그 샘플을 관련 기관에 보낸 뒤, 몇 주나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보통은 그 사이에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늦었다”며, "그런데 실시간 데이터를 얻게 되면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드는 지난해 스위트그린, 라이프닷아이오와 제휴했다. 라이프닷아이오는 ‘식품 블록체인’이라는 용어에 걸맞게, 그의 토마토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한편 건강을 중시하는 도시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95곳의 샐러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스위트그린은 현재까지 20개 농장에 센서를 설치했다. 회사가 기술 비용(워드의 경우 몇 백 달러를 받았다)을 먼저 지원하고, 농부들은 유용하다고 생각하면 그 데이터를 사용한다. 워드는 “이 기술 덕분에 즉각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질소 수치가 떨어지면 밭에 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비료 사용법을 바꿀 수 있는 피드백도 얻는다”고 말한다(이제 더 이상 신선한 닭똥을 비료로 쓸 필요가 없다!). 이 데이터들은 ‘토마토는 갓 딴 후에 가장 맛이 좋다’는 농부들의 오래된 일부 통념을 뒤집기도 했다(실제로 수확하고 3~5일 후에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으로 또 다른 신념들은 사실임을 보여줬다(가령 ‘밤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토마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물론 기술에도 한계는 있다. 워드는 구름을 올려다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는 농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본사에서 온 네 명의 스위트그린 직원들에게 손짓하며 "핵심 요소는 일조량이다. 일조량은 당신들이 정해준 기준 중의 하나인데, (질소 등 다른 것들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데) 햇빛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라고 토로한다.

그들 중 한 명이 "우리가 그것까지 해결하겠다”고 소리친다.

짐 워드(왼쪽 사진)는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스위트그린이 설치해 준 와이파이 구동 센서로부터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다.   사진=포춘US

대부분 기록에 따르면, 샐러드라는 개념은 고대 로마에서 유래했다. 그 이후로는 대체로 부수적인 요리로 간주됐다. 즉, 메인 요리(흔히 고기 한 조각)가 나오기 전, 애피타이저 같은 음식이었다. 드문 경우이지만, 샐러드를 메인 요리인 앙트레 Entrée로 먹기도 한다. 이 때는 보통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 ‘순교 의식’이 동반된다. 가령 "샐러드만 먹을 거야"라는 식이다. 오랫동안 샐러드는 수많은 형태로 발전해왔다. 채소가 무성한 녹색 요리에서, 마요네즈를 첨가한 옅은 황백색 중심의 요리로 변한 것이다. 최근 몇 년 간은 스위트그린과 같은 식당들 덕분에, 점점 더 고급 요리가 되고 있다. 생 양송이 버섯 대신 어두운 갈색의 포토벨로 Portobello 버섯을, 양상추 대신 트렌디한 케일을, 그리고 구운 깨두부도 들어간다(옛날 샐러드 가게들이 두부도 넣었나?).

그러나 샐러드가 결코 ‘섹시’해 보인 적은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칼스 주니어 버거처럼 유혹적이지 않다. 억만장자 상속녀 패리스 힐턴 Paris Hilton이 벤틀리 자동차 위에서 이 버거를 한 입 베어먹거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자 한 조각에서 모차렐라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광고) 장면을 연상해보라. 너무 기름지고, 음란해 보여 포르노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스위트그린과 경쟁사들은 ‘S-단어(S-word)’ /역주: shit, sex 등 s로 시작하는 저속한 단어/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채소 중심의 음식’과 ‘진짜 음식’이라는 용어들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채소가 잎이 풍성하든, 바삭하든, 구워서 따뜻한 것이든 관계없이, 오늘날 이 ‘녹색 십자군(Greens Crusaders)’ 세대의 목표는 동일하다: ‘채소를 욕망의 대상으로 바꿔라!’

스위트그린을 공동 창업한 3명 중 한 명인 닉 재밋 Nic Jammet은 "맛을 최적화하면, (칼스 주니어 버거처럼) 갈망의 대상이 되는 끈적끈적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그게 바로 사람들이 그 제품을 원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그와 네이트 루 Nate Ru 그리고 조너선 네먼 Jonathan Neman—이들 셋은 서른 네 살 동갑이다—은 조지타운대학교 재학 시절 만나 2007년 이 체인점을 설립했다(40세 이하 리더 40인 리스트의 자세한 내용은 65페이지 참조). 재밋은 "사람들에게 건강하기 때문에 우리 음식을 먹으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그렇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먹는 게 즐겁고, 육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아울러 실제 경험을 욕망하기 때문에, 우리 음식을 먹고 싶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건강한(Feel-Good)’ 음식 사업은 번창하고 있다. 외식 리서치업체 테크노믹 Technomic은 미국 샐러드 매장의 매출이 2014년 3억 달러에서 2018년 6억 8,600만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추산한다. 이 회사에 따르면, 메뉴 평균가가 12달러인 스위트그린이 지난해 매출 1억 5,820만 달러를 올리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스위트그린은 이 기사에 등장하는 다른 샐러드 업체들처럼 매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또한, 동종업체들 가운데 거의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회사들은 곱게 다진 샐러드를 파는 찹트 Chopt(2018년 매출은 약 9,810만 달러), 그래머시 태번 Gramercy Tavern 같은 고급 식당 주방장들을 스카우트하는 텐더 그린스 Tender Greens(매출 9,420만 달러), 농산물 혁신연구소 겸 농장을 운영하는 디그 인 Dig Inn(매출 3,780만 달러) 등이 있다. 시장 조사기관 NPD 그룹의 식품산업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포털래틴 David Portalatin은 "진정한 순수함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며 "소비자들은 최소로 가공한 제대로 된 진짜 음식을 원한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니즈를 충족하며,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샐러드 시장이 이처럼 성장하고 있지만, ‘건강식’은 여전히 버거와 감자튀김에는 역부족이다. 일례로, 맥도널드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8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미국 상위 14개 샐러드 회사들의 전체 연간 매출을 합한 것보다 10배 이상이 많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현상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겉으로는) 건강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먹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전국 레스토랑 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의 조사에서 대부분 응답자들이 밝혔듯, 그들의 소비 습관이 항상 말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포털래틴은 "소비자들이 지역산, 유기농, 비GMO(유전자변형) 농산물과 풀을 먹고 자유 방목된 가축 등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을 본다"며 "하지만 그들이 이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미국인들의 감소하는 외식 욕구는 두 번째 난관이다. NPD 그룹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지난해 평균 185차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2008년의 209차례보다 줄어든 수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확장을 원하는 샐러드 회사들은 다른 종류의 음식업계에서 더 많은 ‘시장 점유율(share of stomach)’을 빼앗아야 한다.

데일리 하베스트의 창업자 레이철 드로리는 채소를 대중에게 보급해주는 방법인 급랭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포춘US

세 번째 난관은 성장이 어떤 사업에서든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특히 부패하기 쉽고 박테리아에 취약할 수 있는 사업은 더욱 그렇다는 점이다. 전 세계 400대 식당 체인 중 절반 이상과 함께 일해온 컨설턴트 에런 앨런 Aaron Allen은 "식품 서비스에서 '신선'이라는 단어는 가장 돈벌이가 된다. 하지만 신선재료를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하는 일은 엄청난 도전과제"라고 지적한다. 적절한 사례가 있다. 치폴레 Chipotle는 더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 중심의 멕시코 음식을 대중에게 제공하려고 했다. 그런데 2015~2016년 많은 주에서 대장균(E. coli)이 발병하며 거의 파산할 뻔했다. 앨런은 "스위트그린은 지역에 집중한 독특한 브랜드다. 하지만 자칫 확장을 서두르면, 당초 특별했던 강점들을 일부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스위트그린은 작년 11월 2억 달러의 신규 투자유치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회사는 올 연말에는 레스토랑을 110개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그리고 (위워크 같은) 공유작업 공간과 사무실에 120개의 ‘소규모 매장(Outpost)’을 추가 운영하며, 온라인 주문 샐러드를 정기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첫 번째 기업 인수를 발표했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갤리 푸즈 Galley Foods라는 이 업체는 주로 신선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스위트그린은 IT 및 물류 전문성을 보강할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이 체인점이 점심시간 외에도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설립한 지 12년 된 회사는 잡초처럼 빠르게 자라고 있다(그건 그렇고, 최근 회사는 잡초를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 재밋은 현재 ‘쇠비름(Purslane)’이라는 잡초 요리법에 빠져 있다. 눈물방울 모양의 잎에서 고기 맛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영토 확장(Land Grab)’만으로는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 기술은 흔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들을 연상 시킨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핵심은 거래시간 등 각종 정보를 위조할 수 없도록 기록하는 데 있다. 이 정보는 여러 대의 컴퓨터에 분산 보관된다. 또한 돈과 신원, 그리고 당연히 음식도 추적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점심’ 얘기를 하면서 ‘블록체인’을 소환하는 것이 IT 유행어를 남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당신 입에 넣으려는 것을 정확히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능력이 있어야, 소비자의 실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술 덕분에) 확실히, 최상의 맛을 위해 채소를 추적할 수 있다. 게다가 대장균 발병의 근원처럼 문제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투명성’은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물론 소규모지만 지역에 집중하는 회사의 모토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재밋은 "우리가 자체 시스템에 실시간 추적능력을 갖추면, 완전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다른 여러 농장들과도 협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짐 워드 같은 거래 농장주를 10명 정도 더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스위트그린이 잘 알고 신뢰하는 농부들 말이다.

현재 샐러드 팬들은 스위트그린의 공급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공동 창업자들은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회사는 도미노 피자 추적기의 자체 버전을 만들 계획이다. 이 추적기의 진행 표시줄은 피자 제작부터 문 앞 배달까지 전 과정을 기록한다. 재밋은 "우리 추적기는 ‘존이 피자를 뒤집고 있어. 지금 배달 중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이봐, 당신 토마토 케일 시저 좋아하지? 당신이 전에 주문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어. 이 토마토들은 두 달 전에 케일 시저 묘종으로 재배한 거야. 비가 충분히 내렸기 때문에 아주 달콤해.. 앞으로 이틀간은 맛이 엄청 좋을 거야. 지금 당장 주문해!'라고 알려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스위트그린은 매달 평균 6건의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키운 브로콜리 잎과 유기농 당근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애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샐러드 토핑을 공급하는 수십 명의 소규모 농부들도 소개한다. 지난 4월 회사의 ‘오픈 소스 Open Source’ 뉴스레터는 캘리포니아 왓슨빌의 포럿 목장에서 농부 아르투로 산체스 Arturo Sanchez가 재배한 비트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는 1983년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왔다. 현재 자랑스러운 미국 시민이자 공동 목장주다. 그는 자신의 밭을 재래식에서 완전히 유기농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배고픈 직장인들이 정말로 샐러드 뉴스레터들로 가득한 편지함을 원할까? 스위트그린 공동창업자 네이트 루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소비자들은 식품이 어디서 오는지, 관련된 농부가 누구인지, 또는 토양 건강은 어떤지 더 자세히 알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증거로 고객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련의 최근 조사를 들었다. 고객들은 ‘토양 건강이 분명한 최대 관심사’라는 점을 재확인한 답변을 보내왔다.

재밋은 회사가 요리사 댄 바버 Dan Barber와 함께 개발한 새 품종의 호박을 언급하며 "우리가 코기너트 Koginut에 관한 메시지를 그렇게 열심히 보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위트그린은 작년 가을 배구공 크기의 갈색 호박 100개를 충성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입소문을 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 호박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적으로 최고의 맛을 알려주는 숙성도 지표’다(쉽게 설명하면, 그 호박은 수확할 때가 되면 색깔이 변한다. 재배하는 많은 농산물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재밋은 “우리는 주요 소비재 브랜드에서 나타나는 종류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예를 들어, 나이키 신발처럼 채소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길게 보면, 채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자헛과 맥도널드가 수년간 해온 것처럼, 음식을 행복과 즐거움으로 연결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는 새로운 고객 만족도 지표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들에게 자신이 먹는 모든 스위트그린 샐러드에 등급을 매겨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공동창업자 네먼은 "우버나 리프트처럼 하겠다는 것이다. 맛 평가를 근간으로, 더 좋은 점수를 받은 농장과 재료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어떤 농장과 재료들이 고객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트그린이 채소를 추적가능하고, 샐러드라는 음식을 트렌디하게 만드는 일에서 시장을 선점했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또한 편의성에 신경을 쓴다. 회사는 샐러드 체인점 중 최대 규모의 전국 영업망을 자랑하지만, 모든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미국의 한 가운데 중부 지역에는 매장이 없다. 인구 밀도가 떨어지고, 지역 농산물을 공급받기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상추요리 한 그릇 값으로 12달러를 기꺼이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데일리 하베스트 Daily Harvest 같은 회사가 등장했다. 이 업체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채식 위주의 생활양식을 판매하고 있다. 회사 설립자 레이철 드로리 Rachel Drori는 구독료 기반의 채소 식사를 제공한다. 채소를 급랭시켜 개별 서빙 컵에 포장(가격대는 6.99~7.75달러)한 후, 보통 전자레인지로 식사를 데워 먹는 고객들에게 직배송한다. 경쟁 관계에 있는 스위트그린과 그녀 모두 농산물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드로리는 스위트그린의 주문형(Made to Order) 샐러드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데일리 하베스트의 맨해튼 본사에서 회의 테이블에 몸을 기대며, 그녀는 "대도시 지역에서는 배달전문업체 포스트메이트 Postmate가 샐러드를 배달하는 데 여전히 한 시간이 걸린다. 주요 도시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안 좋다. 집이나 사무실을 떠나 어디론가 차를 몰고 갈 때는, 배달 주문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한다.

필자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15분간 여유가 있었는데 마침 배가 고팠다. 근처 스위트그린에서 샐러드 주문을 시도했다. 앱으로 아스파라거스와 꼬투리채 먹는 완투콩을 넣은 ‘봄 부라타 치즈 샐러드’를 주문했다. 간단하게 모바일 픽업 카운터로 가서, 14달러짜리 샐러드를 받아 그 한 그릇을 비우면 허기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제를 하려는 순간, 샐러드 준비에 (최소) 45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드로리는 필자의 이야기를 듣자, 아주 잘 알고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데일리 하베스트의 콜리플라워 밥과 김치 한 그릇을 제안했다. 그 음식은 곡물의 글루텐이 안 들어간 김치 볶음밥이었다. 대신 발효된 나파 양배추와 곱게 다진 콜리플라워 외에 케일, 당근, 파, 덜스 dulse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미역)가 재료였다. 4분 후, 필자는 더 이상 배고파서 화난 상태(Hangry)가 아니었다.

스위트그린은 도시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가치가 있는 샐러드를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반면, 드로리는 회사가 겨냥하는 시장은 “직거래 시장에 가서 음식재료를 준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지만, 시간 때문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데일리 하베스트는 전 세계 농부들과 협업한다. 회사는 그들에게 수확 후 몇 시간 안에 농산물을 냉동시키는 ‘질소 터널(Nitrogen Tunnel)’을 제공한다. 이 과정을 “개별 급속 냉동(Individual Quick FreezingㆍIQF)”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 덕분에, 데일리 하베스트는 전통적인 냉동식품에 가득한 방부제 폭탄을 제거할 수 있다. 스위트그린처럼, 이 회사도 채소 재배의 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전략에 차이가 있다. 드로리는 "우리는 '올해 당신이 쓰지 않을 아이디어를 알려달라. 함께 뭔가를 시험해보자'고 제안한다. 실제로 한 농부가 셀러리 수확량을 늘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와 협업한 덕분에, 이제 우리는 셀러리 뿌리의 유일한 냉동 공급망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2014년 데일리 하베스트를 설립하기 전, 드로리는 포시즌스 호텔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사, 온라인 명품 사이트 길트 그루프 Gilt Groupe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점심 시간을 놓치고, 오후 3시에 휴게실에서 생일 케이크나 먹는 일상 생활에 진저리가 났다. 그래서 이후 4,3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10만 명 이상의 가입자들에게 채소를 배송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시골의 ‘식품 사막(food deserts)’ 지역에 사는 탓에, 스위트그린 같은 동종업체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가입자들의 지역 분포를 분석해 보면, 도시와 시골 그리고 교외 지역에 사는 미국 인구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데일리 하베스트의 고객층은 이 세 지역에서 모두 성장하고 있다.

드로리는 "아칸소 교외에서는 천사채를 살 수 없다"며, "우리는 이 채소를 들어봤지만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겨냥한다. 그들이 아마존에서 구입하더라도, 한 봉지에 60달러를 내야 한다. 게다가 그것을 어떻게 해서 먹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투자은행가 출신 애덤 에스킨 Adam Eskin이 2011년 설립한 디그 인은 도심지에서 식당(28개가 주로 뉴욕과 보스턴에 있다)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스위트그린과 유사하다. 하지만 조리된 농산물에 초점을 맞추는 면에서는 데일리 하베스트의 운영 방식을 닮았다. 에스킨은 디그 인이 올해 최대 약 4,080톤의 채소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 잎사귀 채소의 판매비율은 아주 적을 전망이다. 대부분은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고구마가 차지한다.

약 9만kg의 채소는 디그 인의 자체 농장에서 재배한다. 회사는 뉴욕 체스터의 ‘검은 흙 지역 (Black Dirt Region)’에 약 2만평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에스킨은 그 농장을 “농업 연구소”라고 부른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씨앗과 다른 품종들을 테스트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호박, 후추, 비트, 눈콩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일종의 ‘비밀 연구’다. 농산물을 위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채소의 재배와 소비 과정을 혁신하려는 에스킨의 노력이 구현되는 장소다. 그는 "식량 체계를 재건하고, 향후 수십 년간 영향을 미칠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그 비전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채소’"라며, "우리 중 더 많은 사람들이 채소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면, 모두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경쟁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채소’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일 것이다. 블록체인과 개별 급속냉동법(IQF), 농업 실험이 채소 중심의 미래를 구현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먹는 사람들의 ‘미각(Taste Bud)’에 달려 있다. 스위트그린의 네먼 조차도 그것이 ‘단순한 샐러드를 뛰어 넘어 적절한 확장성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즉, 메뉴 확대가 자신의 체인점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 메뉴의 절반이 이미 따뜻한 음식들이다. 작년에는 브로콜리 감자튀김 같은 사이드 메뉴도 시험했다.”

워즈의 농장으로 다시 돌아가자. 이 농부는 5년 전 스위트그린 팬들을 위해, 농장이 주최한 저녁식사에서 찍은 사진들을 둘러보고 있다. 땅 밑에 블록체인 센서를 설치하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사진을 보면 와인도 있고 빵도 있었다. 분명 샐러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주요 샐러드 체인업체들: 샐러드를 비롯한 채소 위주 식사의 전문 제공 시장은 2014년 이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신규업체들이 ‘녹색’ 게임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선두 기업들의 핵심 정보를 소개한다.

-스위트그린 SWEETGREEN: 매출: 1억 5,820만 달러. 특징: 스마트폰 앱을 통해 유행하는 재료들—부라타 치즈, 자타르 허브 빵 부스러기, 멕시코식 길거리 옥수수—로 만든 채소 음식들을 손쉽게 맞춤제작, 주문, 결제할 수 있다.

-찹트 CHOPT: 매출: 9,810만 달러. 특징: 주문한 샐러드를 고명처럼 가늘게 썰어 판매한다. 최근에는 한국식 양념을 한 삶은 돼지고기와 멕시코식 닭요리 치킨 팅가 tinga 등 따뜻한 단백질 음식을 출시했다.

-디그 인 DIG INN: 매출: 3,780만 달러. 특징: 계절에 따라 ‘시판 채소(Market Vegetable)’로 만든 따뜻한 음식들을 주로 판매한다. 대다수 채소들은 자체 농장에서 재배한다. 음식의 느낌은 샐러드보단 레스토랑용 사이드 메뉴에 가깝다. 마늘 콜리플라워와 꽈리고추를 생각해보라.

-데일리 하베스트 DAILY HARVEST: 매출: 추정 불가. 특징: 급랭 채소와 과일로 만든 음식과 스무디를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배달한다. 다시마와 면역력을 높이는 약초버섯 같은 이국적인 음식을 실험하고 있다.

출처: 테크노믹(모든 매출은 2018년 추정치)

번역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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