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04 14:42 (수)
[포춘US]FORTUNE 500 / 더 낳은 배터리 제조를 위한 경쟁
[포춘US]FORTUNE 500 / 더 낳은 배터리 제조를 위한 경쟁
  • JEFFREY BALL 기자
  • 승인 2019.08.05 10:5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ORTUNE 500 ENERGY SECTOR STORY

◆포춘 500대 기업 섹터: 에너지, 매출: 1조 6,000억 달러, 영업이익: 1,107억 달러, 고용 인원: 81만 8,830만 명, 총 주주수익률(2008~2018년 평균): 9.2%

재생에너지는 글로벌 경제를 재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한 저장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배터리의 ‘양극 코드’를 풀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들을 만나보자. By JEFFREY BALL

SK이노베이션 R&D 센터의 봄날 아침 풍경은 처음에는 모든 것이 평온하게 보였다. 이 회사는 한국 최대 제조 대기업 중 한 곳이다. R&D 센터는 한국 정부가 기술 중심지로 구축한 대전시 대덕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거리인 대덕은 쾌적한 계획 소도시다. SK의 광활한 연구단지는 화려한 건축잡지에 등장할 만한 세련된 현대식 유리 및 강철 구조 건물들이 수 놓고 있다. 건물 한 곳에는 도서관이 있다. 책상들 위에는 창의력을 북돋기 위해 두꺼운 방습지(butcher paper)와 포스트잇 메모지가 즐비하게 놓여 있다. 또 다른 건물에는 에스프레소 바가 위치해 있다. 엔지니어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줄을 선다. 밖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새들이 지저귀고, 분홍색 벚꽃이 만발해 있다. 

SK의 R&D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황재연 부문장이 기아 전기차에 필자를 태우고, 센터를 돌다가 언덕 꼭대기에 멈춰섰다. 우리 앞에 7층 높이의 정육면체 K-8 건물이 나타났다. 무광의 은색 외장으로 뒤덮인 이 건물에는 창문이 전혀 없다. 이 건물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표시는 한쪽 벽의 상단 모서리에 있다: 바로 익숙한 물건(배터리)을 오렌지색 양식의 윤곽으로 처리한 것이다.

황 부문장이 “센터 내 다른 건물 4곳과 건설 중인 건물 1곳도 배터리 연구용”이라고 설명하기 전까진 K-8이 다소 특이한, 마치 싸구려 보석처럼 보였다. SK는 배터리 연구를 위해 수 백 명을 채용하고 있고,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필자가 K-8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자, 그는 "이 지역에선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고 제지했다.

SK는 한국 최고(最古)의 정유업체로서, 유서 깊은 ‘기술적 혈통’을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R&D 센터를 구축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현재 이 석유화학 회사는 전기자동차에 미래를 걸고 있다. SK는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 특히 폭스바겐 AG와 손을 잡고 있다. 이 회사는 치명적인 스캔들—디젤차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배출가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을 겪은 이후,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제품 라인업의 상당수를 석유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SK는 폭스바겐은 물론 다임러 AG—2022년까지 순수 전기차 10종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와 중국 최대 순수 전기차 제조업체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등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과도 대규모 계약을 했다. 아울러 중국과 유럽,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들을 짓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공장은 애틀랜타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SK는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정도 금액은 다양한 변신을 거듭해온 대기업 SK에게도 엄청난 규모다. 이 회사는 지난 50여 년간 땅 속에서 빨아들인 검은색 금(석유)의 가공에 주력해왔다. 황 부문장은 SK의 배터리 사업에 대해 "요즘 주문량이 엄청나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 간, 개선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경쟁은 가전제품에 국한되어 있었다. 분명 성장하는 사업이었지만, 자본주의 경제를 재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현재 도로 위 전기차와 전력망의 재생가능 전기가 대세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업그레이드 된 배터리를 생산하려는 경쟁은 기업들에겐 지정학적 데스 매치 death match로 격화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다국적 기업들(특히 자동차 거물들)과 주요 석유업체들, 전력 생산업체들 상당수가 갑자기 이 경쟁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저장을 ‘몽상’이라고 일축했던 그들은 이제 이를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즉, 활용하지 않으면 철저히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쟁이 세계 주요 경제대국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 국가들은 21세기 에너지 저장의 지배가 19세기 석탄과 20세기 석유의 장악과 유사하게 보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징후는 배터리 기술 경쟁이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배터리 전문가인 제프리 체임벌린 Jeffrey Chamberlain도 오늘날의 변화가 숨막힐 정도로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몇 년 동안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배터리 연구를 이끌며,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에서 일했다. 현재 그는 시카고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 펀드 볼타 에너지 테크놀로지스 Volta Energy Technologies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이 펀드는 배터리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운 전력, 석유, 그리고 다른 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후, 에너지 저장기술 신생기업들에 투자한다. 체임벌린은 "신재생 에너지가 이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때문에 이들은 투자를 헤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한편 중국은 세계 최고의 배터리 산업을 전략적 국가적 우선과제로 선언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유인책을 쏟아내고 있다. 체임벌린은 "그게 무슨 뜻일까? 그들이 과연 배터리업계의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로 부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례를 찾기 힘든 수십 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배터리 연구개발로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늘날 배터리는 한 세대 이전 반도체처럼, 일종의 기술적 목표가 되고 있다. 특히 신생기업들을 향해 빠르게 자금이 흘러 들고 있다. 각각의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경쟁자들보다 ‘에너지 저장 블랙박스(배터리)’의 코드를 더 잘 해독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이 엄청난 돈은 기술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다국적 기업, 다음 ‘대형 홈런’을 원하는 벤처캐피털 기업, 그리고 지구를 구하고 싶다는 다수의 억만장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에서 흘러 들고 있다.

일부 신생기업들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다수가 실패를 맛볼 것이다.  어느 쪽이 됐든, 그들은 배터리 경쟁의 선두주자들이다. 이 안에서 먹고 먹히는 잔인한 혈투가 펼쳐지고, 그 결과 담대한 제품은 더욱 돋보일 공산이 크다. 그리고 장기적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이 신생기업들은 또한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대기업들보다 더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투자에 더 굶주려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오늘날 글로벌 배터리 경쟁은 두 축으로 나뉘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경쟁이다. 에너지 데이터 전문업체 우드 매켄지 Wood Mackenzie는 이 시장가치가 2017년 130억 달러에서 2024년 410억 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확대 전망으로 인해,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네바다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회사는 ‘기가팩토리’라고 부른다—을 짓고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모든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SK와 다른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대부분 아시아에 본사가 있다—에 대량 주문을 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허를 찔렸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단호하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또한 기술적 진보를 약속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또 다른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바로 전기 그리드 배터리를 둘러싼 경쟁이다: 공장 크기의 이 장치는 한 번에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기술은 석탄과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기후를 변화시키지만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에서, 태양과 바람(깨끗하지만 항상 에너지를 얻을 수는 없다)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현재 이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즉, 시장의 위험은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탐구심이 강한 일단의 과학자들—빌 게이츠 후원 재단과 사우디 아람코 정유회사 등 자금력이 뛰어난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은 자신들의 장기 에너지 저장 장치를 시장에 먼저 출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중국 우시의 앰프리우스 공장에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양극과 음극을 융합하는 기계를 돌리고 있다. 사진=포춘US

이 두 가지 경쟁에는 일부 기업가와 그들을 지원하는 투기적인 투자자들의 운명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달려 있다. 바로 글로벌 경제의 미래다.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이 천둥번개가 치는 폭풍우 속에서 열쇠를 연에 매달아 날린 이후, 전기는 대량 저장이 어려운 것으로 판명됐다. 여전히 자동차가 탱크에 쉽게 저장이 가능한 기름으로 달리는 이유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전기를 발생지에서 소비하는 곳까지, 수백 혹은 수천 마일이나 되는 거리를 보내기 위해 여전히 송전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도 대부분의 전기를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환경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화석연료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스위치만 누르면 시스템이 작동하고 불이 켜진다.

저비용으로 전기의 대량 저장이 가능하다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석유로 움직이는 일반 차량보다 부품 수가 적어 당연히 제조비가 더 적게 들어가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을 대체할 수 있다(물론 ‘규모의 경제’를 충족해야 한다). 또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풍력을 전기로 저장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적정한 비용으로 간헐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 상수처럼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 교통과 전기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류의 탄소 배출량은 실제로 급락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특히 위험한 기후 변화를 피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21세기 중반까지 근본적으로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기존 기업들이 앞다퉈 신사업 모델을 모색함에 따라, 경제적 승자와 패자를 가를 대대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자동차 회사들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석유회사들은 최소한 중요한 부분에서 재생에너지 제공업체로서,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새로운 분산형 사업으로 진로를 수정해야 한다(이들은 그 동안 엄청난 숫자의 태양열 패널과 풍력 터빈 및 배터리를 집중 운영해왔다). 결론적으로 전기를 경제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파악해야 글로벌 경제를 전면 재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건 가능한 일일까? 지난 봄 필자는 그 해답을 찾느라,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했다. 캘리포니아 북부를 차로 돌아다니고,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빈 것이다. 필자는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중국, 한국을 방문했다. 그 곳에서 스타트업들은 위로 올라가려고, 일반 기업들은 밑으로 추락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봤다. 이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는 그 문제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좀 더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오늘날 에너지 저장은 거품이 일고 있는 모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기본 구조상 간단한 장치인 배터리는 4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성된다. ▲음극이라 불리는 양전극 ▲양극이라 불리는 음전극 ▲이를 연결하는 물질(일반적으로 액체로 전해질이라 불린다) ▲그리고 분리기로 알려진 막(membrane)이다. 이 분리막은 ‘단락회로(short circuit)’에서, 특정 입자가 한 전극에서 다른 전극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지한다. 화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일부 삼성 휴대폰에서 발생한 연속 화재는 너무 얇은 분리막이 문제가 됐다.

배터리가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면, 그 내부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즉, 원자를 양전하를 띤 입자(이온)와 음전하를 띤 입자(전자)로 분열시킨다. 이온과 전자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동시에 이동하지만, 서로 다른 흐름에서 움직인다. 이온은 배터리를 통해 움직이는 반면, 전자는 기기에 회로를 만들어 전력을 공급한다.

재래식 배터리에서는 모든 이온과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 배터리가 방전된다. 하지만 충전용 배터리는 새로운 전기를 얻기 위해 연결할 수 있다. 기기를 다시 구동하기 위해, 이온과 전자를 양극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배터리 연구의 주요 목표는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즉, 특정 부피나 무게의 배터리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다. 그것은 주로 양극이 유지할 수 있는 이온의 숫자에 달려 있다. 이온이 많을수록 배터리는 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전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늘날 배터리 연구에서는 이온과 전자가 가장 중요한 두 축을 구성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오늘날 거의 모든 배터리가 같은 원소(리튬)에서 이온을 얻는다는 점이다. 리튬은 특히 ‘빛’ 원소다. 리튬의 이온들이 매우 작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 중 특히 많은 양이 양극에 빽빽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늘날 아이폰에서 테슬라 전기차까지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동된다.

또 다른 사실은 오늘날 배터리 연구에서, 개선된 양극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양의 리튬 이온을 수용할 수 있는 양극이 목표다.

슈퍼 양극(super-anode)을 완성하려는 많은 유망기업 중에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10년 차 스타트업 앰프리우스 Amprius도 있다. 이 기업은 대부분 사업을 중국에서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투자자들은 그 동안 앰프리우스에 1억 4,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실리콘밸리의 두 벤처캐피털 회사 트라이던트 캐피털 Trident Capital과 클라이너 퍼킨스 Kleiner Perkins, 중국 사모펀드 회사 SAIF 파트너스, 국영 투자기업 우시산업개발그룹 Wuxi Industry Development Group(앰프리우스는 우시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이 그 주인공들이다. 많은 스타트업들과 달리 앰프리우스는 이미 배터리를 생산해 유수의 고객사들에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캉쑨 사장 Kang Sun은 “작년에 약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은 여전히 취약하며,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는 "우리는 아직 숲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쑨은 기술업계에서 평생을 보낸 베테랑이다. 단정한 머리와 잘 다림질한 셔츠 차림의 그는 직설적인 대화를 좋아한다. 중국에서 자란 그는 브라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허니웰에서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그 이후 JA 솔라 JA Solar—오늘날 세계 최대 태양전지판 제조업체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설립을 돕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사는 그는 테슬라를 몰고, 전 세계를 끊임없이 날아다닌다. (실리콘밸리와 중국 사이의) 태평양을 횡단해야 하는 배터리 스타트업 대표로서, 그는 현재 맡은 일이 “이제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라고 토로한다. 그와 함께 보낸 몇 시간 동안, 그의 입에서 계속 한 문장이 튀어나왔다. 그는 “쉽지 않다”는 말을 주문처럼 거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가령 “배터리 기술은 쉽지 않다”는 식이다.

그의 탄식을 자아내는 주범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슈퍼 양극의 난해함이다. 

대부분의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은 값싸고, 매장량이 풍부한 물질인 흑연으로 만든다. 하지만 다른 많은 스타트업들처럼, 앰프리우스도 실리콘으로 양극을 만들려 시도 중이다. 이론적으로 실리콘은 흑연보다 그램당 10배나 많은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라는 말에 거대한 함정이 있다. 실리콘이 리튬 이온 축적물질로서 가진 장점은 커다란 단점이기도 하다: 실리콘에 리튬 이온을 다량으로 채우면 부풀어 오른다. 이 팽창은 양극 물질을 깨트리고, 엄청난 에너지를 저장해야 할 배터리의 수명을 극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뷔온익스의 ‘유동’ 배터리를 탑재한 선적 컨테이너들의 모습. 이 유동 배터리들은 사진 속 풍력 터빈이 매사추세츠 주 우스터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한다. 사진=포춘US

10여 년 전, 스탠퍼드 소재과학 교수 이 큐 Yi Cui는 양극에서 실리콘의 팽창을 막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실리콘의 구조를 활용한다. 나노 크기의 실리콘 구조는 위로 향한 빗의 짧고 빳빳한 털(강모) 한 가닥을 닮았다. 이 큐 교수가 연구실에서 실시한 실험은 중요한 사실을 입증했다. 각각의 실리콘을 리튬 이온으로 채운 가운데, 실리콘이 다른 강모에 부딪치고 양극을 깨지 않고도 팽창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앰프리우스는 ‘실리콘 나노와이어’로 알려진 이 개념을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쑨은 곧 CEO로 취임했다. 그는 앰프리우스의 틀을 잡는데 몇 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 이후에는 상당한 수익을 보고 회사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를 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곤경에 처해 있다. 그는 “우리는 30배 더 크게 확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앰프리우스의 기술연구 허브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Sunnyvale 에 있다. 평범한 산업단지 내에 있는 이 곳은 벙커처럼 생긴 널찍한 공간이다. 벽에는 흠집이 있고, 가구들은 (실제는 그렇지 않더라도) 렌트한 것처럼 보였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밑 바닥에는 얼룩이 잔뜩 묻어 있는 판지 시트가 깔려 있었다. 올 여름 앰프리우스는 다른 사무실로 이사할 예정이다. 임대차 재계약을 못한 탓이다. 하지만 임대료는 더 낮아질 것이다. 앰프리우스에서 돈은 생명체의 안락함(직원 복지)에 쓰이지 않는다. 대신 과학과 제조(연구개발)에 사용된다.

서니베일 본사 연구실에는 앰프리우스가 보물처럼 여기는 자산이 있다: 방 크기의 이 기계—앰프리우스가 설계하고 회사가 요구한 규격에 따라 유럽에도 만들었다—는 실란 가스와 다른 가스의 혼합물을 금속기판에 분사한다. 그 결과로 생긴 화학 반응이 실리콘 나노와이어들을 만들어낸다. 은화 1달러 직경의 기계 구멍으로 엿볼 수 있는 가스 주입 과정은 마치 보라색 안개처럼 보인다. 이 모든 과정이 복잡하고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가스의 구성, 가스가 주입되는 압력과 온도, 금속 기판이 기계 내부의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속도 모두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일단 기계에서 양극 물질이 나오면, 전함의 회색을 띤 양면의 두루마리 한 면당 1평방 센티미터에 약 20만개의 실리콘 나노와이어들을 포집한다. 그리고 이 나노와이어들을 각각 나눠 작은 실험실들로 보낸다. 이 곳에서는 흰색 가운과 파란색 수술 마스크를 착용한 작업자들이 거의 수작업으로 배터리를 조립한다. 앰프리우스는 이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난 배터리가 기존 리튬 이온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60% 높다고 설명한다. 한 가지 단점은 기존 배터리만큼 많은 방전과 충전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앰프리우스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앰프리우스의 최첨단 배터리는 미 육군의 관심을 모았다. 미군은 현재 이 배터리를 군복에 사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야전 장비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군인들이 배터리를 장착한 의복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최대 구매 고객은 에어버스 Airbus다. 이 회사는 제피어 Zephyr라 불리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고도 유사 위성, 즉 HAPS라는 무인기에서 배터리들을 시험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앰프리우스 배터리를 탑재한 에어버스 비행체 1대가 25일 이상 비행하며, 성층권 비행의 지속능력과 고도 기록을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쑨에게 에어버스 계약은 생명줄이자 황색기 /*역주: 자동차 경주에서 코스 위에 장애물이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기/이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터무니 없는 고가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 가격은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서니베일에서 제작한 배터리가 고급 양복점이 늘어선 런던의 새빌 거리(Savile Row)에서 맞춘 양복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개인맞춤형이고 비싸지만, 그래서 위기에 처해 있다. 쑨은 캘리포니아 사업에 대해 “규모를 키우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에어버스는 앰프리우스가 제시하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회사는 현재 보잉을 포함한 경쟁업체들을 앞지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공위성의 저렴한 대안과 실현 가능한 전기동력 항공택시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려는 목적이다. 에어버스가 서니베일에 설립한 혁신센터 A3—앰프리우스에서 멀지 않다—의 마크 커즌 Mark Cousin CEO는 “뛰어난 차세대 배터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하는 스타트업들이 수 백 개나 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앰프리우스 외에 “중단기적으로 제품화할 수 있을 만큼 성숙도 있는 기술에 근접한 회사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한편, 앰프리우스는 중국에서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CEO 쑨이 성장한 남부 대도시 난징에 또 다른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앰프리우스는 이 곳에서 자신들의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술보다는 덜 희귀한 양극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 수준보다는 발전된 기술이다. 이 양극 물질은 나노 크기의 실리콘 구조로, 가루로 만든 다음 전통적인 흑연 가루와 결합한다. 그 결과 발생하는 흑연-실리콘 혼합물은 기존 배터리 공장에서 처리한다. 어느 정도 실리콘을 증가시키는 이 물질은 보통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최대 15%까지 높인다. 실리콘 나노와이어 소재의 개선된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필자가 난징을 방문한 날 아침, 수십 개의 실리콘 가루 주머니가 금속 선반 위에 쌓여 있다. 문외한인 내 눈에는, 마치 굵게 간 커피처럼 보였다. 다만 커피와 갈색이 달랐다. 어떤 사람들은 프렌치 로스트를, 또 다른 사람들은 좀 더 밝은 색의 혼합물을 떠올렸다. 앰프리우스는 테스트를 위해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등 여러 자동차 업체에 이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16년 자체 설립한 인근 우시의 한 공장으로도 이 가루를 보낸다.

필자가 우시 공장을 방문했을 때, 아동용 스마트워치와 소비자용 배터리 팩을 위한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또 중국 드론업체들을 위해 배터리를 생산한다. 나를 안내하기 위해 파견된 과학자 촨신 자이 Chuanxin Zai는 최근 시계 배터리 계약을 따낸 것이 특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중 한 곳인 중국 ATL(Amperex Technology Ltd.)과 에너지 밀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는 것이다. 자이는 우시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 받는 또 다른 고객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 회사가 추운 날씨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 배터리를 사용한다”며 “그리고 티벳에서 이 의료용 기계를 중국군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뷔온익스의 유동 배터리를 테스트하는 장치. 이 배터리들은 에너지 저장을 위해 탱크 내 화학물질을 활용한다. 사진=포춘US

이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사업을 벌이는 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직면한 민감한 상황을 시사한다. 쑨은 “양국 간 긴장 속에서, 앰프리우스는 투자자와 고객으로서 누구를 받아들일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시민인 그는 미국식 삶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업은 사업이다: 앰프리우스는 3,000만 달러의 투자유치를 막 끝냈는데, 이 모든 자금은 중국 투자자들로부터 나왔다. 쑨은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필자에게 제2의 조국인 미국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쑨처럼, 데이비드 뷰 DAVID VIEAU도 배터리 회사를 세우기 위해 수십 년을 투자한 기술업계 베테랑이다. 하지만 쑨과 달리, 그는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뷰가 설립 과정에 참여한 리튬 이온 회사 A123 시스템스는 날개 없는 추락 끝에 지난 2012년 파산신청을 했다. 2000년대 초반 설립 이후, 회사는 민간 자본으로 3억 5,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아울러 미국 납세자들과 공동으로 조성한 매칭 그랜트 펀드 matching-grant funds /*역주: 지원 받는 세금만큼 기업도 같은 금액을 기부한다/ 1억 2,900만 달러를 사용했고, 2009년에는 상당히 고평가 된 기업공개를 통해 약 3억 9,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A123은 GM과 다른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낼 것을 전제로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아침에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가 특정 배터리들을 리콜한 조치도 악재로 작용했다. 파산 와중에, 비판가들은 A123을 “미국이 국내 청정 에너지 산업에 어리석게 보조금을 지급한 대표적 사례”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A123의 배터리 사업 대부분은 2013년 중국 자동차부품 회사 완샹 그룹 Wanxiang Group에 매각됐다. 중국은 당시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할 배터리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시작했다.

A123 폭발사고에 놀란 뷰는 배터리 사업은 이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오늘날 그는 레드 오션 속에서 싸우는 배터리 스타트업을 다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리튬 이온 기술의 완성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그것을 완전히 꺾으려 하고 있다.

뷔온익스 에너지 Vionx Energy의 CEO를 역임했던 뷰는 현재 회사 이사를 맡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교외 우드번 Woburn에 본사를 두고 있다. 주로 벤처캐피털 기업들인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뷔온익스와 이전 회사에 약 1억 3,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뷔온익스—뷰는 사명(社名)에 대해 “다소 멍청하게 들리는 이름이지만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한다—는 현재 완전히 다른 종류의 배터리를 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시간 동안 막대한 재생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말이다. 당연히 수익이 기대된다. 뷔온익스는 그리드 저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뛰어든 회사 중 한 곳이다. 이 기술은 배터리라기보다, 기능과 크기 면에서 오히려 전력발전소와 유사하다.  

그리드 저장 신생기업들은 리튬 이온 경쟁사들처럼 나노 크기의 최첨단 물질에 수정을 가하는 대신, 금속 슬래브와 산업용 펌프, 파이프로 작업을 한다. 아울러 한번의 수천 갤런씩 거대한 탱크에 쏟아 부은 화학 혼합물도 활용한다. 

뷔온익스가 보유한 특정한 장치는 “유동 배터리(flow battery)”/*역주: 전기화학적 저장배터리의 일종으로, 이 안에서 전해액이 연결된 탱크 사이로 흐른다. 보통 풍력발전 단지처럼 간헐적인 공급업체의 전기를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라고 불린다. 이 유동 전지를 규모에 맞게 가동하면, 최대 10시간의 경제적 저장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탱크 용량이 크면 그 시간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이 배터리는 에너지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그 규모를 확대하려는 무수한 노력들이 실패한 탓이다. 기술이 엉성하기도 했고, 화석연료 그리드는 저장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뷰는 두 가지 근본적 변화—기술의 발전과 재생 에너지 가격의 급락—가 지속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태양열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70%나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저렴해진 풍력 발전과 함께 에너지 저장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아울러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그리드 규모의 저장 시스템—배터리와 이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나머지 장비세트—가격도 2010년 이후 85% 급락했다(왼쪽 박스 기사 참조).

심각한 상황에 처한 전력회사들은 현재 그리드 저장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포춘 500대 기업 93위에 오른 엑셀론 Exelon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매출 359억 달러를 기록한 이 회사의 고객은 무려 1,000만 명에 이른다. 현재 대형 배터리로 실험 중인 엑셀론은 배터리 기술 투자사 볼타 Volta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엑셀론의 기업 전략 수석 부사장 크리스 구드 Chris Gould는 “태양열과 저장 에너지로의 이동이 가속화할 것이며, 엑셀론은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잠깐 현실을 따져보자: 현재까지 저장 장치는 그리드에 아주 적은 양의 전력을 제공할 뿐이다. 우드 맥켄지에 따르면, 작년에는 약 6,000메가와트시의 전기가 공급됐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말이다. 포클랜드 제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드 매켄지의 예상대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그리드 저장시장의 경제적 가치가 8배 증가한다고 해도, 그 시점에서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 가치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그리드 저장소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보통 정부 보조금과 법률적 의무조항 덕에 탄생한 경우가 많다. 이런 지원 외에도, 그리드 저장소는 재생 에너지가 최대한 경제적 이점을 볼 수 있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같은 곳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강렬한 햇빛과 바람이 있고, 화석연료 전력 가격이 매우 높은 곳들이다.

오늘날 부족한 그리드 저장량을 벌충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전 세계적인 문제다. 뷰는 뷔온익스가 이 기회를 잡길 희망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작은 포장에 많은 에너지를 담기 때문에 장난감과 시계, 전화기, 전기차 같은 이동식 제품의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드 규모의 리튬 이온 설비는 일반적으로 재충전을 할 때까지, 불과 몇 시간 분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에너지도 태양열이나 풍력 발전이 예기치 않게 감소할 경우, 더 많은 화석연료 전기를 발전해서 뽑아낼 때까지 전력망을 안정화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글로벌 전력 시스템을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바꾸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뷔온익스는 자사 기술이 한 가지 가능한 해답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매사추세츠 주 시험장 3곳에, ‘유동 배터리’를 탑재한 선적 컨테이너의 시제품들을 배치했다. 이 곳에는 펌프와 파이프, 플라스틱과 금속들이 마치 미로처럼 얽혀 있다. 뷰는 “루브 골드버그 Rube Goldberg”/*역주: 복잡한 장치들을 그리기로 유명했던 미국 만화가로, 너무 복잡해 실행 불가능한 대상이나 상태를 의미한다/라고 묘사한다.

뷔온익스 배터리는 매사추세츠 주 셜리 Shirley에서, 중국제 태양열 발전단지와 연결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가동되면 16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할 것이다. 필자는 늦은 오후에 그 장소를 방문했다. 너무 추워서 메모를 할 때 손이 곱을 정도였다. 필자의 눈에 이 시스템은 거대하게 보였다. 지금까지 주머니 정도는 아니더라도, 배낭에 들어갈 크기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익숙한 탓이다. 하지만 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뷔온익스 시스템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발전소 크기는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장난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뷔온익스는 연구실이라기 보다는 상업용 차고처럼 보이는 워번 소재 본사에서, 이런 시스템을 설계하고 조립한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욕조들은 몸을 담글 수 있을 만큼 크다. 하지만 배터리 산(酸)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엔지니어링 부사장 샤자드 버트 Shazad Butt가 필자를 안내했다. 그는 포드 모터스에서 몇 년간 일한 후, A123를 거쳐 뷔온익스로 옮긴 자동차 전문가다. 버트는 무미건조한 미시간 억양으로 필자에게 리튬 이온 배터리가 “저장 에너지의 페라리라면 우리 시스템은 대형 트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뷔온익스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United Technologies가 개발한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 기술은 화학 혼합물에서 금속 성분의 바나듐을 에너지 운반체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두 가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공급이다. 바나듐은 가격 변동성이 큰 글로벌 상품이다. 지금 당장은 가격이 비싼 탓에 뷔온익스의 수익성을 잠식한다.

또 다른 문제는 수요다. 그리드 저장 시장을 형성한 정부 정책은 주로 리튬 이온 시스템을 지원하는데 집중됐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약 4시간의 백업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저하돼 몇 년 마다 교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뷔온익스 시스템의 규모는 약 10시간 분량의 저장에서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갖도록(아울러 근본적인 성능 저하 없이 20년 이상 지속되도록) 최적화 돼 있다.

이 육중한 시스템은 더 높은 초기 자본 비용을 요구한다. 이런 투자는 더욱 많은 시간의 전기를 판매해 상각할 때만, 기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고작 4시간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뷔온익스 시스템을 구매하는 것은 담배불을 붙이기 위해 소형 발화 장치(blowtorch)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뷰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흰 식탁보가 깔려 있다)에서, 굴과 생선 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며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또한 익숙한 장면이다. A123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뷔온익스에서도 거의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즉, 그는 회사의 에너지 저장 장치가 기술적으로 완벽한 준비가 됐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시장은 적어도 지금 당장은 원하지 않는다. 그는 “관건은 ‘신재생 에너지와 저장 에너지가 석탄보다 싼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대답은 '그렇다'이다”라고 강조한다. 뷰는 프랑스산 샤르도네 와인을 홀짝이며 “나는 전기차가 막 태동하던 2004년처럼, 지금도 이것이 현실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이 되는 그때가 언제냐는 것?”이라고 반문한다. 

뷔온익스는 그 딜레마와 씨름하는 많은 그리드 저장 유망기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른 대표적 기업은 폼 에너지 Form Energy이다. 이 신생기업은 일부분 MIT 소재과학 교수 옛밍 치앙 Yet-Ming Chiang—뷰가 A123에서 근무할 때 기술적 마인드를 깨우쳐 준 멘토다—의 실험실에서 탄생하고 성장했다. 폼은 현재까지 약 1,1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39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다른 투자자들 중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10억 달러 규모의 청정 에너지 기술 펀드 ‘혁신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와 다른 유명 글로벌 억만장자, 사우디 정유거인 아람코 등이 있다.

폼은 합리적인 가격에, 획기적으로 시간을 늘린 저장 에너지를 공급하기를 희망한다. 10시간 정도가 아니라 며칠 혹은 심지어 몇 주 동안 장기간이다. 회사 경영진은 이런 장기 에너지 저장이 실제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줄일, 그리드 상의 재생 에너지 비율에 도달하는 데 필요할 것이라 설명한다. 폼이 따낸 연방 보조금은 유황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쓰였다. 치앙 교수는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양지바른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다만 폼이 상용화 하려는 저장 장치가 유황을 사용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며 “유황은 가장 매력적이고,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분자 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구에 풍부하다’는 뜻을 비과학적으로 해석하면 저렴하다는 의미다.

치앙의 사무실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필자는 몰타 Malta라는 기업을 방문했다. 이 신생기업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비밀연구조직 X에서 작년에 분사했다. 폼처럼 스탠퍼드대학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몰타는 며칠 이상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거대한 탱크와 펌프를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은 에너지를 열로 저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배열 방식이 더 경제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혁신 에너지 벤처스’와 스웨덴의 열교환 장비 제조업체, 중국의 재생 에너지 생산업체들이 주요 투자자들이다.

마치 스타트업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기업처럼, 몰타는 케임브리지의 공유작업 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곳에서는 콜드브루 커피와 콤부차를 무료로 맘껏 마실 수 있고, 각각의 회의실에는 역사적인 대규모 토목공학 사업의 이름이 붙어 있다. 회사 최고경영자 람야 스와미나단 Ramya Swaminathan은 “약 5년 후에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점은 몰타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위해, 복잡한 기계를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 현재는 우리 모두 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그리드 저장 신생기업과 필자가 방문한 리튬 이온 배터리 회사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기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회사들은 훨씬 더 혼란스러워 보인다. 시장은 지금 당장 개선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워번으로 다시 돌아가면, 뷔온익스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 다른 배터리 스타트업 몇 곳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 한 곳이 말수가 적은 소재 과학자 마이클 짐머먼 Michael Zimmerman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아이코닉 머티리얼스 Ionic Materials이다. 필자가 방문한 아침, 짐머먼은 L.L. 빈 L.L. Bean 브랜드의 양털 재킷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그는 커리어 내내—그 유명한 기업연구 기관 벨 랩스 Bell Labs에서도 몇 년간 일했다—플라스틱 연구에 천착해왔다.

짐머먼은 거의 10년 전에 이미, 개선된 배터리용 중합체(polymer)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상온에서 이온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중합체를 고안했다. 짐머먼은 “이로 인해 액체 전해질이 필요 없는 배터리, 즉 ‘고체 상태’ 배터리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더 안전하고, 심지어 에너지 밀도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이오닉 머티리얼즈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 한국 자동차 회사 현대 등 강력한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를 받고 있다. 다른 투자자들로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일본 대기업 히타치와 에너지 저장 펀드 볼타가 있다.

약 50명으로 구성된 짐머먼 팀은 중합체를 더 얇고, 튼튼하고, 균일하고,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향후 몇 년 내에, 모든 생산 준비를 마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한다. 정면에 ‘우리는 과학을 믿는다(In Science We Trust)’라고 쓰인 벽시계 밑에 앉아 있던 짐머먼은 빈 커피잔으로 테이블을 두드린다. 그러더니 “이건 통념을 뛰어넘는 급진적인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이코닉 머티리얼스에서 1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분명 좀 더 대담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솔리드 에너지 시스템스 Solid Energy Systems가 자리하고 있다. 회사 설립자 치차오 후 Qichao Hu는 “고체 상태의 배터리가 더 안전할 수는 있지만, 충분한 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 개념을 비웃었다. 그는 실리콘 양극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중국 우한에서 성장한 후(33)는 MIT에서 학사,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배터리 연구원들이 오랫동안 ‘성배’로 여겨온 것을 상용화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즉 양극 자체를 리튬 금속으로 만들어, 실리콘보다도 리튬 함량을 크게 늘인 양극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 안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리튬 금속 배터리는 특성이 있다. 즉, 충전 중에 분리기를 관통할 수 있는 물질을 양극에 축적한다. 단락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후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가 자신의 배터리가 현재 시판 중인 제품들보다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후는 이 배터리를 “리튬 이온을 넘어선 제품”이라고 부르며, 내년부터 드론용으로 판매하기를 희망한다. 그는 필자에게 “차에도 불이 붙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산다”라며 “그래서 (배터리의 화재 가능성은) 큰 문제가 안 된다”라고 강조한다.

후는 말도 빠르고 일도 빨리 한다. 그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기업공개를 추진하려 한다. “리튬 회사를 넘어선 첫 번째 회사가 상장되면, 모든 투자금을 빨아들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1등이 되고 싶어한다.”

후는 워번에서 아침 7시 30분에 가진 인터뷰에 몇 분 늦게 도착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여행용 머그잔이 들려 있었다. 그가 매주 출퇴근하는 뉴저지 자택에서 사무실까지, 3시간 반을 운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둘 다 이해할 만하다.

그는 구겨진 파란색 면 바지와 파란 먼지투성이의 작업용 부츠를 신고 있었다. 일주일에도 똑 같은 차림이었다. 필자는 당시 상하이에서 후를 만나, 솔리드 에너지가 자딩 Jiading에 짓고 있는 공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 곳에는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도 자리잡고 있다. 후가 이 지역—갓 칠한 페인트 냄새가 여전히 코를 찔렀다—을 도보로 누비는 동안, 그의 뒤를 따르는 무리가 있었다. 총 9,000만 달러를 솔리드 에너지에 쏟아 부은 몇몇 투자사들의 대표들이었다. SAIC 모터(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와 또 다른 중국 회사 티엔치 리튬 Tianqi Lithium(전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한 곳)이 대표적인 투자자들이다. 솔리드 에너지의 또 다른 투자사로는 GM과 SK가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배터리 스타트업 분야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술 확보가 얼마나 시급해졌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SK의 한국 연구센터로 돌아가 보자. 전략가인 황 부문장은 필자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R&D 건물에서 “음극의 개선과 얇지만 여전히 안전한 분리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SK는 치열한 경쟁의 열기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솔리드 에너지 같은 스타트업들을 지원함으로써, 투자를 헤지하고 있다. 황 부문장은 “우리가 모든 것을 스스로 개발하면,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른다"라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중 한 곳인 폭스바겐도 같은 생각이다. 회사가 지난해 퀀텀스케이프 QuantumScape라는 또 다른 실리콘밸리 신생기업에 1억 달러 투자를 발표한 이유다. 투자의 목적은 SK 및 다른 배터리 제조 대기업들과의 계약을 보완하는 데 있다. 폭스바겐은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2030년까지 판매 차량의 40%를 배터리로 구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조달 책임자 스테판 좀머 Stefan Sommer는 "우리는 지금 당장 이 엄청난 양의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파트너를 누구로 삼고, 또 그 회사를 어디서 찾을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짧은 시간 안에 이 엄청난 용량을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의 발언은 배터리 경쟁과 관련된 혼란스럽지만, 근본적인 현실을 가리킨다. 각국 수도에서는 국가 안보 수호를 위해, 개별 국가들이 배터리 섹터를 장악해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배터리 섹터는 점점 더 세계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지적 재산과 투자자, 공급업체들(고객들은 말할 것도 없다)의 글로벌 혼합체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기업들이 미국 회사든, 아니면 중국 회사든, 혹은 다른 국적이든 그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너무나 많은 측면에서, 배터리 경쟁이 정해진 차선 내에서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소비자들과 지구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와 투자자, 그리고 화석연료 시대의 거대 기업들로서는, 이 경쟁을 헤쳐나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우성 2019-08-06 09:14:40
낳긴 뭘 낳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