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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할리우드의 와인 판매상

HOLLYWOOD’S WINE SELLER

  • 기사입력 2019.07.26 12:07
  • 기자명 Sheila Marikar 기자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최고급 빈티지 와인을 제공하는 한 사나이를 만나보자. By Sheila Marikar

크리스티안 나바로 Christian Navarro(52)가 마우이 포시즌스 리조트의 시원하고 넓은 복도를 걷고 있으면, 열 발자국도 떼기 전에 지인들이 반갑게 그의 어깨를 잡거나 볼 키스를 한다. 하와이에 위치한 이 고급 리조트는 많은 연예인들이 찾는 곳이다.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마허샬라 알리 Mahershala Ali가 차를 기다리며,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3월 첫째 주말 이 곳을 찾은 최고 셀럽은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와인 판매업체 월리스 와인 앤드 스피릿츠 Wally’s Wine & Spirits의 사장 나바로였다. 그는 이 리조트 최초의 연례 와인 및 음식 행사를 주관했다. 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200명의 와인 전문가들을 한데 모았고, 4일 간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성인 전용 수영장 옆에서는 유명 와인 글라스 제조사인 리델 Riedel 대표가 진행하는 ‘글라스 이론’ 수업이 한창이었다. 그는 일반적인 풍선 형태의 글라스를 “레드 와인의 적”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수업을 열심히 필기하는 참석자들에게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을 폭이 좁은 글라스에서 종이컵으로 옮겨 따르게 했고, 함께 강연을 진행하는 동료에게 종이컵에 담긴 와인의 향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 동료가 “비극적”이라고 답하자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미나는 바다가 보이는 잔디 위에서 ‘피노누아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그리고 피노누아 생산지로 캘리포니아와 프랑스 중 어디가 더 좋은지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캘리포니아 나파밸리를 지지하는 한 사람은 “프랑스에선 7월에도 우박이 내릴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는 햇살이 너무 따뜻해 고민일 정도”라고 말했다). 펜트하우스 스위트 객실의 발코니에선 빌까르 살몽 Billecart-Salmon 샴페인을 시음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방 안의 가장 날카로운 도구가 버터 나이프 밖에 없었다. 그게 대수겠는가. 진행 요원이 잔디 쪽으로 달려 내려가, 행인들이 멀리 피하도록 안내했다. 혹시 코르크나 잔이 튈지도 모르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 온화한 프랑스인이 신속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버터 나이프로 샴페인을 땄다. 나바로는 감탄하며 휴대폰으로 그 순간을 촬영했다. 주최자치고는 별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는 “뭐 어떤가, 우린 하와이에 있는데”라고 말했다. 필자는 색조 안경 속에서 그가 눈을 굴리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그의 목에선 다이아몬드가 박힌 십자가 목걸이가 빛났다. 그는 “내게는 쉬운 일이다. 전문가들이 다 찾아와준다. 나는 그저 돌아다니며 악수를 하고, 모두의 이름을 외우면 된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모든 것이 좋다”고 말했다.

월리스 와인 앤드 스피릿츠의 사장 크리스티안 나바로가 샌타모니카 매장에서 와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나바로의 넘치는 자신감과 거리낌 없는 태도는 그가 천신만고 끝에 최고급 와인 세계의 최정상에 올라선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나바로가 걸음을 막 떼기 시작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고향 멕시코 시티의 폭력을 피해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왔다. 이들 모자는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에 정착했지만, 나바로는 “한 번도 학교에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18세에 히치하이크를 하며 로스앤젤레스로 왔다. 예술가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었고, 어느 시점까지는 재워줄 친구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집이 없어서 거리에서 지냈고, 일자리가 필요했다”고 회상한다. 그는 프로즌 요거트 체인 펭귄스 Penguin’s와 L.A. 웨스트우드 지구에 위치한 와인숍 월리스에 지원했다. 그는 “펭귄스는 고교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고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와인숍은 바닥 청소하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월리스의 창립자 스티브 월리스 Steve Wallace와 친구가 됐다. 우연히 피노누아의 향을 맡은 나바로가 정확히 딸기 향을 짚어내자, 월리스는 바닥 청소를 하는 직원의 감별력에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 그는 “본격적으로 와인을 시음하기 시작했다. 비록 글을 잘 읽지 못했고, 수학은 매우 못하고 어쩌면 약간의 난독증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맡은 향과 맛은 모두 기억할 수 있고, 그것을 다시 분명히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1980년대 월리스의 오른팔이 됐고, 와인 셀러를 채우려는 유명 고객들과 관계를 맺게 됐다. 그 중에는 톰 크루즈, 잭 니컬슨, 금융업자 마이클 밀컨 Michael Milken과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 Creative Artists Agency의 공동 창립자 마이클 오비츠 Michael Ovitz도 있었다. 나바로는 “그 (밀컨과 오비츠) 두 사람이 나를 챙겨주며 모든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해 줬다. 그들은 계속 내가 최고라고 말했다. 나는 최고가 아니지만, 그들이 나를 최고라 하니 어느새 최고가 돼 있었다”고 회상한다.

나바로는 다수의 와인 구매자 및 판매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폭넓은 인맥 덕분에, 그는 특히 특히 귀한 보르도 와인이 들어왔을 때, 누가 이 와인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지 잘 안다. 요즘 그는 래퍼 드레이크 Drake 같은 고객들과도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드레이크는 2018년 ‘외교 특권(Diplomatic Immunity)’이라는 랩에서 ‘월리스의 프라이빗 룸을 예약했지. 그런데 웨이터가 코르크 마개를 돌리고 있네’라고 자랑했다. 드레이크가 언급한 월리스는 베벌리힐스에 위치해 있다. 바와 레스토랑, 그리고 와인 숍이 한데 모인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비슷한 형태의 분점이 지난해 샌타모니카에도 문을 열었다. 

지난 2013년 월리스가 은퇴하자, 나바로는 게스의 의류 라인을 총괄하던 폴과 모리스 마르시아노 형제와 이 와인숍을 공동 인수했다. 이 두 형제는 와인에 있어서 만큼은 나바로가 자신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 오랫동안 믿고 있었다. 모리스는 “그는 어느 누구보다 와인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풍부하다. 또한 아주 훌륭한 인맥이 있다. 그는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와 같은 능력은 있거나, 아예 없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16년 마우이 포 시즌스는 리조트의 와인 리스트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나바로에게 맡겼다(이제 ‘최고급 스위트룸’의 투숙객들은 구하기 힘든 2012년 산 샤토 페트뤼스 Chateau Petrus와 2009년 산 크리스탈 Cristal이 포함된 귀한 리스트에서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포시즌스의 마케팅 책임자 마크 사이먼 Mark Simon은 “나바로는 ‘내가 와인을 골라서는 안 된다. 그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며 “(나바로 같은)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바로의 제안에 따라, 마우이 포시즌스 리조트는 관심 있는 직원들에게 소믈리에 교육을 무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은 20명의 직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교육을 받고 있고, 한 명의 마스터 소믈리에가 탄생했다. 사이먼은 “3년 전엔 소믈리에 2명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나바로를 만난 소믈리에들은 힘찬 포옹으로 그를 환영했다. 나바로는 주말 내내 안부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와인과 관련된 일에 재능이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는지 묻자, 그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젊은 시절과 과거 때문에, 옛날 일을 회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잠시 멈춰 과거를 떠올리면, 약간 무서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포가 올라오는 빌까르 살몽을 가리키며, 지금 당장 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식도락 경험을 할 수 있다. 태평양에서 이만한 곳은 없다.”

◆나바로의 와인 수집 가이드 '일문일답'

-나는 평소 그냥 가볍게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와인셀러에 보관할 만한 와인에 투자하고 싶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좋아지는 와인을 사라. 좋은 품질의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누아 등이 ‘지구력’이 좋은 와인들이다. 신선함이 매력인 청포도 품종의 슈냉 블랑 Chenin Blanc을 샌타바버라 매장에서 산 뒤, 와인 셀러에 넣어두고 ‘3년 뒤엔 맛이 더 좋아지겠지’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일반적으로 그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추천할만한 특정 빈티지(특정한 연도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가 있나?

비싸지 않은 보르도 와인과 정말 좋은 캘리포니아 카베르네를 사면 된다. 2015년 샤토 지스쿠르 Chateau Giscours(약 65달러), 2014년 호나타 토도스 Jonata Todos(50달러), 2014년 다우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Daou Reserve Cabernet Sauvignon(60달러)을 추천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와인 산지가 있을까? 어느 지역 와인부터 사는 것이 좋나?

캘리포니아 중앙 해안 쪽, 샌타바버라에서 샌 루이스 오비스포 San Luis Obispo, 파소 로블레스 Paso Robles에 이르는 지역은 아마 현재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일 것이다. 이 와인들은 정말 품질이나 가치 면에서 뛰어나다. 사람들이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수집한 와인들을 관리할 만한 추천하는 앱이 있는가?

셀러트래커 CellarTracker가 훌륭하다. 이 앱은 런던 남부의 꾀죄죄한 노인이 언제 무엇을 열어야 할지 훈수를 두는 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특정 와인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를 엿볼 수 있다. 

-만약 특정 와인을 와인 셀러에 보관할 계획이라면 여러 병을 사야 한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물론이다. 이런 식이다. 와인을 사고 셀러에 넣어둔다. 한 병을 꺼내 마셔본다. 그리고 “괜찮은 맛이지만 2년 정도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2년 후에, 또 다른 병을 꺼내 마셔본다.
이렇듯 와인과 함께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그게 또 바로 여러 병을 사는 재미다.

-내 셀러에 보관할 와인들은 어디서 사야 할까? 포도밭? 경매? 웹사이트? 아니면 동네 와인 매장?

먼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라. 위에서 말한 모든 곳과 관계를 맺어야 할 수도 있다. 어떤 품종이 가장 적합할지, 얼마나 숙성된 상태를 원하는지, 어떤 맛을 찾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판매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판매자라면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월리스는 8,000병의 특별한 와인들을 보유하고 있고, 당신이 찾고 있는 가격대의 와인을 500병 정도는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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