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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논란?

  • 기사입력 2019.06.25 10:56
  • 최종수정 2019.06.25 14:21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능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앞으로도 시중은행들에 서비스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의 제3 인터넷전문은행컨소시엄 참여가 정부 눈치보기 때문이었다는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사실은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는 거죠.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좌초된 게 두 금융지주한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결과입니다. 오히려 바라던 바일 수도 있고요.” 금융권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모두 제3 인터넷전문은행 흥행을 지원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의 원활한 인수를 위해, 하나금융지주는 그동안 금융당국과 빚은 마찰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을 서포트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제3 인터넷전문은행 흥행몰이에 집중해온 만큼, 암암리에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는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굳이 이런 음모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그동안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금융업이 태생적으로 정부 입김에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 컨소시엄 참여 이득 작아

하지만 이런 음모론이 나온 배경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2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중이다. 2017년 4월과 7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이다. 케이뱅크엔 우리은행이 카카오뱅크엔 KB국민은행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이들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주주 참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올해 출범 2년 차를 맞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규모 면에선 4대 시중은행에 한참 못 미치지만 주목도나 성장성 측면에선 한참 앞선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은행 간 직접 비교 대상이 되는 여·수신 규모, 가입자, 자본금 모두 시중은행 대비 한참 열위이다. 대신 24년 만에 처음 등장한 1금융권 은행이라든가 금융 혁신 첨병이란 측면에서 기존 4대 시중은행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버나 인터파크 같은 ICT 기업들이야 수익성이나 불확실성 문제를 들어 발을 뺄 수 있다 쳐도 더 이상 외형 성장을 꾀하기 어려운 시중은행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라도 한 다리쯤 걸쳐 두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음모론의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 모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마뜩잖게 생각했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의 관계자는 말한다. “초기엔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오픈 첫날 몇 만 명이 가입했다느니 한 달 만에 뭐가 얼마를 넘었다느니 하면서 성장세도 굉장했고, 또 기존에 은행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도 매력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엔 시중은행들이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간 차별 요소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해봤자 돈만 쓰고 별로 득 될 게 없게 된 거죠.”

◆ 시중은행 경쟁력 Up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 은행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판매관리비 절감의 이점을 금리에 반영해 기존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유도했고, 독특한 여·수신 상품 및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 편의를 크게 향상시켰다. 특히 은행들로 하여금 모바일 서비스 경쟁을 불붙게 한 건 은행권에서도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 멱살을 잡고 강제 레벨업 시켰다”고 할 정도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전에도 시중은행들은 온라인·모바일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만 소비자들이 크게 체감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바일 채널에 간편 로그인 시스템이나 간편 이체 기능 등을 선보이면서 기존 은행권에도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사용자 ID와 비밀번호 혹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한 로그인 방식에서 탈피해 패턴 입력이나 지문·홍채 인식 등으로 로그인 시스템이 간편화됐고, 자금 이체도 기존의 계좌 비밀번호 입력 → 유선 및 공인인증서 확인 → 보안카드 또는 토큰형 OTP 사용 등 최대 3단계에 이르던 검증 절차를 지문·홍채 인증이나 간편 비밀번호 입력 등으로 대폭 간소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주도로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간편 신용 대출, 영업시간 외 금융상품 가입 등 서비스도 대폭 확산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인터넷전문은행 덕분에 시중은행들이 핀테크 개발 부담을 던 측면도 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개발에 속도를 내는 데 부담을 가지고 있었어요. 오프라인 지점과 그 지점에 속한 인원이 많다 보니 핀테크 적용과 확산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기술을 도입하면 할수록 지점과 직원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들 인원을 재배치하고 조정하려면 저항이 상당하거든요. 그래서 속도 조절을 해온 측면이 있었죠. 그런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 막 치고 나가니 그 핑계를 대고 리미트를 해제한 겁니다.”

◆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기존 은행들은 서비스 수준을 빠르게 향상시켜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충격을 최소화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이전부터 전산 부문 투자에 집중해왔고 IT 개발 역량 역시 상당 수준 갖춰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행들은 최근 IT 개발 인력 확보에 더욱 경쟁적으로 나서 주목을 받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의도한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그 결과 은행권 전체가 상향 평준화하다 보니 인터넷전문은행들만의 차별성과 경쟁력이 희석됐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이라 평가받던 서비스들이 이제는 대부분 은행이 제공하는 ‘평범한 것’이 되고 만 것이다. 벌써 “인터넷전문은행이 뭐가 그렇게 다른데”라는 소비자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은행들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과 같은 메이저 시중은행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IBK기업은행이나 NH농협은행 같은 특수 은행들도 인터넷은행이 제시하는 새로운 서비스 방향과 사용자 편의 개선 조치들을 빠르게 흡수·복제해 시중은행과 비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조사 내용에 따라선 이들 은행이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들보다 소비자 편의가 더 앞선다는 응답도 나온다. 그만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주도한 혁신이 이제 대중적이 됐다는 의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불허를 발표한 후 굳은 얼굴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불허를 발표한 후 굳은 얼굴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제 큰 위협 아냐"

여기에 지난 5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심사 결과 발표가 반전으로 마무리하면서 은행권 전체 시각이 ‘인터넷전문은행이 더는 큰 위협이 아니다’는 쪽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결과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새로 합류할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또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지, 또는 인터넷전문은행 선배인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어떤 차별화한 스탠스를 취할지, 인터넷전문은행 간 혹은 시중은행·인터넷전문은행 간 경쟁 양상은 어떻게 변할지 등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키움 컨소시엄과 토스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하면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갑게 식었다. 무엇보다 새로 합류할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장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증자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이지만) 이미 제도권에 안착한 만큼 예외로 치더라도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자가 현재 시장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 합류할 제3 인터넷전문은행은 네이버가 참여하지 않는 이상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에 비해 주주 구성 무게감이나 경쟁력에서 많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기업들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본다면 사실상 1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주주 구성면에서 베스트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는 순식간에 판을 엎을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갖췄지만,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는 손사래를 치고 있어 앞으로도 합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 다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재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에 신청한 2개 컨소시엄도 내부적으로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특정 컨소시엄은 3분기 예비인가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풍문도 나돈다. 1차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때와는 달리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의 ‘혁신 눈높이’가 올라가 이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요해 허들을 낮춘다고 해도 ‘소비자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태생적으로 여신 포트폴리오가 비대면 가계 신용대출로 제한돼 규모의 경제면에서 시중은행들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로 중소기업 대출이 가능해졌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 여신심사 인력 및 노하우 부재와 작은 규모 등으로 기업 대출이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여신은 대면심사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같이 시스템을 바꾸는 건 금융당국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중소기업 대출 허용 조항은 사실상 자영업자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점포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는 현상도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겐 마이너스 요소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점포는 시중은행들의 핀테크 기술 적용을 발목 잡는 요소로 생각됐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문화공간이나 휴게공간, 지역 랜드마크 등으로 꾸며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게다가 금융상품은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고 갈수록 고도화돼 대면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선 우려스럽다.

최근엔 기존 은행권에서 자신들의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인터넷전문은행화하려는 곳들도 생겨나 눈길을 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들의 장점을 흡수하기에 여러 가지 제한이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매번 시중은행들보다 서비스 우위에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미래가 썩 밝지는 않은 셈이다. 높은 브랜드 친숙도나 확장성이 큰 플랫폼을 가지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결국 시중은행과 차별화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란 예측은 그래서 나온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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