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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몰입과 긍정은 창의혁명의 키워드

  • 기사입력 2019.06.11 11:11
  • 기자명 포춘코리아

▶기계가 인간의 많은 일을 대신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대신할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이라면 그 일은 곧 기계가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며 협력하는 일을 해야 한다. 창의력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의 뿌리는 몰입과 긍정에 있다. 글 안병민◀

창의의 뿌리는 무엇일까. 사진 셔터스톡.

하루 종일 잔디 위만 걸어 다닐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잿빛 콘크리트 건물이 가득한 서울 한복판이라도 문제없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안쪽 바닥에 잔디를 깔아 놓은 ‘잔디신발’을 신으면 됩니다. 또 다른 문제. 매번 수건을 도둑맞아 골치를 썩이는 목욕탕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수건에다 ‘훔친 수건’ 네 글자를 인쇄했더니 분실사고는 사라졌습니다. 우스개인 듯 우스개 아닌, 우스개 같은 창의성 이야기입니다. 이성을 넘어 감성, 대답을 넘어 질문으로 비즈니스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요즘입니다. 논리를 넘어서는 창의성이 중요해진 배경이지요. 그래서 창의의 뿌리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창의는 몰입입니다
창의와 관련한 첫 번째 키워드는 몰입입니다. 몰입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내 마음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겁니다. 그렇게 나를 찾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나’가 아니라 ‘참나’를 발견하는 겁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참나’ 발견의 과정은 나만의 고유한 특질을 찾아내고 복원하는 여정입니다. 남의 것을 본뜨거나 모방하지 않는 것. 독창성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독창성은 특별한 몇몇 천재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원석을 갈고 닦으면 보석이 되듯 몰입을 통해 찾아낸 나만의 개별적 특성을 잘 갈고 닦으면 그게 바로 독창이고 그게 바로 창의입니다.
아구찜만 원조(元祖)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 역시 원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주위를 살핍니다. 다들 왼쪽으로 달려가면 나도 따라 달려가고, 다들 오른쪽으로 뛰어가면 나 역시 그리로 뛰어갑니다. 짝퉁을 자처하는 겁니다. 처방은 자신과의 대화입 니다. “말 없이/소리 없이/눈 내리는 밤/누나도 잠이 들고/엄마도 잠이 들고//말 없이/소리 없이/눈 내리는 밤//나는 나하고/이야기하고 싶다” 강석천 님의 동시 <눈 내리는 밤>입니다. 나를 알아야 나다울 수 있습니다. 나를 알기 위한 나와의 대화는 그래서 필수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나는 방치한 채, 변죽만 울리며 사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내가 입을 옷도, 내가 읽을 책도 남에게 골라 달라 말합니다. 나의 삶이나 나의 미래도 남에게 물으며, 남에게 맡깁니다. 내 삶에 내가 없는 겁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어떻게 볼 것이냐’입니다.
내게 집중하고 내게 몰입해 나만의 고유성을 찾는 것, 이게 창의의 출발점입니다. 나에게로의 몰입 외에도 또 하나 중요한 몰입이 있습니다. 대상으로의 몰입입니다. 내가 몰입하고자 하는 대상 말입니다. 아들의 천재성을 발견한 피카소의 아버지는 일부러 아들에게 하루 종일 비둘기 다리만 그리라 주문합니다. 피카소는 무려 1년여를 그렇게 비둘기 다리만 그렸습니다. 시간낭비처럼 보였던 이 과정을 통해 피카소는 하나로만 보였던 비둘기 다리가 수십 종류가 넘는다는 것을 깨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피카소만의 독창적인 시각은 그렇게 벼려졌던 겁니다. 함께 보는데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무얼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몰입해야 보입니다. 몰입이 곧 창의입니다.

■창의는 긍정입니다
내과의사 44명에게 감사의 표시로 사탕 한 봉지씩을 주고 창의성 테스트를 했습니다. 사탕을 받지 않은 의사들보다 훨씬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의사 본연의 업무인 환자에 대한 진찰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심지어는 직업 만족도, 봉사 정신 등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책에 소개된, 미국 헨리포드 종합병원에서의 실험결과입니다. 창의성에 대한 사탕 한 봉지의, 아니 긍정적 정서의 놀라운 힘입니다. 실제로 코넬대학교 앨리스 아이센 교수팀은 무려 30여 년에 걸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가 창의성을 향상시킨다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멀리 연구나 실험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창의와 긍정의 상관관계는 우리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확인 가능합니다. 예컨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면 우리는 “눈에 뵈는 게 없다”고 얘기합니다. 뵈는 게 없으니 물불을 못 가리고 단세포적인 반응만 쏟아냅니다. 창의성은 언감생심입니다.
반면, 긍정적 사고는 폭넓은 사고를 가능케 하고, 행동여지를 넓게 해주며, 수용과 창조의 여백을 빚어냅니다. 우리가 체감하는 긍정의 창의효과입니다. 물이 반만 남은 컵과 반이나 남은 컵은 전혀 다른 컵입니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다(금신전선상유십이•今臣戰船尙有十二)”며 130척이 넘는 일본 적선을 물리치고 명량대첩을 빚어낸 이순신 장군의 얘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12척 밖에 없는데 무얼 할 수 있겠어?”하는 부정의 무기력이 아니라 “그래도 아직 12척이 남았다”는 긍정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창의적 성과입니다.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기회를 보아내지 못하면 남는 건 위험뿐입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긍정의 효과는 유효합니다. 세일즈 미팅에서 퇴짜를 맞고 나서 “저 사람은 항상 저래. 아, 짜증 나”라고 얘기하는 세일즈맨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 오늘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라고 말하는 세일즈맨이 있습니다. 다음 번 미팅에서 누가 계약을 따낼지는 불문가지입니다. 한계는 내가 만드는 겁니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습니다. ‘노력해도 안 되더라’는 생각의 틀 말입니다. 그런 생각으로는 백전백패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으로 돌려놓을 때 창의의 전구에 반짝, 불이 들어옵니다.
이스라엘 혁신의 본산 바이츠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5대 기초과학 연구소 중 하나로 꼽히는 바이츠만 연구소의 모토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자연의 이해’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나 ‘강박’이 아니라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는 ‘즐거움’이 우선이라는 철학입니다. ‘재미’와 ‘효용’의 선후관계를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결국 창의는 내 일을 사랑하는 긍정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행복한 결과입니다.
죽지 못해 하는 일에서 창의적인 성과는 결코 나올 수 없습니다. 정리합니다. 창조적 발견은 항상 소수의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창조는 일상의 전복이고, 일상은 주류의 것이라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노벨상은 미친 짓 해야 탈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고정관념을 깨야 합니다. 상식과 통념을 뒤집어야 합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새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데미안>의 유명한 글귀입니다.
중심은 주변에 의해 전복되며, 새로운 중심은 다시 일상이 됩니다. 중심과 주변의 전환, 우리는 이를 혁명이라 부릅니다. 몰입과 긍정으로 무장한 창의의 혁명가! 이 글을 읽고 난 모든 분들의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병민 대표는…

안병민 대표.
안병민 대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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