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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500]약국에서 진료받는 시대가 온다

YOUR DRUGSTORE WILL SEE YOU NOW

  • 기사입력 2019.07.01 16:02
  • 기자명 Shawn Tully 기자

◆기업(CVS헬스) 프로파일: 포춘 500대 기업 순위 8위, 매출 1,946억 달러, 이익 -5억 9,400만 달러, 직원 수 29만 5,000명, 총 주주수익률(2008~2018 연평균) 10.4%

약국체인 CVS 헬스 CVS Health는 작년 보험사 애트나 Aetna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헬스케어 상장기업이 됐다. 하지만 거액이 투입된 M&A의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 과연 약국은 미래 보건서비스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투자자와 소비자는 모두 의문을 갖고 있다. By Shawn Tully

휴스턴 시 인근에는 오래된 CVS 약국 건물이 하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 건물 입구 위로 푸른 현수막이 펄럭인다. ‘안쪽에 헬스허브 HealthHUB가 있습니다!’ 문가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건강 컨시어지’ 제스 곤살레스 Jesse Gonzalez였다. 그는 손님들이 원하는 물건이나, 전문가의 위치를 “탐색하는” 것을 돕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코골이가 심한 손님이 오면, 곤살레스는 호흡 치료사에게 안내를 한다. 치료사는 가정 검사법을 제안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매장에 재고가 있는 양압기(CPAP) 마스크를 추천하기도 한다. 과도한 피로와 체중 증가가 고민인 고객이라면, 곤살레스는 임상간호사/*역주: 처방전 발행 권한이 있는 상급 간호사/에게 연결해 준다. 혈액검사 결과 고객의 갑상선에 문제가 있다면, 임상간호사는 약국 내에서 살 수 있는 호르몬제를 처방해 줄 것이다.

4월의 어느 아침, 기자는 곤살레스를 따라 CVS 매장의 구부러진 복도를 안쪽 끝까지 걸었다. 바닥은 쪽모이 세공(parquet)이 되어 있고, 치장 벽토(stucco)로 외벽을 마감한 이 약국 건물은 미국 지역공동체 보건서비스의 관문으로 재설계됐다. 휴스턴 시 중심가 북쪽의 서민층 거주지 스프링 Spring에 위치한 이 매장은 대걸레와 카드 등을 팔던 매대를 완전히 치우고, 전체 면적 4분의 1을 건강에 할애했다. 건강식품(강황 파우더 셰이크 등)부터 샤워실용 의자 등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팔 법한 각종 이동보조장비에 이르기까지, 매장 좌측 전체가 새 목적에 맞는 제품으로 채워졌다.

매장 안쪽 끝에 위치한 헬스허브는 일반적인 동네의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만성질환 검사 및 치료를 제공하고, 당뇨 진단용 망막검사기와 진료용 의자가 설치된 진찰실을 4개나 갖췄다. 액정화면에는 인기 항목의 가격이 떠 있었다. 당뇨 망막검사는 100달러, 콜레스테롤 검사비는 89달러였다. 텍사스 주 교통부(Texa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직원들은 신체검사 전체를 이 곳에서 받는다. 헬스허브 옆에는 약국이 있었다. CVS가 추진하는 새로운 대면형 서비스의 일환으로, 약사 앨릭스 이바라 Alex Ybarra가 개별 사무실에서 환자들에게 상담을 제공했다. 기자가 방문하기 전날, 이바라는 한 시간 동안 당뇨 치료용 혈당강하제 6종의 효과를 측정해야 하는 한 노인 고객을 상담했다. 재클린 헤인스 Jacqueline Haynes는 헬스허브를 ‘건강관리의 전초기지’로 삼은 고객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임상간호사에게 고혈압 혈액검사를 받은 후, 간호사가 발행한 처방전으로 몇 걸음 옆 약국에서 베타차단제 비스톨릭 Bystolic을 구매했다. 또 CVS의 상근 영양관리사 덕분에, 1월부터 지금까지 몸무게를 33kg정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젠 76kg다.” 화요일이면 CVS의 ‘가벼운 요가’ 수업을 즐겨 듣는다는 헤인스의 말이다. “아보카도와 초콜릿에 중독됐었다. 하지만 초코바를 저칼로리 카카오닙스로 대체하는 등 영양사의 노력 덕분에 식단이 건강해졌다.”

헬스허브는 이미 보건계의 혁명이었던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대형병원과 일부 인기 의사들이 독점하던 치료를 응급진료소, 외래수술센터, 약국 내 신속진료소 등을 통해 미국인의 삶의 터전 속으로 가져온 것이다. CVS는 가장 지역친화적이고, 가장 광범위한 종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CVS는 백신·독감주사 등 간단한 치료를 제공하는 동네의원을 10여 년간 운영해 왔다. 그리고 이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의약품 유통사 최초로 보험사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작년 11월 미국 3대 보험사인 애트나를 70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그 결과, CVS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상장기업으로 등극했다. 과거에는 큰 관심을 끌지 않았던 칭호다. 올해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서 CVS는 8위를 차지했는데, 내년에는 대폭 순위가 뛸 것으로 예상된다. 애트나의 매출을 인수 후 첫 1개월만이 아니라 회계연도 전체에 걸쳐 반영했다면, 두 기업의 합계 매출은 2,560억 달러로 월마트와 엑손모빌, 애플에 이어 4위로 뛰어 올랐을 것이다.

휴스턴 시 외곽에 위치한 CVS 내 헬스허브의 모습. 사진=포춘US

지난해 보건업계의 또 다른 대형 뉴스였던 보험사 시그나 Cigna의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Express Scripts 인수가는 544억 달러였다. CVS의 애트나 인수가는 이를 뛰어넘어, 2018년 최대 규모의 기업합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의 M&A는 정유·이동통신·미디어 업계에서 서로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 간의 결합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CVS-애트나는 이와 완전히 다르다. 두 기업은 합병을 통해 서로 다른, 그리고 지금까지는 분리됐던 보건업계의 두 분야를 하나로 합쳤다. 애트나는 IT에 강한 보험사다. 보험가입자라는 거대 인구집단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머신러닝과 AI 등을 활용한다. 반면 CVS는 오랜 역사를 지닌 오프라인 유통기업으로, 약부터 화장품까지 온갖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매장 디스플레이·할인·쿠폰 등을 활용한다. 보건업계 대형 M&A 중에서, ‘더 건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데이터와 동네 약국을 결합한 이 두 기업의 합병만큼 담대하고 위험이 큰 도전은 없다.

현재 목표는 애트나 고객 2,200만 명의 보험청구정보 및 분석데이터를 통해, 당뇨나 심장병 등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병이 악화되기 전에 CVS의 역량을 활용, 헬스허브·약국 등에서 적절한 검사와 처방을 제공한다. 병원 재입원을 줄이고, 환자들이 처방전을 준수하도록 유도해 비용을 대폭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2단계는 다른 보험사 등 CVS의 주요 고객들을 설득,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즉 CVS가 운영하는 동네의원에서 상담과 검사를 실시해 환자가 수술이나 응급실 신세를 지는 사태를 예방, 이로써 보험사가 절감할 거액 중 일부를 CVS가 받는 구조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정작 CVS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시장 평균보다 우수한 실적을 거뒀던 CVS 주가는 3년 전 추이가 반전된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2015년까지 10년간 CVS의 연간 총수익률은 같은 기간 S&P 500의 두 배인 15.3%였다. 2016년 봄에 시작된 하락세는 2017년 10월 애트나 인수가 불거지면서 가속화했다. 한때 76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28%나 급락해 현재 56달러다.

문제는 두 가지다. 먼저, 월가는 애트나 인수 가격이 과도했다고 본다. 합병 루머가 퍼질 당시,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280억 달러였다. 현재 시가총액은 720억 달러다. 전체의 44%, 금액으로는 무려 560억 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게다가 CVS는 애트나 인수가를 산정하며 32%의 프리미엄을 얹어줬고, 그 과정에서 재무제표에 780억 달러의 부담이 추가됐다.

래리 멀로 CEO는 드러그스토어로 출발한 CVS를 보건산업의 개척자로 과감히 변신시키려 하고 있다. 사진=포춘US

둘째, CVS는 자사의 주력사업이 약화되는 시점에 M&A를 단행했다. 따라서 애트나 인수로 인해 발생한 추가 자본의 수익률은 현재까지 미미하다. 기업의 성과 감소를 측정하는 한 가지 좋은 수단으로 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 · EVA)라는 성과지표가 있다. EVA는 기업이 투자자 보상을 위한 최소기준인 ‘자본비용’을 벌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주주의결권 자문기업 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스(ISS)의 산하조직인 리서치업체 ISS EVA가 이 지표를 활용해 CVS를 분석했다. 인수 전 해 CVS의 세후순영업이익(net operating profit after taxㆍNOPAT)은 77억 달러, 애트나는 33억 달러였다. 합계는 110억 달러로 두 기업의 자본비용 5.4%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단, CVS의 EVA는 이 때 이미 감소세였다. ISS의 선임 고문 베넷 스튜어트 Bennett Stewart는 “합병 후 CVS가 오로지 애트나 인수시 지불한 프리미엄에서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보다 11억 달러 많은 121억 달러를 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인수가 완료된 2018년과 비교해 볼 때, 합병된 새 기업의 현재 이익은 전보다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 애널리스트들은 CVS의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자체 예측에 기반, 2019년 세후 영업이익이 2018년 대비 5억 달러 낮은 105억 달러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애트나 인수로 기대되는 적정 수익보다 16억 달러나 부족한 규모다.

나쁜 소식이다. 하지만 시장이 CVS 주가를 이미 심하게 낮췄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낮아진 주가와 비교할 때, 미래 수익률이 어느 정도일지가 이제 관건이다. 스튜어트는 “기대치가 워낙 낮다 보니, 우리 분석에 따르면 CVS가 목표치 105억 달러를 달성하고 추가적으로 개선될 경우 현 주가는 80% 수준으로 크게 저평가된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시장가치가 72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CVS의 실적이 평범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CVS 구성원들은 훨씬 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미 로드아일랜드 주의 조용한 도시 운소켓 Woonsocket에 위치한 CVS 본사는 캠퍼스 같은 분위기였다.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CEO 래리 멀로 Larry Merlo는 “애트나와의 합병을 통해 헬스케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될 것인 만큼, 높은 인수가가 합당하다”며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탈한 분위기에 콧수염을 기른, 이 약사 출신 CEO는 2014년 CVS 매장에서 담배를 퇴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보건서비스 경험을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혁신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던 지난 5월 1일 실적발표에서, 실제로 멀로는 헬스허브를 새로운 CVS의 초석으로 삼는 계획을 소개했다. 투자자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주가가 5.4%나 오르면서, 기업가치가 약 40억 달러 상승했다.

CVS는 편의점식 의료 접근법의 성공을 위해, 두 개의 축에 의존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방대한 지점망이다. CVS의 미국 내 매장 수는 9,900개로, 월그린스 Walgreens와 사실상 공동 1위다. 미국 가정의 80%가 도보나 운전거리 16km(10마일) 이내에서 CVS를 찾을 수 있다. 현재 CVS는 독감주사·대상포진백신 접종 등 기본적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미닛클리닉 MinuteClinic 1,100개소를 운영 중이다. 월그린스의 유사 진료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수다. 약국시장에서 3위에 머물고 있는 월마트는 단 3개 주에서 소수의 매장 내에 의원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CVS는 5월초 휴스턴에서 ‘현재 3곳을 운영 중인 헬스허브를 20곳으로 늘려, 시내 매장 7개당 1개 비율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6월에는 더 큰 규모의 출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CVS는 현재 전국에서 일반매장 대비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 ‘거점형(hub-and-spoke)’ 방식을 미닛클리닉에 적용하고 있다. 포춘의 추산에 따르면 CVS가 동일한 거점형 방식으로 기존 미닛클리닉을 확장해 헬스허브의 수를 늘릴 경우(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 가정의 75%가 16km 이내의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 기둥은 대형 보험사의 영향력이다. CVS-애트나 합병으로 약국업계의 3대 주요 영역인 소매약국, 보험, 그리고 처방전의 적합성을 검토하는 약제비관리 전문회사(pharmacy benefits manager·PBM)가 한 지붕 아래 모였다. 미국 최대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 UnitedHealth Group은 PBM 1개사, 개인의원, 약 200개의 동네의원을 운영하지만 소매약국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월그린스는 PBM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지만 보험사는 없다. 보험업계 5위 시그나는 최근 미국 최대 PBM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인수하고, HMO /*역주: 민간 건강보험의 일종/사업을 운영 중이지만, 동네의원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애트나를 인수한 CVS는 돈이 되는 분야에 집중하고자 한다. 바로 만성질환 관리다. 미국 성인의 50~60%가 5대 질환(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우울증, 천식)중 하나 이상을 앓고 있다. 미국 보건부문의 연간 총 지출액 3조 5,000억 달러 중 80%가 이 5대 질환에 소요된다.

CVS의 새 사업모델은 애트나 보험 가입자의 모든 세부적 건강 정보(입원 이력, 검사결과, 진단기록 등)를 약사와 건강전문가에게 제공한다. 이들은 고객이 일상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면서 마주칠 확률이 가장 큰 당사자들이다. 또한 애트나의 AI기반 분석은 유전적 특성과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헬스허브의 일선 담당자들에게 어떤 환자의 5대 질환 발병률이 높을지 알려 준다. 멀로는 “미국 성인은 연평균 1.6회 정도 의사 진료를 받는다. 병원 가는 횟수보다 약을 타러 가는 횟수가 훨씬 많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CVS는 개인정보에 대한 법적 규제나, 사생활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의 우려를 피하기 위해 조심스레 움직여야 한다. 미국 연방법과 주법의 여러 복잡한 규정에 따라, 환자의 의료기록은 치료에 직접 참여하거나 평가하는 직원들만 열람할 수 있다. 즉, 애트나의 마케팅 담당자가 CVS의 처방약 기록을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방을 내리고 검사를 할 권한에도 제약이 있다. HIV 환자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도 규제된다. 개인정보 보호 단체들은 이미 보험과 구매 이력이 섞이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환자 개인정보 보호단체 페이션트 프라이버시 라이츠 Patient Privacy Rights의 회장인 정신과전문의 데버러 필 Deborah Peel 박사는 “CVS가 환자의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매출 증대를 위해 가격대가 더 높은 자사 약국에서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차 의료의 기능 상당 부분을 동네 약국에서 제공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멀로에게는 더 큰 비전이 하나 더 있다. 보험사와 HMO사가 고객 건강 유지의 대가로 CVS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애트나 인수를 계기로 CVS에 합류한 캐런 린치는 주요 성장동력인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를 이끌고 있다. 사진=포춘US

”현재의 약국업계에 절감액을 공유하는 제도는 없다.” CVS에서 830억 달러 규모의 소매약국 사업을 총괄하는 케빈 아워리컨 Kevin Hourican의 말이다. CVS는 이를 어떻게 바꾸려는 것일까? “애트나와 함께 이런 시스템이 가능함을 내부적으로 보여 준 후, 다른 대형 보험사에 제안할 생각이다.” 아워리컨은 매년 700만 건 발생하는 환자 재입원 중 4분이 1은 예방이 가능했던 경우이며, 그 대부분이 만성질환 약 투여를 거르거나 제대로 하지 않았던 데 기인함을 지적했다. 헬스허브의 상담 서비스는 건당 평균 1만 4,000달러의 비용이 소모되는 재입원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존스 씨의 재입원으로 1만 달러가 소요되는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절감된 비용의 x퍼센트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아워리컨의 설명이다.

CVS 사업의 중요한 요소인 보험사의 약값 지급이 감소세인 만큼 이는 중요하다. 아워리컨은 “‘작년에 10달러를 지불했으니 내년엔 9달러만 주겠다’는 게 요즘 보험업계의 추세”라고 말한다. 결과는 끊임없는 이익률 축소다. 이는 여러 요인이 한데 모인 결과다. 새로운 복제약은 브랜드 약품보다 보통 지급율이 3배 정도 높다. 그런데 최근 복제약의 신규 출시가 감소했다. 이미 전체 처방약 시장에서 복제약의 비중이 이미 90% 선까지 올라간 것이 한 가지 이유다. 1년치 비용이 1만 달러 넘게 드는 ‘특수의약품’의 대두도 드러그스토어형 약국에는 악재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C형간염 등 복잡한 질병을 치료하는 특수의약품은 보통 전문 약국이나 우편을 통해 환자에게 전달된다.

게다가, PBM의 세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CVS는 PBM 업계의 주요 기업 중 한 곳이다. 2007년 인수한 케어마크 Caremark가 인수 후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케어마크의 영업이익은 2012년을 기점으로 75%나 상승해 47억 달러를 기록했다. 컨설팅업체 그랜드뷰리서치 Grand View Research는 PBM 업계가 2026년까지 두 배 성장, 매출 7,5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케어마크와 PBM 업계는 이런 밝은 전망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에 직면하고 있다. PBM의 주특기인 약값 깎기에 대한 규제 추진이다. 케어마크는 보험사와 HMO사가 비용을 지급하는 약국조제 처방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고객인 보험사들이 지불해야 할 약값을 낮춰, 최대한의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로써 월그린스 등 다른 약국은 물론 모회사 CVS도 괴롭히는 셈이다.

케어마크는 합병 전의 애트나를 포함한 수십 개의 대형 보험사와 HMO사 등을 위해, 매우 효과적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CVS의 소매약국사업 이익률에는 그만큼 압박이 가해졌다. 케어마크의 사업 방식은 이렇다. 먼저 ‘의약품집’, 즉 고객의 의료보험이 지원하는 약 중에서 가격을 기준으로 선호하는 약의 목록을 만든다. 의약품집은 의사·간호사·병원이 분야를 막론하고, 의학적으로 동등한 약품들 중 가장 저렴한 약을 처방(환자라면 요청)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CVS도 브랜드 약과 동일한 복제약이 등장하면 늘 새 약으로 교체한다. PBM은 여러 복제약 중에서 순비용이 가장 낮은 선택지를 택하도록 해 제약사 간 경쟁을 유도한다.

지난 3년간, CVS는 제약사들의 할인 경쟁에 힘입어 1,400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고, 브랜드 약의 가격 순상승률도 한 자릿수 초반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해, CVS는 자체 의약품집에서 사노피의 초고가 제품인 란투스 Lantus를 최근 승인된 일라이 릴리의 바이오시밀러 /*역주: 생물체에서 유래된 원료로 만든 약인 생물의약품(biological medicine)의 복제약/ 바사글라르 Basaglar로 대체했다. 란투스의 30일분 가격은 340달러인 반면, 바사글라르는 235달러다. 란투스 투약대상 환자 2만 7,000명 중 4분의 3이 바사글라르 등 저가의 대안으로 갈아타면서, 케어마크 고객사들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복잡하지만, 미국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메디케어 Medicare와 메디케이드 Medicaid /*역주: 각각미국의 노령층 및 저소득층용 의료보험/의 처방약가 지원 규정 변경이 PBM을 위협할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 케어마크 등 PBM이 절감한 비용은 거의 100% 보험사에 돌아가 보험료를 낮추는 데 사용된다(보험가입자의 본인분담비(co-pay) 및 연간 총부담비(deductible)는 공식 ‘목록’상의 약가에 기반해 산정한다). 대형 제약사들이 지지하는 규제 개정안은 절감된 약값의 상당 부분을 보험사가 아닌, 약국에서 소비자가 내는 본인분담비 인하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의약업계 생태계 전반의 역학구조를 바꿀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의 경제학자 조셉 앤터스 Joseph Antos는 “보험료 인하에 사용되던 수익 상당 부분이 본인분담과 총부담비[의 인하]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늘날 보험사들은 보험료 최저가 경쟁으로 노인층을 공략하고 있다. 앤터스의 말처럼, 만약 새 규제가 통과된다면 보험사는 PBM이 절감해 준 비용 상당 부분을 더 이상 노인층이 가장 민감해하는 보험료 인하에 쓸 수 없게 된다. 낮은 보험료로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리는 방식이 힘들어지면, PBM이 보험사에 갖는 가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PBM이 받는 수수료도 줄어들 것이다. 멀로는 “대형 제약사들이 일제히 찬성하는 게 있다면 눈 크게 뜨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규제가 통과될 경우, CVS의 최고 수익창출로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매일 1만 명이 65세 생일을 맞는다.” 애트나의 캐런 린치 Karen Lynch(65) 사장의 말이다. “새 고객을 찾는 데 이보다 좋은 시장이 있을까.” 린치는 애트나 인수로 CVS에 합류했다. 린치가 이끄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Medicare Advantage 제품군(메디케어의 대안으로 출시된 사보험군)은 합병으로 새로워진 CVS를 이끄는 성장동력 중 하나다.

린치가 이끄는 애트나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는 2013년 96만 8,000명에서 현재 22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린치는 이 외에도 CVS의 초대형 보험상품 실버스크립트 메디케어 파트 D SilverScript Medicare Part D 프로그램(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처방약 전문 사보험으로 메디케어를 보조하는 상품)도 총괄한다. 애트나는 병·의원 운송서비스, 그리고 노인층이 서비스 제공지역 밖을 여행하던 중 응급진료가 발생했을 때 추가요금을 받지 않는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보험사 중 하나다. 12세 때 어머니를 자살로 잃은 린치의 주도 하에, 애트나는 행동장애 관련 혜택이 가장 좋은 보험상품도 출시했다.

어드밴티지 매출은 현재 200억 달러를 돌파, 애트나 총판매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CVS는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어드밴티지는 시장 1·2위인 유나이티드헬스와 휴머나 Humana보다 아직 훨씬 작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 1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14만 명(27%) 증가, 대형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상품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성장했다.

웰빙 지향 드러그스토어를 추구하던 CVS가 전례 없는 사업 간 결합으로 전략을 확장한 것은 엄청난 변화다. 보건산업 전체의 미래를 바꿀 잠재력이 기대된다. CVS-애트나 합병은 전대미문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따라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새로운 수술법에 비할 수도 있겠으나,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CVS는 성공을 위해 보험과 약국업 두 분야에 정통한 리더들을 확보하고, 서로 다른 업무방식을 통합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린치가 바로 좋은 사례다. 전임 CEO 마크 버톨리니 Mark Bertolini의 후임으로 애트나 이사회가 선택한 그는 올해 63세인 멀로의 뒤를 이을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약국과 보험사의 결합을 활용하기 위해, 린치는 ‘패키지형 회복프로그램(Recovery in a Box)’이라는 개념을 CVS에 도입 중이다. 그녀는 “환자의 상태가 잘못되기 가장 쉬운 때는 처음 퇴원한 후”라고 주장한다. 갓 무릎수술을 마친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프로그램에 따라, 애트나의 건강 매니저가 헬스허브의 건강 컨시어지나 약사와 연락해 퇴원 후 집으로 가는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새 처방약, 무릎스쿠터 /*역주: 무릎수술 후 보행을 돕는 사륜기구/, 샤워용 의자, 퇴원 후 며칠간 먹을 건강식 등등이 든 대형 패키지를 전달한다. 린치는 “문제가 생겨야 치료를 받는 현재의 일회적 치료시스템이 환자의 주거·소비 지역에서 서비스를 받는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CVS는 새로운 헬스케어로 가는 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비전은 휴스턴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요가 스튜디오와 의료검사실에서 처음 탄생했다.

그리고 곧 당신의 집 앞까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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