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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500]AT&T의 힘겨운 싸움

AT&T’S HEAVY LIFT

  • 기사입력 2019.07.01 15:45
  • 기자명 GEOFF COLVIN 기자

◆기업(AT&T) 프로파일: 포춘 500대 기업 순위 9위, 매출 1,708억 달러, 이익 194억 달러, 직원 수 26만 8,220명, 총 주주수익률(2008~2018년 연평균) 5.7%
 
AT&T의 수장 랜들 스티븐슨 Randall Stephenson은 미디어 왕국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By GEOFF COLVIN

올해 초, AT&T는 ‘왕좌의 게임 주식회사(Game of Thrones Corp)’라 불리는 기업에 실제로 인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국 전역의 AT&T 휴대폰 매장들이 마치 중세산업 시대의 거대 기업에 인수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매장들은 라니스터 가문(House Lannister), 스타크 가문(House Stark), 그리고 기타 웨스테로스 가문(Westeros)들의 유물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의상과 무기, 왕좌의 게임(GOT)이 새겨진 스마트폰 케이스, 무선 충전기, 물병 등도 있었다. AT&T가 소유한 TBS는 전미 대학농구 경기인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을 방영했는데, 시청자들은 GOT를 주제로 한 다소 이상한 프로모션과 트윗을 보았다(‘까마귀/*역주: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는 까마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를 보내라. 그리고 그들이 전미 대학농구 경기에서 8강에 올랐다고 전해라’). GOT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흔적은 또 있다. 무게 140kg, 높이 2미터가 넘는 ‘철왕좌(Iron Throne)’ 모조품이 AT&T 댈러스 본사 로비를 점령하고 있다.

AT&T의 CEO 랜들 스티븐슨은 매일 그 왕좌 옆을 지나가지만, ‘칠 왕국의 제왕(The Lord of the Seven Kingdoms)’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그의 세계에서, 왕좌의 게임은 다른 것을 상징한다: 그가 막대한 돈을 투자한 AT&T의 비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어렴풋이 엿볼 수 있는 대상이다. 그는 회사 자산을 활용, AT&T 소유의 HBO가 방영하는 최종 시리즈의 첫 방송을 홍보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예상하는 시너지 효과의 작은 사례다. 또 다른 사례로, AT&T의 최고 요금제 가입자들은 HBO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또 다른 거대한 싸움, 즉 미국 법무부와의 법정 다툼에서 승소한 결과다. 이에 따라, AT&T는 유수의 타임 워너 미디어 계열사들과 완전히 합병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2년 여 전, AT&T는 타임 워너의 HBO, 워너 브러더스, CNN, TBS, TNT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스티븐슨의 전략은 그 규모와 범위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대단하다(포춘 500대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변화다). AT&T의 오랜 라이벌 버라이즌은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고, 그의 새로운 경쟁자들도 전혀 다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AT&T의 전신인 마벨 Ma Bell 시절, 회사는 다소 따분했지만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이미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스티븐슨은 “지금은 버라이즌과 컴캐스트를 생각하는 것만큼 아마존과 넷플릭스를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스스로 놀란다.

스티븐슨은 통신 사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의 최대 사업이 정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AT&T 주가와 미래 실적전망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회사가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그에 따른 채무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AT&T는 2015년 다이렉트TV DirectTV를 670억 달러에, 2018년 타임 워너를 1,040억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이에 따라 미국 비금융 기업 중 최다 채무를 짊어지게 됐다. 회계사들이 “앞으로 빚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하는 리스 계약(Lease Obligation)을 포함, 총 채무 규모가 2,000억 달러를 상회한다. 대만의 대외 부채와 맞먹는 규모다. 이런 대규모 채무는 스티븐슨의 담대한 포부를 그대로 반영한다. 통신 섹터의 베테랑 애널리스트이자 AT&T 비평가인 크레이그 모펏 Craig Moffett은 “타임 워너를 인수하려는 AT&T의 야심은 어느 유명한 미국 기업을 혁신하는 차원을 넘는 것”이라며, “회사 목표는 미디어 생태계의 완벽한 재편”이라고 설명한다.

전략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은 스티븐슨의 몫이다. 2007년부터 CEO를 맡은 스티븐슨(59)은 그 전략을 끝까지 성공시킬 때가 됐다. 대규모 베팅 결과가 그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또한, 가장 위대한 미국 기업 중 하나인 AT&T(포춘 500대 기업 9위)의 미래도 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지지부진한 주가는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대한 비전은 미디어와 통신 사업의 모든 주요 요소를 결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느 회사도 시도해 본적이 없는 일이다. 타임 워너의 영화 및 TV 스튜디오는 어느 곳에서나 가장 성공적이고, 영광스러운 오락거리를 만들고 있다. 회사의 케이블 네트워크—TBS와 TNT, CNN,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 터너 클래식 무비스 Turner Classic Movies—는 강력한 배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다이렉트TV는 위성 시스템을 통해, 이 네트워크와 다른 네트워크를 가정에 전달한다. 여기에 AT&T의 유무선 통신 고객들을 추가하면, 스티븐슨은 “AT&T가 1억 7,000만 개의 배급 지점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그 비전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자랑한다.  

이론상 미디어 자산의 결합으로, AT&T는 전례 없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회사는 고객들에게 자사의 독점 콘텐츠와 연계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빠르게 상용화되는 무선 네트워크를 차별화할 수 있다. 아울러 자사 콘텐츠를 모든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출할 수 있다. 유무선 및 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엄청난 양의 고객 데이터도 모을 수가 있다. 따라서 광고주들은 새로운 정밀도를 앞세워 고객들에게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특정 광고를 본 고객들을 추적해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도 있다. 광고주들은 이런 서비스에 기꺼이 큰 돈을 지불할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시급한(아마도 가장 크고, 가장 가시적인) 다음 조치는 올 4분기 안에 넷플릭스와 경쟁할 주문형비디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AT&T는 그 신규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창작 콘텐츠, HBO, 다수 제작사의 영화들, 그리고 HBO와 워너 브라더스의 기존 콘텐츠(Library Content)를 포함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존 스탠키 John Stankey는 이 모든 변화를 실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34년간 통신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현재는 타임 워너에서 워너미디어 WarnerMedia로 사명을 바꾼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원대한 계획의 핵심은 구닥다리 통신회사로 남았다면 잘 알지 못했을 감정 (Emotion)”이라고 강조한다. 휴대폰이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면서, 소비자들은 그 휴대폰에 애착을 품게 된다. 스탠키는 “오늘날 우리는 소비자와 휴대폰을 연결시킬 콘텐츠를 제공할 능력이 있다. 휴대폰을 감정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맨해튼에 위치한 타임 워너 센터 Time Warner Center 임원층에서도 채광이 잘되는 회의실에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감정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능한 경쟁자들이 급증했다. 스탠키는 이런 레드오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디즈니는 오는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 Disney+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4월 11일 출시 발표에 매료된 투자자들은 이튿날 디즈니 주가를 12%나 끌어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14억대의 기기를 판매한 애플도 올 가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3,100만 명의 케이블 및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들과, NBC 및 유니버설 스튜디오 Universal Studio를 소유한 컴캐스트는 내년에 스트리밍 경쟁에 동참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경쟁자들의 맹공격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 각각 수 천만 명의 스트리밍 고객과 그들에 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앞세워 철벽 수비를 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구독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탠키는 “2~10개 사이가 될 것 같다. 아마도 적은 숫자에 가까울 것”이라며, “우리 같은 회사에 유리한 결과는 4~5개 정도가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 예측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지켜볼 일이다. 암페어 애널리시스 Ampere Analysis의 토비 홀레란 Toby Holleran은 “우리는 넷플릭스가 미국 TV 스트리밍 서비스 가운데 가장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아마존과 (디즈니가 대주주인) 훌루 Hulu가 그 다음이다. 이들 세 회사가 비교적 안전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틈새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AT&T의 ‘시너지 비전’ 관점에서, 구독료 매출은 회사가 비싸게 취득한 콘텐츠에서 이익을 내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진부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상당한 이익은 무선 가입자들의 해지율(Churn) 감소에서 발생한다. 존 도노반 John Donovan은 “총 1억 5,300만 명의 가입자를 고려하면, 약간의 해지율—AT&T의 경우, 작년 1.67%였다—조차도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AT&T의 무선, 다이렉트TV, 유선 초고속인터넷, 기업 서비스 사업을 맡고 있다. 이들 사업은 2018년 총 매출 1,710억 달러(2018년 6월 15일까지 타임 워너 매출도 포함) 중 79%를 차지했다. 그는 “0.1%의 해지율은 매출 10억 달러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회사 분석자료에 따르면, 고객에게 양질의 모바일 전용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면, 해지율은 상당히 감소한다. 도노반은 “어느 고객이 ‘이것 정말 좋은데. 아내가 나를 쇼핑에 데려갔는데, 나는 앉아서 휴대폰으로 축구를 봤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매달 멋진 영화를 한 편씩 제공하면, 누군가는 ‘난 절대로 AT&T 휴대폰을 포기 못해’라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되면, 해지율이 0.3% 감소할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30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이 된다. 

왕좌에 앉다: 랜들 스티븐슨 CEO는 ‘콘텐츠 및 유통’ 공룡을 구축하는데 1,700억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사진=포춘US

그 원대한 비전을 지지하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첫째, AT&T는 자신만의 고유한 전체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둘째, 다이렉트TV와 AT&T의 (고객을 직접 겨냥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진행되는 광고에서 그 데이터가 큰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게다가, 이전의 터너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광고를 전달할 수 있다. 브라이언 레서 Brain Lesser는 AT&T에서 이런 종류의 광고를 지원하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Data-Crunching) 사업부를 맡고 있다. 그는 “당신과 이웃 모두가 다이렉트TV 고객이라고 가정해보자. 당신들은 동시간에 동일한 생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광고를 변경할 수 있다. 아마도 당신 이웃은 휴가지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휴가 광고를 보게 된다. 당신이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자동차 광고를 보게 된다. 만약 모바일로 보고 있거나, 집에 없다면, 우리는 맞춤식 광고를 전달할 수 있다. 즉, 당신은 그 지역의 자동차 판매업체를 특정 광고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런 맞춤형 광고는 야후과 구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야기했다. AT&T가 고객들로부터 데이터 사용을 허락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기업들처럼, 우선 그 데이터를 익명 처리한다. 또 특정 개인을 상대로 맞춤형 광고를 하지 않고, 그룹화한다(일례로, 픽업 트럭을 구매할 것 같은 소비자들을 겨냥하는 식이다). 당신이 자동차 다이렉트 광고를 어떻게 보는지 상관없이, AT&T는 당신의 휴대폰 속 지리위치 데이터를 활용한다. 그래서 당신이 자동차 딜러점에 갔는지 알 수 있다. 또 자동차 제조사의 데이터를 사용, 당신이 시승 신청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레서는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에 ‘이 광고를 통해 특정한 ‘투자대비수익률(ROI)’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AT&T는 기업들이 그런 종류의 광고에 보통 광고비의 4배는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모펏은 “스티븐슨이 취합한 모든 요소들을 결합하면, AT&T는 더 이상 통신사로 불릴 수 없다”고 말한다. 스티븐슨도 이런 묘사를 반박하지 않는다. 현재 그는 AT&T를 “현대적인 미디어 회사”로 부르고 있다.

대부분의 커리어 기간 동안, 스티븐슨은 자신이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82년 대학교 재학 중, 사우스웨스턴 벨 텔레폰 Southwestern Bell Telephone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1986년 오클라호마대학에서 회계학 석사를 받은 후, 그는 회사 재무팀에서 ‘떠오르는 별’이 됐다. 그래서 회사가 지분을 가진 텔멕스 Telmex를 관장하기 위해, 멕시코 시티로 전근을 갔다. 그곳에서 그는 또 다른 거물급 투자자이자, 추후 억만장자가 된 카를로스 슬림 Carlos Slim과 가깝게 일했다. 사우스웨스턴 벨(후에 SBC로 사명을 변경했다)은 1984년 회사가 분리된 후 남겨진 AT&T /*역주: 당시 정부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를 예상한 AT&T는 장거리 전화 사업만 유지하고, 지방 전화와 통신 장비 사업 등의 소유권 포기에 합의했다/를 인수했다. 두 기업의 통합 회사는 AT&T라는 이름을 유지했다. 당시 미국에서 지명도와 가치 측면에서, 최고 브랜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2년 후, 스티븐슨이 47세의 나이에 통합 회사 CEO에 올랐다.
 
오늘날 그는 댈러스 구도심의 한복판에 위치한 AT&T 고층건물의 평범한 4층을 집무실로 이용하고 있다(이 건물은 1912년 지은 아돌푸스 호텔 Adolphus Hotel의 대각선에 있고, 니먼 마커스 Neiman Marcus 백화점 본점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다). 그는 “최근까지 내가 현재 시도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산업을 재편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식됐다”고 회상한다. “2000년대 초반, 나는 사람들에게 ‘음성이 유선에서 벗어나 모바일로 대거 이동할 것인가?’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절대 안돼. 기술적 수용 능력과 수요가 충분치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봐라.” 그가 나중에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지 물었을 때, 대답은 정확히 같았다: “‘절대 안돼! 그럴 수 없다.’ 그리고 아이폰이 등장했다. 우리는 ‘오늘날 이 모바일 기기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응용 기술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답은 동영상이었다. ‘그렇다면 동영상을 수용할 수 있을까?’ 역시 대답은 ‘안돼. 절대 안돼’라는 것이다.”

그는 교훈을 얻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당신에게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그들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방금 생각했던 풀 비디오 전송 능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린다. 결정적으로, 그는 또한 영상 처리가 가능한 무선 네트워크 이상의 것을 제공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영상 자체를 제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해결책이 있었다. “다이렉트TV가 (M&A) 매물로 나왔다. 그리고 케이블 업체들처럼, 그 회사는 다수의 비디오 프로그램을 전송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2015년 AT&T는 다이렉트TV를 인수했다. “몇 개월 내에, 우리는 다이렉트TV가 권리를 가진 모든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콘텐츠를 모바일 기기로 전송했다.”

그 기업 인수는 스티븐슨의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그의 팀은 “만약 다가오는 4G와 5G 네트워크가 영상 전송을 위한 주요 수단이 된다면, 당신의 운명을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 질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다시 말해, 고급 콘텐츠를 소유하는 것이 중요해 질 것이다. 그는 “다이렉트 TV 인수를 계기로 고급 콘텐츠를 대규모 확보하려는 지금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1,040억 달러짜리 인수 결정이었다. 

미래는 스티븐슨에게 특히 매력적이었다. 과거 AT&T의 통신 사업이 너무 암울했기 때문이었다. 타임 워너 인수전에 전력을 다한 것도 회사의 현실적인 경영 실적이 한 몫 거들었다: 엄청난 현금이 창출되고 있지만, 전체 사업은 하락세였다. 총 매출의 71%를 차지하는 유무선 통신과 다이렉트TV를 포함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작년 매출이 2년 전보다 더 낮았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견고했음에도 그랬다. 설상가상으로, 그 하락세가 갑자기 빨라졌다. 수년 동안 월가는 AT&T의  2019년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에 관한 컨센서스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워너미디어의 연간 실적을 포함한 가장 최근 실적 예상치는 2016년 중반의 예상 컨센서스를 밑돌고 있다. 당시는 타임 워너 인수가 언급도 되기 전이다.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회사의 핵심 사업은 모든 비용을 차감하고도 440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했다. 즉, 거의 매주 회사로 10억 달러가 들어오는 셈이다. 회사는 지난해 210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집행했다. 주로 전국적인 무선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보수, 5G에 맞는 장비 업그레이드, 그리고 대부분 지역의 가정 및 기업 고객들을 위한 광케이블 설치에 썼다. 130억 달러는 배당금으로 주주에게 환원됐다. 최근 주가가 대략 3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배당 수익률은 6.7%에 이른다. 미국 주요 기업이 지급한 배당금 가운데 최대 규모 중 하나다(고수익률은 대규모 배당금과 낮은 주가의 결과물이다. 역설적으로 투자자 신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최근 AT&T 주가는 8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채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작년 6월 AT&T가 타임 워너 인수를 마무리한 다음 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회사 신용 등급을 투기 등급보다 불과 두 단계 높은 수준으로 강등시켰다. 그 신용평가사의 논리는 AT&T 주주라면 겁먹기에 충분했다: ‘무디스는 AT&T가 현금 배당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새로운 ‘동종업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동종업계에서 다른 미디어 및 IT 대기업 대부분은 준수한 경영 지표를 보인다.’(AT&T는 잉여 현금으로 채무를 갚아나갈 예정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8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을 고려 중이다).

타임 워너를 인수하기 전에, AT&T의 위험 요소는 매출 하락세가 무선 영상 시대에 가속화할 거라는 점이었다. 모바일 네트워크의 모든 이전 활용법—통화와 문자, 인터넷 접속—들은 소비자가 스스로 경험을 만드는 ‘능동적’ 행위이다. 반면, 영상은 다르다. 그것은 ‘수동적’ 행위이다. 다른 누군가가 그 경험을 만든다. 충분히 괜찮다면, 소비자들은 연결을 위해 이미 지불하는 요금 외에 그 영상을 위해 추가로 돈을 쓸 것이다. 스티븐슨과 그의 팀은 무선 연결 사업의 가치가 ‘네트워크 소유자’에서 ‘콘텐츠 소유자’로 이동할 거라는 점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는 AT&T가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기 위해 타임 워너 인수는 필수적이라 여겼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그런 논리를 수긍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은 2011년 주가보다 더 비싸게 주식을 매수하려 하지 않는다. 회사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실제로, 주가는 2016년 여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다. 그 해 10월 타임 워너 인수가 발표되기 얼마 전, 주당 43달러를 찍었다. 현재 대부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보유(Hold)’ 투자의견에 목표주가 30달러를 제시한다.

회의론자들은 AT&T의 전략이 잘 짜인 장기 플랜이 아니라 단기 미봉책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의 수석 고문 베넷 스튜어트 Benett Stewart는 “그들은 구조적으로 매출 성장을 이끌기보다는 ‘기업 인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독점 당국은 오랫동안 AT&T가 또 다른 통신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인수를 위해 다른 옵션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월가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모펏은 “다이렉트TV 인수는 AT&T가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는 분석보다는 오히려 인수가 허용된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전략에 접근하는 아주 끔찍한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모펏은 심지어 AT&T가 콘텐츠를 보유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이 타임 워너 콘텐츠를 AT&T 배급망에만 독점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반독점 소송에서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워너 콘텐츠와 AT&T 배급망의 결합에서 파생되는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문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최고 요금제의 가입자에게 HBO 무료 이용권을 주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에게 통합 상품을 제공하려는 AT&T의 전략은 지금까지 단순한 할인 정책에 불과하다. 심지어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펏은 또한 AT&T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연 15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AT&T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스티븐스 John Stephens는 “그런 비용 절감 계획은 예정대로 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 한 명의 회의론자는 AT&T가 이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그리고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믿는다. 과거 버라이즌 고문을 지낸 베테랑 전략 컨설턴트 로저 마틴 Roger Martin은 “당신의 운명을 통제하기 위해 ‘수직적 인수(Vertical Acquisition)’ /*역주: 동일 산업 내에서 전방 혹은 후방 공정을 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를 모색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생각은 아니다”라며, “만약 당신이 전후방 산업의 한 기업을 인수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쉬운 결정”이라고 말한다. 핵심은 당신이 진정한 경쟁 우위를 가진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 목에 혹을 붙이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틴이 보기에, 워너미디어는 콘텐츠 제작에서 경쟁 우위가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그는 “다른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 사업에 전례 없는 규모의 비용을 퍼붓고 있다”고 말한다.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디즈니가 콘텐츠 부문에 210억 달러를, 그리고 넷플릭스와 AT&T가 각각 150억 달러와 140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다(이들 가운데 단 한 곳도 그런 추정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마틴은 “당신이 AT&T라면 어떤 입장을 취하겠는가?”라고 되묻는다. “당신은 넷플릭스와 디즈니보다 콘텐츠 제작에 돈을 덜 쓰고 있다. 그래서 5G 부문에서 버라이즌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논리는 어디로 귀결되는가?” 그는 그 답변으로 ‘공포스러운 위치(dreaded locale)’를 제시한다. 전략 분야의 권위자 마이클 포터 Michael Porter가 전략적으로 모든 기업에 최악이라고 밝힌 지점이다. 즉, 어정쩡하게 중간에 끼이는 상황이다.

심지어 워런 버핏조차 이렇게 강력한 라이벌들 속에서 경쟁하는 일을 꺼림칙하게 생각한다. 그는 최근 자선 행사에서 연예산업에 대해 일반적인 언급을 하면서 "모든 사람은 기껏해야 눈알이 두 개 있고, 자유 시간을 몇 시간 갖는다. 그래야 하루에 4~5시간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눈알들을 두고 싸울 아주, 아주, 아주 큰 기업들이 몇 개 있다. 눈알이 두 배가 되지 않을 거다. 많은 자원을 가진 매우 영리한 사람들이 당신 시간을 30분 더 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경기에 직접 참가하고 싶지 않다. 그건 내게 너무 힘든 일"이라고 최종 평가를 내렸다.

버핏이 피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업은 가망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스티븐슨은 그 전설적인 투자자의 전제를 거부한다. 그는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이 16시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글쎄, 아직 그 16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그는 커머스 스트리트 Commerce Street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창문 쪽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5G 네트워크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교통체증이 완화될 것이라 말한다. "상당수 자동차들이 자율주행을 하게 되면,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2시간 더 휴대폰을 사용하고, 비디오를 소비할 수 있다."

AT&T의 미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사실이 하나 있다. 즉, 오랫동안 예고되며, 수년간 통신업계가 “융합”이라 부른 ‘확장된 현실(Larger Reality)’의 도래다. 문자 내용, 위치 기록, CT 스캔 기록, 카사블랑카 방문 등 사실상 모든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며, 누구나 언제 어디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어떤 회사든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고, 어떤 소비자라도 그것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끝없이 유동적인 환경이다

스티븐슨이 많은 회의론자들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런 현실이 그에게 위안이 될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그들의 논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오래된 가정들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스티븐슨은 더 큰 위안을 받을지 모른다. 워너미디어의 킬러 콘텐츠를 다른 회사는 갖지 못한(혹은 갖지 못할 것 같은) 비장의 무기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몇 년 안에 전국망을 갖추게 될 5G 무선 네트워크다. 하지만 다른 세 개의 다른 무선 네트워크(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합병되면 두 개가 된다)는 임대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유동적인 디지털 세계에서, 버핏이 말한 "많은 자원을 가진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누가 알겠는가?

불확실성과 도전과제, 경쟁, 이 모든 일들이 벅차 보인다. 하지만 다른 시각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어쩌면 필요할지 모른다). 스티븐슨 밑에서 AT&T의 비미디어 사업을 맡고 있는 도노반은 "벅찬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일"이라며, "지금이 최적의 시기이다. 랜들이 이 회사에 준 가장 큰 선물은 ‘영감’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것은 어렵고, 우리가 틀린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알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 '우리는 이 모든 도구와 무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유쾌하고, 희망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도노반과 그의 상사는 AT&T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콘텐츠와 유통망’을 겸비한 유일한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중세 판타지 시리즈(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반전과 피비린내 나는 줄거리가 떠오른다. 이 드라마를 가상의 홍보전략으로 활용하는 AT&T와 달리, 나머지 기업들이 현실에서 벌이는 싸움은 상당히 절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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