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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기술산업의 비밀유지 계약
[포춘US]기술산업의 비밀유지 계약
  • Jeff John Roberts 기자
  • 승인 2019.05.3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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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술산업이 비밀유지계약(Nondisclosure agreementsNDA)을 애용하게 됐는지, 왜 발언의 자유는 여전히 요원한 일인지 살펴보자. By Jeff John Roberts

요즘엔 어떤 실리콘밸리 기업에 들어가도, 비밀유지계약을 요구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학자들이 침묵 계약이라 부르는 NDA는 한 때 고위직 관리자들에게만 요구됐다. 그러나 오늘날 기술업계에서, 이런 종류의 계약은 직원들이 즐겨 입는 플리스(양털) 조끼처럼 흔하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에선 낮은 직급의 직원들과 계약자들도 모두 NDA에 사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력업체와 방문자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NDA는 규정 위반 시 벌금을 명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한다: 자신의 월급부터 상사의 이상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얘기를 하는 순간 고소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NDA는 최근 여러 기술업계의 논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체결 범위가 넓어지고 그 수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NDA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판가들은 이로 인해 사람들이 산업의 어두운 측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린다고 지적한다.


 

페이스북 관리자들은 NDA에 따라 이 소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고발하는 기사에서 실명을 밝히길 두려워했다. 사진=포춘US

성추행 파문으로 우버를 비롯한 기술기업들이 논란에 휩싸였을 때, 일부 직원들은 NDA 때문에 피해자가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혈액진단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 Theranos 임원들의 사기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때, 직원들은 NDA 탓에 쉽사리 공개적으로 경종을 울리지 못했다.

 

기술 관련 뉴스 사이트 더 버지 the Verge는 지난 2, 페이스북 관리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특집기사로 다룬 바 있다. 이들은 시급 15달러에 페이스북 상의 음란물과 위협 및 폭언이 담긴 게시물을 지우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NDA를 언급하며, 실명을 밝히길 거부했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NDA를 연구하는 샌디에이고대학교 오를리 로벨 Orly Lobel 법학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많은 기술 기업들이 NDA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자사의 영업기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여전히 NDA의 주 목적은 영업기밀 보호다). 하지만 그 이후 NDA는 직원들을 통제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만능 곤봉으로 변질됐다.


로벨 교수는 최근 몇 년 간 기업들이 NDA를 앞세워 직원들의 연봉공개를 막고 있다. 임금인상을 제한하려는 교묘한 시도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NDA는 여성과 소수집단의 불평등한 임금공개를 제한할 수 있다. 이런 임금차별은 최근까지 많은 기술기업들이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 문제다.


로벨 교수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모든 것이 비공개이고 회사 소유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곧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다수의 포괄적 NDA를 현실에서 적용할 수 없다. 아울러 연방법은 근무조건을 논의할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법원에서 쟁점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오래 전부터 NDA를 비판해온 와이드너 Widener 대학의 앨런 가필드 Alan Garfield 법학교수는 "이런 계약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계약이 공공정책에 반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변호사들이 고소하겠다고 협박한다면 어느 누가 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겠는가?"


물론 NDA가 무적인 것은 아니다. 가필드는 최근 댐에 분열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작년 한 해 많은 압박을 받은 우버는 성추행 혐의를 받는 사건에서는, 더 이상 직원들에게 사적 조정 (private arbitration)에 참여하거나 별도의 NDA를 체결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술기업들의 NDA 남용 사례로 비판 받던 관행들이다.


그러나 우버는 특별한 경우다.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모두 해당 문제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거나, 아예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 기업들로선 NDA를 최대한 많이 적용할수록 좋다. NDA의 법적 기반이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소송 당할 가능성은 낮고, 심지어 이상한 NDA를 요구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연봉협상 과정에서 면접자가 제약요소가 적은 NDA를 요구할 수 있다 해도, 가장 대범한 (혹은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 그럴 것이다.

 

일단 지금 당장 내릴 수 있는 결론은, NDA 활용은 정치 지도자들이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주 검찰총장들이 이직제한을 두는 경쟁금지합의서의 남용을 바로잡는 데 착수한 것처럼, 의원들은 영업기밀 보호 외의 목적으로 NDA를 활용하는 기업들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처벌할 수 있다.


아울러 가필드와 로벨 교수는 연방 제보자법과 소위 전략적 봉쇄소송 금지법(Strategic Lawsuits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SLAPP)’을 투명성과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한 또 다른 입법 사례라고 설명한다(후자는 사소한 명예훼손소송 등을 제기, 상대에게 법률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걸 규제하는 법률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이 성사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술기업들은 계속 모든 신규 직원들에게 NDA를 요구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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