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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경영 수다’

대중문화 속 리더십 읽기

  • 기사입력 2019.05.03 11:14
  • 최종수정 2019.05.03 11:25
  • 기자명 포춘코리아 기자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9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리더십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리더십을 거창한 학문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주변 일상에서, 혹은 영화 속에서도 훌륭한 리더의 자질에 대해 알 수 있는 대목이 많다.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얘기해 본다.]

리더십의 세 가지 키워드로 '솔선수범’과 ‘신뢰’, ‘자기인식’을 꼽았다. 사진 셔터스톡.
리더십의 세 가지 키워드로 '솔선수범’과 ‘신뢰’, ‘자기인식’을 꼽았다. 사진 셔터스톡.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의 명대사입니다. 조직의 보스가 수족 같은 부하에게 얘기합니다. 자신의 여자에게 남자가 생긴 듯하니 감시를 하라고 말입니다. 보스를 위해 7년간의 세월을 개처럼 살았던 부하는 이번에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부하는 여자의 탈선을 모른 체합니다. 그게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보스는 부하를 죽이려 하지만 부하는 살아 돌아와 보스에게 총을 겨눕니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보스가 이야기하는 그 이유가 바로 모욕감입니다. <달콤한 인생>에서의 보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위계와 명령입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감히 딴 마음을 품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인 겁니다. 이게 리더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준이자 현실입니다.

▶리더십은 솔선수범이다
영화 <안시성>을 보았습니다. 20만 대군을 동원해 안시성을 침공한 당 태종과 그에 맞서는 성주 양만춘, 그리고 5천의 군사들. 숫자부터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풍전등화가 따로 없습니다. 매 순간이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일군의 백성들이 나섭니다. 이번에는 내가 목숨을 걸고 희생하겠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납니다. 도대체 성주가 평소 어떻게 했길래 자신의 생명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걸까요?
또 다른 영화 <300>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배경은 BC 400년 페르시아 전쟁입니다.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맞서 싸운 스파르타 300명의 전사들. 그들은 절대 퇴각하지 않았고, 결코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전원이 전사하였고, 그렇게 그들은 전설이 되었습니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는 얘기합니다. “난 스파르타를 지키기 위해 내 부하들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나 역시 내 부하들을 위해 죽을 수 있다.” 300 전사들이 조국을 위해 장렬히 산화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안시성의 비밀도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리더가 앞장서는 겁니다. 리더가 먼저 하는 겁니다. 시켜만 놓고 빠지는 게 아니라 리더가 함께 하는 겁니다. ‘위’에서 군림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공감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겁니다.
MBC TV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편. 여군 소대장의 폭풍 카리스마가 대단합니다. 힘든 각개훈련이 몰아치고 드디어 식사시간. 식사를 하지 않는 소대장을 보고 훈련병들이 물어봅니다. “소대장님은 식사 안 합니까?” 소대장이 답합니다. “소대장은 훈련생들 식사 후에 식사합니다.” 리더는 이처럼 마지막에 먹는 겁니다. 리더십은 그래서 ‘솔선수범’입니다.

▶리더십은 신뢰다
영화 <밀정>은 리더십의 핵심이 신뢰임을 웅변합니다. “자네에 대한 총독부의 기대가 크네.” 히가시 경무국 부장의 말입니다.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의 열정에 불쏘시개가 되는 말입니다. 그렇게 그는 일본의 주구로 활약합니다. 이대로만 가면 패전국의 이등 국민이 아니라 승전국의 경찰로 잘 살아갈 거라 생각해서입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느닷없이 하시모토가 나타납니다. 히가시 부장이 붙여놓은 경쟁자이자 끄나풀입니다. 숨막히는 충성경쟁과 서열경쟁이 이어집니다. 이정출은 흔들립니다. “나를 못 믿는 것인가?” 그때 의열단 단장 정채산이 이정출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임무를 맡은 이정출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만남입니다. 이 만남에서 정채산은 자기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풀어 내밀며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내 시간은 이형에게 맡기겠다는 의미요.” 그러면서, 당신은 어느 역사 위에 이름을 남기겠냐, 이정출에게 묻습니다. 이정출의 마음이 돌아서는 장면입니다. 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했습니다. 이정출도 그랬을 겁니다. 믿음이 깨지니 돌아서는 겁니다.
못 믿으니 간섭하게 되고 못 믿으니 지시하게 되고 못 믿으니 규정을 만듭니다. 리더의 이런 ‘관리’는 직원의 영혼 없는 순응을 빚어냅니다. “우리 포샤(직원 닉네임) 하고 싶은 거 다 해.” 모 핀테크 기업의 채용광고 카피입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이 건강한 조직문화의 뼈대임을 깨닫게 됩니다. 리더십은 그래서 ‘신뢰’입니다.

▶리더십은 자기인식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셀럽파이브’가 출연했습니다. 셀럽파이브는 송은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네 명의 개그우먼로 이루어진, 퍼포먼스 기반의 프로젝트 걸그룹입니다. 처음에는 다들 개그우먼들의 춤동아리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무대는 진지했습니다. 뜨거웠습니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무대에 묻어났습니다. 셀럽파이브가 뮤직비디오를 찍고 실제 음악방송에까지 나가게 된 배경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물어봅니다. “너희들은 서열이 어떻게 돼? 누가 리더야?” 남자들의 세계에서 중요한 서열 얘기가 여기서 또 나온 겁니다. “우리 모임의 구심점은 신영이다. 그 외 서열은 똑같다.” 권위적 위계로 이루어진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나이도 제일 많고 투자금액도 제일 많은 송은이가 리더가 아니라는 사실이, 수직적 리더십 관점에 매몰된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리더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맡는 게 아닙니다. 돈을 제일 많이 낸 사람이 맡는 것도 아닙니다. 구글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눈 여겨 보는 리더십은 ‘협업의 연주자’입니다. 팀의 일원으로서 적절한 때에 앞으로 나와 리드했다가도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 판단되면 뒤로 물러나서 리더 역할을 기꺼이 넘길 수 있는 사람. 이게 구글이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입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아니, 내가 아니라서 오히려 잘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에 블록체인 기술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 같은데, 나는 블록체인이 뭔지 잘 모르겠더라. 만약 나한테 묻는다면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 중장기 전략을 보고받았는데 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보고를 하는 것 같더라. 너무 슬펐고, 그래서 퇴임결심을 더 굳혔다.” 60대 초반 한창 나이에 물러난 어느 대기업 회장의 퇴임 변 중 한 대목입니다. “Am I good enough? 나는 충분히 훌륭한가?” 스스로를 향해 끊임없이 던져야 하는 질문입니다. 리더십은 그래서 ‘자기인식’입니다.

▶리더십은 자기수양이다
‘솔선수범’과 ‘신뢰’와 ‘자기인식’, 리더십의 세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았습니다. 리더가 직원을 신뢰하고 리더가 솔선수범하고 리더가 냉철하게 자기를 성찰할 때 리더십은 절로 생겨납니다. 결국 다른 것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했습니다. 리더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리더가 만들려고 하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믿고 기다리는 겁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모습의 영웅들이 저마다의 창의와 개성으로 성과를 내는 자율적인 조직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리더십의 골간은 그래서 ‘자기수양’입니다.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o마케팅o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 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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