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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디자인 경영|데이터로 재탄생하다

  • 기사입력 2019.05.03 08:59
  • 기자명 SPENCER BAILEY 기자

인공지능이 ‘기존 세상’을 재편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에게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는 동시에 골치 아픈 딜레마도 안기고 있다.

고급 골프장비업계의 강자 캘러웨이에서 클럽을 만드는 과정은 항상 노동집약적이었다. 클럽헤드를 갈고, 광택을 내고, 우드와 강철 재질의 아이언과 웨지를 만드는 과정이 모두 그랬다. 회사는 오랫동안 이런 장인들의 수작업과 기술적 혁신을 병용해 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항공우주 거물 보잉과 손을 잡고, 공기역학적 클럽들을 공동 디자인하고 있다.

그래서 이 회사는 4년 전 에픽 플래시 Epic Flash라는 최신 클럽 제품군을 선보일 당시에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차세대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바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보통 클럽을 디자인 할 때는 5~7단계의 실물 시제품 제작 과정을 거친다. 반면 캘러웨이는 에픽 플래시의 경우, 1만 5,000개의 가상 제품을 만들었다. 알고리즘이 이 중에서 최고 디자인을 결정하고, 성능(볼 스피드)이 가장 좋은 제품을 선택했다. 물론 미국 골프협회가 제시한 규칙도 준수해야 한다. 유명 잡지 골프 다이제스트 Golf Digest는 최근 2019년 ‘핫 리스트’ 기사에서, 530달러짜리 에픽 플래시 드라이버에 20점 만점에 20점 만점을 줬다. 드라이버 제품 가운데는 유일하다. 인간이라면 이런 종류의 발 빠른 반복 교정이나 정밀도를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에픽 플래시는 알고리즘 기반 디자인이 점점 더 중요하게 일상화하고, 심지어 마침내 규범이 됨에 따라,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바르셀로나에 소재한 머신러닝 회사 겸 혁신프로젝트 공장 알파 Alpha의 최고혁신책임자 모리스 콘티 Maurice Conti는 “내가 디자인하는 이 제품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디자인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은 주걱부터 고층빌딩까지 ’기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전례 없는 속도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디자이너들을 도운 결과다.       

알파의 최고혁신책임자 모리스 콘티는 AI를 여러 분야에 “바를 수 있는 땅콩 버터 같은 존재”라고 묘사한다. 풍력 터빈과 업무 공간 등 다양한 대상의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포춘US
알파의 최고혁신책임자 모리스 콘티는 AI를 여러 분야에 “바를 수 있는 땅콩 버터 같은 존재”라고 묘사한다. 풍력 터빈과 업무 공간 등 다양한 대상의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포춘US

다음 사실만 살펴봐도, 현재 벌어지는 심오한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UN 세계지적재산기구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전 세계에서 17만 건 이상의 인공지능 특허가 출원됐다. 이 분야의 총 특허가 50%나 증가한 셈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결과는 디자인적 측면에서도 두려움과 희열의 가능성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우리가 숙고해야 할 많은 질문들이 있다: 알고리즘이 인간을 위해 상당 부분 디자인에 일조할 때, 과연 디자이너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인간의 손(기술)과 심장(감성)이 디자인 과정에서 계속 중요할까? 어느 시점이 되면, AI가 완전히 대체를 할까? 인공지능은 실제로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할까? 아니면 편안함과 미적 만족, 실용성을 무시하고 냉정하게 비용 효과만 우선시할까?            

이런 진화의 선구자들은 어도비와 오토데스크 같은 컴퓨터 지원 디자인(CAD) 기업들이다.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테크 거물들도 마찬가지다. 어도비는 지난 2016년 어도비 센세이 Adobe Sensei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머신러닝 네트워크는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Creative Cloud 소프트웨어와 다른 많은 플랫폼들을 구동한다. 어도비와 협업하는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 이미지 매칭과 고객 데이터 판독 같은 센세이 도구들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작년 가을에는 인텔리전트 얼러츠 Intelligent Alerts를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말하자면 디자이너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적절한 데이터 세트 /*역주: 컴퓨터상의 데이터 처리에서 한 개의 단위로 취급하는 데이터 집합/를 추천하기 위해, 그들의 작업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이와 유사하게 오토데스크도 2017년 첫 상업 ‘생성적 디자인(generative design)’/*역주: 시각적 다양성을 표현하는 소극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디자인의 뼈대인 프로세스에 적극 개입하는 디자인/ 상품인 프로젝트 드림캐처 Project Dreamcatcher를 발표했다(회사는 1980~1990년대 오토캐드로 디자인 도구의 자동화를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좀 더 빠르게, 좀 더 많은 디자인 옵션을 시험하기 위해 드림캐처를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목적과 재료, 비용 한도, 제조법 같은 사용자의 입력 값에 따라 다양한 옵션들을 생성한다. 드림캐처를 활용한 초기 사례가 있다. 제너럴 모터스는 이 도구로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좀 더 가볍고, 튼튼한 부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가구 제작, 건축, 패션 같은 업종에서 이처럼 새 도구들을 실험하고 있다. 또한 업계 판도를 바꿀 그들의 잠재력을 살피고 있다. AI를 활용한 2건의 유쾌한 실험은 집 베란다보다는 현대미술관에 좀 더 잘 어울리는 가구를 만들어냈다. 첫 주인공은 구글 구동 플랫폼을 도입한 토론토 연구기업 래디컬 놈스 Radical Norms다. 또 다른 실험은 디자이너 필리프 슈미트 Philipp Schmitt와 슈테펜 바이스 Steffen Weiss가 진행했다. 이들은 핀터레스트에 올라온 20세기 의자 사진 562장을 컴퓨터 신경망에 입력했다. 하지만 이 실험들은 AI가 업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미래를 지향한다. 고객 체형에 딱 맞는 디자인, 맞춤형 컬러와 패턴을 갖춘 초개인화(hyper-personalized) 제품의 시대 말이다. 물론 상당한 시간과 비용도 절감해야 한다.            
 
패션 분야에서는 이탈리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육스 Yoox가 AI 기반 제품라인(육스 프라이빗 라벨 8)을 처음 선보인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업체가 내놓은 컬렉션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콘텐츠들을 취합해 탄생했다. 아울러 주요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트렌드와 판매된 제품, 고객 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탄생한 육스의 남성 및 여성복 컬렉션이 ’핵심요소‘만 갖춘 점은 놀랍지 않다. 파격적인 오튀르 outre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션이다. 한마디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디자인의 결과다. 이 디자인이 개인 아티스트 한 명의 솜씨보다는 대중적인 선호도 분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이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분야가 그래픽 디자인이다. 벤처자금 지원을 받는 신생기업 테일러 브랜즈 Tailor Brands와 로고조이 Logojoy가 선두 주자다. 두 회사는 소기업들을 위해, 로고와 문구류 등의 제작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AI 생성 그래픽을 처음으로 구현한 비디오 게임 시제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최소한 한 개의 AI 팀이 향 디자인(SCENT DESIGN)을 연구하고 있다: IBM 리서치는 최근 글로벌 조향업체 심라이즈 Symrise와 손을 잡고, 머신러닝을 활용해 향수를 개발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실험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중요한 변화의 국면에 서 있다. 즉, 데이터 기반과 자동화, 효율성이 강화되는 추세다. 반면, 디자인이 동질화돼서 인간미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디자이너들이 협력자와 도구로서 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AI 주도의 아이디어를 신봉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안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공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AI 전문가 겸 벤처 캐피털리스트 카이-푸 리 Kai-Fu Lee가 신간 ’AI 초강대국: 중국과 실리콘밸리, 신세계 질서‘에서 지적했듯, AI가 (최소한 지금까지는) 할 수 없는 2가지 분야가 있다. 하나는 과학과 스토리텔링, 예술, 그리고 당연히 디자인 같은 창조적 노력을 수행하는 분야다. 나머지 하나는 공감과 연민, 신뢰를 구축하는 분야다(모두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필요로 한다). 오직 인간만이 고객을 의미 있게 받드는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를 배려하는 도시 디자인 계획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AI 전문가들은 다음 페이지 인터뷰에서 머신러닝과 디자인의 융합이 이제 막 결실을 맺고 있다고 강조한다. AI 주도 디자인이 조만간 우리 주변의 세계를 재편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다른 산업들이 AI에 의해 바뀌었듯, 디자인은 곧 사회적-문화적-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기술이 직무를 바꾸고, 자원을 재분배하고, 우리가 살고 일하는 물리적 환경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신중하고, 공감하며 AI를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코 AI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AI·디자인 전문가 3인 인터뷰: 마크 니츠버그(왼쪽)와 라나 엘 칼리우비 등 세 명의 인공지능 및 디자인 전문가들이 AI와 인간 협업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포춘이 이들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의 발췌본이다.

-모리스 콘티 Maurice Conti
알파의 최고혁신책임자. 바르셀로나에 소재한 이 머신러닝 기업은 건강 및 에너지 같은 분야를 재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 팀워크와 협업을 평가하기 위해 AI 시제품을 만들었다. 우리의 초기 결과는 ‘한 팀을 관찰하는 숙달된 인간 심리학자가 동일한 실험을 할 때처럼, AI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 다음과 같은 경우는 예외다. (A) 심리학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AI가 머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확장성이 엄청나게 뛰어나다. (B)심리학자는 실험 결과를 관찰 및 대조하고, 협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을 모든 산업의 매우 작은 분야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풍력 터빈 같은 제품을 설계하거나, 건물 외벽을 구축하는 일을 더 잘할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갖고 있고, 그 데이터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AI는 여러 산업에 고루 바를(적용할) 수 있는 땅콩 버터 같은 존재다. 내가 디자인하는 이 제품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디자인을 더 잘 할 수 있다.”

-라나 엘 칼리우비 Rana el Kaliouby
어펙티바 Affectiva의 공동 창립자 겸 CEO. 벤처 지원을 받는 이 회사가 선구적으로 선보인 ’감정 AI‘는 자동차 산업과 교육, 의료 분야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나는 로봇이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편견과 관련된 좀 더 절박한 AI의 위협은 정말 걱정된다. 이 기술을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몰이해도 우려된다. 우리는 이런 폭넓은 시각을 적극 지지한다.

”우리는 AI를 안면인식에 활용한다. 당신이 대부분 백인 얼굴로 안면인식 기계를 훈련시키고, 아프리카나 아시아계를 확인한다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원래 이집트 출신이다. 따라서 내 경우처럼 ’데이터 집단에 포함되려면 히잡을 쓴 여성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로봇이라는 매개를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기술과의 발전된 소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모범으로서 말이다. 우리는 또한 로봇을 집이나 사무실에 들여 놓을 수 있다. 어펙티바는 작년 가을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SoftBank Robotics와 손을 잡고, 사회적 로봇을 만들기로 발표했다. 우리는 로봇 감정과 사회적 두뇌 분야를 선도할 계획이다.
  
-마크 니츠버그 Mark Nitzberg

UC 버클리의 ‘인간과 양립하는 AI 센터(CHAI)’ 사무국장 겸 캠브리언 그룹 Cambrian Group의 주요 수석 과학자. 캠브리언 그룹은 기획과 전략, 디자인 분야에서 GE 및 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한다.

”CHAI의 임무는 인간의 목적 및 취향과 양립하는 안전한 방식으로 AI를 교정하는 일이다. 엔지니어링의 탄생부터, 시스템은 자체 목적을 달성하도록 구축됐다. 우리가 이런 시스템에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할 수록, 그들은 인간의 취향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목적만 달성한다. 일례로, 인간은 로봇 근처를 지나갈 때 팔이 찢겨나가는 걸 원치 않는다. 당연한 취향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런 희망이 생산 라인의 모든 로봇에 프로그램으로 입력되는 건 아니다. 많은 로봇들이 갇혀 있는 이유다.     

“AI에는 일종의 지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지능을 기계적으로 카피한 것은 아니다. 당신이 CHAI 교수 스튜어트 러셀 Stuart Russell에게 ’기계에 의식을 불어넣을 것이냐?‘고 물었다고 해도, 그에게 50억 달러를 줄 순 없다. 그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대부분 AI 연구진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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