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5-21 18:43 (화)
[시계 속의 시계] 3세대 모델로 진화한 브레게 '마린 컬렉션'
[시계 속의 시계] 3세대 모델로 진화한 브레게 '마린 컬렉션'
  • 김강현 기자
  • 승인 2019.04.26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브레게가 1990년 론칭한 마린 컬렉션의 3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마린 컬렉션은 과거에 명맥만 유지하던 수준이었지만, 2세대를 거쳐 3세대 이르며 이제는 브레게 메인 컬렉션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Marine Alarme Musicale 5547. 사진=브레게
Marine Alarme Musicale 5547. 사진=브레게

[포춘코리아] 지난 4월 12일 금요일. 브레게가 서울 한강반포지구 더 리버 The River에서 브레게 3세대 마린 컬렉션 론칭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3세대 마린 컬렉션 모델인 Marine 5517, Marine Chronographe 5527, Marine Alarme Musicale 5547 외에 2세대 마린 컬렉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도 함께 선보여 시계 마니아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행사 축사로 나선 엠마뉴엘 브레게 Emmanuel Breguet 브레게 마케팅 총괄 책임은 “브레게는 바다와 깊은 연관이 있는 브랜드”라며 “19세기 프랑스 왕정 해군과 오랜 인연을 함께했으며 이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현대적인 마린 컬렉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엠마뉴엘 책임은 브랜드 창립자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Abraham-Louis Breguet(1747~1823)의 직계 7대손이다.

◆ 왕정 해군과의 인연

엠마뉴엘 책임의 설명과 같이 브레게와 19세기 프랑스 왕정 해군과의 인연은 오늘날 마린 컬렉션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됐다. 프랑스 왕 루이 18세는 1814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를 파리 경도국(經度局) 위원회 일원으로 임명했다. 프랑스 국민 공회가 1795년 설립한 경도국은 천문학, 지리학, 측지학 등의 적용 확대와 발전을 목표로 만들어진 20여 명 규모의 전문가 집단이었다. 경도국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관련 영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인증과도 같았기에 이는 매우 영광으로 여겨졌다.

브레게는 당시 60대에 접어든 나이였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임명 이듬해인 1815년에는 복식태엽을 탑재한 고정밀도 마린 크로노미터를 개발해 루이 18세를 감동시켰고, 이는 같은해 브레게가 프랑스 왕정 해군 전담 마린 크로노미터 제작자로 임명된 계기가 됐다.

마린 크로노미터는 선박 항해에 사용되는 정밀한 시계를 말한다. 당시 선박은 지점 간 시간 측정과 별 관측으로 현재 지역 경도를 계산했기 때문에 안전한 항해를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마린 크로노미터가 꼭 필요했다. 마린 크로노미터는 배의 진동이나 습기, 온도 변화 등의 극한 환경을 극복하면서도 정밀도를 유지해야 했기에 신뢰도 높은 마린 크로노미터 제작은 당시 시계 브랜드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했다.

시계 제작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명성과 지위를 얻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였지만 그의 도전과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1820년 관측용 이중초침 크로노미터 개발에 성공하며 노년의 마지막을 찬란히 불태웠다. 관측용 이중초침 크로노미터는 그의 마지막 발명품이자 현대 크로노그래프의 선구로 꼽힌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815년 개발한 복식태엽 탑재 고정밀도 마린 크로노미터. 사진=브레게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815년 개발한 복식태엽 탑재 고정밀도 마린 크로노미터. 사진=브레게

◆ 마린 컬렉션의 탄생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마린 크로노미터 개발에도 큰 족적을 남겼지만, 그는 터프워치 계열보다는 클래식워치 계열 시계 제작을 더 좋아했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그의 작품 대부분이 클래식워치인 것은 당시 귀족들의 기호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은 그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창업주의 성향이 반영돼 브레게 시계 브랜드 역시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하게 굳어졌다.

물론 브레게에 클래식 계열의 시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 들어 프랑스 해군 항공부대를 위해 제작한 Type XX 시리즈는 터프워치 계열 시계였다. Type XX는 오늘날까지도 명맥을 잇고 있으나 취급 모델이 4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을 들이진 않는 모습이다. Type XX 시계들은 웬만한 브레게 시계 마니아들조차도 ‘이게 진짜 브레게 시계인지’ 의아해할 정도로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1970년대 들어 강렬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터프워치 계열 시장이 커질 때에도 브레게는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마린 크로노미터 제작 업적을 재조명하는 붐이 일었고, 이에 브레게는 1990년 마린 컬렉션을 론칭해 기대에 부응했다. 당시 마린 컬렉션은 브레게만의 품격을 갖춘 ‘젠틀한’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프랑스 왕정 해군 전담 마린 크로노미터 제작자로 임명된지 190주년을 맞은 2005년, 브레게는 마린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눈길을 끌었다. 브레게는 이해를 기점으로 마린 컬렉션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 과거엔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마린 컬렉션을 운영했다면, 2005년부터는 하위에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하는 등 운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05년을 기점으로 이전 모델을 1세대 마린 컬렉션, 이후 모델을 2세대 마린 컬렉션으로 구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 3세대 컬렉션 론칭

2세대 마린 컬렉션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다. 많은 시계 브랜드가 다양한 ‘마린’ 컬렉션을 운영하지만 브레게만큼 기품 있게 시계를 뽑아내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브레게 마린 컬렉션은 그 기능과는 별개로 클래식워치, 더 나아가 드레스워치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품격 있는 자태를 자랑한다.

2017년 브레게는 마린 컬렉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변화를 예고했다. 이 모델은 그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시계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브레게는 이 모델이 ‘마린 컬렉션의 새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시계’라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시계 마니아들은 그 기술적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수식어 정도로만 이를 이해했다. 이전 모델과 상당히 다른 디자인을 두고도 시계 마니아들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인 만큼 디자인도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2018년. 브레게는 마침내 3세대 마린 컬렉션을 론칭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3세대 마린 컬렉션은 디자인 상당 부분을 2세대 마린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에서 차용해 놀라움을 더했다. 덕분에 3세대 마린 컬렉션 반응도 폭발적이다.

다음장에서 3세대 마린 컬렉션의 모태가 된 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 모델과 3세대 마린 컬렉션 베이직 모델인 Marine 5517을 만나보자.


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 사진=브레게
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 사진=브레게

◇ Marine Equation Marchante 5887

이 시계는 2세대 마린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모델이다. 투르비용과 함께 퍼페추얼 캘린더, 균시차 및 태양 경로 표시 기능 등을 지원한다.

이 시계에서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균시차 및 태양 경로 표시 기능이다. 균시차는 우리가 사용하는 평균태양시(平均太陽時)와 시태양시(視太陽時)의 차이를 말한다. 시태양시는 순수하게 태양의 움직임에만 연동된 시간이다. ‘태양의 중심이 남중(南中)에 위치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전체 시간을 구별하는 방식이다. 평균태양시는 완벽한 동선으로 움직이는 ‘가상의 태양’을 상정해 만들어진 시간이다.

균시차는 지구가 태양을 공전해 생긴다. 지구 공전 위치에 따라 지구에서 관측되는 태양의 남중 위치 시간이 달라져 시태양시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시태양시와 평균태양시가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이 시계는 5시 방향 투르비용 창에 특별한 캠(Cam)을 설치해 태양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지구에서 관찰되는 ‘다른 계절, 동일한 시각’ 태양 위치는 평면상에서 시간 축을 따라 등락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특별 캠 사용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태양의 경로를 나타내는 휠이 눈사람 모양인 이유는 지구가 태양을 타원형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지구를 관찰했다면 타원형이 되었겠지만 지구에서 태양을 관찰하다보니 눈사람 비슷한 모양이 된 것이다.

보통 균시차 기능이 들어간 시계들은 서브 다이얼을 통해 균시차 정보를 따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평균태양시에 균시차 차이를 더하거나 빼서 시태양시를 계산한다. 하지만 이 시계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없애고 독립된 두 개 분침으로 평균태양시와 시태양시를 동시에, 그리고 별도로 보여준다. 이는 매우 고난도 기술로 앞서 설명한 태양 위치를 캠으로 시각화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Marine 5517. 사진=브레게
Marine 5517. 사진=브레게

◇ Marine 5517

이 시계는 3세대 마린 컬렉션의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이다. 이 모델과 2세대 마린 컬렉션의 가장 기본 모델인 Marine 5817을 비교하면 2세대와 3세대 간 대략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이얼 디자인이다. 3세대 모델은 2세대 모델의 ‘다이얼 한가운데로 휩쓸려 들어가는 듯한 기요셰 물결 패턴’ 대신 ‘잔잔한 파도 모양을 형상화한 엔진-터닝 패턴’으로 다이얼을 꾸몄다. 덕분에 3세대 모델은 2세대 모델에 비해 한층 더 고요하고 안정감 있는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이는 브레게의 클래식 선호 성향과도 맞아떨어진다.

양각으로 깎은 로마자 인덱스는 이전보다 더 두터워졌다. 역시 안정감을 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덱스 안의 화이트 야광 도료 폭이 2세대 인덱스 전체 폭과 맞먹을 정도이다. 케이스와 구별돼 솟은 러그는 더 짧아지고 스트랩 일체형으로 바뀌었다.

3세대 모델이 2세대 모델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스틸 케이스 버전이 티타늄 케이스 버전으로 대체됐다는 점이다. 티타늄 케이스 버전 Marine 5517은 화이트 골드, 로즈 골드 케이스 Marine 5517와 달리 엔진-터닝 패턴 다이얼 대신 선버스트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을 사용한다.

3세대 모델 역시 2세대 모델과 같이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마감한 시스루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반쪽 태극 모양을 연상시켰던 2세대의 골드 로터와 달리 3세대는 범선의 조타핸들을 연상시키는 스켈레톤 로터를 사용한 점이 구별된다.

이상 위에서 언급한 2, 3세대 모델 간 차이는 다른 3세대 모델인 Marine Chronographe 5527과 Marine Alarme Musicale 5547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들이다. 모델별로 변화 양상이 다른 케이스 직경이라든가 데이트 창 위치 등은 생략했음을 밝힌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