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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 "가업승계, 한곳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어야"

  • 기사입력 2019.04.26 08:48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지난 4월 가업승계연구소를 신설했다.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의 고령화로 이들 기업의 가업승계 문제가 최근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데 대한 대응이다. 포춘코리아가 4월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포춘코리아] 중소·중견기업이 늙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7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표들의 평균 연령은 62.6세로 2014년 60.3세보다 2.3세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평균 연령은 말 그대로 평균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중소기업 현장엔 62세 이상 대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들의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돌발 리스크 발생 시 대응 시스템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서 조직을 대표하는 의사결정권자의 고령화는 그 자체가 ‘잠재적 위기’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가업승계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며 중소·중견 기업들의 가업승계를 이전보다 독려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최근 금융권에선 가업승계 지원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가업승계연구소’라는 별도 조직을 신설했다. 상품이나 절세 위주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타 금융사보다 한층 진일보한 액션을 취한 셈이다.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은 말한다. “최근 은행권을 필두로 증권, 보험 등 여러 금융권에서 가업 승계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서비스를 보면 전부 개별적이고 단발적이에요. 보험상품 판매나 대출, 합병·분할 등 본인들 사업 니즈에 맞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죠. 물론 저희도 증권사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와 상품을 운용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가업승계라는 큰일을 이렇게 조각조각 내서 따로 처리하는 게 참 어렵고 불편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모든 솔루션을 한데 묶어 종합적으로 제공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가업승계연구소가 탄생하 게 됐죠.”

◆ 가업승계연구소의 장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는 가업승계 관련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이 되는 기업의 현황 파악부터 가업승계 계획 수립과 실행, 정비, 안정적 승계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이는 여타 금융사가 가업승계 세무 처리나 재원 마련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된다.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인 ‘금융권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솔루션 종합 제공’ 의도를 넘어 가업승계와 관련한 금융 외 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유 소장은 말한다. “저희는 가업승계자와 피승계자, 또 가업승계 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CFO(Chief Financial Officer·최고 재무 관리자) 등의 임직원 교육까지 모두 담당합니다. 특히 승계자 자질 향상을 위해 Next CEO 포럼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운영 중입니다. 승계자가 가업을 물려받은 이후에도 기업이 흔들리지 않고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전 커리큘럼을 통해 리더십 등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는 거죠. 사업 관련 중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자리도 주선하고요.”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의 광범위한 가업승계 커버리지와 그 내용을 보면 왜 이 조직의 이름이 ‘연구소’가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엔 사회적기업인 듯한 생각마저 든다. 유 소장은 ‘사회적기업’이라는 표현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말한다. “저희도 기업에 속한 입장이다 보니 이윤 추구를 등한시하는 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아주 좋은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가업승계 과정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잠재 고객을 만들 수도 있고 고액 자산가를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고객 충성도를 더 높일 수도 있겠죠. 당장 가업승계 과정에서도 M&A나 IPO 등의 증권사 수익 창출 요소가 있고요. 그렇다고 저희가 가업승계를 단순히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건 아닙니다. 저희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어떤 배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가업승계는 한 개인,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영속돼야 할 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삐거덕거린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실력을 갖춘 명문 장수기업들을 배출하고 이들이 사업 외적인 영역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건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승계 외 대안도 제시 가능

금융사 본연의 가업승계 관련 업무에서도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는 탁월한 역량을 자랑한다. 삼성증권에서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초부유층 전담 점포 SNI(Samsung & Investment)를 통해 축적된 가업승계 세무 서비스와 삼성증권 IB부문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 자산 관리 서비스, 국내 굴지 회계·법무법인과의 협업을 통한 법률 자문 서비스 등 각각이 모두 어벤저스급 위용을 갖추고 있다.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은 말한다. “가업승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재무적 부담입니다. 재무적 부담이란 건 세금, 재원 마련, 기업 자산 조정 등을 모두 지칭하는 거예요. 다른 금융기업들은 자신이 속한 업종에 국한된 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에 가업승계 큰 그림을 짜기가 어렵습니다. 가령 특정 업종 기업들은 어느 곳도 세무 전문가를 제공하지 않아요. 이런 곳은 그 업종 영역에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업승계 전체 영역에서 보자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저희는 재무와 관련한 거의 모든 업무에서 국내 수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이기 때문에 특히 더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도 있다. M&A나 양도, 폐업/청산 등의 업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 업무는 가업승계와는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업승계 과정에서 꽤 빈번히 일어나는 선택임을 고려하면, 가업승계를 담당하는 조직이라면 반드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유 소장은 말한다. “최근 정부에서도 가업승계 과정을 좀 더 수월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곳들도 있어요. 특히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승계자가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할 때가 그렇습니다. 친족 외에 제3자승계, 혹은 매각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요. 가업승계를 진행하다 잘 안 됐을 시 얼마나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지도 경쟁력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업승계의 걸림돌들

유 소장에 따르면 가업승계 외 선택을 하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 같은 조직이 승계자나 기업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해도 여전히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50%에 이르는 상속세율은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까지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65%에 육박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7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7.8%가 가업승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조세부담을 꼽을 정도였다. 이는 2위인 지원정책 부족(17.4%)보다 무려 50.4%p나 높은 ‘압도적인’ 수치이다.

유 소장은 말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정부에서도 그간 꾸준히 가업상속공제 규모를 확대하고 문턱을 낮추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지난 4월에는 또다시 조건을 완화한 바 있고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기업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기업들의 니즈를 알고는 있지만,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생각하는 부정적 여론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우리나라도 해외 수준으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명품 장수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니까요.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성장정책, 일자리정책 등이 한계를 내보이는 상황이니만큼 자연스럽게 변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현장에선 아직 가업승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곳들도 많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중소기업의 32%가 이에 해당했다. 기업 대표의 평균 연령이 62세를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실은 한국경제의 보이지 않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소·중견기업들은 돌발 리스크 발생 시 대응 시스템이 부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은 말한다. “최근 몇 사례를 통해 기업 대표의 갑작스러운 변고가 대기업들한테도 상당히 큰 리스크로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물며 중견·중소기업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런 유사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도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의 숙제이자 큰 고민거리입니다. 국내·국외 사례를 취합해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가장 좋은 건 미리 승계 계획을 세워 놓고 준비하는 겁니다.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는 명품 장수기업을 키운다는 사회적 자부심을 가지고 어떤 경우라도 기업이 가업승계 과정에서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가업상속공제란?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정부 지원제도이다. 최대 공제금액은 500억 원이다. 매출 3,000억 원 미만 기업의 피승계자가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경우 500억 원 이하 상속세 전액을 상속증여세에서 공제한다. 승계자 조건도 있다. 승계자는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상속 이후에는 승계자가 10년 동안 가업을 이어가야 온전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가업승계 계획 언제부터 짜야할까?

유성원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은 이상적인 가업승계 계획 수립 시기를 두고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그는 말한다. “일본이나 유럽 등 세계 유수 연구소에서 나온 리서치를 분석해봤습니다. 지역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들은 대표 나이가 60세를 전후한 시점에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일단 시작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업승계가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후계자 찾기부터가 쉽지 않거든요. 친족승계가 안 돼 제3자승계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정 시기까지 승계를 완료하고 싶다면 적어도 5년 전에는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후계자 경영수업 시간도 필요하고, 승계작업을 위해 M&A나 IPO를 해야 한다면 여기에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니까요. ‘정답이 딱 정해져 있어 이 기간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런 건 아니지만 장기적인 플랜이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합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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