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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비 인상에 쇼핑몰들 '부들부들'

  • 기사입력 2019.04.26 08:28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이 지난 3월 택배비를 전격 인상했다. 이를 계기로 물류업체들의 택배비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통업체들의 배송 비용 상승 압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 사업장에서 택배 상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27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 고객 택배비를 일괄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CJ대한통운 사업장에서 택배 상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27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 고객 택배비를 일괄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포춘코리아] CJ대한통운이 1992년 이후 무려 27년 만에 택배비를 일괄 인상했다. 매우 길었던 동결 기간과 질 높은 서비스, 택배원들의 노고가 상당하다는 우호적인 여론, 게다가 기업고객이 대상이고 인상금액도 평균 100원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CJ대한통운의 택배비 가격 인상은 큰 저항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각종 서비스비 인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을 두고선 ‘운임 정상화’라는 표현을 써가며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다른 물류업체들 역시 순차적으로 택배비를 인상할 것이란 예측이 주류를 이룬다.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하는 CJ대한통운 가격 인상에도 사회 분위기가 우호적인 데다가, 업계 2, 3위인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시장점유율 확대보단 수익성 제고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들 빅3 업체는 시장점유율이 75%에 근접하지만, 평균 영업이익률은 1%대로 사실상 거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배송비용 상승 압력↑

이 같은 상황이 유통업체엔 썩 달갑지 않다. 물류업체들의 택배비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통업체들의 배송 비용 상승 압력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물류업체들의 가장 큰 고객이다. 물류업체 취급 물량의 95%가 기업 고객에서 나오는데, 이 기업 고객 대부분이 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이다. 특히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선천적으로 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업태여서 이번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업계 전체로 보면 수익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에도 유통업체가 ‘소비자 편의 비용’ 상당 부분을 부담하면서 수익성이 바닥을 기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이 비용이 더 늘어나는 거니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송비용이 상당한 온라인 쇼핑몰 혹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폐점 수준의 충격을 받는 곳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커머스 업체들 가운데는 물류비용 절감이 지상 최대 과제인 곳도 많거든요.”

◆ 대기업은 충격 없어

물론 유통업계 입장이 모두 똑같지는 않다. 운영 중인 물류 시스템, 규모, 수익성 등에 따라 충격 정도가 다르다 보니 반응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거나 물류업체 운송기사들과 개별 연봉 계약을 맺고 있는 대기업 혹은 거대 이커머스 업체들은 특히 다른 입장이다. 취재 과정에서 이들 업체 대부분은 택배비 인상을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은 이들 기업이 이번 택배비 인상 충격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데 기인한다.

건당, 박스당 비용을 매기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이들은 매칭된 운송기사들과 개별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담당하는 지역 물량, 난이도 등을 고려한 운송기사들의 연봉 총합으로 배송 비용이 책정되는 까닭에 이들 업체에는 ‘물류업체들의 도미노 택배비 인상 움직임’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상승분만큼이나 운송비 역시 꾸준히 올라있던 터였다.

물류업체와 건당, 박스당 계약을 맺고 있는 대기업들도 택배비 인상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물량을 크게 주는 업체들은 가격협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 흔히 쓰는 박리다매 전략을 물량 계약에도 연동시키는 거죠. 물류업체들의 평균 가격 인상분보다 낮은 금액에 협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출이 더 늘어나는 건 맞지만 전체 판매관리비 규모를 생각하면 신경이 많이 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 기형적 수익 구조

중소중견 업체들은 취급 상품에 따라 반응이 갈린다. 저가 혹은 저수익 상품을 취급하는 곳들은 배송 가격을 올리거나 배송 정책을 변경한 반면, 그 외 업체들은 현재 서비스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전자 기업들은 택배비 인상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고, 후자 기업들은 비교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들 업체 간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취급 상품에 따라 택배비 인상이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택배 발송 건수에 따른 택배비 차등 차이가 커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류업체와 유통업체 간 물류계약은 물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차이가 상당해 택배비가 높게 책정된 업체는 건당 2,100원에서 2,300원 사이 가격에서 협상하지만 낮게 책정된 업체는 2,000원 이하 가격에서도 협상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업체라도 택배 발송이 아주 많으면 건당 1,600원대 가격에서도 협상이 타결된다고 한다.

바로 이 부문에서 유통업체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택배 발송비로 고객에게 2,500원을 받는다. 이 2,500원에서 물류업체와 계약된 금액을 뺀 금액이 수익으로 잡히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중 최저가 정책을 표방하는 상당수 업체가 상품 판매보다 배송비 차액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 이 같은 수익 구조가 독특하고 기형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인터넷 쇼핑몰들 사이에선 흔하게 쓰이고 있는 방식이다. 이들은 상품 가격을 최저가로 낮추는 대신 판매 수를 늘려 배송비 차액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물류업체와 건당 배송비를 1,600원으로 협상한 A라는 쇼핑몰이 있다. 이 쇼핑몰은 원가 1,000원짜리 상품을 고객에게 1,000원에 팔고 배송비로 2,500원을 받는다. 이 상품 1개가 팔렸다고 가정하면 순수 상품 판매로 창출한 수익은 0원이지만 배송비 차액은 900원(2,500원 - 1,600원)이 남는다. 원가 대비 9할 수익을 남긴 것이다.

◆ 대응 방식의 차이

이 같은 차이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과 중소·중견 유통업체들은 대응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택배비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해도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택배비 인상분만큼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자체 물류 시스템 확보 등으로 물류업체들의 택배비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업체들 역시 별도의 배송 비용 상승 압력이 있더라도 현재 가격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소중견 업체들은 취급 상품에 따라 반응이 갈린다. 저가 혹은 저수익 상품을 취급해 배송 차액 수익 비중이 큰 업체들은 벌써 인상된 배송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저가, 저수익 외 상품을 취급하거나 수익성이 좋은 업체들은 대부분 추가 택배비 인상이 있기 전까진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쇼핑몰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해보면 CJ대한통운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에 100~200원 정도 건당 배송비가 올랐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인상 폭으로 최저가를 표방하는 쇼핑몰들은 전체 수익의 10~30% 손실이 예상된다더라고요. 허리를 더 졸라매거나 소비자한테 가격을 전가하는 방법밖에 없을 텐데, 이들 기업 사정을 생각하면 후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 배송비 인상 핑계

재밌는 것은 이미 배송비를 인상한 업체들의 가격 인상 폭이 대부분 500~1,500원 수준이라는 점이다. 전체 택배 평균 단가가 100원 정도 올랐다는 CJ대한통운 측의 설명이나 정확한 인상 금액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100원에서 200원 사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과 비교하면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전가한 금액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업체는 공지를 통해 물류업체들의 택배비 인상 건으로 부득이 배송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지만, 거래 물류업체가 CJ대한통운이 아닌 곳들도 같은 이유를 들어 의문을 자아낸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선제 대응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개운치 않은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사실 몇몇 업체들은 CJ대한통운의 배송비 인상 핑계를 대고 이때다 하고 수익성 제고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대부분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수익성 측면에선 좀 취약한 측면이 있었고 이를 타개할 뭔가가 필요했어요. 고민은 했지만 사업 내적인 요소로는 그런 계기를 만들기 어려웠던 와중에 택배비 인상 이벤트가 생긴 거죠. 최저가 등 고객 편의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게 근본 원인이어서 부정적으로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덧붙인다. “택배비 100원 인상으로 업체들이 배송비를 크게 올리거나 정책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100원이라는 인상 폭은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정해진 금액이거든요. 저희가 애초에 생각했을 때에는 이 정도 인상 폭이라면 업체들이 감내할 거라고 봤는데 일부 업체들은 바로, 그것도 더 높은 수준으로 (소비자들한테) 배송비를 올려 받는 걸로 정책을 바꿨더라고요. 조금 놀랐습니다.”

◆ 충분한 대가 지불해야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 뉴스가 처음 나왔을 때 시장에선 소비자 부담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기업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데다가 인상 폭도 100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SK증권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통해 택배비 인상폭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여전히 공격적으로 이커머스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이 택배비 인상 비용을 소비자한테 전가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 역시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온라인 쇼핑몰들의 대응방법을 고려하면 소비자 부담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롯데, 신세계, 쿠팡 등 잘 알려진 기업만 생각하다 보니 중견·중소 쇼핑몰들의 시장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커머스 거래액 113조 원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아무리 높게 잡아야 30조 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나머지 80조 원을 가져가는 중견·중소 업체 중 절반 정도가 배송비를 인상하거나 상품 가격에 배송비를 녹이는 식으로 대응하면 소비자 부담은 무시 못할 수준으로 커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추가 부담도 필요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말한다. “‘더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 같은 시스템으로는 기업이 미래에 대응하기 힘들거든요. 1,000원 팔아서 1원도 못 챙기는 수준으로는 4차산업 혁명을 따라가기가 버겁죠. 또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우리나라같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도 없지 않습니까. 소비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현재 시스템들은 사실 물류업체나 유통업체들의 제살깎기식 서비스로 이뤄진 것들이에요. 물류업체,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 인상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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