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이 IT 공룡 기업은 녹록하지 않은 거대 시장에서 이익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기로 했다. 구글은 그곳에서 나머지 전 세계를 위해 더 중요한 교훈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포춘코리아] 뉴델리 교외도시 노이다 Noida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작년 12월 어느 날 밤, 필자는 인도 전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유튜브 스타 중 한 명의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문 앞에서 필자를 맞은 이는 ’유튜버‘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모든 고정관념으론 설명이 불가능한 인물이었다. 니샤 마둘리카 Nisha Madhulika는 긴 원피스에 샌들을 착용한 60세 할머니였다. 그녀는 머리를 뒤로 넘겨 묶고 있었다. 필자를 거실 안락의자에 앉힌 후, 그녀는 수제 쿠키를 한아름 가져왔다. 그녀는 속삭임 같은 작은 소리로 “꼭 드셔보세요”라고 말했다. 아들이 그녀의 힌두어를 통역해주었다.
인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고려하면, 마둘리카가 노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박‘을 친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그녀의 유튜브 요리 채널 구독자는 650만 명에 달하며, 매달 20만 명이 신규 구독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그것은 ’모든 일상의 디지털화‘라는 인도의 뒤늦은 정책수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수억 명의 인도인들이 지난 2년간 처음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이렇듯 급증한 이유는 자국민에게 인터넷 사용을 장려하고, 데이터와 스마트폰 비용을 낮추려는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덕분이다. 오늘날 약 3억 9,000만 명의 인도인들이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관련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이는 전체 인구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2016년 대비 2배나 증가했다. 즉,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수가 미국 전체 인구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30여 년 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에서도 인도와 비슷하게 인터넷 사용자 수가 급증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지역들의 인터넷 가입 속도는 꾸준하고 점진적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전화 모뎀과 시원찮은 와이파이를 거쳐 모바일 기술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인도와 비교하면, 수억 명의 인도인들은 초기 단계의 인터넷을 완전히 건너뛰었다. 많은 이들은 심지어 컴퓨터를 만져 본적도 없다. 대신 그들은 초고속 인터넷으로 앱을 다운로드하고, 모바일 동영상을 보면서 인터넷을 접했다. 2017년 이후, 인도인들은 미국인들보다 더 많은 앱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해, 인도는 안드로이드폰에서 모바일 데이터의 최대 소비국으로 등극했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구글의 인도 및 동남아 총괄 부사장 라잔 아난단 Rajan Anandan은 “우리는 세계 어는 곳에서도 이런 사용자 행태를 본적이 없다”고 감탄한다. 구글은 10여년 전 실리콘밸리 최초로 ‘사용자 제작(User-Generated)’ 동영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서는 2억 4,500만 명이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인도는 아마 세계 최초로 비디오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서구 기업들 입장에서, 인도의 디지털 급성장은 분명 강력한 매력이다. 아마 인도에서 그 어느 기업도 구글만큼 성장통을 겪은 곳도,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를 누릴 곳도 없을 것이다. 구글의 성장은 훨씬 더 많은 사용자를 찾는데 달려있다. 광고가 기업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다른 서구 대기업들은 실질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이다. 따라서 수억 명의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나라는 인도 말고는 없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투자은행 제프리스 Jeffries의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 Brent Thill은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이다. 다만 다른 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더 낮기 때문에,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구글은 1,0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 시장을 개척하면서, 투자비용에 대해 조바심없이 수년을 버틸 수 있다”며 “그들은 그 시장을 잡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필자는 작년 말, 외딴 마을을 시작으로 뭄바이와 뉴델리 같은 거대 도시까지 인도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구글이 생각하는) 투자규모도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회사가 인프라 구축은 어떻게 하는지, 또한 어떻게 인도가 중요한 시험대가 됐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구글은 인도 사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구글은 인도 내 투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지역을 총괄하는 아난단 부사장은 “상당히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향후 10~15년간 인도인들의 인터넷 접속을 위해 투자를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수익 실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구글은 인도 내 매출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연간 매출이 1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구글의 2018년 전체 매출 1,360억 달러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규모이다.
그럼에도 구글의 인도 사업은 인도뿐만 아니라, 7,000마일 이상 떨어진 캘리포니아 마운트 뷰 Mountain View에 위치한 구글 본사를 포함해 훨씬 더 많은 나라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는 구글이 궁극적으로 수십 곳의 다른 신흥시장-가난과 문맹률, 그리고 비싸지만 느린 서비스로 인해, 대부분 국민들의 인터넷 접근이 차단돼 있다-에 진출하는데 있어, 갈수록 ‘청사진(Blueprint)’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억 6,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와 2050년쯤 미국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보이는 나이지리아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일부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2015년 신규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차세대 10억 사용자 구축(Next Billion Users)’팀을 만들었다. 이 팀에서 상품관리를 총괄하는 조시 우드워드 Josh Woodward는 “우리는 상품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있다”며 “당신이 본사가 아닌 뭄바이에 맞춘 상품을 만든다면, 무엇이 적합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팀의 접근 방식을 잘 보여주는 질문이다. 그리고 구글은 ‘몇 세대’를 거치며 이런 접근 방식이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 경영진은 그 질문의 답을 찾는데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갈 것이다. 그들은 또한 기업들이 실천할 진정한 선의(물론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여전히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구글의 아난단은 “더 중요한 질문은 ’그들의 인터넷 접근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며, “인도는 분명 그 질문에 대해 많은 답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글은 수년간 인도에서 사업을 벌여왔다. 2004년에는 자사의 첫 해외 R&D센터를 방갈로르 Bangalore에 오픈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인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최적기다. 친기업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 총리가 ‘디지털 혁신’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인도 대기업들이 그의 요청에 부응하고 있다. 2014년 선거 유세에서, 모디는 ‘모든 인도인들의 온라인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2016년 시중에 유통되던 대부분 종이 화폐를 무효화하면서, 수 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유입됐다.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 같은 공공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국가판매세(National Sales Tax) /*역주: 소매점 매출에 부과하는 세금/를 도입, 소매업체들이 디지털 장부를 제출하도록 강제했다. 오늘날 인도의 신분증은 모든 시민의 (홍채와 지문 정보 등) 생물학적 정보를 담고 있다.
인도의 디지털 정책은 때때로 독재적인 것처럼 보였다. 많은 빈민층에게, 그 정책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관료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과도한 현금 경제(Cash Economy)를 개선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고 절박한 조치들이라고 역설한다. 약 100만명의 인도인들이 매달 고용 시장에 진입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고용 기회가 전혀 없는 시골에 산다. 디지털 전략의 선봉에 선 정부 산하 ‘인도 혁신 국가기구(National Institution for Transforming Indiaㆍ니티 아요그 NITI Aayog)’의 CEO 아미타브 칸트 Amitabh Kant는 뉴델리 사무실에 앉아 “우리가 연 9~10% 성장하려면, 실물 인프라보다 디지털 인프라가 더 필요하다”며 “만약 우리가 실물 은행과 학교를 건설하고 은행원들을 고용하면, 수백 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무실 밖 로비에는 사롱 Sarong 천을 둘러 입고, 명상하는 국가 영웅 마하트마 간디 동상이 서 있다(발 앞에는 장미꽃이 놓여 있다). 인도의 디지털 정책이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은연 중 떠올리게 한다. 칸트는 “중국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빈곤선에서 벗어나는데 30년이 걸렸다. 미국은 거의 100년이 소요됐다”며, “인도가 향후 15년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디지털 도약’ 밖에 없다”라고 강조한다.
인도 최대 민간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Reliance Industries의 결단이 없었다면, 그 도약은 시작부터 삐걱거렸을 것이다. 석유 및 인프라 구축이 핵심 사업이던 릴라이언스는 지난 2011년 대규모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을 결정했다. 이 분야에 경험은 전무하고, 경쟁자들도 많은 레드오션 시장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주파수 라이선스를 보유한 통신 회사를 인수하며, 틈을 비집고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스마트폰을 가진 인도인들은 2,800만 명에 불과헀다. 릴라이언스는 대도시에서만 이용 가능했던 광대역 네트워크를 인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수십년 동안 송유관과 정유공장 건설을 했던 이 회사는 인도 전역에 22만 개의 모바일 송수신탑을 설치했다. 어떤 날은 700개 이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 프로젝트에 총 30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
회사는 2016년 9월 릴라이언스 지오 Reliance Jio 통신사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최초 6개월간 모바일 데이터를 무료 제공했다. 인도인들은 그 통신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릴라이언스 지오는 6개월 내 1억 명, 그리고 지난 해 9월, 설립 2주년까지 2억 5,000만 명의 가입자를 달성했다. 회사의 저가 요금제가 가격 전쟁을 초래했고, 그 결과 인도의 데이터 요금은 낮아졌다. 2016년 1기가바이트당 4.5달러였던 데이터 요금이 지금은 최저 수준인 15센트까지 떨어졌다. 당연히 경쟁사들의 이익이 상당한 줄어들었다. 릴라이언스 입장에서, 그 가격 정책은 ’신의 한 수‘였다. 주요 단말기 및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현재, 릴라이언스 지오는 20달러짜리 휴대폰을 판매한다. 그리고 자동차와 TV 모니터, 가전 제품을 연결하는 ’커넥티드‘ 기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릴라이언스 지오가 인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디지털 후진국에 머물던 인도는 인터넷 붐과 함께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작년 9월,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를 바꾸는 혁신 기업(Change the World)‘ 순위에서 릴라이언스 지오는 1위에 올랐다. 뭄바이 외곽의 녹음이 우거진 릴라이언스 본사에서 매튜 옴멘 Mattew Oommen 릴라이언스 지오 사장을 만났다. 그는 “잘 생각해봐라. 우리가 주목한 것은 빈부 격차와 언어 및 지역간 불평등이었다. 우리가 그런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남부 케랄라 Kerala 주 출신인 그는 미국 단말기업체 스프린트 Sprint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다. 그는 “저렴한 데이터 요금이 인도인들의 희망을 고취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결과를 거창하게 묘사했다. “그들은 단지 ’커넥티비티‘의 가입자에 그치지 않았다. 모두가 디지털 경제의 시민이 됐다. 이는 인도 사회와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수단이 됐다.”
구글에게 이런 혁신은 ‘잠재적인 금광’이나 다름 없다. 릴라이언스 지오의 네트워크와 모디 총리의 정책이 결합하면서, 지금까지 도달하지 못했거나 투자 가치가 거의 없던 시장들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2017년 지오가 출범한 직후, 구글은 자사의 첫 디지털 결제앱 테즈 Tez를 만들었다. 갑작스레 디지털 결제를 사용하게 된 수백만 명의 인도인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지난해 구글은 그 앱 이름을 구글 페이로 수정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을 포함한 29개국에서 매달 약 4,000만명이 구글 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2018년 약 600억 달러의 결제가 이뤄졌다.
구글이 인도만의 독특한 문제들-고르지 못한 인터넷 접속, 현지 언어만 구사하는 신규 사용자들, 그리고 높은 문맹률-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앱들이 예상과 달리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된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또 다른 사례가 2005년 미국에서 출시된 구글 맵스 Google Maps다. 구글 맵스는 인도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다. 수천 개의 인도 도로는 공식적인 거리명이 없다. 이름이 있더라도, 지역민들이 알지 못한다. 싱가포르에서 구글의 ’차세대 10억 사용자 구축‘ 팀을 총괄하는 시저 센굽타 Caesar Sengupta 부사장은 “우리는 말 그대로 스스로 지도를 그려야 했다”며, “구글은 현지인들이 말하는 방식대로 인도 지도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현재 뉴델리 주변을 걷고 있다면, 구글 맵스는 “첫 번째 기둥에서 좌회전, 병원에서 우회전, 그리고 학교에서 다시 우회전하라”고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이 혁신적인 구글 맵스는 선진국들에서 복제되고 있다. 구글 맵스는 그 나라들에서도 “모퉁이 약국”처럼 특정 건물을 언급한다). 또한 인도 운전사들은 운송수단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구글 엔지니어들은 오토릭샤 Autorickshaws로 알려진 인도의 세발 오토바이 택시에 맞게 구글 맵스를 수정했다. 일반 자동차에 적용이 안 되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자주 끊기는 인터넷 접속 환경에서, 구글 맵스를 이용하는 수백만 명의 인도인들을 고려했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지도를 다운로드, 오프라인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앱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세계 어디에서나 오프라인 환경에서 구글 맵스를 이용할 수 있다(구글은 또한 2015년 인도에서 처음으로 유튜브의 오프라인 버전을 제공했다. 현재는 80개국에서 이용 가능하다) 센굽타는 “사람들이 종이 지도를 갖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며, “오늘날 인도를 돌아다니면 모든 사람들이 구글 맵스를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지도가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도에서 구글 맵스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도의 약 50여개 지역 언어 가운데 10개 언어로 서비스되기 때문이다. 구글 서치 Google Search와 다른 앱들도 마찬가지로 지역 언어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의 구글 엔지니어들이 키보드를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 한다. 일부 인도 언어의 경우, 과거 단 한번도 컴퓨터나 휴대폰 자판으로 옮긴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 본사의 언어 기술팀에서 일하는 다 반 에슈 Daa van Esch는 “이런 언어들에 대한 기본 자료가 전혀 없었다”고 토로한다. 구글은 자사 직원을 인도의 외진 곳으로 파견 보냈다. 그들은 12만 개의 지역 언어 표현을 녹음하고, 그 녹음 내용을 알고리즘에 넣도록 했다. 그리고 머신 러닝 기술을 이용, 목소리를 문자로 변환했다.
이런 기능은 인도에서 돌풍을 일으킨 후, 다른 나라들에서도 선보였다. 밴 에슈는 “많은 사람들이 수년간 인터넷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 즉 ‘남의 일’로 느꼈다. 그런데 (인터넷을 접한) 그들의 반응은 꽤 열광적이다”며, “나는 2017년 인도에 갔다. 그리고 인도 동북지역의 주요 언어인 마니푸리 Manipuri어 전용 키보드를 보여줬다. 사람들은 나중에 나를 껴안으며 ‘마침내 우리 언어가 인터넷에서 된다’고 좋아했다”고 회상한다.
구글은 경쟁사들이 겪고 있는 동일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왔다. 그 중 한 가지가 구글의 파일즈 Google‘s Files 앱이다. 이용자들은 읽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오는 이메일과 문자를 삭제할 수 있다. 인도에서 2017년 출시된 파일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는 인도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골칫거리를 처리하기 위해 착안된 것이었다: 바로 왓츠앱 WhatsApp-페이스북의 계열사로 인도에서 2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으로 매일 아침 쏟아지는 수백만 개의 인사 문자였다. 무수히 많은 인도인들이 매일 새벽마다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왓츠앱 메시지를 보낸다. ’좋은 아침!‘이라는 메시지와 꽃 이모티콘, 그리고 교훈적인 문구가 함께 전송된다. 인도의 스마트폰이 계속 꺼져있는 이유를 알고자 했던 구글 과학자들은 마침내 그것이 아침 인사 문자 폭탄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사람들이 짜증을 낸다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던 모디 총리는 2017년 의원들에게 자신의 아침 인사 문자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 대신, 구글 엔지니어들이 더욱 결정적인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바로 파일즈 앱을 만든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손가락 한번만 움직이면 그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 모디 총리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다양한 신상품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인도 사업이 흑자가 되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돈다발을 손에 쥐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인도의 중산층도 상당히 늘어날 필요가 있다. 뉴델리에 소재한 미디어나마 MediaNama라는 IT뉴스 포털의 창업자 니킬 파와 Nikhil Pahwa는 “모든 사람들이 인도에서 앞으로 10억 사용자가 생겨날 거라는 점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인도는 상당한 매출이 발생하는 곳은 아니다. 최소한 아직은 아니다. 기업들은 10년이 아닌 20~30년의 긴 호흡으로 인도를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면에서, 지금까지 ’인도 시장에서 수익은 신경 안쓴다‘는 구글의 전략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모디 총리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국가 챔피언 기업‘ 양성 방침을 추진하면서, 아마존과 월마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인도 국민과 자사 직원들 사이에서 선의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대신, 암암리에 인도를 돕는 일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현장 임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방향을 잘 잡고 있다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구글은 점차 다양한 반대세력과 불화를 빚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구글이 중국에서 검색 엔진을 자체적으로 검열할 수 있다’고 비난한다. 유럽 규제기관들은 반독점 우려에 따라 구글에 수십 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인도에서도 감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2월 중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의 반독점 당국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OS에 관한 권한 남용 의혹과 관련해 구글을 조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도의 구글 경영진은 여전히 ‘구글다운(Googley)’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현지 총괄 부사장 아난단은 “불현듯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인터넷의 힘”이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 전반에 퍼져있는 ‘반 IT기업 정서(Techlash)’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이전, 순수했던 인터넷 정신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는 인도 마을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그들의 공예품을 판매하고, 오지의 인도 가족들이 교육사이트에 접속하는 등의 일화를 들려준다. 그는 “우리는 인터넷이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계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서 있다”라고 말한다.
구글의 ‘선행’ 활동은 인도 이외에 다른 곳에서도 성공할 잠재력이 크다. 지난 2014년 구글 스테이션 Google Station이 출범했다. 구글은 인도 철도청과 제휴, 매일 기차를 타는 약 2,300만 명의 승객을 위해 와이파이 핫스팟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후 총 400개 철도역에 핫스팟이 설치됐다. 최근 구글은 비슷한 서비스를 멕시코의 버스 정류장과 나이지리아 라고스 Lagos의 공공 광장에도 적용했다. 선행에는 보상이 따르는 법이다. 사용자들이 구글 스테이션 핫스팟에 로그인을 할 때, 포털 사이트가 그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한다. 그런 다음, 구글이 어떤 특정 웹 페이지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도 구글 경영진은 자선 사업으로 얼버무린다. 센굽타는 “그 프로젝트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멋진 방법”이라고 치켜세운다.
인도의 일부 빈민 노동자들이 무료 고속 와이파이를 이용한다. 어느 날 오후, 인도 남부에 위치한 케랄라 주의 주요 도시 코치 Kochi 기차역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 곳에서 10년간 짐꾼으로 일해온 M.R. 마니칸다 M.R. Manikanda(40)는 최근 아내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구글 스테이션을 활용해 사례 문제를 다운로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가 시험에 통과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신규 사용자들을 확보하려는 구글의 갈망은 자선 활동에서 우연히 드러난다. 실제로, 구글은 인도에서 사티 Saathis(힌두어로 친구라는 뜻)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졌다. 회사는 지난 2015년 더 많은 인도 여성들의 인터넷 접근을 돕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인도 여성들은 전체 인터넷 사용자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구글은 인도의 제조 및 소매 대기업 타타의 자선단체 타타 트러스트 Tata Trust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리고 인도 전역 20만개 이상의 마을에서 약 6만 명의 소위 사티들을 전원 여성으로 모집했다. 취지는 다른 여성들에게 인터넷 접속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구글이 사티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했다. 타타는 월 40달러를 지급했다(뱅갈만 근처, 인도 동부 안드라 프라데시 주에 있는 토틀라발루루 Thotlavalluru라는 작은 마을에서 필자와 이이기를 나누던 한 사티가 들려준 내용이다). 구글은 사티들이 지금까지 2,200만 명(주로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기술들, 즉 왓츠앱에서 전화를 걸고 청구서를 인터넷으로 결제하는 방법 등을 교육했다고 강조한다. 올해 말까지 목표는 약 30만개 마을로 확대하는 것이다.
일부 사티와 다른 연수생들은 새로운 인터넷 기술을 습득, 가내수공업을 시작할 기회를 잡았다. 일례로, 수제꿀이나 수놓은 셔츠를 만드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어느 날 오후, 토틀라발루루의 일부 여성들이 필자에게 그들이 만든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 마을의 힌두사원 밖에 모였다. 파르빈 베굼 Parveen Begum(32)은 “나는 유튜브에서 실과 돌로 팔찌를 장식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자랑했다. 그녀 남편은 독실한 무슬림 신도로, 베굼이 집밖에서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만든 팔찌를 지역 손님들에게 판매한다. 베굼은 “여성들이 우리 집에 와서 인터넷 사용법을 배운다”며, “최종적으로 약 1,200명을 교육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인도에서 단 1루피라도 수익을 취하는 것과 관계 없이, 토틀라발루루처럼 외딴 시골 마을들은 인터넷 덕분에 가장 많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도 자체도 변하고 있다. 선진 문화가 마침내 외지고, 소외된 시골 지역까지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 토틀라발루루에서 몇 마일 떨어진 파물라 랑카 Pamula Lanka라는 작은 마을에서, 필자는 소가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사탕수수밭에 서 있었다. 아샤 시람 Asha Seelam(13)과 소울 부하 Sole Vuha(15)는 땋은 머리를 휘날리며, 흙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필자 앞에서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작은 마을에 나타난 외국인을 보고 놀랐던 것이다. 그들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미국 사람이에요?”
대화는 흥미로운 ’사건‘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지난 달, 아샤의 집에 인터넷이 연결되고 가족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한 것이다. 아샤는 “왓츠앱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그 메시지 앱을 사용할 정도로 영어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델루구 Telugu어만 말하는 부모는 인터넷에서 의사소통을 하려면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샤의 부모는 몇 주전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녀는 “이후로 우리는 마을과 도시, 심지어 미국에 관한 일부 정보까지 알게 됐다. 구글을 이용해 정보 검색을 한다”고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그날 오후, 그녀가 사는 작은 집을 방문했다. 아샤의 어머니 시람 벤카테스워라마 Seelam Venkateswaramma(36)는 “힌두 순례 지역들의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 맵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그녀는 교실이 하나뿐인 마을 학교에서 가르친다). 작년 11월 처음 인터넷에 접속한 이후, 그녀는 유튜브에서 인기 남자배우 비자이 데베라콘다 Vijay Deverakonda가 출연한 인도 영화를 델루구어로 보는 것을 가장 즐긴다.
농부인 아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합쳐 연 800달러를 벌고, 구글에 어떠한 상업적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논외로 두자. 지금은 (아마도 앞으로 수년간), 그 가족은 무료 사이트에 접속할 것이다. 휴가나 의류를 위한 쇼핑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과 다른 IT기업들에게, 아샤 같은 가족들은 매우 독특하고 거대한 ’현상‘의 산 증인들이다. 그래서 그 잠재력을 거머쥐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
Vivienne Walt 기자
번역 박정호 Parky1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