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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포춘]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뜨는 이상한 커플

HOLLYWOOD‘S NEW ODD COUPLE

  • 기사입력 2019.04.01 17:11
  • 기자명 Sheila Marikar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프리 카첸버그 Jeffrey Katzenberg와 멕 휘트먼 Meg Whitman은 짧은 동영상에 대해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들이 출시하려는 동영상 서비스 퀴비 Quibi는 인기 있는 휴대폰 고화질 영상 시장을 장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두 사람은 수십 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고, 톱 스타들을 영입하기 위해 이미 거액을 지급했다. 이제 고객만 모으면 된다.◀

역동적인 듀오 회장 제프리 카첸버그(왼쪽)와 CEO 멕 휘트먼이 공유 오피스 단지 내에 위치한 퀴비 할리우드 본사에서 각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US포춘
역동적인 듀오 회장 제프리 카첸버그(왼쪽)와 CEO 멕 휘트먼이 공유 오피스 단지 내에 위치한 퀴비 할리우드 본사에서 각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US포춘

[포춘코리아] 유명 인사들로 가득 찬 로스앤젤레스의 레스토랑 크레이그스 Craig‘s에서 주중 저녁식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프리 카첸버그와 멕 휘트먼이 눈에 잘 띄는 코너석에서 좌중을 이끌고 있다. 할리우드가 일반 고교의 구내식당이라면, 이들의 자리는 인기가 많은 아이들의 테이블에 비유할 수 있다. 다른 손님들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넨다. 음반사 임원 토미 모톨라 Tommy Mottola도 그들 자리에 들렀다. 레스토랑 주인 크레이그 수서 Craig Susser도 몸을 숙여 악수를 한다. 그러더니 “최근 당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잘 듣지 못했다”며 “무슨 일을 하긴 하느냐?”고 물었다. 모두가 큰 소리로 웃었다. 두 사람 모두 거액을 번 후 임기가 다해 어쩔 수 없이 은퇴한 경영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농담이었다.

처음 언뜻 보면, 휘트먼과 카첸버그는 이 모임에서 오일과 식초로 드레싱 한 16달러짜리 케일 샐러드처럼 보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라는 얘기다. 휘트먼은 이성적 좌뇌가 지배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베이와 휼렛 패커드(HP)를 운영하며 이름을 알렸다. 카첸버그는 감성적 우뇌가 지배하는 할리우드에서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Walt Disney Studios의 전직 회장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DreamWorks Animation의 장수 CEO를 역임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이다. 휘트먼은 공화당원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반면 카첸버그는 민주당을 위해 대규모 정치자금을 모금한 바 있다.

위트먼은 스코틀랜드 양식의 페이즐리 무늬/*역주: 특히 직물 도안에 쓰이는 깃털이 휘어진 모양/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반면 카첸버그는 캐주얼한 스탠 스미스 Stan Smiths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이런 둘이 함께 식사를 즐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힘을 합쳐 짧은 동영상 플랫폼 퀴비를 설립하는 일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퀵 바이트 quick bites‘의 약칭인 퀴비는 디즈니와 폭스, 타임 워너, NBC유니버설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수십 억 달러를 유치했다. 이들은 모두 퀴비가 틀을 갖추거나 단 한편이라도 동영상을 출시하기 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이상한 커플은 수십 년간 잘 알아온 친구처럼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수십 년 절친이다. 이들은 1989년 디즈니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휘트먼은 연예계 거물의 유명한 전략 기획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고, 카첸버그는 디즈니 영화 사업부의 회생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카첸버그는 휘트먼이 당시 즐거운 대화를 나눴던 유일한 사업 파트너였다고 회상했다. 몇 년 후 그녀가 이베이 CEO에 오르자, 카첸버그는 그녀에게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이사회 자리를 제안했다. 휘트먼은 2010년 주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기 전까지 5년간 이사를 역임했다(그녀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첸버그는 육두문자를 써가며 “지금 나 놀리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민주당 후보 제리 브라운 Jerry Brown에게 참패했다.

카첸버그는 HP가 2017년 말 휘트먼이 CEO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하자, 몇 분만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당시 그는 이름도 정하지 않은 비디오 벤처 설립을 위해 막 자금 모금을 시작한 상태였다. 휘트먼은 앞서 몇 달 전, 위기에 처한 승차공유 스타트업 우버 CEO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 바 있었다. 하지만 카첸버그에겐 잠시 휴식을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첸버그는 “그녀에게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내일 저녁에 뭐할 거야?‘라고 물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 다음 날 그는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그리고 고급 일식당 노부 Nobu에서 휘트먼과 3시간 반 동안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는 새 회사를 맡아달라고 그녀를 설득했다. 휘트먼은 당시 그에게 “’그 일이 재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 두 명의 탁월한 수완가들에게 ‘재미(Fun)’는 원대한 계획을 의미한다. 그래서 성공하면 연예산업의 거대한 차세대 흐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생기업의 CEO 휘트먼과 회장 카첸버그는 클리넥스가 휴지, 구글이 검색의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퀴비가 짧은 동영상-휴대폰으로 10분 미만 시청하는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을 대표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라고 있다. 결코 야심을 숨기는 법이 없는 카첸버그는 “우리는 실제로 영화 서술방식의 차세대 장을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5~10년 후,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영화와 텔레비전의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퀴비의 시대’라고 말할 것이다.”

둘은 현재 자신들의 계획이 가진 중요성에 대해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꿈꿀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다. 그래서 인턴들처럼 열심히 움직이고, 목소리가 쉴 때까지 사람들을 붙잡고 설득을 한다. 퀴비는 아직 서비스를 출시하지도 않았다. 연말께나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둘의 네트워크 능력 덕분에, 퀴비는 이미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A급 감독들부터 저널리스트 재니스 민 Janice Min과 뮤직업계 유명 경영인 더그 허조그 Doug Herzog 같은 업계 거물들을 망라하고 있다.

사실 퀴비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카첸버그와 휘트먼이 이 프로젝트에 불어 넣은 활력일지도 모른다. 에미상을 수상한 여배우 겸 제작자이자 극작가인 리나 웨이스 Lena Waithe는 “카첸버그와 그가 가진 브랜드, 그가 계속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왔다는 사실” 때문에 퀴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퀴비를 통해 운동화 문화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카첸버그가 이 시리즈물을 낚아채기 전, 그녀는 다른 동영상 서비스업체에 이 시리즈를 넘길 뻔 했다. 휘트먼의 경우, HP 동료 이사회 멤버이자 벤처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은 “그녀의 네트워크는 거대하다. 모두가 그녀를 믿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물론 명성만으로 퀴비의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이 회사는 18~35세 고객들의 ‘자투리 시간(in-between moments)을 공략하려 한다. 출근길을 기차 안에서 보내거나, 스타벅스에서 줄을 서거나, 비행기 탑승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 말이다. 퀴비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디서나 공짜 동영상을 보는 시대에 젊은 시청자들에게 구독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 이마케터의 동영상 애널리스트 폴 버너 Paul Verna는 “아무리 시간이 짧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쉽게 보고 지나치는(lean back)‘ 콘텐츠를 만들어, 그걸 모바일 플랫폼에 독점 공급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콘텐츠를 보게 될 시청자들은 제프리 카첸버그나 멕 휘트먼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큰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돈도 내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주 뻘 젊은이들(카첸버그는 올해 68세, 휘트먼은 62세다)이 시청하길 원하는 동영상의 암호코드를 이 두 거물이 스스로 풀었다고 생각하는 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이들 각자에게 업적을 새롭게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카첸버그는 지난 2016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NBC유니버설에 매각한 직후, 퀴비 설립 자금 유치에 나섰다. 당시 카첸버그는 4억 2,000만 달러를 받고 물러났지만, 할리우드(Tinseltown)는 이 사건을 그의 패배로 평가했다. 이베이 CEO에 오른 후 억만장자가 된 휘트먼은 그녀의 짧은 정치 인생이 막을 내리고 나서야 HP의 수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녀의 재임 시절 HP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들은 모두 정상에 올랐지만, 아직 무언가를 더 입증해야 한다.

퀴비는 창의력이 풍부한 카첸버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그가 2017년 설립한 소비자 기술 지주사 WndrCo에겐 보석과 같은 중요한 존재다. WndrCo는 퀴비 같은 자체 설립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식당 가이드 더 인패츄에이션 The Infatuation과 보안 소프트 제조업체 앵커프리 AnchorFree 등 기존 기업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카첸버그는 멘토인 배리 딜러 Barry Diller가 이끄는 미디어 및 기술 지주회사 IAC를 본 따 WndrCo를 세웠다(그는 1977년 당시 패러마운트 영화사 CEO였던 딜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위해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IAC가 인터넷 기술을 전통 미디어에 적용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던 것처럼, 퀴비는 오래된 동영상 기술을 모바일 세대에 맞게 업데이트하려 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예고편과 뮤직 비디오, 광고 영상들은 일단 논외로 치자. 오늘날 짧은 형태의 동영상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유튜브를 점령한 애완묘의 일상처럼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다. 두 번째는 기존 TV 콘텐츠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되는 동영상들이다.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가 성공하는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는 깜짝 반전 요소다. 두 번째는 화면 앞 뒤에 등장하는 대상물들의 허접한 산만함(유치함)이다. 물론 시청자들은 이런 요소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워치 Facebook Watch 같은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저비용 동영상들은 할인매장 티제이 맥스 T.J. Maxx의 판매대를 연상케 한다: 보석 같은 영상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허접한 콘텐츠들이 더 많다.

이런 종류의 콘텐츠가 눈길을 끌 수는 있다. 하지만 광고주들에겐 큰 매력이 없다. 소비자들이 그 영상을 보고 지갑을 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마케터의 애널리스트 버너는 “모바일 동영상에만 매달린다면 영역을 스스로 제한하는 꼴”이라며 “페이스북 워치와 인스트그램 TV를 보면, 그들의 프로그램 편성은 관심을 유인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콘텐츠가 공짜다”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유튜브는 작년 11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구독형 유료모델을 포기하고, 모든 동영상을 무료로 시청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퀴비의 전략은 짧은 동영상 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회사는 일부 광고를 봐야 하는 서비스에는 월 5달러,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에는 월 8달러를 부과할 계획이다. 동영상 시청에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퀴비는 프리미엄 프로를 확보하는데 1분당 약 10만 달러를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첸버그에 따르면, 이 요금은 넷플릭스와 HBO가 최상위 콘텐츠 요금으로 책정한 분당 20만~30만 달러보단 훨씬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제작사들이 기존 짧은 동영상에 지불하는 비용보단 많다. 그는 “이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선 질 높은 콘텐츠를 다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퀴비는 10개 영화사와 TV 방송국에 지분을 매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10개 영화사는 이 스타트업이 성공할 경우 충분한 몫을 챙기기 위해 각각 2,500만 달러 씩을 투자했다. 퀴비는 투자금액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이런 계약의 목표는 부분적으론 퀴비가 영화사들의 창의적인 인력과 자원을 활용하는데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퀴비를 지원하는 또 다른 동기는 할리우드를 침공한 IT 기업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다. 21세기 폭스사 사장 피터 라이스 Peter Rice는 “구글과 페이스북, 스냅 등 다른 테크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직접 자신들을 위해 짧은 동영상을 만들기를 원했다”며 “하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선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오로지 이 플랫폼들의 배만 더 불려준 꼴이었다”고 비판했다.

퀴비는 영화사에 버금가는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내로라하는 창의적인 협력자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오스카 수상 감독 길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와 ‘스파이더 맨’의 감독 샘 레이미 Sam Raimi, ‘겟 아웃’의 제작자 제이슨 블럼 Jason Blum, ‘트레이닝 데이’의 감독 앤트완 퓨콰 Antoine Fuqua, ‘트와일라이트’의 감독 캐서린 하드윅 Catherine Hardwicke은 모두 퀴비를 위해 시리즈물을 만들고 있다.

돈을 떠나 왜 영화 대기업들이 휴대폰으로 시청하는 10분짜리 동영상을 만들려 하는 걸까? 하드윅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이 짧아져 이런 콘텐츠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익히 알려진 청소년기 성장통과 함께 미래 문제로 고민하는 10대 여자아이들을 다루는 퀴비 시리즈물을 제작하고 있다. 퀴비는 짧은 동영상을 만들 것이지만 시리즈물이 회를 바꿔가며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과거 영화관에서 120분간 상영했던 이야기를 2주에 걸쳐 조금씩 나눠 선보일 수 있다.

카첸버그는 할리우드 회사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을 쓰며 “우리는 하루에 하나씩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좋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화제를 만들 수 있기(builds watercooler)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트리밍은 영상을 통제하는 등 많은 편리함이 있는 반면 , 당신과 내가 같은 동영상을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콘텐츠와 달리 퀴비 프로들은 에피소드 별로 출시될 예정이다. 온 디맨드 방식으로도 시청을 할 수 있다. 특정 시간에 맞춰 보거나(appointment viewingㆍ스트리밍),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bingeingㆍ온 디맨드) 일종의 하이브리드 시청방식이다.

퀴비는 자신들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해 유인책을 쓰고 있다. 자사가 구매하는 콘텐츠 독점권 보유 기간을 짧게 내건 것이다. 퀴비는 자신들이 주문한 콘텐츠를 방송하고 배포하는 권리를 2년간 보유한다. 그 후에는 제작사들이 이 짧은 동영상들을 편집해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있다. ’겟 아웃‘의 제작자 블럼은 “그건 매우 큰 장점이다. 요즘엔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업체들을 상대로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넷플릭스와 애플은 모든 권리를 가지려 한다. 영화 산업에선 배급업체가 아니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퀴비가 고객 확보에 성공한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이 과제는 회사의 올해 마케팅 노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객 확보에 실패한다면, 콘텐츠 생산에 아무리 현명하게 접근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 Frost & Sullivan에서 스트리밍 미디어를 담당하는 댄 레이번 Dan Rayburn은 “그들이 구독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상황이 계속 불리하게 돌아가고, 시리즈물이 히트를 치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돈을 주고 퀴비 콘텐츠를 구매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작년 7월 운영을 중단한 버라이즌의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Go90을 언급하며 “Go90 콘텐츠의 재방송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휘트먼과 카첸버그는 매일 같은 사무실로 출근한다. 사무실이 있는 철골과 유리 재질의 소박하고 낮은 건물은 할리우드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휘트먼은 작년 3월부터 퀴비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의 멋진 애서턴 Atherton 교외지역에 있는 집을 내놓고, 서부 할리우드의 콘도로 이사했다(그녀는 CEO 자리를 이동하는 사이, 어렵게 짬을 내 가족들과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왔다). 퀴비는 위워크 WeWork와 비슷한 공유 사무실 단지에 있다. 위워크처럼 더 성장할 여지도 많다. 휘트먼은 “우리는 더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하며, 팩맨 Pac-Man/*역주: 1980년 출시된 일본 게임으로, 팩맨이 괴물들을 피해 쿠키를 먹어나간다/처럼 앞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휘트먼은 지난 몇 달간 인재들을 모집하고, 고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덕분에 퀴비는 올 연말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는 이베이와 무척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1998년 이베이에 첫 합류할 때, 이 신생 경매사이트의 직원은 30명에 불과했다(퀴비와 달리, 이베이는 휘트먼이 참여했을 때 이미 매출이 엄청나게 급성장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베이로 이직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월 기준, 퀴비의 직원은 75명이었다. 이 중에는 자발적으로 합류한 연예계 거물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DC 엔터테인먼트 전 사장 다이앤 넬슨 Diane Nelson, 바이어컴 뮤직&엔터테인먼트 Viacom Music and Entertainment의 전 사장 더그 허조그, 넷플릭스의 전 디지털 마케팅 총괄 후안 본지오바니 Juan Bongiovanni 등이 그들이다. 휘트먼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함께 힘을 합치고,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회사가 매일 매일 발전할지 생각해보라. 그건 내게 무척이나 익숙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어느 날 아침, 퀴비가 차지하고 있는 2층 공간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휘트먼은 자신의 스탠딩 데스크(컴퓨터 키보드 옆에 그녀의 리더십 전문서 ‘다수의 힘(The Power of Many)’ 문고판이 있었다)을 거쳐 곧 재무팀이 입주할 빈방을 지나며 앞으로의 확장 계획을 설명했다. 그녀는 퀴비가 다른 입주사와 공유하고 있는 회의실로 가는 도중, 재니스 민에게 손을 흔들었다(할리우드 리포터 Hollywood Reporter 편집장 출신인 민은 현재 퀴비의 콘텐츠를 관장하고 있다). 휘트먼은 사내 투어 마지막 장소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금색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선 후, 전원 스위치를 찾았다. 불을 켜자 푹신한 대형 안락의자들이 놓인 상영관이 나타났다. 세입자들을 위한 이곳은 할리우드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시설이다. 하지만 퀴비에겐 별로 필요가 없는 곳이다.

휘트먼은 “여기에서 전 직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한다”며 “처음 이 상영관을 봤을 때, 누군가 ’우리 콘텐츠를 여기에서 볼 수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좋아요, 휴대폰을 들고 여기 소파에서 동영상을 봅시다. 저 큰 화면에 띄우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마치 조롱이라도 하듯 스크린을 가리키더니 이내 불을 껐다.

깨어 있는 ‘기술-엔터테인먼트 경영인’으로 인정 받고자 하는 휘트먼이 이젠 모바일 콘텐츠의 길로 들어섰다. 믿기는 쉽지 않지만, 그녀는 “더 이상 TV 프로나 영화를 스마트폰보다 더 큰 화면에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 보디가드Bodyguard(넷플릭스가 배급한 영국 테러 스릴러 장편영화)를 보는 동안, 휴대폰 해상도를 최고로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웠다. 원작을 찍을 때 명암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카첸버그가 콘텐츠 생산을 위해 A급 인재들을 영입하는 동안, 휘트먼은 퀴비가 모바일 시청을 좀 더 몰입적으로 할 수 있는, 좀 더 광범위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녀가 오로지 회의실로만 사용하는 그 상영관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경험 같은 것 말이다. 그녀는 영화 해상도를 높이는 것 외에도, 음성을 최적화하려 하고 있다. “출근 버스 안은 대개 조용하다. 당신이 갑자기 버스에서 내리면 온갖 소음이 들리지만, 계속 (휴대폰 동영상을) 보길 원한다고 가정해보자”며 “나를 열 받게 만드는 건 비행기 안내 방송이 나올 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건 소음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상황은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말했다.

퀴비는 아직 테스트를 할 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정하지 못했다. 잠재적인 사업 파트너들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용 동영상(sizzle reel)‘도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카첸버그와 휘트먼이 있다. 이 듀오는 차로 할리우드 곳곳을 다니며, 스프링으로 제본된 32페이지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제작자들과 경영진, 에이전트들을 한 방에 모아 놓고 그들과 그들 고객이 왜 퀴비를 위해 시간을 내야 하는지를 설득했다. 일단 그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 William Morris Endeavor 탤런트 에이전시의 파트너 아리 그린버그 Ari Greenburg는 “누군가 와서 워너 브라더스나 HBO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설명하면, 보통 한 방에 20명쯤 모인다. 그런데 퀴비의 경우, 달랑 이메일 한 통으로도 150명이 모였다”고 말했다.

최근 퀴비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 제안을 할 만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 11월 어느 날 아침, ’아바타‘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 출연했던 여배우 조 샐다나 Zoe Saldana가 여동생 시슬리, 마리엘 샐다나와 함께 공동 회의실을 방문했다. 카첸버그와 4명의 퀴비 직원이 그들의 뒤를 따랐고, 모두는 대형 사각 테이블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대한 흰색 리마콩처럼 보이는 고정 조명이 그 위를 비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샐다나 자매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라틴계 밀레니얼 세대들은 “젊은 여성과 갱스터, 마약이 등장하는 콘텐츠에 진절머리가 나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샐다나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아치 코믹스의 TV 시리즈 캐릭터들을 언급하며 “나는 다문화 배경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미드 ’리버데일 Riverdale‘을 보고 싶다. 정말 퀄리티를 높인 그런 작품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샐다나 자매들이 설립한 제작사 시네스타 픽처스 Cinestar Pictures는 안정된 가정을 추구하는 다문화 및 밀레니얼 세대 대상 맞춤형 프로그램 콘셉트를 다수 갖고 있다. 그들은 퀴비 사무실 테이블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미팅 15분 만에 카첸버그가 대화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시리즈물을 차례차례 언급했다. 그는 마치 동전을 하나씩 흘리듯, 유명 인사들을 한 명씩 거론했다. 먼저 저스틴 팀버레이크 Justin Timberlake와 계약을 한 내용을 들려줬다. 그가 유명 뮤지션들에게 이 업계에 발을 디디도록 영감을 준 노래를 물어본 후, 그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것이었다. 그는 또 배우 잭 에프론 Zac Efron과 그의 동생에게 “오지에 가서 식량과 물, 기술 없이 무기한 생존하는 시도를 해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카첸버그는 그들에게 “당신들이 정말 위험에 처할 때에만, 이 프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 크리스 록 Chris Rock과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하는 미니 야생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살아 있는 지구(Planet Earth)’의 실제 내레이션과 래퍼 스눕 독 Snoop Dogg의 패러디 버전을 짜깁기한 것처럼 녹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카첸버그는 “동물들의 삶을 돌아가며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한 주는 코끼리, 다음주는 도룡뇽이 등장하는 식이다. 무슨 동물인지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만약 그의 머리 위에 말 풍선이 있다면, 아마 “누가 그 빌어먹을 동물을 신경 쓰겠어? 크리스 록이 내레이션을 하는데”라고 써 있을지도 모른다.

조 자매들과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순간, 그는 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댔다. 그리고 간청을 하며 그들 사이에 끼어 들었다. “우리는 당신과 당신의 명성, 당신의 친구들이 필요하다. 이 시청자들이 대단하게 여기는 스타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조는 조심스럽게 “카메라 앞에 세운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카첸버그는 “당연하다”라고 답했다. 결국 인기 있는 아이들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인지도 때문이다. 카첸버그와 휘트먼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유명 스타들이다. 퀴비가 이 두 명의 야심 찬 베이비 부머들에게 갖는 의미만큼, 스타들은 퀴비의 타깃 고객층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Sheila Marika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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