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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유주방으로 소상공인과 상생 도모한다"

[강소기업 CEO를 찾아서]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

  • 기사입력 2019.03.29 15:15
  • 기자명 김병주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한 공유경제 열풍이 주방에까지 스며들었다. ‘공유주방이라는 플랫폼을 처음 국내 시장에 소개한 심플키친이 요식업계 창업가와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를 만나 심플키친 사업 스토리와 비전을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가 심플키친 역삼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가 심플키친 역삼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역삼역 인근에 마련된 공유주방 심플키친’ 1호점이었다. 공유주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렬한 향신료와 튀김 향이 기자의 후각을 자극했다. 음식을 만드는 셰프들의 바쁜 움직임은 꽤 인상적이었다. 특히 먹음직스럽게 포장된 포케(Poke·하와이에서 주로 만들어 먹는 생선회 샐러드)를 본 순간, 당장 음식을 주문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기도 했다.

다행히도 인터뷰는 외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기자가 심플키친을 방문한 시간은 오전 11시 무렵. 밀려드는 점심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간대였다. 원활한 조리와 배송 준비를 위해 기자와 같은 외부인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예의라고 판단했다.

커피숍에 앉아 본격적으로 임태윤 대표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이 곳이 자신에게 매우 특별한 공간이라며 입을 열었다. “심플키친 1호점을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일단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하루하루가 낯설고 생경했죠. 지금은 저희가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이 있지만(현재 심플키친 사무실은 서울 강남 위워크 선릉역 2호점에 마련돼있다) 당시만 해도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었어요. 현장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았죠. 그래서 항상 저는 업무를 이 커피숍에서 봤습니다. 매일 이 커피숍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중간 중간 공사현장을 방문해 주요 사항을 체크했죠. 지금도 가끔 이 곳을 방문하면 그때 생각이 나요. 지금은 편하게 커피 한잔을 즐기러 오는 공간이지만, 불과 1년 전 만 해도 이 곳은 저희에게 유일한 베이스캠프였습니다.”

공유주방은 공유경제가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후, 미국 등 IT 선진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발전하기 시작했다. ‘주방공유하는 개념인 공유주방 시장은 글로벌 차량공유기업 우버가 선보인 클라우드키친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현재 공유주방이라는 개념을 앞세운 다양한 오프라인 주방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 특성은 각각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임태윤 대표의 생각이다. 심플키친을 논하기 전, 우선 공유주방이라는 명확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주장이다.

임태윤 대표에게 공유주방에 대한 명확한 개념설명을 부탁했다. “국내에서 주방을 공유한다는 개념의 플랫폼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바로 고스트키친(Ghost Kitchen)’공유주방이죠. 고스트키친은 한 명의 대표가 여러 개의 배달음식 브랜드를 직접 론칭해 운영하는 주방을 말합니다. 반면 공유주방은 말 그대로 다양한 외부 배달음식 브랜드를 하나의 주방 공간에 입점시켜 조리하고 배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죠.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느냐, 아니면 외부 브랜드를 입점시키느냐의 차이에 따라 고스트키친과 공유주방으로 나눌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고스트키친을 공유주방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분위기더라고요. 운영 방식이 명확히 다른 만큼, 해외에서도 고스트키친은 공유주방과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심플키친은 임태윤 대표가 설명하는 공유주방의 개념에 정확히 부합한다. 사실 공유주방도 운영 방식과 주체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요식업 예비 창업자의 양성을 위한 일종의 인큐베이팅 공유주방’,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제조·유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HMR 공유주방’, 마지막으로 심플키친처럼 배달음식점을 위해 주방을 제공하는 배달전문 공유주방이 그것이다.

심플키친은 앞서 언급한대로 배달음식점을 위한 공간을 지향한다. 현재 역삼, 송파, 삼성 등 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4호점인 화곡점은 오픈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심플키친에 입점해 사업을 하고 있는 배달음식 브랜드는 30여 개에 이른다. 음식 종류에는 제약이 없다. 기존 인기 배달 메뉴인 떡볶이, 탕수육, 치킨부터 베트남쌀국수, 스시, 하와이안포케 등 특이한 메뉴도 상당수 입점해있다.

주목해볼 점은 이들 브랜드 중 상당수는 여러 지점에 동시 입점해 활발히 영업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매출 신장,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경쟁플랫폼과 차별화된 심플키친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임태윤 대표는 빙긋 웃으며 심플키친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사람이라고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임 대표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다른 경쟁사들은 이 사업을 임대업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대부분 공간대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죠. 하지만 입점해있는 브랜드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공간만은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메뉴를 개발하고, 조리하고, 포장하는 것을 제외한 여러 잡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회계 정산, 시설 관리 등 부가적인 업무는 손에 잘 익지 않죠. 저희는 이러한 부분까지 케어를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입점 브랜드들은 오롯이 음식을 만드는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저는 입점한 사장님들이 성공해야 저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한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어요.”

실제로 임태윤 대표를 포함한 본사 직원들은 최근 6개월간 입점 브랜드의 새로운 매출 창구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였다. 그 결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몇몇 기업들의 내외부 행사에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의를 마무리 지었다. 최근에는 구글코리아에서 진행한 행사에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 참석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임 대표는 획일화된 메뉴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관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이를 통해 심플키친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고, 나아가 입점 브랜드의 부가적인 수입 창출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심플키친 역삼점에 입점한 포케집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심플키친 역삼점에 입점한 포케집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차분하게, 때로는 단호한 어조로 심플키친과 공유주방 시장을 설명하는 임태윤 대표에게서 젊은 사업가의 밝고 유쾌한 이미지가 오버랩 됐다. 하지만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이 국내 공유주방 시장의 문을 여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그는 금융맨을 꿈꾸는 경제학도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어머님의 권유로 주식거래를 해볼 만큼 금융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임 대표 스스로도 금융맨 이외의 어떠한 미래도 그려보지 않았다.

물론 금융외에 관심을 두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요리.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유학 시절, 그는 매일 한식에 대한 그리움을 스스로 요리를 해먹으며 채웠다. 주말마다 친구들을 불러 한식 파티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요리는 그저 생존을 위한 취미였을 뿐, 머릿속에는 오로지 금융뿐이었다.

그의 금융 외길사랑은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국내 굴지의 증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금융업계 맛보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에서의 인턴생활은 수년간 이어져온 금융에 대한 사랑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금융맨이 되겠다는 꿈 역시 위태로워졌다고 임 대표는 말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증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제가 기대했던 금융맨의 일상이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아주 작은 규모의 신생 기업이 투자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스토리에 매력을 가졌었어요. 그런 스토리를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금융맨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는 상황은 많이 달랐습니다. 그저 매뉴얼에 맞춰 숫자를 기입하고, 결과물이 나오면 기계적으로 보고하는 분위기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어요. 제가 기대했던 역동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그때부터 제 미래를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중에 기업을 키워가는 스토리를 써내려갈 수 있는 시장을 찾아봤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공유주방이었습니다.”

사실 임 대표도 스스로가 사장님이 돼 음식점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임 대표는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것과 손님들을 위해 대량의 조리를 하는 것은 명확히 다르다는 것을 시장조사결과 깨닫게 됐다지금의 실력으로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대안이 바로 공유주방이었다.

그가 공유주방을 생각했을 당시, 국내에는 이와 유사한 플랫폼이 전무했다. 임 대표는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시장에 아직 공유주방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에는 분명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더욱 철저하게 시장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아무리 시장조사를 이어가도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순 없었다.

불안했지만 실체도 없는 불안감 때문에 사업 의지를 접기는 너무 아까웠다. 그만큼 임 대표는 공유주방 플랫폼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갖고 있었다. 임 대표는 말한다. “배달음식 시장은 시간이 흐르고, 규모가 커져도 레드오션이 되기 어려운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저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O2O플랫폼의 등장이 요식업계의 첫 번째 도약을 이끌었다면, 아마 두 번째 도약을 이끌 플랫폼은 공유주방이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일단 밀고 나가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다행히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82월 법인을 설립한 후 심플키친은 1년여 만에 국내 대표 공유주방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만 벌써 10개의 지점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4호점의 경우, 오픈까지 한 달 여가 남았지만(20193월 중순 기준), 이미 지난해에 입점 브랜드 세팅이 완료된 상황이다.

기자가 가장 주목한 점은 임태윤 대표의 확신이었다. 안착과 성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는 공유주방, 심플키친에 확신을 갖고 사업을 주도했다. 특히 그는 공유주방이 국내 요식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또 다른 확신도 갖고 있었다. 뜬구름이 아닌 구체적인 비전도 함께였다.

임 대표는 말한다. “저는 공유주방이 한 마디로 망하더라도 리스크가 적게 망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배달음식점 하나를 창업하려면 임대료, 식기류 등을 포함해 초기비용만 8,000만 원 가량이 든다고 합니다. 1년 내 폐업률이 60~70%에 가까운 현실에서 10곳 중 7명의 사장님이 매년 기본 8,000만원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죠. 하지만 공유주방을 활용하면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창업을 할 수 있습니다. 설사 1년 내에 망하더라도 2,000만 원 안팎의 손해만 입는 거니 확실히 리스크는 줄어든다고 할 수 있죠. 저는 공유주방이 배달음식업계 창업의 문턱을 낮출 뿐 아니라, 설사 실패한다 하더라도 보다 빠르게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앞으로 공유주방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믿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올해도 임태윤 대표와 심플키친은 정신없이 달린다. 일단 올해 중으로 최대 15호점까지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여개의 매장을 추가 확보하고, 이후에는 지방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임 대표는 말한다.

아마 타깃은 동남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더러,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물론 심플키친이라는 공유주방만 진출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와 함께 하고 있는 음식 브랜드 중, 동남아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곳을 선별해 함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심플키친이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배달음식 업계의 소상공인들과 함께 성장해나갈 심플키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독자 분들께서도 오늘 저녁은 가족과 함께 심플키친의 배달 음식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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