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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어제와 오늘, 미래

  • 기사입력 2019.03.27 14:09
  • 최종수정 2019.03.27 14:10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국내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커머스 광풍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포춘코리아가 최신 기술과 관련해 유통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있는 변화와 가까운 미래상을 살펴봤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2011년 8월 서울 선릉역에 설치된 ‘홈플러스 가상 스토어’는 혁신의 상징이었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장을 본다는 콘셉트와 QR코드 촬영으로 쇼핑을 쉽게 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홈플러스 가상 스토어는 2012년 월드 리테일 어워드에서 비즈니스 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15년 이후엔 비콘 서비스가 큰 주목을 받았다. 비콘은 고객이 매장 근처를 지나면 매장 상품 정보나 할인쿠폰 등을 고객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송하는 근거리 데이터 통신기술이다. 고객 동선 예측이나 데이터 확보, 장소 기반 마케팅 등 요소 때문에 비콘 역시 유통업계 혁신 기술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2019년 현재, 가상 스토어나 비콘은 과거 받았던 기대만큼이나 유통채널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을까? 경과 시간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이들 아이디어가 그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향후 이들 아이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각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일단 현재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4차 산업혁명과 유통업계

시장을 평정할 것 같았던 특정 기술이나 상품, 서비스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찻잔 속 미풍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통업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2010년 이후 등장한, ‘앞으로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 여러 아이디어 중 실제 그랬거나 진행 중인 것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상거래 정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최근엔 4차 산업혁명이 산업 전반에 퍼지고 또 일상화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5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IoT, 빅데이터, AI, 고급 로봇, 3D 프린트 등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 시도가 ‘대외비’란 이름 아래 왕성하게 진행 중이다. 이들 기술은 유통산업 뒷단인 재고나 자산관리 외에도 앞단인 모객이나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연계 시도를 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인프라 수준이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기술을 갖추고 익히며 고민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들 기술을 이용한 비즈니스 플러스알파 작업도 곧 시작될 것 같습니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기술 수준은 아직 낮지만, 이 부분도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걸로 예상합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했다. 사진=롯데쇼핑

◆ 고객 예측 수준 높아져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이미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기술을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고객 예측이다. 고객 예측을 통해 상품 매입이나 재고 관리, 배송 등을 최적화하려는 목적에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예전 같으면 ‘기상청에서 올해 여름이 덥다고 했으니 고객들의 냉방용품 주문이 늘 것이고, 따라서 에어컨 재고를 많이 확보해야겠다’ 정도가 고객 예측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복합 데이터를 통해 거의 전 상품에 걸쳐 더 세분화한 예측을 합니다. 고객 예측의 질적인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간 거죠. 잘하고 있는 곳들은 재고 오차가 1% 이하라고도 합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도가 올라가면서 최근 업계에선 데이터 수집과 가공이 중요한 업무로 떠올랐다.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모바일 앱을 이용한 ‘고객 매장 활용 데이터’ 확보 움직임이 일고 있을 정도다. 고객이 어떤 매장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을 파악해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과의 접점이 웹과 앱인 까닭에 오프라인 업체들에 비해 데이터 수집이 좀 더 수월한 측면이 있다.

◆ 데이터, 물류창고 운영 맡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태생적으로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적극적이었다. 데이터 활용에 따른 매출 등락이 현격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소재나 방법, 채널 선택 등은 물론 첫 화면에 어떤 상품을 어떻게 노출할 것인지 등이 모두 데이터 결괏값으로 결정된다. 최근엔 배송 경쟁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물류 창고 운영에서도 데이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고객 주문 예측과 물류 창고 운영 효율화에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쿠팡 관계자는 말한다. “배송 경쟁의 핵심은 물류센터에 쌓아놓은 상품을 개개 주문에 맞게 얼마나 민첩하게 찾아 구성할 수 있느냐입니다. 즉 동선과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필요한데 여기 데이터 자료가 쓰입니다. 특정 상품 주문이 늘어날 것을 예측해 가까운 동선에 미리 배치하고, 동시 주문이 많은 상품군끼리 붙여서 위치시키는 등 기술이 모두 기존 고객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최근엔 마트 같은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도 시간 단위 배송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들도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들은 꽤 오래전부터 온라인 채널을 병행하고 있었던 데다가 운영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어 배송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최근엔 일부 업체가 더 앞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유통업계 전체가 배송 부문에서 상향 평준화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력이 희석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출처: 통계청
출처: 통계청

◆ 이커머스, 여전히 최고 이슈

하지만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력 희석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커머스는 여전히 유통업계의 최고 이슈로 꼽히고 있다.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커머스는 여전히 ‘살아있는’ 이슈로 계속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GS홈쇼핑의 제1 매출 채널이 이커머스로 바뀐 것이나 신세계그룹에서 에스에스지닷컴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것 등도 넓게 보면 이커머스 이슈에서 파생된 내용들이다.

‘유통의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답변 대부분이 이커머스에 묶여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근거한다. (과거 경험을 떠올려보면) 유통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어떤 형태든 이커머스에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관계자의 중론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만 보더라도 모든 이슈가 결국은 다 이커머스에서 만나고 있지 않습니까. 먼 미래엔 뭐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어요. 예상치 못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나 채널이 나타날 수도 있고 유통업이 완전히 새로운 업으로 재정의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시기까지만 예상해보자면 그때까진 어떤 식으로든 이커머스와 연결돼 움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커머스 성장 여력은?

그렇다면 이커머스 이슈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마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기울기가 완만해질 때까지 계속될 확률이 높다. 이커머스 업계 일각에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세계 3위 규모까지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곳도 있어 앞으로도 수년간은 이커머스 이슈가 계속 화두가 될 전망이다.

‘세계 3위 규모 성장설’은 좀 과한 측면이 있지만 아주 근거가 없진 않다.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이커머스시장 성장이 최근에도 기대치를 웃돌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지난해에 시장 규모가 110조 원(기존 예상은 2020년 100조 원 시장 규모였다)을 넘어섰다’는 것 등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시장 관련 통계청 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은 조금 다르다. 최근 성장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부류의 주장은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쇼핑동향 통계 표본개편’을 고려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 착시 효과 제외하면…

통계청은 이전까지 온라인쇼핑, 즉 이커머스 거래로 분류하지 않았던 거래 상당수를 당시 개편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즉 2018년 자료부터 이커머스 거래로 잡히는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는 말이다. 그 결과 이커머스 시장 규모도 대폭 커졌다. 통계청이 예시로 든 2017년 시장 규모를 보면 과거 기준으로는 80조 원이었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91조 3,000억 원으로 동일 연도 시장임에도 16.7%나 더 커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표본 개편으로 성장률 추이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표본 개편으로 인한 이전 수치 변화가 2017년 것만 공개돼 ‘같은 표본’으로 했을 때 이전 연도 수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예시에 따르면 수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개편 이전 자료로 계산한 2016~2017년 시장 성장률은 21.9%였지만, 개편 이후 수치로 계산한 2016~2017년 시장 성장률은 40.2%였다.

표본 개편 이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들인 2016~2017년 성장률과 2017~2018년 성장률을 비교하면 40.2%대 24.5%로 성장기울기는 오히려 급전직하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2016~2017년 이커머스시장이 비정상적인 성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같은 기간 전문몰 이커머스시장 성장률은 105.5%였다)과 24.5% 성장 역시 매우 가파르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커머스시장의 가파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커 보인다. 다만 2018년 113조 7,000억 원 거래액에서 e쿠폰서비스, 음식서비스 등 기타 서비스 거래액(이전까지 거래에 잡히지 않거나 매우 규모가 작았던 부문)을 뺀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은 87조 3,000억 원에 불과해 기존 예상에 거의 부합하는 수준으로 성장 중이라는 해석이 더 힘을 얻는다.

신세계가 운영 중인 체험형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 이곳에선 고객 경험을 강조하는 최근 오프라인 채널 기반 업체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가 운영 중인 체험형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 이곳에선 고객 경험을 강조하는 최근 오프라인 채널 기반 업체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 고객 시간 공유 경쟁으로

이커머스시장의 고성장은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에게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소비시장이 거의 정체된 상황에서 이커머스시장의 고성장으로 오프라인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소비시장에서 이커머시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까지 치솟았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시장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숍을 병행하며 옴니채널(Omni-channel) 혹은 O4O(Online for Offline) 구축 등으로 온오프라인을 결합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엔 서브 개념으로 운영했던 온라인숍을 별도로 분리해 메인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시도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대응에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대부분 업체는 ‘오프라인 매장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처럼 부동산 부지를 가지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운영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이는 매우 제한된 사례이고, 대부분은 고객 체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매장 운영에 변화를 주고 있다.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한다든가 아예 ‘고객 시간 점유’를 목적으로 교외에 테마파크형 쇼핑몰을 열기도 한다. 고객 시간 점유는 CJ ENM과 같은 온라인 업체들도 ‘커머스와 콘텐츠의 결합’ 등 다양한 시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김명구 롯데백화점 디지털사업부문장은 말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앞으로는 고객의 라이프 타임을 누가 더 오래 잡고 있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유통업체를 넘어 고객 경험을 비즈니스화하는 모든 업체가 다 경쟁하게 될 거란 뜻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는 체험형 활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온라인과) 구별되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전략에 관해서는 후속 기사를 참고하자.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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